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Tourist
상병 박찬걸 2008-06-25 16:18:27, 조회: 344, 추천:0
Prologue
얼마전 티비를 보다 인상깊게 광고 하나를 봤다. 호주 관광청의 여행 초대(?) 광고. 어쨌든간에 자기네들 나라로 놀러오라는 광고다. 그리고 마지막에 붙는 한 여인네의 한마디. "So Where the Bloody Hell Are You?"(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Part 1.
나는 여행을 상당히 좋아한다. 물론 여건이 그리 쉽게 조성되지 않아서 많이 다니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있는 한도 안에서는 최대한 많이 갔다가 생각한다. 그리고 여럿과 같이 가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즉석에서 스케줄을 짜는 스타일이다 보니 누군가와 같이 가면 그와 의견이 맞지 않을시에 기분만 상하고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행 사진을 보면 사람보다는 풍경 사진이 더 많다. 또한 자가차량이나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기차를 주로 이용한다. 물론 도시에 도착해서는 버스를 많이 이용하지만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기차라는 여행의 낭만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 그것을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KTX 역시 이용하지 않는다. 너무 빠르고, 단순 이동수단이라는 인식이 나에게는 너무 강렬하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많은 풍경들을 볼 수 있다. 바다, 산, 들, 계곡. 그리고 사람. 사람. 여행이 가장 즐거운 이유는 바로 사람 구경 때문이다. 바다, 산, 들, 계곡은 보고 멋있다라고 생각하면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사람 구경은 그렇지 않다. 천태만상. 제각각 사람마다 다른 행태를 자연스럽게 구경한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행태를 보여준다. 연인끼리 온 사람. 친구끼리 온 사람. 나처럼 혼자 온 사람. 무리로 온 사람. 사진 찍는 사람. 애정행각을 벌이는 사람. 멍하니 구경만 하는 사람. 수다를 떠는 사람. 뭔가를 먹고 있는 사람. 같은 커플이라 해도 같은 무리라 해도 절대로 그 사람들이 같을 수는 없는게 사람이다. 사람 구경은 여행에 가장 큰 즐거움이다.
Part 2.
그간 여행을 다녀본 곳을 돌아보면 바다랑 내륙을 반반 비율로 갔던거 같다. 부산, 강릉, 속초, 서천. 도라산, 신탄리, 전주, 대전. 바다도 좋고, 내륙도 좋다. 바다는 탁 트여서 바다 하나만 볼 수 있지만, 내륙은 이런것들 저런것들로 막혀있어서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이런것들은 같이 복합으로 가지고 있는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태종대. 태종대는 산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얕은 구릉 정도라고나 할까. 산을 충분히 구경하면서 바다도 함께 볼 수 있는 복합체라고나 할까.
하지만 태종대에서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유람선. 한강의 유람선 같은걸 생각하지는 말아야한다. 단지 이 유람선은 조그마한 여객선을 가지고 그냥 태종대 주변을 한바퀴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단지 배가 엉성하다고 해서 이 배를 타지 않으면 정말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후회를 하고 다시 한번 찾아갈지도 모른다. 태종대의 기암절벽과 저 멀리 보이는 오륙도. 자기 동네 명승지는 그 동네 사는 사람은 잘 모른다(대부분이...). 그래서 부산사람들에게 어떨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부산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다. 태종대를 무조건 들려서 유람선을 무조건 타라고, 돈이 있든 없든 말이다.
Part 3.
