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
웹 2.0의 시대가 개막됨과 함께 Youtube의 구글 인수로 유저 크리에이트 컨텐츠 - UCC- 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자칭) 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라서 UCC(특히 
동영상)의 특징을 부각시킨 CF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 포문을 연 것이 다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다음은 "공유하는 UCC"라는 컨셉 하에 새로운 CF를 현재 방영중인데 그 내용을 짤막히 
여기에 소개하자면

"전 개그맨 뺨치는 사람들의 UCC를 알아요. 그런데 밤이 너무 외로워요 (삐삐빅) 전 외로움을 이기는
십자수 UCC를 압니다. 그리고 외계인의 존재를 믿어요 (삐삐빅) 전 UFO사진이 많은 UCC를 알아요.
그런데 저 리포트 써야해요 (삐삐빅) 제가 리포트 족보를 모아둔 UCC를 아는데, 그런데 전 여자친구
랑 진도가 안 나가요 (삐삐빅) 여자들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UCC를 알아요. 특히, 누나들한테 잘 
먹히죠. (삐삐빅) 핫, 저는 나쁜남자 알아보기 UCC를 알아요. 그런데, 일본에 여행갈때는 어때요?"

(이하 너무나 귀찮은 관계로 생략)

와 같습니다. 이 광고의 캐치프레이즈는, "공유가 이렇게 아름다웠던 적은 없습니다."입니다. 

저는 이 광고를 척 보자마자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여러분은 어떤가요?
자, 다시 한번 광고들을 잘 보세요. 그리고 UCC - 유저 크리에이트 컨텐츠 -의 단어의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어때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실 수 있나요? 아직 발견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제가 느낀 이상한
점을 이야기하자면, 분명 이 광고는 "유저 크리에이트 컨텐츠", 즉, "사용자 창작 컨텐츠"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의 말이 "~~~의 UCC를 압니다"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본론 -
유저 크리에이트 컨텐츠, 즉 UCC는 사용자들이 직접 만들어간다는 것에서 지금까지의 컨텐츠와
확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비단 동영상 하나만에 국한되는 게 아니죠. 사실 UCC라는 개념은
인터넷과 그 명맥을 같이 합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창작 소설, 창작 소설의 팬픽, 그 팬픽의 팬픽,
그 팬픽에 대한 서평, 비평, 비평에 대한 댓글, 여러분들이 인터넷에 남기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름아닌 UCC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여러분들이 인터넷에서 여러분들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설파하는 것, 그리고 그 설파한 생각에 대한 비평과 상호보완으로 그 생각을 조금씩 보충하는 것,
지금까지의 일방통행적, 획일적인 미디어 성향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이 인터넷이고,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 UCC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UCC 광고가 그 의의가 어떻든 저에게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러한
UCC의 주체가 되는 "유저"들이, 전부 "~~~하는 UCC"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다"고 하는
것이죠. 즉, 그 자신들이 "UCC"의 생산의 주체가 아닌, "UCC를 생산한 사람들의 정보를 제공하는"
2차적 정보의 생산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래서는 진정한 UCC라고 할 수 없죠.
단순히 다른 사람의 정보를 퍼다 나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깐요.
네이버와 다음의 경우, 이런 면에서 상당히 많은 비판을 받아온 포털 사이트들입니다. 네이버와 다음
의 가장 큰 목표는, 이것은 단지 제 의견일 뿐이지만, 인터넷 = 네이버 / 다음 이 되는 것인 듯 합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경우 어느 정도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듯 하고요. 사실 한국 내에서 인터넷을 
이용한다 = 네이버를 이용한다와 별반 다를 게 없어진 지 오래인 듯 합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네이버 내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그럼
으로 인해서 가장 희생당하는 것은 바로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무궁무진함입니다. 즉, 다시 말하자면
네이버는 네이버 자체로 인해서 인터넷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을 깎아내리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가
져 온다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현재 네이버의 주력 서비스는 블로그와 카페, 그리고 지식인입니다.
지식인의 경우를 살펴보죠. 저는 네이버 지식IN은 인터넷이 가질 수 있는 UCC로서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저 상호보완적인 면에서 말이죠. 자, 여러분은 동방요요몽의 
2면 BGM인 "티아오이에션"의 정확한 뜻을 알고 싶어서 네이버 지식인을 검색합니다.
또는 여러분께서 "티아오이에션의 정확한 뜻을 알고 싶어요."라고 네이버 지식인에 글을 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불행이도 높은 확률로 원하는 답을 찾기 어렵거나 또는 "withered leaf - 즉 갈잎이라는 뜻입니다."
와 같은, 당신도 알고 있는 답이 달릴 확률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네이버에서 찾아도 안 나오니까"요.

