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 대한 헝클어진 실타래에 관하여. 
 
 
 
 
들어가기에 앞서  저 아래 있는 FTA관련해서 글을 읽다 문득 떠오른 내용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정리도 안되어 있고, 상당히 불친절하게 적혀있으므로(...),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쓰는데 딱 8분 걸렸네요.(...)

따로 인용하고 자시고 할 내용도 아니지만, 머리속에 '어렴풋이'남아있는 2001년경에 출판된 한 책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만약 아직도 국회도서관의 2004년 여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 휴가때 찾아가서 찾을수 있겠지만, 제목도 기억 안나는데 위치가 약간이라도 바뀌면 찾는건 도루묵이겠지.(웃음)

- 2000년, 대한민국의 1차 산업중 대표 산업으로는 농업이 가장 규모가 크다 할 수 있는데, 농업의 75%는 단일품목, 그러니까 벼농사에 치중되어 있다. 이는 1960년대 이후 '미곡 양산 정책'과 '새마을 운동'등이 결합해서 발생된 기묘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우리 나라의 품목은 단일화 되어 있다. 실제 경작면적만 하더라도 전국 농토의 평균 70%가 논이다. 강원도의 경우는 논의 비율이 상당히 낮은지역임에도, 40%이상의 농지가 논으로 되어 있다. 제대로 달리는 동네는 뭐니뭐니해도 호남평야가 대표적인 전라북도 지역, 그리고 경기 남부 지역의 안성천 유역 지역이다. 이 동네는 90%가 논이다. 안성천 유역지역이야 배후지가 좁을뿐더러, 최근에는 상당부분 도시화가 이루어져 있어서 그 진수()를 맛보기 힘들지만, 호남평야는 그야말로 논밖에 안보인다.

자,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소비하는 농산물이 쌀만 있는건 아니다. 물론 쌀을 빼놓고선 설명할 수 없겠지만, '톤수'로 봤을때 쌀의 비율은 채 50%가 넘질 못한다. 단순히 곡류만을 봤을때의 실정이 이정도다. 만약, 채소류나 과실류를 포함한다면, 쌀의 비율은 더더욱 하락할게 분명하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쌀이 차지하는 면적은 70%다. 그리고 생산 효율이 아무리 낮더라 할 지라도, 전 농토의 70%에서 나오는 물량이 소량일 가능성은 별로 높질 않다. 그리고 이걸 증명이라도 하듯, 곡류 창고와 RPC를 차지하고 있는 주범 역시 쌀이다. 과도한 물량의 쌀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1년안에 팔리지 않는 쌀은 그대로 창고에 쳐박혀있다가, 사료로 쓰이거나 폐기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자, 이것이 현 상황이다.

그러면, 다른 곡류는 어떨까 쌀의 뒤를 이어 소비율이 단 몇%밖에 뒤쳐지지 않은 밀을 보자.
일단 국산밀, 만나는것조차 보기 힘들다. 촌놈이라는 나 역시 딱 한번, 그러니까 몇년전에 전라도를 내려갔을때 마지막으로 보고선, 본 적이 없는 귀하신 몸이다. 농림부에서 나온다는 백서를 찾아봐도, 공식적인 재배지는 전라도 몇몇지역에 불과한, 그런 상황이다. 전체 밀 소비시장에서 국산 밀이 점유하고 있는 비율은 단 0.1%. 이러다보니, 국산밀로 만든 음식이 비쌀만도 하다.

자아, 1위 곡류가 전체 농지의 70%를 차지하고, 2위 곡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1%도 되질 않는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여기에는 과거 정부의 통제식 시장경제체제 구축이 한 몫을 한 탓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쌀의 99.9%는 자포니카 품종. 문제는 이 자포니카종이 중국 북부지역, 한반도, 그리고 일본에서만 재배되는, 어찌보면 지역 특산품과 같은 종이라는 점이다. 세계 시장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 그 가운데 18%가 자포니카 품종이 아닌, 인디카 품종이라는, 흔히들 월남미라 불리우는 쌀이 차지하고 있다. 과거 이 종의 높은 생산성덕에 국내에 이식하려던 시도는 몇차례 있었으나, 엄청난 기후차이로 인한 육성 실패, 그리고 식성에 맞지않는 특성으로 인하여 거부당한 적이 두차례나 있다.

