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Side and Side-터키와 그리스  
일병 이석재   2008-12-19 15:23:12, 조회: 132, 추천:1 

갑자기 생뚱맞게, 터키와 그리스는 왜 나왔냐구요? 사실 뉴스를 보다가, 그리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동 소식을 보고있자니, 현대의 그리스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어졌거든요. 현대 그리스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터키도 거기에 빠질 수 없는 노릇인지라. 터키와 그리스, 어찌보면 한국과 일본같은 이 두나라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1453년 비잔틴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투르크에게 점령당한 이후로부터, 그리스 영토는 이슬람 세력권에 들어가게 됩니다. 물론 쬐끄만하게 있는 코르푸라던가 크레타, 뭐 이런 도시들은 베네치아령이긴 했지만서도, 이미 그리스를 비롯한 발칸반도 전체는 오스만투르크령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이 덕분에 발칸반도는 이슬람, 그리스 정교, 카톨릭 3개 종파가 이리저리 뒤섞여 마치 녹아버린 팥빙수 같은 형상을 하게 됩니다.(더불어. 모스크바는 제 3의 로마 어쩌구저쩌구를 주장할 수 있게 되버린 것이고…)

하지만, 인고의 시간 끝에 오스만의 세력이 약화되자, 유럽의 지식인들은 고대 그리스를 본따서 그리스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게 됩니다. 그 분위기를 타서 그리스는 독립전쟁 끝에 오스만에게서 독립. 점차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면서 불가리아나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왈라키아, 모라비아(왈라키아, 모라비아는 서로 합쳐져서 루마니아를 형성하게 되고, 1차대전중 완전히 럭키한 사건을 터트립니다. 그 얘기는 차후에..) 등등이 독립하게 되지요. 

그러면서 좀 보자니, 발칸 안에서 독립국들이 끼리끼리 모여 놀기에는 너무 좁은겁니다. 그래서 다른 강대국들 좀 따라해보자면 침략을 해야하고, 그래서 서로 작당모의해서 공격하기로 한게 오스만투르크입니다. 발칸반도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던 오스만 투르크는, 세르비아, 불가리아, 그리스의 공격을 받고 후퇴, 결국 세 나라들은 영토를 분할합니다. 이 전쟁이 흔히 말하는 제 1차 발칸전쟁입니다.

그런데 세르비아나 그리스가 보니, 이건 불가리아가 너무 많이 드신거 같아 배가 아파버린 겁니다. 그래서 이번엔 다굴대상을 좀 바꿔볼까…해서 불가리아를 노리는데, 불가리아가 그걸 알아버리고 선제공격하다가 깨져버립니다. 이것이 제 2차 발칸전쟁, 이 전쟁으로 불가리아는 에게해로의 창구를 잃어버리고 흑해쪽의 항구만 남게 되었으며, 그리스는 테살로니카 등 북쪽지역을 수복하게 됩니다.

점차 이렇게 영토를 성장해나가니, 그리스는 슬슬 옆의 오스만 투르크를 노리면서 ‘대그리스주의’를 표방합니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옛 비잔틴의 고토를 회복해보겠다 뭐 이런 민족주의 논리지요. 옛날 우리 조상들은 아나톨리아(터키)와 발칸에 걸친 거대한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우린 뭡니까. 뭐 이러면서 오스만을 은근슬쩍 노리기 시작합니다. (사실, 소말리아도 대소말리아주의 어쩌구저쩌구해서 에티오피아와 전쟁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소말리아 영토에 비해 소말리아인들이 사는 땅은 더 넓었거든요. 이렇듯 민족의 생활권과 그 민족의 나라가 일치하지 않아 벌어지는 전쟁이 꽤 많았습니다.) 그리고 기회를 잡았는데, 그것이 바로 제1차 세계대전입니다.

