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소설] D 
 병장 임정우 01-18 08:50 | HIT : 123 



1.
 지금은 가을이라하긴 조금 이른, 꽤나 늦은 여름이라 할만하다. 늦더위는 신발 밑창부터 부글부글 끓게하더니 이마에 맺힌 땀방울 마져 증발시켜버릴 작정인듯 활활 타오르고 있다. 나는 지금 학교를 서둘러 가는 중이다. 지금시각은 8시10분. 이미 10분은 지각했으니 운동장 세바퀴정도는 뛰어야할듯 하다. 이미 이골이 나버려 익숙할듯도 싶지만, 졸음에 잠식당한 상태로 몸뚱이를 움직이는것은 꽤나 고역이란 생각이 들어 갑자기 기분이 불쾌해졌다. 인도에서 풀밭으로 풀밭에서 샛길로 최대한 짧은 거리로만 걷고있는데, 조금 앞쪽에 나와 같은 경로로 걸었음이 분명한 누군가가 보인다. 안녕. 녀석은 뒤를 살짝 돌아본채로 무덤덤히 인사를 건낸다. 녀석에 이름은 D. 하얀피부와 검은 머리칼이 서글픈인상을 주는 소년이다. 아. 그게 아니라 청년이랄까? 그러니깐 소년과 청년의 아슬아슬한 경계인것도 싶고, 때론 노인의 진득한 체취마져 풍겨나오니, 몇번을 봐도 고개를 갸우뚱 거릴 밖에. 누구보다 평범한듯 생활하고는 있으나 누구와도 크게 연관되지 않은채, 마치 존재하는지가 의심스러운 미세하고 무신경한 바람같은 존재였다. 방금 언급한데로 D는 사람과 거의 어울리지 않는 편이었는데, 그래도 나와는 친한편이라 할수있다. 우리는 주로 어둠이 허공에 완벽히 스며든 진한 새벽녘에, 동네 근처를 걷거나 가로등에 기댄채로, 무겁거나 때론 가벼운 이야기를 하곤 했다. 사실 나도 사람자체에 관심이 없는편이고 학교생활은 겉돈채로 수업시간엔 거의 잠들어 있었고, 방과후엔 집에와서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만화나 끄적대며 음악이나 듣으며 멍하니 있는, 그러니깐 혼자 지내는걸 즐기는 편으로, 녀석과도 이렇게 가까워질줄은 상상조차하지 않았었다. D와 나는 책상으로 치면 앞뒤자리에 위치해 있었는데, 우리의 인연은 녀석이 나의 펜을 줍게 되며 시작되었다. 난 수업시간에 깨어있는동안엔 잡생각을 하면서 펜을 돌리는 습관이 있었는데, 수년간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서너번에 한번은 떨어뜨리곤 했다. 떨어뜨리는 서너번중 한번은 바닥에 떨어지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D는 떨어지는 순간(거의 완벽히 동시에) 그걸 캐취하고마는 것이었다. 그리곤 담담한 눈빛으로 펜을 건네어주고는 다시금 수업에 집중(실제로 하는지 의심되지만 그런것처럼은 보인다)하는것이다. 지금이야 물론 익숙해진 광경이라 그러려니 한다만 처음 보았을때는 상당한 놀라움으로 다가왔었다. 녀석을 처음만난건 2000년 3월 2일이었고, 우리가 처음으로 대화란걸 하게된건 녀석이 나의 500원짜리 검은색펜을 줏어준지 2달쯤 후, 아마 늦은 봄이었을 거다. 