난 코스가 정해진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한군데, 이 곳만큼은 코스 여행을 추천할만하다. 안보 관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도라산. 일단 도라산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통근 열차(또는 한대 있는 새마을)를 이용해 임진강역까지 가야한다. 물론 표는 미리 서울역이나 출발지에서 도라산까지 간다고 해서 표를 구매해둬야 한다. 임진강역에 내려서 간단하게 물품 검사 등을 하고 수속을 받은후에 헌병들의 호위(?)아래 새마을호를 타고 도라산역까지 간다. 그곳에서 군인들에게 표 검사를 받은 후 역앞에 대기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러면 가장 먼저 가는 곳이 제3땅굴이다. 참고로 여긴 웬만하면 겨울엔 가지 않는것이 좋다. 땅 밑으로 들어가는데 따뜻할거 같지만 엄청난 냉골이다. 여름에도 한기가 살짝 느껴질 정도이니 어느정도 일지는 대충 예상이 될듯 싶다. 그 다음은 도라전망대이다. 여기선 사진 촬영이 거의 금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건물안에서도 안되고 전망대가 있는 곳에서도 병사들이 제재한다. 사진을 찍는 것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압수해서 사진을 지워버린다. 도라전망대에선 개성공단이 훤히 보일 정도로 북한과 상당히 가까이있다. 앞쪽에 남북출입국사무소까지 보이니 이건 뭐 북한인가 싶을 정도다. 그 다음은 통일촌이다. 이곳은... 어딜 가나 있듯이 바로 그 상점(상술이 여기서도 먹힌다)들이 즐비한 곳이다. 어떤 상가 같은 곳에 내려주는데 음식점과 기념품을 등을 파는곳이 있지만 음식점은 도저히 사먹기 힘들정도로 비싼 음식들을 팔고 있고, 기념품이랍시고 파는것들은 상표는 붙어서 나오지만 어딜가나 구할 수 있는 그런것들만 즐비하다. 솔직히 이 코스 여행은 어느정도 느끼는바도 있고, 흥미로움이랄까 그런것도 존재하지만 마지막에 기분을 상하게 하는 조금 짜증나는 여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라산역으로 돌아갈때 옆에 보이는 표지판에 있는 판문점 8Km가 또 나를 설레게 하니 이런 여행도 참 이상하다 싶다. 뭔가 조금 특별한 여행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여행을 추천해 주고 싶다.
Part 4.
어딘가 여행을 가고 싶을땐 언제나 항상 기차를 이용해왔다. 그것도 무궁화호만. 물론 내가 기차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타는것도 있고, 싼맛에 타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가장 끌리게 하는 것은 오랜시간 기차를 이용하면서 하게 되는 것들이다. 예를 들자면 독서를 많이 한다던지, 차창 밖에 보이는 풍경을 감상한다던지 노래를 실컷 들어본다던지, 지나가는 카트를 세우고 먹을걸 골라본다던지, 세시간 네시간씩 차에서 잔다던지. 이런것들은 버스나 자가차량에선 또 즐길 수 없는 낭만이지 않은가 싶다. 그렇게 네시간 다섯시간 앉아서 가다보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고,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여행에 바로 나선다.
외삼촌이 지하철공사에 근무하시다 보니 가족권이라는 공짜표가 한달에 한개씩 나왔다. 이 표는 그냥 집표기에 집어넣으면 계속 들어갈 수 있는 표인데, 아무리 멀리가도 공짜이다 보니, 돈을 벌기전에 남쪽으로 여행을 떠날 때에는 시간이 좀 들더라도 천안까지 가서 무궁화를 탔다. 그래봐야 이, 삼천원 아끼는 수준이지만 그때는 그 돈이 너무도 중요했기에(많이 가져가봐야 10만원 안팎이었다) 그걸 아끼기 위해 한시간을 더 들여 지하철을 이용해 천안까지 가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 같기도 하지만 그때는 지하철도 너무나 사랑했기에 또 천안까지 가는 전철은 속도도 안 줄이고 열심히 달리기에 시내에선 즐길 수 없는 속도감(?)에 그렇게 열심히 타곤 했다.
epilogue
지금의 나는 휴가(특히 정기휴가)를 나가도 특별히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못한다. 차라리 집에서 십분이라도 더 쉬고 말지 이런 생각이 가득하다. 옛날의 열정마저 사라진 지금의 나를 보면서 도대체 여행 하나 못하면서 나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여행이 가고 싶어 안달이 나던 그때의 열정은 어디로 사라진건가 싶기도 하다. 그저 한심할뿐. "So Where the Bloody Hell Are You?". 도대체 난 어디에 있는거지? 9월에 나가려 하는 휴가에선 꼭, 어디론가 떠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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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보는 글인데...