오스만이나 불가리아 같은 경우는 발전이 좀 더딘 국가들이기 때문에, 강대국들에게 시달린게 좀 많았습니다. 그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1차대전중 같이 좀 영토를 넓혀볼까 하는 심정에서 독일 편에 붙습니다. 독일이나 오-헝, 오스만 같은 경우는 영국, 프랑스에게 불만이 꽤 많았거든요. 하지만 패배해버리고, 오스만은 아프리카, 중동을 다 잃어버리고 아나톨리아 반도로 축소됩니다. 그 결과로 터키라는 공화국이 생겨나게 되죠. 이런 혼란이 옆나라에서 발생하니까 그리스는 좋다하고 아나톨리아로 상륙하게 됩니다. 한번 터키한번 먹어보자~! 이러면서 말이죠.

처음에는 승승장구하며 수도 앙카라 근처까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터키의 아버지라고 하는 케말 아타튀르크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점차 반전되기 시작합니다. 터키는 케말 아래 점점 집결하기 시작하는데, 그리스는 왕이 암살당하면서 군대 내부문제가 점차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점차 패배하기 시작, 결국 그리스는 아나톨리아 반도에서 축출당하게 됩니다. 비잔틴 제국을 부활시켜보자라는 대그리스 주의는 이렇게 끝을 맺었죠. 사실 이스탄불은 커녕 너무 큰 먹이에만 집중해버린데다가 터키를 너무 과소평가해버린 관계로 그리스의 확장은 결국 에게해에서 그 끝을 맺게 됩니다. 케말은 이 승리로 터키를 굳건히 세울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터키와 그리스는 1945년 이후로 서로간의 적대관계를 좋으나 싫으나 청산해야만 했습니다. 북쪽의 공산주의가 점차 발칸반도를 휩쓸고 남하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미국은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으로 힘겨워하는 터키와 그리스에 지원을 결정합니다. 이게 마셜계획(가난한 나라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주어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미국의 경제지원계획)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리스는 발칸반도 국가들 중 유일하게 민주주의를 고수할 수 있었고, 터키도 나름대로 이슬람 국가들중 거의 유일하게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 있는 국가정치체제를 수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주위국가들 사이는 서로 티격태격 하기도 하고, 서로 연결되기도 하는 등 이래저래 수많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앞으로 이런 이웃나라들의 사건들중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에 대한 것들을 좀 써보려고 합니다. 터키와 그리스는 현재 약간의 영토분쟁(예를 들어, 에게해의 섬들) 
이 진행중에 있기도 하고, 축구에서 두 나라간 경기를 하면 죽이네 마네 하기도 하지만(페네르바체나 AEK 아테네라던가 뭐 이런 팀들..) 옛날보다는 그나마 사이가 많이 좋아지기는 했습니다. 최소한, 이스탄불을 되찾자고 그리스가 난리를 피우지는 않으니까요.

다음 글에는, 어디를 쓸지 아직 결정을 안했답니다[…] 그때그때 생각나면 글을 쓰는게 제 특징중 하나거든요. 아마 유럽 구석탱이 어딘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허허

-제가 이래저래 필력에서 부족한 점이 좀 많습니다. 만약 이런저런건 설명이 부족하다던가, 뭐 그런게 있다면 날카로운 비평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더 길게 써야 하지만... 너무 축약해 쓴 감도 있군요. 터키와 그리스에 대한 얘기를 좀 더 늘릴까도 생각중입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29:49 

 

병장 양 현 
  역사이야기구나! 하고서 왔는데 이게 뭐람, 두고두고 읽어야겠어요. 
이런 역사적인 이야기들은 좋은점이 뭐냐면, 다른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고 모티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죠. 