2.
 어머니의 사랑을 머금은 햇살이 작은풀들에 잠을 깨웠고, 어린풀들은 수많은 빛깔중에 녹색만을 편식하여 푸르고 또한 푸르렀다. 아스팔트를 사이로 양쪽엔 인도가 길게 늘어져 있었는데, 그 푸르고 푸른 어린풀들은 인도를 메꾼 벽돌틈새에서 아기새마냥 고개를 잔뜩 쳐든채 햇빛 한줄기라도 더 먹겠다며 야단을 떨다가, 배가 터질정도로 잔뜩 먹고난 후에는 봄의 흔들거리는 꼬리가 만든 포근한 바람에 몸을 맞긴채 눈을감고 맑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멜로디는 아기자기한 경쾌함을 머금은 두번째 바람으로 탈바꿈하여 나의 팔꿈치 아래쪽을 기분좋게 건드리고 지나가 버린다. 바람에 기분좋게 저항하는 나의 몸뚱이는 어느덧 목적지점에 다달랐다. 영성교회. 집에서 20분정도 거리에 위치한 교회로 우리동네에서는 꽤나 유명한 교회이다. 내가 교회를 가는 이유는, 오로지 신에게의 항거함이 목적이고, 영성교회를 가는 이유는 꽤나 큰 교회이기에 갑자기 그만뒀을때 성가시게하는 정도가 적을거라는 예상에서였다. 허나 조금 크다는걸 제외한다면 아무런 특징도 없기에, 몇번다니다가는 실증이 나버려서 다른곳으로 옮길 가능성이 농후했다. 입구를 지나치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냥 예배당 구석자리에 조용히 앉은채 십자가를 잠시 쳐다보고 눈을 감았다. 공기를 잔뜩 머금은채 십자가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인간은 아담과 하와시절부터 죄를 지었고, 죄를 중독된 습관처럼 상습적으로 저질렀다. 죄라는건 사실 여자의 나신처럼 매력적이라 결코 중도에서 달아날 길은 없다.. 신은 이에 분노하거나 슬퍼했고, 이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독생자 예수그리스도를 내려보내 모든이에 죄를 짊어진채 십자가에 죽게한다. 그리고 사흘만에 무덤에서 부활하여 하늘로 올라간다. 이것이 십자가의 의미이고 기독교에서 가장 강조하는 교리이기도 한다. 아쉬운것은 인류는 지금도 끊임없는 죄를 행하고 있고, 어리석은 신은 아직도 슬퍼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밀란쿤데라의 말을 빌어보자.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음으로 인간이 행한 나쁜죄악들은 신에 책임이 아니라고 치자. 하지만 인간에게 창자가 있음은 전적으로 신에 책임이다] 나는 이말을 좋아한다. 내가 해석하는 이 말의 의미는 이러하다. 신은 우리를 창자를 지닌 더러운 존재로 창조했고, 때문에 더러운 우리는 창자가 없는 순결한 신에게 매달릴수밖에는 없는것이다. 그것이 신이 우리를 자신에 집으로 초대하는 유치한 방법일지 모른다. 그러한 유치한 행동이던 선이던 악이던, 우리는 우리의 자유의지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한다. 선과 악은 대치된다. 하지만 자유의지 자체도 구별이 있단 말인가. 각개인의 자유의지는 동일하다는 전제로 이야기 하겠다. 동일한 자유의지가 무언가를 선택한다면 그 선택의 질도 차이를 둬서는 안된다. 한마디로 선과 악은 다르긴하지만 차이는 없다는것이다. 신이 주신 자유의지는 고귀한 능력이지만 그걸 운용하는 우리는 부족한 존재이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자유의지 자체가 우리의 일부이고, 또한 운용매개인데, 우리에겐 또다른 우리가 있어서 그 운용매개를 다시 운용해야하고 만약 잘못을 저지르게되면, 자유의지를 포함한 우리는 순결하나 그걸 운용한 우리는 악의 무리로 분류되어 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옳은 일을 행하면 자유의지를 포함한 우리는 그걸 운용하는 우리와 함께 하나님에게 흘러간다는 말이 되겠는데. 여기에 자유의지란 대체 무엇일까? 1984에, 윈스턴도 결국에는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빅브라더를 사랑하고야 말았다. 여기서 오브라이언이 사용한 방법과 유일신이신 하나님이 사용한 방법은 동일하다. 신은 모든걸 유한하게 만들었고 오로지 신만이 유일하고 강력한 존재임을 강조함으로 유한한걸 슬퍼하는 연약한 우리를 무언가에 기대게 만들었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의 생각을 조종하여 고통보다 무서운 기대의 단절을 통해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당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자유의지가 이토록 쉽게 조종당한다면 도대체 '자유의지'에서 자유는 어떤의미란 말인가! 나의 미래는 어쩌면 윈스턴의 사랑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고 신이 우리에게 진정원하는게 무언지도 궁금할 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내가 신에게 원하는것은 이것이다. 신이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거나, 내가 좋은놈은 아니랍니다라고 껄껄 웃으며 시인하는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나의 의문의 창은 규칙적으로 산산조각난채 손쌀같이 달려가서 의심의 고리들을 사정없이 잘라내 버릴것이다. 정말 우수운건 신이 어떤생각을 하는지 어느누구도 알길이 없는게 분명한데, 그 신보다도 더 많은걸 아는 부류가 있다는 것이다. 그 부류에 장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오오! 우리의 하나님은 모오(꼭 이렇게 길게 끌어야만 하는가)든 걸 이미 계획(정해진 계획은 오로지 죽음뿐이네요 아저씨)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이 이미 계획하신 그 길을!!(이쯤에서 꼭 강조해야만 한다)걸어야만 하는것입니다. 그럼 기도하겠습니다. 순시간에 엄숙해져 버린다. 난 이순간만 되면 표가 나지 않을정도로 지뿌린채 눈을 반듯이 뜨고만다. 항상 되풀이되어지는 고귀한 말씀이 나에게 항상 되풀이되어지는 반항의 입김을 사그러뜨린다. 그 상황이 너무도 가증스러워 눈길을 왼편으로 돌린채 입가에는 쓴웃음을 거는것이 나의 소심한 저항이다. 소심하다고 욕하지 마라. 어느 누구도 신을 이길수는 없다. 하지만 신도 누구를 이기려 들지 않는다. 이미 승패는 결정되어 있고, 그 결정된 승패가 다가오기전까지는 신 본인도 미리 이겨서는 안되는 그러한 룰이 있다. 나의 저항은 그 비열한 승부에 유일한 틈새공략인 셈이며, 그 무기는 노려봄과 찌푸림밖에 없을지라도 여기서 그만둘수는 없는것이다. 나의 미미한 저항에 답하여 신은 매번 동일한 무반응이란 선물을 준다. 허탈해하며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는 D가 있었다.



3. 
 내가 우연히,아니! 이것도 분명 계획된 무언가에 일부였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D가 있다는건 정말이지 우연인것처럼 느껴졌다. 녀석은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금 설교에 몰입했다. 아니 언제나 그렇지만 단순히 그런것처럼 보일뿐이다. 좀전에 마주침이 마치 우연처럼 보였던것처럼 말이다. 계획된 우연에게 자연스런 행동을 감행하는 무모한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헌데 D에 행동은 언제나 계획된 우연에 반하는 자유로운 필연을 행하는듯! 우스운 생각이지만 그런점에서 그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단한 부류의장이 내뿜는 은혜충만한의 사운드가 곡선으로 다듬어진 교회 모서리에 사정없이 부딪쳤다가는 말라비틀어진 토끼똥처럼 조각나서 나의 관자놀이를 톡치고 떨어진다. 나는 의혹의 우산을 활짝 펼친채 토끼똥세례를 견뎌내며 D에 관해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이든 말을 걸어야지 하고 결심한 순간에 D가 내옆으로 왔다. 막 예배는 끝나있었다. 녀석이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냈다. [갈래?] 응? 대체 어딜 가자는 거지? 궁금하긴 했지만 왠지 질문하고픈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나는 하얀사람들에게 순종적이었던 1800년대 미국에 살았던 검은소년처럼 착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앞장서는 D의 검은 뒷머리에 신경을 곤두세운채 따라갔다. 


