독서결산 1/2 
 병장 임정우 03-12 15:45 | HIT : 479 



 책읽기를 멀리하던 제가 책마을에서 함께 놀아보고자 꾸준히 독서를 하진 벌써 5개월 가량 되었습니다. 독서하면서 따로 적어논것도 거의 없어 제가 무슨책을 읽었는지도 헷깔리는 상태에서 생각나는데로 횡설수설 결산을 하고자 합니다. 대략 11월부터 지금까지 읽은것들입니다.

1.1984 - 조지오웰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전쟁은 평화라니. 빅브라더스의 의지를 거쳐간것만이 진실로 통용되는 1984년. 윈스턴 스미스는 예속이 아닌 자유에 대해 고민합니다. 처음엔 사소한 개인물품을 산다던지, 일기를 쓰면서 일탈에 대한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작은 일탈은 점점 큰 일탈이 되어 여자와 임신이 아닌 쾌락을 목적으로 성행위를 하고 또한 당에 저항하는 형제단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윈스턴은 예전부터 자신과 동류라고 직관적으로 느낀 오브라이언을 통해 형제단에 가입되지만 이 모든것이 당, 오브라이언이 지어낸 톱니바퀴에 일부라는걸 알게됩니다. 윈스턴은 예전부터 어느 누구도 자신의 생각만큼은 조종할수 없다고 믿었지만, 자신이 믿었던 탈출구 마저 오브라이언의 꾸밈안에서 유린당했다는걸 깨닫고 진심으로 빅브라더를 사랑하게 됩니다. 
 아슬한 긴박감이 마지막까지 이어지다 윈스턴이 진실아닌 진실을 완벽히 깨닫게 되는 순간에, 인간이란 마치 조종당하기 위해 탄생하여 진리를 믿는것이 아닌가 하는, 적어도 진리의 길에 자유의지란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차 정기 나가서 침대에서 뒹굴면서 봤는데 다 보고나서의 그 여운이 엄청나서 즉시 제 사이좋은세상을 1984 분위기로 도배해 놨다는. 하여간 지금도 빅브라더가 저를 보고 있습니다.

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장 끝마자 차라투스트라는 말하곤 합니다. 뭔가를 말하는데 말했다는 것이 마치 마그리뜨의 파이프 그림처럼 이건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느낌을 줍니다. 이런 감상은 이후에 나올 사르트르나 파스칼에게도 느꼈지만 별 중요한건 아니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많아 완전한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으나 인식의 이해를 떠난 어떤 깨우침을 강렬히 통감했던 책이었습니다. 완전히 몰락하여 소생하는 영원회귀를 통한 초인으로의 삶을 뱀을 통해 말하고 여인을 통해 말하고 목사를 통해 말하고 광대를 통해 이야기 합니다. 

3.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차라투스트를 읽고 바로 이어서 읽었는데 첫장에 니체에 영원회귀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가벼움과 무거움처럼 빡세다는게 없다는 초장에 선언만큼 뒤로 갈수록 빡센 무언가를 포함하고 있다는걸 눈치챌수 있지만 읽는데 별 무리는 없었습니다. 적어도 이 책은 가볍지 않다라는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4. 롤리타 - 나보코프
 아! 나의 님펫이여. 정신산란하게 몰아치는 감정의 묘사와 주변풍경의 묘사로 인해 험버트의 혼란한 마음을 알수 있습니다. 어릴적 좋아하던 여자가 14살에 죽어 그 나이 또래의 소녀만을 사랑하게 된 비운의 사나이. 그 또래의 이쁜소녀라해서 다 님펫은 아닙니다. 건강한 땀냄새를 소유해야 님펫이지요. 이책을 읽고 프X나에서 롤리타로 검색했더니 마음에 드는 자료가 검색되지 않았다는 이야기.

5. 푸른 꽃 - 노발리스
 황민우씨의 영향으로 구입하였지만 몰입도 최악이라는 감상과 완독하기전 미완성 작품이란 사실을 알고 중도 하차한 책. 사놨으니 언젠간 읽겠지 라고 생각중입니다만.