자아.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쌀의 경작지를 늘려야 했다. 그런데 당시 밀은 남아 돌았다. 밀의 경작지가 꽤 많았던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서 원조로 들어온 밀때문이다. 이미 대량생산체제를 갖춘 미국이었기에, 그 원가는 엄청나게 쌌으며, 국가적인 지원차원에서 도입된만큼, 그 도입가는 원가를 상회했다. 그런 상황에서 밀의 시장경제성은 떨어졌고, 국가의 쌀 육성에 힘입어, 대부분의 밀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지금 이렇게 농업구조가 뒤흔들린지 어언 40년이 지났다. 1990년 초까지, 농업지원 사업의 90%는 쌀농사에 집중적으로 투자되었고, 여전히 농업지원사업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율은 70%를 상회한다. 그리고 그 외의 농산물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규모 지원을 받은적이 단 한차례도 없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당연히 발전이 있을수가 있겠는가.

농업진흥청 연구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쌀의 품종은 최소 30종이다. 이 가운데 현재 재배되는 종만 10종 가까이 된다. 하지만, 농업진흥청 연구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밀의 품종은 두세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다 외국에서 수입해온 품종일 뿐이다. 그나마, 그 품종들은 대부분 재래종이나 다름없는, 열악한 환경이나 다름 없다. 대부분의 채소 종자는 해외에서 수입을 해 오며, 과실중에서 국내 기술을 통해 만든 토종은 열 품목이 되질 않는다. 당연히, 재배기술의 개발은 국가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으로 이루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개발 실패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대신, 그 몰락의 길을 헤쳐나간 사람들은 한가지 중요한것을 얻었다. 바로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몇몇 과실류의 경우, 국내 생산량이 소비량에 비해서 극도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수입을 해갈뿐더러, 중국등의 대규모 재배 국가에서 수입을 해오는 경우가 거의 생기질 않는다. 그 이유중 하나는 바로 재배능력의 차별화로 인한 실질적 품종의 분화다. 문서상으로는 중국과 같은 품종을 재배한다지만, 실질적으로 이리저리 변형되어진 '아종'을 사용함으로써, 확실한 차별화가 된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입맛에 길들여진 탓에, 싼 값으로 들어오는 품종을 거부하게 된, 이른바 '럭셔리'라인업의 탄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해외에서도 이 맛에 길들여진 부류가 있어서, 물량이 부족함에도 어쩔수 없이 수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쌀시장은 과연 어떤가.
현재 쌀시장은 '단기유통방식'을 통한 공성진을 통해서 시장성을 유지시키고 있다. 미국산 쌀이 대규모로 도입되었음에도, 유통방식의 장기화로 인하여 판매율이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단기유통방식 이외의 유통망에서는 거의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재고가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재고는 계속 늘어가고만 있다. 또 재고의 부담은 결과적으로 생산자가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만약, 해외에서 저런 유통방식을 대폭 개선한다면 - 예컨데, 도정과정을 국내에서 수행하는것만으로도, 원가 상승의 요인은 발생하겠지만, 한국시장의 주류 유통방식은 '단기유통방식'의 신선도를 충분히 모방해 낼 수 있다. 또한, 국내 쌀 시장의 특색중 하나가 차별화된 도정과정이기 때문에, 국내수행을 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단점을 완전히 커버한다는 것이다. - 더이상의 수성은 분명 힘들어질것이다. 도매원가 자체가 절반 이하기 때문에, 대항하기 힘들어진것이다.

저게 현실화가 된다면, 쌀시장의 몰락은 막기 힘들어진다. 몇몇 차별성 전략을 만든 개인을 제외하고선, 많은 농토를 놀려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발생된다. 하지만 우리농업은 쌀로만 이루어졌고, 쌀 이외의 농업기반은 거의 갖춰져 있질 않아 있다. 결국, 시장의 '수요'는 있되, 공급이 불가능한 기현상을 가지고 있게 되고, 그대로 농업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답은 하나다. 지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시장의 수요를 공급해주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80%의 쌀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0.1%만이 남은 밀을 살려야 하고, 1%의 보리를 살려야 하며, 10%의 채소와 20%의 과실을 살려야 한다. 그리고 비단 농업분야만이 아닌 생물환경분야, 기계분야, 경제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마스터 플랜이 있어야 한다. 이를 충족시키지 않고서는 시장개방을 거부하는것조차 무의미하다. 그리고 현재 상황은 농업을 그대로 무의미함으로 밀쳐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설사 자신이 농업시장 개방을 주장하건, 농업시장 개방을 거부하건 간에.

