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나는 시를 읽지 못한다. 
 상병 김현진 06-22 08:31 | HIT : 167 



 나는 시를 읽는다. 허나-
 나는 글을 읽었으되 시를 읽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적당히 운율만 맞추고 문단만 띄우면 다 시인줄 아는
 내 눈에 시인의 시는 그저 해부의 대상일 뿐이다.
6 년.  고등교육이란 놈은
 나를 시 읽을 줄만 아는 놈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저 윤동주에게서 처연한 사랑초를 떠올리고
 한용운에게서 태극기를 떠올리는

 청포도가 뭐고 초인이 다 뭐냐
 아해들이 무섭다고 떠드는 게 다 무어냔 말이다.
 나는 차라리 이상을 싸이코라 부를 수 있는
 발칙한 그 누군가가 되고 싶었다. 

 좋은 시 한 편을 손에 들었으되
 이슬 한 방울도 떠올리지 못하는

 나는 나를 불구라 부르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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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것'은 시가 아닙니다. 저는 시를 쓰지 못합니다. 위 '글'을 쓴 이유는 대략 이렇습니다.
 박준연 님이 소개해 주신 사이트에서 시를 뒤적거렸는데, 네. 그냥 뒤적거렸습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수많은 명시들 하나하나가 나름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을텐데, 왜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보였던 걸까요? 저는 핑계거리를 하나 찾았습니다. 시인들의 이름조차 '지루하게'느껴졌던 건 시를 읽는 즐거움을 미리니름한 우리 교육의 폐해는 아닐런지요. 우리는 시를 텍스트라고만 배웠습니다. 시와 시의 대상을 겹쳐 볼 수 있는 경험 따위는 시험에 나오지 않으니까요. 

 학문은 어찌보면 대상을 현실과 격리시키는 것일 겁니다. 괜히 '상아탑'이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닐 겁니다. 그러나 시는 그러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시를 즐기지 못하는 제 자신이 안타까워 졌습니다. 적어도, 제 자식에게는 풀을 보며 <풀>을 보는 경험을 시켜줘야 되겠습니다.  


 일병 김완수 
 똑같은 해석으로 똑같은 문제를 풀기위해 공부를 했으니까요. 저도 그 시인들 분류되있는곳에 가서 눈에 익은 이육사 의 청포도를 읽었드랬죠. 고등학교때의 선생님 시 풀이 밖에 기억이 안나더군요.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해도 고등학교때로 돌아가는 저를 발견할수있었어요. 그런데 . 저는 이상이 싸이코 같아요. .. .(땀) 옛날부터 도저히 이상을 주위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인물로 보지는 못하겠드라구요. 06-22   

 상병 김요한 
 저와 같으시네요. 저도 많은 글들을 읽지만 유독 시만큼은 전혀 손대지 않고 있습니다. 시를 느낄줄 모르니까요. 그저 함축된 문장의 의미를 찾아내기에 바쁜 머리는 제 심장에게 감정의 여유를 주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다면 짧은 글 한구절이 마음속에 박혀 움직이지 않을때가 있곤 합니다. 시간이 지나 삶의 애환이 많이지면 그때 즈음에는 시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06-22   

 병장 배진호 
 음, 그 분들도 똑같이 그런 교육에 의해서 시를 썼기 때문에 우리가 그 시를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분들을 욕되게 만들 생각은 없지만, 어쩌면, 아주 작은 아주 조그마하게 
 그러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뭐 이것도 제가 시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핑계에 불과하겠지만 말이죠. 

 저도 시를 제대로 느끼고 싶네요. 그 마음의 느낌 까지도 이해하면서 말이죠. 
 어떠한 생각과 어떠한 마인드로 어떠한 모습과 형상을 전달하려 했는지 
 말이죠. 06-22   

 일병 윤선진 
 시를 평론한다는 사람들에게 

 류시화 


 안녕! 내 혼의 무게로 쓰여진 이 시들을 이해하려면 

 너 또한 네 혼의 무게로 잠 못 이루어야지 

 어디, 나와 함께 

 이 낯선 저녁 안개 속을 지나갈까? 

 손잡고서 

 그러나 조심하거라 

 저 나뭇가지 위에 무서운 검은새가 있어 

 너의 눈을 공격할까 

 두려우니 

 이곳은 시인들이 사는 이상한 나라가 아닌가 

 벌레들이 내 시집의 네 귀퉁이를 갉아먹고 

 나는 너의 두꺼운 안경이 무서워 

 아, 무서워 

 신발을 내던지고 모래언덕 너머로 달아나는데 

 너는 어느 별에서 왔길래 그토록 

 어려운 단어들을 가방 속에 넣고 있니? 

 머리가 아프겠구나 

 머리를 식힐 겸 

 우리 그 별의 이야기를 동무삼아 

 더 나아갈 수 없는 곳에 이를 때까지 

 이 저녁 안개 속을 

 한번 해쳐가 볼까? 

 죽음 너머의 세계를 너는 보았니? 

 아니다, 너에게는 너만의 세계가 있는 것이겠지 

 너 또한 시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 있겠지 

 버림받은 어린시절, 그 상처 같은 것 

 슬픔 또는 허무 같은 것 

 안녕! 잘 자라, 아가야 06-22   

 병장 배진호 
 와우 멋진 시네요!!! 굳굳굳!! 
 음 이런 시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아주 개요가 명확해요! 
 뚜렷하게 공격적인 성향과 인도주의적 성향의 색체를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시이군요. 공감이 가요! 06-22   

 병장 배진호 
 그나저나 두꺼운 안경 정도가 어려운 단어로 쓰인것 같은데 아마도 
 학식있는 부류를 이야기 하는것이겠죠? 
 아가야라고 하는 부분도 눈에 띄이는 부분이네요 06-22   

 일병 윤선진 
 두꺼운 안경...학식 있는 부류를 상징함과 동시에 왜곡하는 눈을 가진 멍청이들을 뜻하는 거겠죠(웃음) 06-22   

 상병 이기중 
 준연님이 알려준 사이트에서 박노해-썩으러 가는 길을 추천합니다. 가슴을 후벼파네요. 06-23   

 상병 박준연 
 기중 / 저는 박노해씨의 새벽별을 추천해요.(웃음) 썩으러 가는 길 잘 보았습니다. 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