4.
 녀석은 확실히 무의식적인 걸음을 걷고있는게 분명했지만, 그 걸음걸이에는 한치에 무모함이나 부적절함은 없었다. 시대에 정복자처럼 강인한듯도 보이고, 자식잃은 어머니처럼 처량하게도 보였다. 꽤나 빠른걸음으로 걷던 D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뒤를 돌곤 말했다. [넌 어디로 가려는 거지?] D의 여리고 어린얼굴이 나이든 노인처럼 보였다. 갑작스런 그의 말에 당황했지만, 알수없는 그에게 합당한 알수없는 대답을 해야했다. [알아선 안되는걸 알고싶어. 그리고 넌 그걸 알고있어] 내가 말했지만 이보다 적절한 대답은 없었을것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선 더욱 확실히 알수있다. 잠시였지만 나의 어깨는 미묘한 흥분으로 가볍게 떨렸고 내 시선은 어린사슴을 강탈하려는 늙은 하이에나처럼 붉게 번뜩였다. 그동안 베일이었던 D에 대답이 기대가 되었고 누군가에게 관심이 가는 나 자신도 신기했다. 잠시 고민하는듯 보였던 D의 입술이 열렸다.
[ 그럼.. 세가지 이야기를 들려줄게. 넌 나의 이야기를 전혀 믿지 않아도 상관없고 믿는다고 할지라도 나의 이야기를 잊어야만해. 정말 들어줄수 있겠니?]
 꽤나 어리석은 질문이군. 녀석은 내가 이미 들을거란걸 알고있다. 그리고 나도 들어야한단걸 알아버렸다. 녀석에 세계는 특별하다. 하지만 그 세가지 이야기를 듣고난다면 D는 사라질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특별한걸 잃어버리게 될거다. 그가 나에게 정말 특별하다고 할수있는 근거는 서로에대해 아무것도 모름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풍겨나오는 무형에 이야기를 나도 모르는사이에 들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잠시후면 난 세가지 이야기를 듣게 될것이고 또 그와 친구가 될것이고, 그는 떠날것이다. 나의 근거없는 예감은 고향을 찾아떠나는 독립한 파랑새처럼 서두른 기대감으로 변모해 갔다.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채 긍정하고 있었다. D는 갑자기 좀더 걷기 시작했고 그가 도착한 곳은 집근처 한적한 공원에 있는 작은 정자였다. 평소에 사람이 그렇게 적은편은 아니였지만 지금은 점심식사시간이기도 하고, 그 정자자체도 공원에 가장 끝쪽에 위치해 있어서 우리이외에 다른사람들은 없었다. D는 소리없이 정자에 앉았고 갑자기 난생처음보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D는 마치 최초의 죄를 범했던 누군가처럼 불안해하고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다가 무언가 결심했는지 눈을 지긋이 감더니 그렇게 시간을 정체시켰다. 그렇게 1시간 같던 1분이 흐르고 D가 말했다. 

[ 그럼 이야기를 시작할게]