p.s
사실 우리집은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원래부터가 농업을 추구하던 집은 아니었다. 단지 부장생활에 염증을 느낀 아버지께서, 조용히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지금 사는 동네로 내려온것이 바로 우리 집안 농업의 시작이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외가와 친가쪽 어느쪽도 1차산업중 하나인 농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우리집을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가 뒷마당 텃밭이니.(웃음)

이런 배경을 설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이러한 내용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관점'과 '논리'에 약간이나마 영향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는 절대 친농파가 아니고, 농업으로 생계를 연명할 생각도 없지만, 농업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부류이며, 아직까지도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보는 쪽이기 때문이다.
 병장 김동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7-07 1334) 

  
 
 
 
병장 송희석 (20060707 130058)

이건 전혀 색다른 논리군요. 저역시 '식물생산공학전공'이라는 허울뿐인 학사자격이 있는데, 물론 예전에는 '농학과'라고 불리웠죠, 농업진흥청이 갖고있는 밀의 종류가 2~3가지 밖에 없다는것은 전혀 몰랐네요. 호남작물시험장에 조금 더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가지로! 입니다.    
 
 
병장 조용준 (20060707 131149)

희석 에, 여기서 가지고 있는 종류라는건요. 독자적인 품종이야기입니다. 
뭐, 가지고 있는 품종은 더 많아요. 단지 해외에 로얄티로 나간다는게 문제고, 또 거의 재배하질 않는다는게 문제일 뿐이죠.(웃음)    
 
 
상병 허익준 (20060707 132024)

책가지로가 되겠습니다. 
역시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전문분야로 삼고 계시는 용준님다운 글이군요(웃음)    
 
 
상병 김청하 (20060707 132802)

새로운 내용이네요. 이후의 사건()들을 지켜보는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가방을 놓고 왔군요. 이따가 관물함에 책 좀 가지로 가야겠어요. (썰렁)   
 
 
상병 허익준 (20060707 132832)

청하씨, 가지로 좀 맞아야겠습니다.    
 
 
 병장 김동환 (20060707 133423)

용준님과 너무 잘어울리는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잘 볼께요. 
이거 여러방면에서 용준님의 빛나는 네글자 휘호가 무색하지 않군요. 
책가지로    
 
 
병장 박민수 (20060707 134500)

논과 밭을 비교적 가까이 하고 자랐지만,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부분이라 그런지, 본문의 내용이 참 낯설게 느껴지네요. 덕분에 나름대로 새로운 문제의식를 갖게 되었어요. 흐. 저도 가지로를 불러 봅니다. 아아.    
 
 
병장 주영준 (20060707 135624)

이런. 책마을에 있었을때 놓치다니. 가지로라고 말하기엔 좀 늦은 감도 들지만. 쳇.    
 
 
병장 김태경 (20060707 171001)

용준씨 글의 파괴력은 사실을 아주 명확한 어조로 말하고 분석해 대책을 세운다는데 있는것 같네요.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파괴력.    
 
 
병장 조용준 (20060707 172222)

어라, 어느새 여기로 옮긴거래요.(...) 

익준 바이오 테크놀러지라기 보다는 아직 생물학개론도 못벗어났습니다. 갈길이 멀죠.(먼산) 
청하 뭐어. 여러 의견이 있으니, 한번쯤 각계의 의견을 비교하시는게 좋을겁니다. 
일단, '제 논리'로는 이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대신 현재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업종을 포기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어요. 뭐, 앞으로 그 업종에 끼어드는 사람이야 수월해지겠지만. 
동환 ...'원조용준'이라뇨! 
민수 저도 사실은 별 관심 없었습니다. 한번 총학 임원이랑 싸우고부터 이렇게 비뚤어졌죠.(...) 
영준 오오, 사파의 거두중 한명인 영준씨가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태경 사실 많이 빈약합니다. 리포트성 글쓰기에 익숙해서, 도표가 좀 있어야 할텐데.(...)    
 
 
 병장 노지훈 (20060708 071100)

용준씨 글은 확실히 독자적 품종입니다. (웃음)    
 
 
 병장 김동환 (20060708 151225)

아무래도 용준씨 키우는데 재능이 남다르세요.    
 
 
상병 조주현 (20060708 164114)

그러게요. 남다른 기술력입니다.    
 
 
병장 김희곤 (20060708 164840)

그 기술력을 이용해 그 수많은 여후배도 양산해 내시는 것!    
 
 
병장 조용준 (20060708 175300)

뭐야뭐야뭐야, 이 분위기는 대체 뭐에요(...!!)    
 
 
 병장 박진우 (20060711 000302)

역시나 원조용준. 이름값을 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