이것이 네이버의 한계입니다. 어딘가에서 분명히 출처가 있을 법한 이야기가 네이버로 들어오는 순간
모조리 출처가 네이버로 변해버립니다. 즉, 네이버에 수렴된 지식은 오로지 네이버 내에서만 빙글빙
글 순환하며 천편일률적인 답변만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입니다. 네이버의 가장 큰 문제
점은, 사람들이 "네이버 하나만으로 만족하도록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네이버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주제에 대해 구글에서 검색한다면, 당신은
"티아오이에션"의 정확한 발음인 "Diao Ye Zong"을 알 수 있습니다. "ティアオイエツォン"이라는 
카타카나로 검색하면, 좀 더 검색결과가 명확해집니다. 아마도 이 주제로 "중국어 웹"과 "스페인어 웹"
에서도 다룬 적이 있다는 것에 놀라실 것이 분명합니다.

결론 -
이제, 다음 UCC 광고 이야기로 넘어오죠. 다음 UCC 광고는, 현재 다음과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를 본의 아니게 드러낸 일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그들의 정보의 출처는 그들이 아니지만,
동시에 그들이기도 하다는 것. 광고에 나온 사람들이 알고 있는 "UCC"는 전부 "다음"이 출처겠죠.
아마 다음은 "자신들에게 모든 UCC가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겠습니다만, 그렇다면 오히려
"다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UCC를 공유하고 있다"는 측면을 더 보강하는 쪽이 낫지 않았
을까 합니다. 하지만 다음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컨텐츠적인 면에서 네이버와의 경쟁도 좋고,
그 과정에서 컨텐츠를 늘려나간다는 컨셉인 다음 UCC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그 많은 UCC들 중에, 과연 "다음 오리지널"인 것이 몇개나 될 
것인가. 그리고 2차 출처만이 범람하고 모두가 "~~~하는 UCC를 알 뿐인" 그것이 과연 "진정한 
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말이죠.
인터넷은 다음과 네이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액티브 X가 지구권에서 사라지고 있는 와중에도
한국의 웹사이트들은 단순히 "편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직까지도 액티브 X를 쓰고 있습니다.
구글 외의 다른 포털 사이트들이 그들의 "검색"이라는 측면을 보강하여 인터넷에 있는 "모든 자료"를
그들이 수집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와중에도 다음과 네이버는 그 "자료"들이 자신들에게 오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저들이 자신들 안에서 떠돌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이 계속해서 자신들의 컨텐츠만을 늘려가면서 2차 출처적인 위치 이상도 이하도 아닌
현 상황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고, 그것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늘어간다면, 결국에 오는 것은 "정보적
고립"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유저들은 네이버와 다음을 벗어나야 하고, 네이버와 다음은 네이버와
다음을 벗어나야 합니다. 네이버와 다음에서만 놀기에 인터넷은 너무나 넓기 때문에.

이글루의 한 블로그 유저가 말하길 한국은 "IT 강국"이 아닌 "IT 엔터테인먼트 강국"이라는 말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즉, "IT의 생산"이 아닌, "iT의 향유에 대한 강국"이라는 뉘앙스였죠. 모든 정보의 2차
출처만이 넘쳐나는 다음의 그 UCC 광고를 보면서, 저는 정말로 우리나라가 IT 강국인가 다시한번
자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