5.
 한동안 정자근처에서는 D의 목소리 이외에는 다른 어떤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차가운 돌바닥은 500년전에 음습한 대학의 바닥처럼 어른스러워 보였고 정자의 기둥은 천년을 살아온 현명한 고목처럼 느껴졌다. 공기중에 뒤섞여 있는 고민이라던가 헤깔림같은 열성에너지들 모두는 D에 이야기에 감동한듯 들썩거렸고 그 향기는 고요한듯 뒤틀려있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고 D는 이야기를 마치자 눈꺼풀을 살며시 감고 부르르 떨더니 조용히 떠나갔다. D가 떠난 직후 좁은길을 통하여 나이드신 노부부가 걸어왔고 정자에 몸을 힘겹게 기대었다. 마치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린듯, 노부부의 주름에서 그들에 냄새에서 걸음걸이에서 확연히 깨달을수 있었다. 난 잠시 서있는채로 내가 서있는 발자국만큼의 땅을 제외한 다른 땅의 존재 자체에 의심을 해보았다. 그리고 한걸음 띄워서 다른 땅을 살짝 건드려 보고는 조금 안심했다. 어느덧 태양의 정력은 반이상 쇠퇴해 있었고 풀벌레들은 이제야 잠기운에 해방된듯, 한밤중에 천박하게 울어재끼기위한 준비운동을 벌써부터 하는듯 풀사이에서 바스락 거렸다. 난 최대한 어설프게 걷기로 결심했고, 조금 오래 걷고 싶어졌다.. 어느덧 땅거미가 보기싫게 드리워지고 차가운 가로등 빛이 나의 그림자를 알수없게 늘어뜨려 놓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바로 태초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자신이 의혹의 조각이고 태초에 그림자에 테두리라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런이야기를 하는 이유자체는 우연의 산물이며, 신에게 반란을 피우고자하는 경멸심에 발로라고 말했다. 또한 바로 내가 그 진실에 가까워야하는 이유없는 우연이며, 그 필연같은 우연이 선택하는 자는, 나처럼 존재에의 의혹을 기꺼워하는 자라고 그랬다. 그는 스스로가 하는 행동은 신에게 처절한 반역행위이고 수천년동안 이와같은 악행을 저질러왔지만 그것은 너무도 슬픈일이라고 말했다. 세상 모든 존재들에는 우연의 가면을 쓴 철저한 이율배반이 이루어져있고 자신의 반역조차 이러한 '자연스러움'에 일부라며 말이다. 이순간 D는 분명 콧잔등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6. 
 갑자기 목이 말라왔다.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고 근처 편의점에서 생수를 샀다. 시원한 냉수로 목과 헝크러진 마음을 적셨다. 그리고 그 다음, 다음이 뭐였지? 분열된 기억들을 다독거리며 다음 퍼즐의 낱말을 선별했다. 그렇다. 태초. 그것은 태초의 이야기. 신은 태초, 즉 그의 존재는 당연함이다. 시작이 없기에 끝도 없다. 시간과 공간, 그 이외의 차원을 섭렵한 존재가 바로 신이다. 그런 신에게서, 언제부터인가 어두운감정의 씨앗이 움찔거리기기 시작한다. 전우주에서 그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그것이 바로 신의 태초의 외로움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그와 닮은 생명의 태동! 너와 나의 태초의 시발점이다.
 여기서의 신의 기쁨은 너와 나, 신과 나, 나와 신, 이 삼각고리의 교류이고 소통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어달리기에서 사용되는 바통은 '자유의지'라 할수있다. 그리고 그 자유의지를 조종하는 힘은, 빛과 어둠이 가진 반대편의 모순됨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태초의 인간은 아담과 하와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뱀은 바로 하와를 유혹한 장본인이다.  D는 자신이 바로 그 뱀에 왼쪽 눈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는 스스로의 몸뚱이에 새겨진 기억들을 이야기하고 있는셈이다. 
 신은 아담과 하와에게 선악과를 먹지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와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고 그걸 아담에게까지 먹게한다. 선악과를 먹자 그들은 갑자기 눈이 밝아졌으며, 그러자 스스로의 죄를 부끄러워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왜 자신의 나신을 부끄러워했을까? 왜 가장 순진무결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음에 얼굴이 붉어졌을까? 그들이 스스로의 몸을 가림은 바로 인간이 행한 태초의 신에대한 저항(나체는 신이 준 선물이고, 그걸 부끄러워한것이니)이다. 그리고 이 모든것은 신의 계획이었다. 다시한번 꼼꼼히 짚어가 보자. 최초의 인류는 선악과를 먹음으로 악함을 저질렀지만, 선악과를 먹기전에는 선악의 구별히 모호했음으로 그것은 악함이 아닌셈이 되어버린다. 신이 인간을 향해 꾸짖었다. 아담아! 너는 내가 먹지말라고 했던 선악과를 어찌하여 먹었느냐? 그러자 아담이 대답했다. 하느님이시여! 그것은 하느님이 저로하여금 만들었던 저 여자가 먹겠금하였나이다. 이것으로 인류는 분열되었다. 분열된 모서리 부분에는 뾰족한 부분에는 실이하나 연결되어있었으며 어쩌다가 그것을 끌어당겨 어쩌다 하나라도 되고자하면 모서리에 찔려 피가흐르게 되는것이다. 세상 어떤 존재도 정확히 끼워맞출만한 조각은 없으나, 유일한 존재는 오직 '신'뿐이다. 신에 이 완전무결한 계획으로, 인류는 서로 비틀린채, 서로를 갈망하지만, 결국은 신을 찾아야만 하는것이다. 그리고 이 변증법을 좀더 단호하게 하기 위해, 남자는 일을해야만하고 여자는 산고의 고통을 느끼며, 땅이 저주받고 뱀은 다리를 뜯긴채, 그 뜯긴 다리에 달린 발톱으로 왼쪽눈을 찍어서 바닥에 던져졌다. 그때 던져진 찢긴 눈알에서 튀겨나온 핏물이 인류가 가진 태초의 의혹이었고 원죄였다. 신은 존재를 작은 점으로부터 시작했다. 점은 선이 되었고, 선은 면이, 면은 공간이, 공간은 다시 점으로 귀결되었다. D는 처음에는 신의 사제였다. 그의 악행은 빛의 갈망케하기위한 초라한 어둠이었고, 동전에 뒷면이었다. 하지만 지금 D는 혁명가이다. 하지만 그의 반항은 여전히 빛을 좀더 갈망토록 만들 뿐이었다. [나는 점에서 다시 점으로 돌아왔을뿐이야] D는 그렇게 말했다.