글쎄요 여기랑 이런게 맞는건가 싶기도 하고 글쓰는 경험이 적어서 너무 좀 이상하게 쓴거 같네요.
채찍질좀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10
13:04:51
병장 이동석
저도 채찍질 좋아합니다.
(맞는쪽을 므흣)
흠흠.
글쎄요. 책마을의 강점이라면
몇가지만 말고 다 된다는 점이 아닐지요.
그 몇가지도 군대이기때문에 갖는 필연이고
군대가 아니었다면 그 어떤것도 안 되진 않았겠지요.
저도 한참 휴가때마다
집에 쳐박혀 밤마다 나와 도시의 유흥거리에만 집착해왔는데
얼마전부텀 휴가마다 주제를 정하고 그거하느라
집에도 안들어가고 귀영한적도 있습니다. (푸하하. 부모님한테 얼마나 욕을 먹었던지)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정기휴가라면 이박삼일정도는 색다른곳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무리 군인이라도 맨 클럽에 나이트, 피시방만 가다보면 (제 경웁니다)
정말 휴가가 다 똑같고, 귀영해서도 전혀 새로운 자극이나 뭐 그런 감각 없고
휴가 나가기 전에도 전혀 기대되는거 없어지며
삶의 의욕마저 잃게 되는 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재탕 삼탕도 끝나고 이젠 물인지 사골국인지 모를
미친소자슥의 뼛국물되시것습니다.
(미국소라곤 안했습니다.) 2008-06-25
16:54:40
상병 이태형
여행이라곤 친구 입대할 때 대천해수욕장 가본 게 전부지요.
그나마도 처음 바다를 22년만에 보게 되었었는데.
행동으로 옮기기는 너무 힘들고 무엇보다 귀찮아서 안 움직이게 되네요.(웃음)
항상 지하철을 이용하는지라 지루해죽겠는데, 열차를 사랑하신다니 제겐 충격입니다.
그 광고의 마지막 멘트.
전 how are you로 들었는데.
역시 영어는 어려워. 2008-06-25
17:11:08
병장 이동석
그러고 보니
그 여자애가 그런 블러디 헬 어쩌고 저쩌고 했군요.
해맑게 말하더니 허허. 영어는 잘 모르지만,
강조어 중에 좀 거친 표현 아닙니까?
(거의 밤새 놀고 있는 자식에게 부모가 전화해서 하는 그런 표현?)
궁금해서요.흐흐.
한국해양대가 태종대 바로 근처에 있는데
태종대 가고싶어 거기있는 친구들에게 보챘더니
대학와서는 가본적 없고 가고 싶지도 않아하더라는. 허허. 2008-06-25
17:39:41
상병 박찬걸
아무래도 저 영어 표현은 일부러 친숙하게 하려고 저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네요.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런 말 했다가는 아마 맞아죽을지도...
앞으로는 여행과 책을 같이 묶어서 써봐야겠네요.
이번엔 처음 쓴다고 그냥 여행에 대해서만 주구장창 썼는데
책마을에 책 얘기 없음 되겠습니까, 허허 2008-06-25
19:37:47
상병 양순호
이번에는, 부산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여기서 서울까지는 근 3시간.
집까지도 1시간. 이정도긴 하지만.. 부산은 얼마나 더 멀까요.
이래저래 경험하기 위해서의 여행이라면 어디든 좋은 것 같습니다. 2008-06-25
21:10:44
상병 박찬걸
부산 은근히 빡십니다. 하루 가지고는 힘들고, 이틀 잡고 가셔야 할겁니다. 볼것도 많고, 빨리 가서 많이 보실거면 KTX를 지르시는 것도 괜찮고, 여유있게 가실거면 버스나 무궁화 새마을도 괜찮습니다. 참고로 무궁화는 거의 다섯시간 이상(서울 기준) 걸리니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가서도 버스는 태종대쪽 가실때 좋고, 나머지는 지하철이 있으니 유용하게 이용하시면 됩니다. 2008-06-25
21:15:56
상병 양순호
아하. 물론, 하루가지고 돌려고 하는건 아닙니다. 한 2박 3일정도 노닥노닥 하려구요.