6. 삶의 한가운데서 - 루이제 린저
2 차 세계대전을 거쳐간 강인한 한 여성의 이야기. 마지막까지 이름이 안나오는 니나의 언니가 매우 오랜만에 니나를 만나면서 소설은 시작됩니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니나의 언니는 니나의 자연아적인 삶의 태도에 이끌려 순응적인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지요. 그리고 니나의 직선적이고, 천연한 도전의식을 존경하면서 질투합니다. 니나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편지를 통해 니나의 삶의 방식이 드러나며 우리 역시 그녀를 사랑할수 밖에 없다는걸 마지막 장을 덮음과 동시에 깨닫게 됩니다.

7.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읽은 당시에 쓴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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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 의미, 선과 악, 신과 나의 관계에서 저항할수 없는 절망감, 극복할수없는 경멸심, 전부 구제할수없는 아쉬움에 갈고리에 거죽이 쥐어 뜯기면서 인식의 깊은 얼음기둥속에 갇힌채로 이야기를 시작 한다.
 나에겐 희망이란, 기대란, 꿈이란건 도저히 없었으며, 이것은 언제부터인지 알수 없는 곳에서 출발하였으며 동시에 나의 심연 도처에서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이 빛나는 황금의 발현채들은 늙은 독수리의 부리처럼 탐욕스럽고 푸석거리고 듬성거리는 갈색빛 날개처럼 부질없어 보였다.
 내가 처음으로 지나가는 눈동자를 보았던것은 고작 10살, 집 근처 인도에서 였다. 나의 행복의 샘물이었던 놀이터에서 억압의 고향인 집으로의 귀향속에서 처음으로 지나가는 눈동자에 조소찬 웃음소리를 들었다.
 어린아이 종종걸음으로 고작 열걸음을 걸었을때 무성의 부르짖음으로 뒤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그때 10걸음 전에 존재했던 나를 처음으로 목격하게 되었고, 그 이후 여물지 않은 나의 인식은 수천번에 갸우뚱거림속으로 귀속되어졌다.
 그 갸우뚱거려지는 인식은 푸르고, 건들거리고, 외나무를 걷고, 울으며 달음질치는 시절을 지나서 휘청거리고,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고, 겁먹은채 웃으며, 선명한채 꿈을 꾸는 지금. 지금이라고 말하기에도 곤란한 지금에서 우뚝 선채 12년전 그날처럼 조소찬 움음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
 고작 몇시간전엔 지금으로 인식되어지는 순간. 그 순간 나는 잠이 들었고 어처구니없음을 이해하는 단계를 언제나 관대하게 포용하는 그것, 즉 꿈을 꾸게 되었다. 나는 꿈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고 그에 관한 책을 읽은적이 없다. 하지만 꿈이란건 나의 부끄러움을 새로운 언어로 나에게 전해주거나 그것이 부끄럽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란걸 알고 있다.
 꿈..
 나는 여동생과 어머니와 집에 있다. 그 여동생은 실제(이 세상에게 실제라고 명한뒤에서야 나는 말한다)에 여동생과 다른 사람이었고 어머니도 실제의 어머니는 아니였다. 하지만 난 그들이 나의 친어머니와 친동생이란걸 확신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한 상태며 우리는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엄청난 무술의 고수였고 자신의 목적으로 우리가 어릴적에 떠났다. 나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동시에 이해할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갑자기 장면이 바뀐다. 동생과 나는 좀전보다 한참은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커다란 괴물개구리가 우리를 공격하려한다. 갑자기 어디선가 아버지가 달려와서 그 괴물개구리를 한방에 거꾸러뜨렸다. 또 장면이 바뀐다. 바다였고 어린나와 동생은 바다한가운데 아주 조금 튀어나온 바위에 몸을 의지한채 공포에 떨고있다. 어디선가 몸길이가 7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뱀이 수면위를 튀어나와서 우리를 공격하려 든다. 갑자기 어디선가 아버지가 나타나더니 뱀을 물속으로 끌고들어가 양턱을 반대로 찢어놓았다. 

