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내글내생각] 달리기
병장 홍석기 [Homepage] 2009-02-03 16:28:42, 조회: 471, 추천:1
달리기
1.
달리기. 나는 달리기를 정말 지지리도 못 했다. 특히나 어린 시절, 달리기는 나에게 말 그대로 '증오'의대상이었다. 아침에 부모님과 자주 보았던 6시 모닝와이드에서 장재근 아저씨가 나와 달리기의 중요성, 달리기의 탁월한 효과, 달리기의 미학 등을 운운하며 100m를 얼마에 뛰었다는 둥 자기 자랑을 늘어놓고 리포터와 갤러리가 경외의 눈길을 보냈어도, 달리기는 나에게 영원히 사랑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그놈의 모닝와이드를 종종 함께 시청하시던 부모님이 조깅 하자며 꼬시고 다그치고 윽박지르고 하셨는데도 무작정 개기다 엉덩짝을 후려맞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꿋꿋이 버틸 정도로 끔찍히 싫어했다. 올림픽 볼 때도 육상 부문은 아예 쳐다 보지도 않았고, '달려라 하니'는 왜 계속 방영하는 거냐며 당시 4살 먹은 동생에게 언론의 횡포를 설파하기도 했다. (결국 '영심이' 이외에는 보지 않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열불이 났다. 아니, 내가 왜 달리기 따위를 해야 하는 거냐고. 그래서 나는,
지금이 유신시대야! 원래 '체육'과목은 가장 강인한 전사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서 전 국민의 군인화를 이룩하기 위해 채택된 거라구! 그리고 애초에 왜 나는 안 뛰면 안 되는 거야! 학교는 당장 공장식 '찍어내기' 교육을 중단하라! 우리에게 교육의 자유를!
등등의 구호를 외치며 교문 밖으로 뛰어나갔...을 리는 없잖아.
2.
당시 나의 달리기 성적표는 형편없었다. 1학년때 10명중 8등. 2학년때 7명중 5등. 3학년때...는 기억이 안 나고 5학년때까지도 한 번에 10명이 뛴다고 했을 때 7등 위로 올라가 본 적이 없었다. 6학년 때 딱 한번 5등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난생 처음으로 5등, 5등을 했을 때 속으로 터질 듯한 환호성을 지르며 몸이 하늘로 붕 뜨는 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설마, 아니 당연히 오르가즘은 아니다. ) 마치 98년 벨기에전에서 유상철이 터뜨린 통쾌한 동점골과 같은 기분. 그래봤자 다른 애들은 눈길 한 번 안 주었지만. 아, 물론 이건 단거리 얘기다. 하지만 장거리라고 크게 사정이 다를 것도 없었다. 장거리는 5학년 때부터만 뛰었는데, 그때는 뒤에서 10등인가 했고 6학년때는 당시 나의 명망을 이용하여 1바퀴 안 뛴 것을 교묘히 속이고는 2등인가로 들어왔다(물론 앞에서 2등!). 하지만 사기 친 기록이니까 무효. 내 달리기는 이런 수준이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뒤도 안 돌아보고 무식하게 뛰기만 하는 저 단순한 운동을 도대체 내가 왜 못하고 있는 것인가. 당시 나는 고구려의 역대 왕 이름을 1대부터 28대까지 모두 알고 있었고, 나트륨 원소의 중성자 수를 알고 있었으며, 이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알고 있었고,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과 레판토 해전이 발생한 날을 알고 있었다. 이 중 세 개는 방년 23세의 내가 모르는 것들이다. 내가 비록 벌써 베둘래햄도 좀 나오고 가슴 크기도 또래 여자애들 몇몇보다 크긴 하지만, 모르는 게 없는 전지전능한 천상천하 유아독존, 방년 12세의 홍석기가 저런 단순한 '달리기' 따위에서 바닥에서 기고 있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아. 이건 내 인생의 오점이요, 수치다! 나는 이 사실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한이 맺혀서 남몰래 연습도 하긴 했었다. 무념 무상의 상태로 뛰어라, 양 팔을 최대한 많이 휘저어라, 가능한 보폭을 좁게 해라 등등을 어디서 듣고서는 갖가지 테크닉을 실전에 적용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도무지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발전은 없었고 나는 절망하기 시작했다. 내가 절망한 만큼 나는 더더욱 달리기를 증오하게 되었고, 더욱 더 멀리하게 되었다. 결국 언젠가 나는 포기해 버렸다. 저런 단순 무식한 운동은 뇌까지 근육으로 가득 차서 툭하면 주먹질이나 하는 야만인들이나 하는 거다, 라고 자위하면서.