거기에다가 중간 중간 거쳐서 만나야 할 동생들도 있기도 하고 그래놔서, 이런저런거
해대면서 노닥이려고 가는거랍니다. 박찬걸 상병님의 관심 감사드립니다. (히히) 2008-06-25
22:56:01
병장 황인준
크, 제가 꿈꿔왔으나 귀차니즘때문에 실행하지 않았던
삶을 사셨군요. 부럽습니다.
저도 여럿이 가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 다니는 걸 더 좋아하기에
여행을 이곳저곳 가고 싶었는 데 정작 아직은 한 번도 없답니다.
그저 동네를 산책하는 수준이었던...
그래도 덕분에 다시 의욕이 살아나네요.
저도 어디론가 한 번 떠나봐야겠네요.
남부지방에 사니까 우선 남부지방을 공략해야겠네요.
그나마 한 번 시작하면 다음엔 더 수월하게 떠날 수 있겠죠?(웃음). 2008-06-26
09:39:04
상병 박찬걸
저도 지금 9월에 어디로 갈까 고민중입니다.
수송사가서 기차 시간표 알아보면서 당일이나 이틀로 갈만한데 찾고는 있는데
아직 마땅히 생각이 안나네요.
간이역 위주로 가볼까 아니면 새로 단장한 장항선 일주를 할까 고민중입니다. 2008-06-26
11:10:20
상병 임성균
저는 여행이라고 하면 혼자 다니는 여행에 많이 끌리더라구요.
함께 하는 여행도 물론 즐겁지만 저 자신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킬수 있는것은 역시 1vs1로
자연과 맞짱뜨는 '나 홀로 여행'을 선호합니다.
모르는 사람과 즐겁게 이야기 하기도 하고, 그렇게 두려움을 없에고, 여러 경험들을 하면서 둘이 하는 것보다는 어려움이 많지만(경험적으로) 말이에요.
언제가 계획으로만 끝나는 제 여행이 한탄스럽습니다.
그래서 역시 기행문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지요.
군 이라는 특수성으로 대리만족은 무척 큰것 같습니다.
여행도 마찬가지 겠지요.
우리 모두 기행문을 읽으며 못가본 세계여행도 해봅시다. 2008-06-26
15:49:31
상병 김태형
여행.. 저도 좋아합니다.
다만 문제는 금전적 압박(...)과 시간적 충돌이었는데..
여유를 가지지 못한게 되게 아쉽네요(이제와서)
휴가 나가서 여행을 가볼까도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구요.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삼았지만,
이제 여행도 취미로 삼아볼까 합니다.
혼자 노니는 것이 때때로 외롭겠지만
굉장한 경험아닐까요.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하지만 저는 공대생...?!?!) 2008-06-26
18:40:48
상병 박찬걸
성균// 일단 한번 계획 딱 잡고 출발하시면 좋습니다.
한번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경험도 있고 노하우도 있기 때문에 가기 편합니다.
처음에 하시는게 두렵다면 여행 사이트 등을 참고해서 거기에 짜여진 계획대로라도
갔다오게 되면 다음에 가기는 더욱더 수월하겠죠.
태형// 솔직히 여행에 있어서 압박은 시간이 되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는게 정말 짜증나는 상황이죠.
하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짜내고 돈을 마련해서 갔다오면 그것도 큰 경험이 되니까
사진 찍는걸 좋아하시면 여행가서 풍경 찍는것도 좋으니까 한번 꼭 가보세요. 2008-06-27
09:16:14
병장 서정철
태종대 정말 좋은곳이랍니다.
부산에 살고 사진이 취미라서 태종대로 자주 출사가는데,
나날이 발전해가는 모습이 정말 흐뭇하던데요. 흐흐
3월에 여자친구와 갔을때는 태종대를 쭉 도는 작은 기차까지 생겨서
깜짝놀랬어요. 로맨스 제대로던데,(웃음)
박찬걸님 부산 오면 연락해주세요.
여행은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
저도 여행 엄청 좋아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