7.
 인류는 태초에서 나아가고 있는게 아니다. 지금 이순간도 태초에서 해매이고있단 생각에 등어리가 오싹해진다. 깊은 생각에 수렁속에서 허우적거리는동안 나는 꽤 많은 길을 걸어왔다. 집에서도 한시간은 떨어졌음직한 거리였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되어간다. 고개를 들어보니 빽빽히 들어서있는 건물사이에 십자가가 보인다. 어느덧 차도는 한적해졌다. 이제 두번째 이야기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D의 목소리가 생생히 나의 귀에 되새김질 되어진다. [인간은 신의 사랑을 오해하고 있어. 신은 단지 최선을 다할뿐인데..] 이말이 두번째 이야기였다. 오해와 최선. 인간을 신을 오해하고 있었고 신은 고작 최선을 다할뿐이였다니! 최선이란 무엇인가? 바로 한계의 존재를 시인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가슴에 막힌 응어리가 국수면발처럼 가늘게 흩어졌다. 
[ 너에게 만원이 있어. 그리고 니 앞에는 음반과 책한권이 있어. 넌 이 둘중 한개를 꼭 사야만해. 어떻게 할거니?] D에 이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음악에 무지한 나로써는 당연히 책을 구입하겠지만 이건 그런의도의 질문이 아니였으니. 잠시 머뭇거리는동안 D는 다시 말했다. 
[ 그럼 신이라면 어떻게 할까?] 
 아마, 신이라면 만원으로 두개를 모두 산다거나, 아니면 음반과 책의 가격을 각각 5000원으로 만들어서 정당하게 구입할수도 있겠다. 어쨋거나 신에겐 불가능은 없을테니까. 하지만 실제는 어떠한가? 신은 끊임없이 최선을 다할뿐이다. 신이 인류보다 나은점이 있다면 음반과 책중 스스로에게 더 이익을 가져갈 무언가를 정확히 알고 선택할수 있다는것 뿐이다. 인간의 착각은 신의 이 무력감을 전지전능이란 단어로 오해함에 있다. 그렇다면 무력한 사랑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결론은 무력한 자만이 그 사랑에 감화될수 있다는것이다. 이것이 신이 인간을 어리석게 만든 두번째 이유이다. 다시 책과 음반이야기로 돌아가자. 사람들은 만원으로 이 두개를 사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그러지 못한다는것 또한 알고 있다. 동시에, 신이라면 우리가 만원으로 그 두개를 살수 있게 해줄거라고 굳건히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신은 둘중 하나밖에 줄수가 없다. 우리는 그 하나에 선택에 감동하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밖에 다른도리가 없는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약에서 신이 아쉬워하는 구절이 나온다. 신이 슬퍼하고 아쉬워하는것은 최선이란 선택에 구질구질함때문이다. 최선은 항상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한다. 신도 고민을 한다. 지금 눈앞에 목장이 있고 양이 100마리 있다. 그중 한마리가 길을 잃고 어두운 절벽을 향해 헤매이고 있다. 자! 99마리에 양과 1마리에 양중 어떤걸 택해야할것인가! 신이 고민하는 사이에 구세주가 해매이는 1마리를 향해 뛰어간다. 그래서 신은 구세주의 머리를 살포시 들어서 십자가에 매달았다. 이것이 최선이란 선택에 더러움이고, 냄새남이고, 뒤틀림이고, 잔인함이고, 비열함이고, 교활함이고, 처절함이고, 챙얼거림이고, 엉덩방아이고, 어지러움이고, 아쉬움이고, 슬픔이고 또한 안타까움 이다. 최선은 상대성을 불러일으키고, 순서를 매기는 노트를 구입하게 만든다. 인류는 그 노트에 합리적이라는 악마성으로 1마리에 양에 껍질을 벗기고 불태움을 기록한다. 하지만 우리는 드디어 감사한채 콧물을 질질 흘린다. 왜냐! 그래도 99마리에 양이 살아남았으니깐. 
[ 왜 아무도 1마리에 양을 기억하지 않는걸까?] D는 분명 이부분에서 눈물을 흘렸다.


8.
D 에 슬픔이 떠오르자 눈가에 수분이 차분히 고여간다. 안그래도 사방이 어두운데 눈에 고인눈때문에 사물이 더욱 불확실하게 보였다. 어느덧 아까에 그 공원으로 도달했다. 완벽한 새벽이었지만 꽤나 촘촘한 가로등 탓인지 공원은 환했고, 매미는 잠도 잊은채 미친듯이 울어재꼈다. 매미는 지금이 한낮인줄 오해하고 있다. 가로등빛이 완벽히 집교하는 곳에선 더욱더 오해하고 있었다. 내가 바로 그 처지였다. 지금껏 신을 오해하고 있었다니. 신에게 동정심이 들었다. 자신에 무력감에 얼마나 치를 떨었을까? 자신을 흔들어놓는 시간에 부질없음과 우연에 무책임한 헛짓걸이에 얼마나 분노하였을까? 인류에게 합리성을 던져주고, 그 악마성에 찢김당하는 누군가를 위해 어떤 눈물을 흘렸을까? 
 분명 신은 슬픔을 알고 있다. 하지만 슬픔을 알기전에 먼저 외로움을 느꼈다. D가 그랬듯이 외로움은 신에 태초의 감정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신은 외로움에 첫사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순결한 첫사랑에 감정이 슬픔을 버려두고 욕심이라는 일그러진 아이를 낳는다. 신에게 있어서 욕심은 인류에의 사랑과도 같다. [신은 인간을 너무나 사랑한나머지 욕심이란 감정을 주었어] D가 말했다. 
 욕심은 인간으로 하여금 투쟁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그 투쟁만이 99마리에 양을 살아남게 만든다. 만약에 인간이 서로 아끼고, 위하고, 배려하고, 도와주고, 사랑한다면 결국 99마리에 양은 죽어야만 할것이다. 투쟁만이 최선이란 것이다. 하지만 투쟁만으로 모든걸 극복할수는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1마리를 살릴 방법은 결코 없기때문이다. 오로지 투쟁에 어머니인 욕심만이 마지막 한마리에게 배려심을 갖고있다. 욕심에 솟아있는 작은 솜털에 이름은 사랑이다. 사랑한다면 욕심이 생기고, 그 욕심은 곧 사랑이다. 신의 사랑은 바로 욕심이었다. 바로 이것이 인간이 신에게 도전했던 오해에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신은 인간에 이러한 어리석음에 얼마나 슬퍼하고 동정했을까? 누군가 신은 죽었다라고 말했다. 인간을 동정했기때문에 죽었다고 말이다. D는 말했다 [신은 외로움으로부터 태어났어. 그리고 최선에게 죽임을 당했지] 그런신이, 합리주의에 적자인 21세기에 와서야 전지전능한 실패를 모르는, 불가능이 없는 신으로 재탄생되었다. 멍청이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 신이 이짓거리를 기뻐할까? 라고.
[ 난 어제 신과 대화를 했어. 신이 말했지. 마지막 양한마리는 바로 너라고] D는 그렇게 말하고 비릿하게 웃었다. 