물론 미련은 남아있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발빠른 그들은 더욱 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운동회의 하이라이트인 계주 시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운동장을 질주하며 탄성을 자아내고, 결국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하여 대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멋지다, 제길. 미치도록 부러웠다. 아니, 정작 미치도록 부러운 부분은 따로 있었다. 왜 항상 발빠른 놈들은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있는 거냔 말이냐. 그것도 전교 톱 파이브 안에 드는 미녀들이 수줍은 듯 빼빼로를 주고 가는 모습을 목격할 차에는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다. 약해지면 안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교길에 홀로 아몬드 빼빼로를 사먹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결코 그들처럼 될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아예 달리기의 '달'자만 들어도 진저리를 쳤다. 생각해 보니 '달'자 들어가는 거 다 재수 없는 것들이잖아. 달동네, 달리. 달달이.... 또다시 달리기 따위에 매달리다 좌절하긴 싫었다.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모두 주르륵 세워 놓고 달릴 때 혼자 뒤로 쳐진 다는 것이, 모 체육선생의 말대로 '낙오자'가 되어 '이 낙오자 색히들이' 말을 듣는 것이 얼마나 처참한 기분인지를.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을 대하는 세상의 이면, 그 형언할수 없는 잔혹함을 말이다. 그것은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티라노의 아가리 이상으로 무서운 놈이어서, 나는 도망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발도 느린 놈이 쥬라기 공원에 들어갔다가는 제일 먼저 뒈진다는것을, 말이다.
3.
대부분의 '굼벵이'들이 그렇듯이, 내 학창시절을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뭔가 파란만장하다거나 화끈하다거나 익사이팅 하드보일드, 의 삶을 살려면 잘 튀어야 한다. 제임스 본드. <다이하드>의 부르스 윌리스. 심지어는 쥐꼬리 만한 월급에 허구헌날 라면만 처먹고, 꾀죄죄한 옷차림의 강동경찰서 강력반 강철중도 시바 달리기는 잘한다. 굳이 주인공이 아니라도, 최종 악당이건 동료 1이든 화끈한 삶에서 어느정도 비중을 차지하려면 잘 달려야 한다. 아니 조금 스케일을 내려서, 매점에서 뭘 뽀린다든가, 옥상에서 쌈배 좀 빨고 5대 5 난투극 같은거 좀 해보려고 해도, 하필이면 해병대 출신인 매점아자씨나 전 국가대표 스키선수였던 학주, 20대 1로 붙어서 이겼다는 상대편 캡장에게 붙잡히지 않으려면 시바, 일단 잘 튀어야 하지 않겄냐. 심지어는 소설에서도, 좀 간지나는 주인공이 되려면 <GO>의 스기하라처럼 전철과 달리기를 하는 경지에 이르거나 하다못해 <69>의 야자키처럼 육상부 애들보다 잘 뛰지만 일부러 안 뛰는 여유를 보여줄 정도로 잘 뛰어야 한다더라.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나는 달리기를 못 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젠 뛰지도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재미있는 삶이 있을 리가 없다.
