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법인세 

현행 한국의 법인세는, 일반적으로 세법상 과세표준액(간단히 말해서 연 순수익)이 1억원이 넘는 기업에 한하여 25%의 세율을 물리고 있다. 05년 전까지는 27%였고, 05년부터 2%포인트 감해진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아직도 한국의 법인세는 너무 높다고 알려져 있고, 대만이나 기타 주변 국가들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다 낮은 수준까지 내려야 기업하기 좋다는 논의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법인세의 존재는 재화 배분 구조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따라서 가능한 한 낮은 세율의 법인세가 기업하기 좋은 사회를 가져온다고 흔히 말해진다. 좋은 얘기다. 사실 기업이 사라지거나 문을 닫으면 일자리도 사라지는 법이고, 높은 세율의 법인세는 자본의 해외유출을 조장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코스타리카였던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어떤 나라는 0% 법인세를 세제화한 나라도 있다던데, 정확한 기억은 아니니 그대로 믿지는 말 일이다. 어쨌든 아마 숱한 인터넷 기업들이 국적을 그 나라로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그 나라에는 고용이 꽤나 창출되었을 것이고, 맹렬한 수준으로 기술이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국민총생산의 막대한 증가에 힘입어 국민들의 생활 수준도 놀라울 정도로 상승되었을 것이다. 퍽이나. 

세율이 높으면 세금 내는 사람은 꽤나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내 돈이고, 돈은 곧 효용인데, 내가 보유한 소득을 아무런 효용의 보답 없이 빼앗아 간다면 당연히 기분이 좋을리 없고, 따라서 조세 저항이 생겨난다. 그렇다고 세금을 걷지 않을 수는 없다. 정부의 역할은 거대하고, 공공재나 소득 분배등 정부 재정이 감당해야할 범위는 지극히 넓으니까. 따라서 주요 국가들은 대부분 나름 느낌있는 소득세율이나 법인세율을 유지하기 마련이고, 오늘도 세계인들은 하나되어 세금과 무능한 정부를 안주 대신 씹고 있다. 어찌 보면 필연에 가까운 희극임에도, 이 우울한 구도를 변화시킬 방법은 그다지 없다. 어쨌든 납세자들에게 불만은 항상 과잉이고, 관료들에게 세금은 항상 과소하다. 

사실 경제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조세 제도 자체에 호의적이지 않다. 조세는 기본적으로 경제 질서를 교란하고 효율적인 자원 분배를 저해한다. 애시당초 완전경쟁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결정된 가격은 시장의 잉여를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시장 경제 원리는 따라서 최소한으로 최대한의 효용을 도출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긍정된다. 간단한 이치다. 가격과 한계효용과 한계비용과 한계수익이 모두 일치하는 지점에서 생산-소비 모두가 효율적이라면 *1 가격과 일치하지 않는 점에서 거래가 이뤄질 경우 분명히 비효율이 발생하니까. 간단한 이치다. 세금이 존재하면 물품의 가격은 세금액에 상당한 수준만큼 증가할테고, 생산자는 세금액이 감해진 가격을, 소비자는 세금액이 덧붙여진 가격을 받게 된다. *2 그만큼 생산자-소비자잉여는 감소하고, 감소량은 항상 조세징수액보다 많다. 따라서 효율적인 분배를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시장 질서가 교란된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모든 세금은 이와 같은 효과를 낳는다. 소득에 대해 메겨지는 소득세는 당연히도 개인의 여가-노동에 관련된 시간의 예산제약식을 비효율적으로 변동시키고, 소비에 관한 무차별곡선을 이동시켜 파레토효율성을*3 저해한다. 부가가치세는 당연히 재화거래에 관한 구조를 왜곡시키고, 불로소득세는 자본과 노동의 한계생산성 간의 비율을 왜곡시킨다. 대부분의 세금은 필연적으로 경제를 왜곡하고 비효율적이게 만들며, 따라서 최적 세금은 '국가 재정의 중요성', '조세와 국가재정의 관계함수' 그리고 '왜곡되는 효율성'간의 상관 함수에 따라 선택되어 져야한다. 정리해서 말하면, 조세는 언제나 우리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왜곡한다. 경제학이 말하는 조세의 부조리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법인세는 조금 특이한 지점에 서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는 결국 기업을 소유한 개개인의 유한 재산의 총합체이며, 투자나 순수익은 결과적으로 주주들의 자산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법인세의 존재는 기업의 어떤 의사결정을 왜곡시키는가? 일반적으로 법인세의 존재는 기업의 추가적인 투자나 연구지출, 그리고 영업 확대 등을 저해한다고 알려져 있다. 법인세는 기업의 수익을 기대 이하로 낮추게 되고, 따라서 수익을 증대할 모든 활동에 대해 기업이 소극적으로 활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법인세(혹은 그 높은 세율)에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는 바로 이것이다. 투자나 연구개발등의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기업의 소득이 과소해지므로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변하고, 따라서 경기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자. 기업의 투자나 영업은, 합리적인 관점에서 볼때 수익이 존재할 경우에만 시도되게 된다. 법인세는 기업의 자산 규모 등에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수익에 따라 비율적으로 부과되며, 기업이 지출한 비용과 감가상각은 마찬가지로 법인세 과세표준액에서 제외된다. 법인세가 없을 때 기업의 투자 결정은 투자로 인한 기대값의 1년간 총합 - 투자에 대한 직접비용의 총합 - 1년간 감가상각비 > 0 일때 이뤄질 것이며, 이 식에 법인세를 도입해도 결정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4 따라서 만일 현행의 법인세가 경제학적 의미의 투자결정에 대한 기업의 기대수익, 비용, 그리고 감가상각비를 반영하고 있다면 법인세가 투자 결정을 왜곡한다는 비판은 무의미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법인세제가 갖는 효용성이 크다면 보다 올바른 결정은 법인세제를 경제학적 의미에 걸맞게 개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현행의 연구에서는 법인세가 상당부분 경제학적 의미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준구, 1999) 