9.
 맴맴맴맴맴맴,,, (뚝),,,, 큰소리로 울어제끼던 매미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흔들거리던 눅눅한 바람도 미동도채 않는다. 풀벌레들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어느덧 그쳤다. 잠시간의 칠흙같은 정막감이 공감은 집어삼킨듯. 마치 무언가가 누군가에게 무언에 경고를 던지는듯. 더이상 나의 사고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허나 이미 늦었다. 댐은 작은 구멍으로부터 전체의 무너짐을 강요한다. 늦봄의 날카로운 정적의 한기가 목덜미를 스치고 갔다. 그 긴장감이 오히려 사고를 깨끗하게 정돈시켜준다. 어느덧 정적이 무너지고 후덥한바람이 귓볼을 간지럽힌다. 풀벌레들은 울며 비비고 바스락거리고, 매미들은 다시금 떼를 쓴다. 처절한 현실감이 소리의 물결을 타고 큇바퀴를 한바퀴 돈후, 뇌에 존재하는 이성을 밀치고 서둘러 엉덩방아를 찧고 앉아버렸다. 바로 이 현실감이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우리는 현실에게, 삶에게 욕심을 부리고 있다. 좀더 잘입고 싶고, 잘먹고싶고, 잘자게 해달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영원히 살게해달라며.
 이 어찌도 어리석은 생각들일까? 인류는 이미 태초에 신을 닮으려 했지만,신에 처절한 보복에 사정없이 유린당했었다. 바벨탑을 높디높게 쌓아올렸다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려갔다. 그리나 지금 인간은 신의 영원성을 강탈하려 들고있다. 고작 베스터셀러 책한권에 콧물흘림을 강요당하는 주제에...
 그 베스트셀러에서 신은 끊임없이 인간을 시험한다. 그리고 우리는 매주 낭송하는 기도문에서 시험에 들게하지 말아달라며 빈다. 이 모순된 인간군상에게 신께서 설마 영원이란 보물상자를 넘겨줄까? 에라이! 말도 안되는 소리다. 신의 유희에 한자락에서 인간은 그저 나아감만이 최대한의 보답이다. 나아감. 존재함. 죽는순간까지 살아있어야만 하는것. 그래 바로 이러한것만이 진실에 열쇠이다. 그 나아감에는 반드시 끝이 있어야만한다. 그리고 우리는 반쪽짜리 과거, 반쪽짜리 현재, 반쪽짜리 미래만 갖을수 있다. 인간은 망각하기 때문에 과거는 반절이 된다. 인간은 게으르기에 현실에 완전히 충실할수가 없다. 현재는 반절이 된다. 우리는 미래는 알고 단지 예측할뿐이기에 미래는 반절이 된다. 헌데 인간은 미래를 온전한 하나로 갖으려고 욕심을 부리고 있다. D는 말했다. [신은 인간을 너무 사랑해서 욕심을 주었지만, 사실 그것이 반절이란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 
 이 가벼운 사실을 외면한 인간은 영원을 향해서, 그 끝이없는 낭떠러지를 향해 웃음만개한채 달려가고 있질 않은가! 이건 나만에 생각이지만, 아마 신은 인류를 향해 동정심을 넘어선 축축한 경멸심까지 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 영원이 없다고 확신할수 있을까? D는 인간이 영원을 획득할수 없다고 단언한적은 없다. 다만, 이도록 허접하고 유치한 방법으로는, 아마 이쯤에서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던거 같다. 
 신은 우리를 애정어린 눈길로 쳐다보며 무언가를 적고 있다. 누런색 두루마리는 그 끝을 모를정도로 길게 늘어뜨러져있다. 신에 오른손에는 독수리에 깃털과 뱀에 어금니로 만든 펜이 쥐어져 있고, 우리에 이름옆에 숫자를 적고 있다. 영원으로 나아가기위해선 높은점수를 얻어야만한다. 고득점을 얻기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반절짜리 욕심과 반절짜리 과거, 현재, 미래로 무엇을 창조할수 있을까? 여기서 D에 말이 가장 기본적인 명제를 일깨운다.
[ 세상에 유일한 의미는, 무조건적인 획득으로부터 태어났어. 예를들어, 아무생각없이 한시간을 걸었다고 해도, 우리는 걸어온 길로 과거를 얻고, 걸어서 도착한 곳에서 현재를 얻고, 처음장소와 다른곳에 도달함으로미래에 존재를 예상할수 있게 되지. 이 획득은 너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실속에 편성되어 질거야. 반대로 니가 목적지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너에 과거와 현재는 변하지 않어. 이건 확실하지. 너는 미래를 극복하겠다는 헛된꿈을 품고 있겠지만, 너의 미래는 다시 현재가 될꺼고, 그렇다면 다시금 너는 무의미한 획득에 놓여지게 되겠지? 끊임없이 노력할수는 있을꺼야. 하지만 신은, 자신이 낚은 물고기가 발버둥친다해서 쉽게 놓치는 어설픈 낚시꾼이 아니야. 그가 놓치는게 있다면 그건 해매이는 한마리의 양이지, 뻐끔거리는 물고기는 아니니깐]


