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과 한계, 균형 

경제학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어휘는 효율과 한계, 그리고 균형일 것이다. 현대 경제학에서 그 세 단어를 빼고서는 그 어떤 이론도 전개되지 않고, 그 어떤 상황도 설명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의 제 개념들은 한계, 효율, 균형에 입각해서 고찰되고 수립된다. 문제는 이들 어휘가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리어 오해를 낳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일상적 언어와 학술적 언어는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도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예가 효율성이라는 어휘일 것이다. 효율적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둬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에서도 마찬가지 의미를 갖는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어낼 수 있는 것을 효율적이라 말한다. 하지만 어떤 것을 경제학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효과라고 할 수 있는지, 어떤 것을 비용으로 생각하는지가 다를 수 있다. 경제학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것은 생산자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얻어낼 수 있는 수준의 생산을, 소비자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용을 얻어낼 수 있는 수준의 소비를 최소한의 거래비용으로 해 내는 것을 말한다. 자연히, 거래의 권력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경우라면 소비자와 생산자의 초과적 잉여는 최소화되며, 양자 모두 사실상의 실비만을 지불하고서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거두게 될 것이며, 따라서 경제 체제 전반에 어떤 일부 개인의 초과적인 이익은 감소할 것이고, 전체적인 비용은 최소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에서 효율적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오해와는 달리 경제학은 기업이 생산 체계를 효율적이게 만드는 방법이나 재무구조를 건전화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은 경영학의 범위이며, 경제학은 최적화한 구조를 기업이 가지려 항상 노력한다는 전제에서 논의를 전개한다. 

한계란 한계혁명이라고도 일컬어지는 경제학의 급격한 변화시기 이후로 경제학 이론의 근간이 된 개념을 말한다. Marginal, 한계, M은 모두 한계라는 같은 개념을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단위가 증가할 때의 변량'을 한계변량이라고 표현하며, 비용이나 수익 등에 대해 주로 사용한다. 효용이나 손실 등은 일반적으로 기수적으로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에 화폐가치로 환산해서 말해지는데, 개인이 아이스크림을 하나 섭취할 때 얻을 수 있는 효용을 400원으로 치고, 두번째 아이스크림을 섭취할 때 300원, 세번째 아이스크림 섭취 시에는 100원의 효용을 얻을 수 있다면 한계효용은 각각 1번째 아이스크림에서는 400원, 2번째에서는 300원, 3번째에서는 100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계효용은 체감하는데, 동일한 물품을 거듭 소비할 경우 '질린다'는 개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단, 화폐에 대한 한계효용이 체감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이론에 따라 다르게 치부된다. 반대로 한계비용은 생산시 생산단위 증가에 따라 체증하는데, 이는 제한된 자본(그러니까, 넓이가 일정한 작업장 등)에 더 많은 노동자를 투입해도 노동자 수 만큼 산출물이 배증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급양 등의 간접비용이 증가되는 한편으로 혼잡비용 등이 초래된다는 사실에서 입증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각각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과 '한계비용 체증의 법칙'이라고 말하며 제 시장 분석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개념들로 활용하고 있다. 체감하는 한계효용을 곡선으로 그리면 그래프 상에서 우하향하는 곡선이 되며 한계비용은 우상향하는 곡선이 되는데, 각각 x자 모양의 수요 공급곡선이라고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다. 

균형은 통념과는 달리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뾰족한 4B연필을 생각해 보자. 이 연필을 뾰족한 면을 책상에 대고 세우는 것이 힘들기는 할 지언정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운 뒤에도 작은 바람에도 연필은 넘어질 테지만, 어쨌든 연필은 '균형'을 갖고 서있게 된다. 경제학에서 연구하는 균형은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라 '어쨌든 멈춰있는' 모든 상황을 말한다. 소비자선택과 물가간의 관계를 연구한 에치겔의 경우 농산물 등의 가격이 발산적으로 움직이거나 진동하는 경우가 존재함을 증명한 바 있으며 이 경우는 물론 명백하게 균형이 아니다. 하지만 보통은 균형을 이룬다는 것은 분석 대상이 되는 각 지표가 필연적으로 어떤 한 지점으로 몰려서 경제 상황을 (국가 경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지갑 상황과 머리로 느끼는 효용도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일정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 균형이다. 다만 그 균형은 앞서 말했듯 또한 금방 변화할 수 있다. 

합리성 역시 오해를 받아온 단어 중 하나다. 합리란, 사전적 의미로는 이치에 맞는 바를 사려로 따지어 짚어 들어가는 것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의미는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경우를 뜻하며, 굉장히 넓은 범위에 적용되는 단어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합리적이라고 하는 것은 조금은 다르다.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이라는 것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효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같은 조건이 주어졌을 때는 같은 선택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라 상정한다. 일례로 소비자 이론 중 현시선호이론은 한명의 소비자는 두개의 선택지 중 항상 같은 것을 고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론을 성립시키며 이것을 합리적이라 칭한다. 지금은 순대가 먹고 싶어서 분식집에서 순대를 골라먹고, 내일은 같은 재력을 지닌 사람이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사먹는 것은 일상적으로는 합리적일 수 있지만 경제학적으로는 합리적이지 않다. 일관됨, 그리고 비용과 수익에 대한 논리적인 판단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유를 경제학에서는 합리적이라 칭한다. 


주 1 : 경제학 개념에 대한 일반적인 통설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주요한 예로 '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이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합리적 기대는 기대값에 근거하여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의 도박장에 내걸린 도박 공고와 그 결과에서 이 추측은 무너졌다. 1만 루브르를 참가비로 제출한 모든 이들은 동전을 던지는데 계속 뒷면이 나오다가 n번째에서 처음 앞면이 나오면 2의 n승에 해당하는 상금을 받을 수 있는 내기였다. 이 도박의 기대값은 무한하고, 그러나 도박에 뛰어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기서 도출된 폰 노이만의 (바로 그 사람 맞다) 기대효용이론의 경우 기대값과는 조금 다르게 각 개인의 기대효용함수를 가정하고 (일반적으로 변수에 루트를 씌운 함수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각 상황이 일어날 확률 X 각 상황에 대한 '효용')값에 따라 소비자들이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기대값과는 달리 효용은 개인별로 변화가 가능하므로 위험선호-기피자의 분리가 가능하며, 보다 합리적으로 시장 상황을 설명한다. 

주 2 : 반드시 이치에 맞는 가설과 설정 위에 세워진 이론만을 경제학적인 타당한 이론으로 치는 것은 아니다. 이같은 태도는 피셔의 말에 따르면 '제 아무리 허황한 가정에 입각한 이론이라 할 지라도 그것이 현실 경제 변량 분석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될 수 있다. 실제로 거시경제학적인 이론 중 일부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상당히 어긋난 설정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경제적 선택은 항상 합리적이다'라는,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실제와 조금 거리가 있어보이는 경제학의 기본적인 가정이 숱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명맥을 이을 수 있는 것은 그런 가정위에 세워진 이론들이 현실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