물론 이제는 문자 그대로의 '달리기'외에도 또 다른, 더 구역질나는 '달리기'가 존재하고 있었다. 올림픽 등재도 안 된 듣보잡 종목임에도 한창 유세를 떨던 그 '입시'라는 종목은 모두를 같은 출발선에 두지도 않았다. 누군가는 학원이니 서울대생 과외니 원어민 회화 등등을 들으며 원래 있어야 할 출발점에서 찔끔찔끔 앞으로 나가서 골인 5M지점에 서 있고 누구는 100M에서 출발하는 것도 치사하건만, 5M에 서 있는 놈은 에어맥스 신고 있고 100M에 있는 놈은 맨발로 뛰어야 했다. 게다가 타임아웃까지 있었다. 정해진 시간까지 못 들어온 놈은 영원히 결승점을 밟을 수가 없었다. 뭐 이런 웃기지도 않는 게임이 다 있어, 라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5M 뛰고 들어온놈에게 천 만명의 갤러리가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었다.
치가 떨렸다.
하지만 나도 뛰어야 했다. 제기랄. 달리기라면 신물이 났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를 하며 소설 영감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보고 있던 <상실의 시대>를 덮어버렸다. 그 후로 나는 하루키의 책을 보지 않았다.
열이 뻗쳐서 그냥 걸었다. 삥 뜯기면 삥 뜯겼지 그냥 걸었다. 다행히 내 출발점은 5M 였다.
4.
스물 한 살이 되었을 때 나는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나는 내 스스로 성공하리라 다짐하고는 잔인한 경쟁 논리로 점철된 사회속에서 '치킨 런'이나 '랫 레이스'를 시작했다....라면 뻥이고, 포레스트 검프처럼 '그냥 달리고 싶어서' 도 아니며, 그저 여느 때처럼 저녁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아무리 휴학생이라도 허구헌날 집에 쳐박혀 컴퓨터나 할꺼야! 나가서 운동이라도 좀 해! 라는 구박과 함께 어머님이 밥그릇을 뺏어가시는 바람에, 라고 하면 정확하다. 그런고로 운동은 해야겠는데, 복싱 체육관이니 무슨 도장이니 헬스 클럽 따위를 내가 열심히 다닐 리가 없고, 조기 축구회에 나가자니 아침마다 물 떠다 날라야 할 꽃다운 나이인지라- 이것저것 사서 집에서 운동하기도 귀찮고- 에이 그냥 뛰자, 하고 그냥 집 주변을 무작정 달리기로 했다.
도시는 시끄러웠고 매연 냄새는 코를 후벼팠다. 그러나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눈 한번 깜빡하면
더 많은 차량이, 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고가 도로가 올라가며 아기자기했던 5층 아파트가 33층이 되어 변신 2단계의 우주로봇이 되어버리는, 이 도시란 놈의 속도를 나는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달리는 순간, 이 도시도 같이 달린다. 느리게 뛰면 차는 좀더 느리게 가고, 빨리 갈수록 네온사인은 더 거세게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도시의 속도를 컨트롤 한다. 한적한 공원은 안단테로, 아파트 단지는 모데라토로, 화려한 사거리는 프레스토로. 저 시끄럽게 짖어대는 저 개baby는 8분의 12박자로 넘기고, 저기 김태이 닮은 누님은 4분의 3박자로, 천천히. 어떨땐 나의 맥박에 맞추어. 어떨 땐 호흡에 맞추어. 마에스트로가 되어 세상을 연주하고, 세상은 오케스트라가 되어 나와 함께 달린다. 항상 나를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며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저 하얀 선으로 뛰게 하던 그 세상이란 놈이, 나와 함께 뛰고 있다. 둘 중 누구도 밀리지 않았다, 아니, 서로를 앞지르지 않았다. 내가 천천히 뛰면 천천히, 빠르게 뛰면 빠르게. 팽팽한 긴장감을 즐기며 나는 달렸다. 20분이고, 40분이고 달렸다. 러너스 하이가 느껴진다. 이런 기분, 초등학교 6학년 이래로 처음이잖아.
유쾌하게 경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오랫동안 덮어두었던 <상실의 시대> 를 펼쳤다.
하루키는 최고다.
5.