 그 장면에 도달했을때에 나는 반정도는 의식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아버지가 인식의 스승인 '진실' 이라는 어설픈 확신감에 젖어들게 되었다. 내가 진실이라고 부르고 싶은것. 그것은 바로 인식하기 이전의 세계였다. 그리고 그것은 어릴적 나를 떠났으며 내가 가장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나타나 나를 구원해 주었고 다시 떠났다. 그러기에 나는 진실을 원망하고 있다.
 완벽히 수면에서 깼을때 쯤에는 이런 억지스런 꿈해몸에 피식 웃음짓기도 했지만 그것은 결코 조소의 웃음은 아니다. 가끔이지만 이런 나의 순수성에 자부심을 느낀다. 잠이 들기전 나는 '싯다르타' 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어쩌면 책을 읽으면서 잔뜩 포장되어진 인식의 세계가 잠결에 나타나, 꿈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싶었던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이야기 하듯, 나는 모든 현상, 또는 현상 너머에 세계에, 인과의 법칙을 적용하려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분 지으려 들고 있다. 책속의 싯다르타는 그러한 모든것을 부정하였고 동시에 긍정하고 사랑하였다. 그는 모든것을 경험하였고 결국 그것들에게 나아감(달아남일지도 모르겠지만)으로부터 단일성을 획득하고 결국 '깨달음' 으로 이르렀던 것이다. 
 많은것을 얻게 해준 책이었지만, 책 또한 싯다르타가 유일하게 부정하였던 '말'로 표현된것에 불과함을 알고있다. 모든것은 내 안에서 끄집어 내야 하는것을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형상이라 불리는 것으로 부터 달아나기에 너무나 연약한 다리를 가졌다.

8.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절망. 제가 실격당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작은 불씨를 친절하게도 몸소 붙이어준 소설 입니다. 그리고 실격된 인간들이야말로 진정한 순수성의 발로 이며, 저란 사람은 어쩌면 그런 사람들 틈에서만 진정으로 미소지을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산건 민음사판인데 민음사판은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9.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
 제가 태어나서 호밀밭의 파수꾼 다음으로 몰입하여 읽은 책입니다. 그야말로 혼신을 다하여 몰입하였고 빠져들어 감동받았고 글썽였으며 다 읽는 순간에는 공허함의 틈새로 수많은 상념들이 비집고 들어와 저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모든 사람은 만남을 통해 상실하고 또한 상실을 통한 만남으로 서로 기대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책속의 나오는 음악모두 제가 너무 사랑하는 것들이라 더욱 사랑스러웠던 소설.

10. 톨스토이 - 부활
 이거 무려 2권입니다. 공지영씨가 우행시를 쓰기전에 모티브로 했다는 말이 떠돌만한 내용입니다. 무슨 삼류드라마처럼 우연때문에 남자주인공이 각성하고 자신에 옛 과오를 씻기위해 별짓을 다하다가 과오의 희생자인 여자가 자신을 떠나자 상실감에 쌓여있다가 성경책 몇구절 읽으니 아싸 좋구나 하는 내용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거 무려 2권입니다. 무려.  


 병장 이건룡 
 그 롤리타 영화가 종종 티비에서 볼수 있던데 프루나에선 힘들겠지만..눈독 드릴 만한 책들이 많군요. 03-12   

 병장 임홍준 
 푸른꽃,, 저도 황민우님의 결산을 보고 꽃혀서 구입했습니다. 

 그외에도 방랑아이야기, 유리알 유희등도 구매하였습니다. 

 그 결산을 다시보려고 찾았는데 삭제하셨나보네요. 

 현제 푸른꽃을 읽는데 저만 몰입이 안되는건가 생각했는데 아니였군요.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내용들이 많이나와 흥미롭습니다. 

 흥미로운데 희한하게 몰입이 안되는 문제가 있지만..하하 

 집중해서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03-12   

 상병 김지민 
 히야, 퀄리티있는데요 이거 03-12   

 병장 안수빈 
 정우군, 음악들으면서 열심히 읽었고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다시 읽도록 해! 하핫. 03-12   

 병장 박상호 
 민음사판 인간실격에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대요? 이런. 전혀 몰랐네요. 
 거기서 더 망가질 수가 있는건가. 후덜덜 03-13   

 상병 윤찬송 
 어릴적, 방학과제물로 제출하던 독후감의 쓰라린 기억때문인지 책을 읽고나서 감상문을 쓰는게 쉽지 않습니다. 그저 나의 감상을 쓰는것일텐데도 말입니다. 
 한번쯤 읽고싶은 책 목록에 써뒀던 책들이 많습니다. 아직 읽지 않고 있어 가슴 한구석이 무거워집니다. 03-14   

 상병 유충신 
 짜라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어려운데.... 읽다가 포기 했습니다.. 
 니체에 대해 좀더 알고 읽어야 이해가 될듯.. 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