10.
[ 신은 최선에게 살해당한후, 구름위에서 감미로운 죽음에 빠져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어디에선가 기도소리가 들렸지. '신이시여! 제 아비와 어미가 물에 빠졌습니다. 저는 한명밖에 구할수가 없을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 목숨도 자신이 없습니다. 아아! 누구를 구해야 하나이까?' 신은 갑자기 벌떡 일어났어. 그리고 고개를 수백번이나 갸우뚱 거렸지. 최선은 신을 살해한것도 모잘라 뒤통수에 최악이란 이름을 가진 '버러지'를 기생시키고 있었던거지. 신은 다시 깨어 고민을 했어. 영겁의 고뇌끝에 신은 선과 악을 하나에 과일로 만드는 계획을 세웠지. 그 달콤한 과일속에서 선과 악은 셋,넷,다섯,,, 천개가 되었다간 결국엔 '하나'가 되었어. 그리곤 그것을 '선악과'라 불리는 거짓나무에 열매로서 맺도록 행하셨어. 그 이후부터는 모든일들은 그의 뜻대로 이루어졌어. 뱀을 유혹해서 하와를 유혹하도록 하는 일부터 죄가 죄를 낳도록하는 원죄의 울타리를 풍성히 가꾸는 일들말이야. 그리고 이 일련에 과정들을 완벽히 조율하기 위하여 자기 스스로를 시간에 늪속에 빠뜨리고 우연과 한몸이 되었지. 곧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지. 그리고 신은 부모가 물에 빠져 고민하는 아이에게로 다가가 웃으며 작은 손에 주사위를 쥐어 주었어. 신의 일기에는 '그 아이도 답하여 웃었다'라고 적혀있어. 그리고' 0'년이 오기 전까지 그에게 고민이란 없었지]
['0' 년은 신이 의도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알수없지만, 결국은 오고야 말았지. 그리고 구세주라 불리우는 자가 태어났어. 그는 사람도, 그렇다고 신이 될수도 없었지. 그는 신이 져버린 '고뇌의 여분' 이었어. 신은 고민을 하지 않은채로 역사하길 바랬지만, 인간은 인간의 관점으로 신을 고민하는 신으로 만들곤 했었지. 특히 가장 신을 사랑했던 예언자들일수록 신을 항상 인간처럼 사랑하고 아꼈어. 어짜피 답은 정해져있고 방법이 두개였으니깐. 인간이 신처럼 위대해지던지, 아니면 신이 추락하던지. 수천년동안 신처럼되기를 갈망하다가 절망했던 인간은 두번째 경우를 실험하기로 했어. 그리고 그 계획은 동방박사라 불리우는 자의 머리속에서 출발했지]
D 는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엄청난 부담을 느낀듯, 무거운 짐을 짊어진자처럼 어깨를 굽히고 있었다. 
 그리곤 숨을잠시 고르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 동방박사는 신을 너무나 사랑한나머지 신처럼 되기를 갈망했어. 물론 처음에는 그도, 끊임없이 고뇌하고 노력하고 스스로를 다듬었지. 하지만 결국 그는 대단한 사람이 되는것에서 나아가지 못했어. 그러자 단순히 신을 어떻게하면 좀더 사랑할수있을까하는 순수한 고뇌가, 신의 사랑에 방향성에 대한 오해의 고리고 발전했던거지. 그는 너무나 신처럼 되고 싶었어. 그래서 신과 친해지면 자신이 영원해질거라고 믿었었어. 오랜시간이 흐르자 그는 아무리 자신의 날개를 퍼덕일지라도 결코 신에게 다가갈수 없음을 확신하게 되었지. 그래서 그는 역사속에서 완벽하게 묻혀진, 신의 일기록에 '추락의 0년'이라 불리우는 계획을 실현하고 말았던 거야. 그 계획은 차갑게 얼어버린 유리잔을 옮기듯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진행되었지. 태초의 신은 외로움으로 태어났고, 최선에게 죽임을 당했지만, 물에 빠진 부모를 지닌 아이의 기도로 부활했지. 그리고 '0'년에 와서는 '태초의 신'을 추락시키기위한 '인간의 신'으로 다시 부활하게 되었어. 구세주라 불리우는 '인간의 신'은 인간이었던 두명에 남녀로부터 자라게 되었고 이미 인간에 길을 엇나간 동방박사라는 사내의 권한으로 신의 골격을 형성해 나가기 시작했어. 이쯤에 동방박사는 이미 인간을 초월해있었어. 그는 스스로 신이 될 능력은 없었지만, 신을 키워낼 자신은 있었지. 그래서 자신의 모든 기묘한 능력을 이용해서 인간의 아이를 '구세주'로 탈바꿈시켰던거야. 그 구세주는 자라갈수록 선하고 동정심많고 지혜롭고 또한 신비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지. 그리고 완벽하게 '인간'의 형상으로 자라고 있었어. 물론 창자를 지닌...
 인간의 구세주는 앞서의 선지자들처럼 수많은 기적을 행하고 다녔지. 하지만 그 선지자들과 전적으로 틀린게 있었지. 그건 구세주 자기 자신이 신의 '친아들'이라며 자처하고 다녔다는 것이지. 이러한 태도가 수많은 적을 만들었고 그건 동방박사가 정녕 바라던 일이었지. 그는 전국 각지에서 자신의 제자였던 자들을 불러 들였어. 그들에 제자 12명 모두는 동방박사와 같은걸 추구하는 자들이었지. 그건 신의 추락이었지. 그들은 결국 구세주와 최후의 만찬을 함께 하게 되었어. 
 자! 이 신을 능멸한 자들에게 신은 어떤 벌을 내렸을까? 여기서 다시 좀전에 이야기를 되새길 필요가 있어. 이미 신은 선과악을 초월하고 시간에게 온몸이 붙들려 있었어. 모든일은 자신의 계획, 즉 우연의 구름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어. 자신과 한몸이 된 우연을 띠어내는건, 샴쌍둥이를 가르듯 엄청난 위험을 부담해야 했지.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자 신은 분노란 감정을 느꼈지. 엄청난 고통과 함께 우연이 신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어. 신은 선악과 속에서 '최선'을 다시금 뽑아내었어. 최선이 깨어남으로 최악이 다시 눈을뜨고 주사위는 구르다가 모서리로 우뚝 선채 멈췄지. 그러자 신의 고민이 다시 시작된거야. 신의 '등가의 법칙'은 '최선의 오해'와 만나서 구세주를 향해 날아갔지. 그 화살은 역사함으로,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처참히 죽어갔고, 죽이는 자또한 인간이므로 구세주의 참담함은 배가 되었지. jejus wept. 구세주가 눈물을 흘렸을때, 적어도 이때만큼은 동방박사와 신의 행복은 일치하고 있었어. 그리고 신의 선의와 동방박사의 원념이 수직으로 일치한 순간, 구세주는 죽음을 당했지. 그리고 사흘만에 구세주는 부활했어. 그리고 동방박사는 사라졌지.. 그,, 이후는 더이상은 말할수가 없어..]
D 의 눈빛은 잠시간 흔들렸고, 흔들림이 멈추자 곧 떠났다.