그리고 나는 매일 달렸다. 미친 자처럼 거리를 달렸다. 나의 청춘도 달리기 시작했다. 뭔가 파란만장하다거나 화끈하다거나 익사이팅 하드보일드, 한 무언가가 내 지루한 삶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세상과의 팽팽한 배틀. 이거 조금, 멋있어 보인다.
그렇게 세 달을 달리고, 3월에 있었던 하늘지킴이 선발대회에서 1.5km를 뛰었다. 첫인상이 좋아야한다,는 어머님의 말씀에 이건 면접이 아니라구요, 라고 말해봤지만 안 먹혀서 정장에 구두를 신고 와버렸다. 젠장. 정장에 구두를 신고 1.5km를 뛰어서, 60명중 일곱 번째로 들어왔다. 놀라웠다. 5월에 입소한 꼬꼬마 학교에서는 40명이 뛰어서 2등으로 골인했다. 2등. 생애 최고의 기록이다 시바. 달리기가 끝나고 동기 녀석이 너 의외로 빠르더라, 라는 말을 던졌다. 하기야 뱃살도 있는 놈이 그렇게 뛰었으니까. 나는 어느샌가 '달리기 빠른 놈'이 되어 있었다 (물론 아직도 단거리는 쥐약이지만). 영원히 끝나지 않는 세상과의 팽팽한 배틀의 결과. 기록따윈 재지 않았고, 제친 사람 수도 세지 않았지만, 하루 하루가 무섭게 변화하는 세상과 맞달린 결과. 그래, 난 이 세상이란 놈을 뛰게 할거야.
삶이 힘들다고, 경쟁은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그저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난 주저없이 달리기를 추천할 것이다. 괜히 기록 따위 재지 말고 홀로 세상을 달려보라고. 그러면서 도무지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이 세상의 속도를 마음껏 조절해 보라고. 세상과 함께, 누구도 추월되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맞다이로, 일대 일로 승부를 내어 보라고.
그리고 그 영원히 끝나지 않는 배틀을 즐겨 보라고
말이다. 물론, 이 시합에서는 에어맥스를 신을 필요도, 꼴찌 했다고 주저앉을 필요도 없다. 그저 유쾌하게 달려나가다 보면, 당신과 함께 뛰는 세상을 보며 당신은 조금씩 변화하고, 세상 역시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그런 고로
혁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여, 뛰어라.
세상이 뛰게 될 것이다.
저녁을 꿈꾸는 쿠닌들이여, 뛰어라.
시간이 뛰게 될 것이다.
090203
풀린 날씨 속, 문득 뛰고 싶어 지는 어느 날에-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2-15 12:46)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01
15:20:54
상병 이동열
조회수 1에 보는 상큼함이란-
읽으면서 평소의 석기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뭔가 유쾌한 걸요? 으음...
전 아침마다 뛰니 더 뛰고 싶지는 않다는(삐질...) 2009-02-03
16:33:38
책마을
동열// 옛날에 '7년의 공백' (김화백도 아니고 선전을) 이후로 이런 글을 쓰지 않았었죠. 근데 어제 하필 장진 희곡집을 읽다 보니 그 날아갈 듯한 문체가 확 끌리더라구요. 개그 본능 (이라 쓰고 '주책' 이라고 읽는다) 의 부활, 이랄까.
앗, 그러고보니 매일 강제적으로 뛰시는 분들께는 죄송하다는...특히 아침 굽오는 정말... 2009-02-03
17:01:16
병장 이지훈
캬오. 재밌습니다 재밌어요!
익사이팅 하드보일드
흐흐흐 2009-02-03
17:06:58
병장 최영민
우리회사는 아침마다 안뛰어서 그 마음이 이해가 되지는 않네요.
그런데 가끔씩 마음이 답답하고 불안할때는
아주 추운날 한번 정신나간 아이처럼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들지만,,,
워낙 느린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크크 2009-02-03
17:20:22
상병 이동열
석기// 하긴 저도 '삭제'란 글은 이런 느낌으로 써본적이...(저도 선전인가?, 땀)
아침마다 뛰면 추운것도 더운것도 아닌것이 기분이 참 오묘합니다(흐흐흐) 2009-02-03
17:46:25
상병 김요셉
흐아. 이런 문장, 좋아요. 부러운 문장이에요.