법인세가 정말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국가경제 부분이다. 해외와의 무역 거래, 그리고 자본 이동이 빈번해진 지금 시점에서 (누차 말하지만 경제학적 의미의 자본은 돈뭉치가 아니라 공장이나 기업등에 더 가깝다. 돈뭉치는 경제학적 자본의 한 종류일 뿐이다) 법인세가 높은 국가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 결정에 기피될 수밖에 없다. 당해 국가가 강력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다면, 높은 법인세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관세율 증가 기타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할 수 있으며, 주요 생산지구와 거리가 멀 경우 수송운임 등의 이유로 높은 법인세를 기업에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적당한 수준의 경제대국은 그런 선택을 취할 수 없다. 보다 거시경제학적 용어같아 보이게 말해서 '소국개방경제'에 해당하는 한국은, 거대한 소비여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차단력을 갖지 못하고 따라서 높은 법인세를 유지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유출 및 해외기업의 유입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기업 제도 자체를 기피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자본주의 체제를 선호하는 국가라면 이는 경제적 자살행위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에 대한 시도는 중요한 문제를 야기한다. 일반적으로 법인의 수익은 곧 법인에 소유권(내지는 재산 청구권)을 갖고 있는 이들의 수익을 뜻한다. 보통 법인을 통한 소득*5은 소득세과세표준액에 합산하여 과세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들은 비교적 고소득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중산층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여 벌어들인 소득은 상당 부분 비과세 범위에 들어간다) 법인세 인하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필연적으로 소득의 격차를 증대시키며, 법인에 대한 정부 정책의 영향력을 저해한다. *6 따라서 법인세를 인하하자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득 격차의 문제, 그리고 법인에 대한 조세 공정성 확충을 함께 주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소득 격차는 국민경제의 소비력을 약화시키고, 따라서 법인세에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보다 심화시키는 경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중요한 것은 이 글이 대박 쉬운 경제학에서 쓰일 예정조차 확실치 않았던 뒷 부분의 '재정학' 파트 중 조세론에 해당한다는 것. 

아차. 첫 단락에서 은근슬쩍 제시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현대 경제는 지나치리만큼 유연화되었고, 따라서 그리 손쉽게 코스타리카가 돈을 벌지는 못했다. 법인세가 거의 0%에 가깝게 낮았다면 코스타리카 정부가 법인세 세수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고, 일종의 유령회사 형태로 국적을 두었다면 또한 고용이나 수요가 국내에서 창출되는 효과도 거의 전무했을 것이다. 따라서 국민총생산이 증대되는 정도는 미미했을 것이고, 도리어 국내 문제가 가중되었을 것이다. 국내 소득 격차가 커질 것이고, 장기적으로 빈곤층은 보다 더 강력한 억압 구조 하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인세는 법인 소득을 거두는 개인에게 일종의 이중과세 효과를 부분적으로 (실제로는 이중과세가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소득세를 부분 비과세한다. 하지만 경제학적 의미에서는 여전히 이중과세 부분이 남아있다) 얻기 때문에 초과적인 소득 재분배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영세율을 택한 국가는 이를 성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1. 대박 쉬운 경제학 앞편들에서 설명한 내용이다. 가장 효율적인 생산은 가격과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이뤄질 경우이고, 가장 효율적인 소비는 가격과 한계효용과 한계비용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이뤄질 경우에 이미 충족된 것으로 (그렇게 함으로써 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소비의 추구가 그렇게 될 때) 볼 수 있다. 

*2. 실제로는 수요나 생산의 가격탄력도 등에 의해 다른 형태로 도출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겠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 간단히 서술하였다. 사실 대박쉬운경제학 시리즈 글 중 이런 거 되게 많다 (....) 그럼에도 어렵다면, 필자의 글 실력을 탓하시라 (......) 개인적으로 정말 보통 교과서에서 쉬운 부분들만 빼내어 설명하는 것이니. (........) 

*3. 후생경제학에서 설명했으니 참조할 것. 

*4. 투자로 인한 기대값의 1년간 총합 - 투자에 대한 직접비용의 총합 - 1년간 감가상각비가 0보다 크다면, 법인세율 x (투자로 인한 기대값의 1년간 총합 - 투자에 대한 직접비용의 총합 - 1년간 감가상각비) 도 마찬가지로 0 보다 크다. 따라서 투자 결정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의 왜곡은 없다. 

*5. 주식 배당액이나 채권이자, 매도가능증권처분차익 등이 여기 해당된다. 

*6. 여기서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라는 것은 뒷돈 받을 힘! 이나 턱짓으로 기업인 오락가락시킬 그런 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혹은 국가 전체적 사업 집행, 기업의 사회복지 의무 촉구, 시장 질서 유지 등의 국가 기본적인 질서 유지를 위한 집행력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