12.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마지막 이야기를 마치고 D는 떠났고 시간은 캥거루처럼 껑충거리며 왔다갔다하고 있다. 그 이후 D는 조금 달라져갔다. 전보다는 평범한 학생처럼 돌아가 사소한 잡담따위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점점 그의 윤곽이 흐려지는것처럼 보인다.
 난 지금 학교를 가고있다. 앞서가던 D가 보이질 않는다. 다행이 학교정문엔 아무도 없었다. 입구를 지나서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갔다. 우리반인 1학년 2반이 보인다. 언제나 반복되던 일상이기에 별 생각없이 걸어서 문을 열었다. 중학교때부터 3번이나 같은 반이었던 친구녀석이 반갑게 인사를 건낸다.

[ 안녕! D!]



D 완결.  


 병장 임현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동방박사에 의해 '인간의 신'이된, 
' 신의 친아들을 자칭한' 그리스도라. 
 굉장히 흥미로운 설정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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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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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D라는 이름 봤을때 처음에 떠오른건 뱀파이어 헌터 D(타앙) 01-18   

 병장 임정우 
 우아, 무지 빨리 읽으셨네요. 그렇게 짧은 글은 아닌데,, 

D 는 무얼까요? 01-18   

 병장 임현종 
 흠 읽은 제 느낌대로라면 

 인간 속에 내제된, 그러나 더러움으로 억압되는 신성의 이중적 표출. 

 정도 같습니다만. 쓰신분의 의도를 파악하기엔 제가 우매한지라(.......) 01-18   

 병장 임현종 
 그리고 읽는게 빠른건 제가 읽으면서 내용을 곱씹지 않고 좀 막읽어서(....) 

...... 좋은게 아닌거. 저도 알아요!!(흑흑) 01-18   

 병장 임정우 
 아쉽게도, 읽는분보다 쓰신분의 능력이 낮도록 세팅해놓았습니다. 두웅. 01-18   

 병장 임현종 
 개인적으로 소설류는. 쓴사람의 의도와 읽는사람의 느낌이 달라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라(뭔가 주입하려고 노린 소설이 아닌 이상에야 말이죠) 그리고 글 쓴 사람이 자신은 이런 의도로 이 글을 썻다. 라고 밝히는 것 역시 읽는 사람의 생각할 여지를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되서 하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만 정우님의 쓰신 의도는 사실 궁금(......어이) 01-18   

 병장 임정우 
 저도 현종님 의견의 동의 합니다. 
 저의 의도는 곧 현종님 의도 저변부에만 존재할수 있을겁니다. 01-18   

 병장 제갈승 
 모순모순 모순!!! 입니다. 주인공은 신을 비관하면서도 교회에 나가 무릎꿇는 그런 존재 군요. 
4. 까지 읽었습니다. 끝까지.. 읽어보고 글 남기겠습니다. 01-18   

 병장 임정우 
 적을 알아 적을 이기기 위하여.. 

 비겁한 변명! 인가요?.. 01-18   

 병장 임현종 
 신을 비관하면서도 교회에 나가 무릎꿇는 존재. 

 성서에 보면 그런 존재가 많이 나옵니다. 바로 악마지요. 

 신을 거역하면서도 그 앞에 무릎 꿇고마는. 01-18   

 병장 제갈승 
 아~ 마지막.. 마지막이 너무 궁금합니다. 이야기를 독자에게 스스로 매듭짓게 하는 군요. 
 인간 보다 우월함을 나타내기 위해.. 인간에게 '죄'를 부여한 신이라... 

 그에게도 '창자'가 존재합니다. 01-18   

 병장 제갈승 
 전 솔직히 이런 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독자에게 화제를 던져 놓고 
' 나머지는 니가해' 하고 슬그머니 작가는 도망가버리죠. 책무 불이행! 
 요즘에는 영화든 뭐든 이런게 너무 많아요.. 볼일은 보고 뒤는 안닦아주는... 
 또다른 관객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01-18   

 병장 임현종 
 관객 모독일까요. 오히려 작가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 결말이 아닐까요? 

 전 이런 결말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덕분에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굉.장.히. 좋아하죠. 

 개인적으로 최고라 생각하는 만화가를 꼽으면 항상 세손가락 안에 들지요. 01-18   

 병장 임정우 
D 는 단지 의혹입니다. 그리고 의혹은 끊임없이 의혹하는 자에게로 넘어갈 뿐이죠. 

 그 이상은 독자의 몫입니다. 01-18   

 병장 제갈승 
 각자 성향이 있는 거겠죠.. 하지만 전 매듭을 짓는 이야기를 좋아라 합니다. 하하.. 01-18   

 병장 제갈승 
 임정우, 임현종 병장님.. 두 임병장님들이 절 흥미롭게 만드시는 군요. 01-18   

 병장 임현종 
 물론 제가 아다치 미츠루를 좋아하는 이유는 저거보단 허무개그때문이지만(...........) 01-18   

 병장 임현종 
 승//전 흥미로울 건덕지가 눈꼽에 털만치도 없는 인간입니다. 평범함도 저정도면 장군감이죠. 훗. 01-18   

 병장 한치영 
D 의정체는...문근영D 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