<가지로> 2009-02-03
20:14:10
상병 이석재
아침 굽오. 뛰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허허허허허허허.... 2009-02-03
20:51:56
병장 고은호
저만의 페이스로 뛰는 것과,
집단 속에서 강제로 뛰는 것은 많이 틀리죠.
저도 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끔씩 정말 뛰고 싶을 때가 있어요.
몸이 괜히 들썩 들썩 한달까요.
하지만 굽오는 별로~ 낄낄~ 2009-02-04
09:05:24
병장 고은호
아차. <가지로>
이런 유머러스한 글 좋아해요.
아침부터 기분이 좋네요. (웃음) 2009-02-04
09:06:31
책마을
동열// 으...그 춥지도 덥지도 않은데 약간 축축한 기분...좀 드럽더군요.
영민//흐흐 바로 그 기분입니다. 저도 느릿느릿한 라이프가 좋고 실제로 작대기 하나때부터 느릿느릿하다가 곱창 좀 구워먹고 했지만, 가끔씩 정신나간 아이처럼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기분을 간직한 채 뛰다보면 뭔가 유쾌한 기분이 들구요. 물론 얼마동안은 아무리 유쾌해도 후유증으로 몇날며칠 이불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다보니 절대로 못 뛰었지만.
석재// 허허. 저희도 이제 슬슬 뛸 것 같아요 (울음)
은호// 예. 저도 그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집단 속에서, 특히나 강제성이 부여된 달리기는 그저 '달리기를 위한 달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다고 생각되요. 다들 뛰니까, 그저 뛰는거죠. 뭐 이런 유형의 달리기에서도 뭔가를 얻는-하다못해 체력이라도- 분들이 분명 계시겠지만, 자신의 페이스로 뛰는 것보다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뛰는것이 보다 자신에 대해 좀더 많은 것을 알아갈 수 있다고 할까요. 물론 이것은 각자의 지향점이 어디냐에 따라 충분히 다른 입장을 가질 수는 있지만 말에요.
저도 정말 가끔씩 미치도록 뛰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거 뭐 야생의 본능도 아니고 2009-02-04
10:53:43
상병 정근영
와우
역시 좋군요
이런 느낌의 문체는 역시 참 좋아요
나는 석기씨를 사랑하게 되버린 건가봐요...라면 거짓말이고
리오 퍼디난드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는..(응?)
영원히 끝나지 않는 세상과의 팽팽한 배틀
캬, 이 부분 멋지군요
이건 가지로- 보내버려야겠군요.
흐흐흐 2009-02-04
22:33:25
병장 김민규
허허, 저도 석기님만큼이나 잘 못 뛰었던데다, 입궁 이후 하도 뛰는 것을 강요받는 것에 질리다 보니 완전 질려있던 차였습니다. 걷는건 누구보다도 좋아하는데, 그러니까 심심하면 종로에서 동대문, 여의도에서 당산, 동대문에서 청량리, 이 정도 거리는 그냥 걸어다니는데 말이지요.
결국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나 자신이 아닌가 싶네요. 결과적으로 뛰든 걷든 움직인다는 행위의 본질은 동일한데, 그게 즐거울 수 있거든요. 그 자체를 부정할 필요야 있겠는가 싶고, 음-
인간이라면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을 겁니다. 행복하기로 결정하렵니다.
가지로 2009-02-05
09:06:25
병장 박찬걸
저도 고2때 까지만 해도 10분 나왔는데 석달전에 함 뛰니까 6분대가 나오더군요. 체력이 늘긴 늘었나봐요.크크 2009-02-06
15:56:18
상병 장형순
가지로.
이 글을 읽고 홍석기님 글 다 검색해서 읽었다니까요. 후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