석재씨의 다른 이야기들, 기다리고 있을께요! 2008-12-19
16:33:02
  

 

상병 김무준 
  잘 읽었습니다. 2008-12-19
18:38:41
  

 

일병 김태경 
  역사 얘기 너무 좋아요! 2008-12-19
22:40:07
  

 

상병 이지훈 
  재밌군요 

발칸반도, 발칸반도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는데 정작 아는 건 없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TV를 못 본지 오래 되버려서 현재의 그리스 정세도 이유를 잘...허허 
질문해도 된다고 하셨으니(?) 질문 한 가지...아니, 요청인가요?.. 
가능하다면.. 
마셜계획(가난한 나라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주어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미국의 경제지원계획)이 터키와 그리스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 그러니까. 글을 보면 터키와 그리스가 주위 국가와는 다른 국가시스템을 구축했다. 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마셜계획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고 싶어요. 
또 당시 냉전시대였다고 해도, 미국이 지원을 할만큼 정치적 위치, 혹은 지정학적 위치를 터키나 그리스가 가지고 있었는지도...하하 이거 궁금한게 끝이 없군요 
추가적으로 비슷한 시기의 한국도 이 마셜계획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알고 싶네요 

다음 이야기들이 기대되네요 후후 2008-12-20
03:54:59
  

 

병장 안재현 
  동유럽쪽은 이야기 아는 것이 옛 소비에트 연방이나 신화 정도인데... 

굉장히 도움이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2008-12-20
04:34:25
  

 

일병 이석재 
  병장 양 현/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연재물로 하나 시작할까 생각중이에요. 

상병 김무준/ 감사합니다! 허허 

일병 김태경/ 역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는 것, 그것이 제 행복입니다. 허허 

병장 안재현/ 감사합니다! 사실 동유럽의 역사는 꽤 흥미로운것들이 많아서요. 2008-12-20
21:07:29
  

 

일병 이석재 
  상병 이지훈/ 지정학적 위치는 많이 중요했죠. 2차대전 말기 영국의 처칠은 발칸반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탈리아나 프랑스, 아프리카에 시행했던 상륙작전을 발칸반도에도 시행할것을 역설합니다. 사실 이탈리아에 썼던 자원들의 반만 발칸에 밀어넣었어도 발칸의 해방은 빨랐겠지만, 연합군중 아무도 발칸에 들어가지 않았고, 결국 발칸의 지역들은 모두 소련의 통제하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만큼 발칸반도에서 자유주의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나, 터키는 중요한 지역이였죠. 소련을 아래서 견제할 수 있는 위치였으니까요, 터키같은 경우도 카프카스(그루지야도 이곳에 속합니다)지역을 견제하며 소련의 유전을 공격할 수 있는 위치라 미국에겐 이 두나라가 중요했습니다. 2008-12-20
21:14:45
  

 

일병 이석재 
  상병 이지훈/ 저희나라 같은 경우는 마셜계획의 일부분이라고 보기는 힘들거 같습니다. 마셜계획의 중점 국가는 영국, 프랑스같은 연합군에서부터 독일, 이탈리아같은 전쟁패배후 공산주의에게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국가들까지, 일반적인 '옛 강대국' 중심으로, 특히 유럽에 집중되었기 때문이죠. 한국의 지원에 대한 부분은 마셜계획이라기보다는, 1953년 이승만씨가 휴전에 대한 조건으로 체결한 원조협약에 의해 이루어진 것들이 많습니다[이거 이승만씨라고 했다고 끌려가는거 아닌가...허허] 2008-12-20
21:20:57
  

 

일병 이석재 
  상병 이지훈/ 마셜계획이 터키와 그리스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저도 조금 자료를 찾아봐야 겠군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영국과, 프랑스같은 국가에 진행된 사례를 찾아보자면, 2차대전중 미국에게 빚진 군수물품서부터 온갖 채무들을 갚아주고, 폐허가 된 공장 재건설에 자금을 대주는등 주로 경제적인 쪽에서 자금지원을 많이 해주게 되는 것이죠. 미국은 전쟁체제로 돌아가던 경제체제를 다시 평시체제로 돌리면서 남는 여유물품들을 유럽에다가 제공하면 瑛릿, 여유물품 처리하고 경제 살리고 일석이조랄까요. 2008-12-20
21:23:05
  

 

상병 이지훈 
  답변 감사합니다 2008-12-20
21:49:32
  

 

병장 양 현 
  저야말로, 이런 이야기를 풀어해쳐주심에 감사드리옵니다. 2008-12-21
10:10:46
  

 

병장 이동석 
  오, 재밌네요. 다만 해방-이라거나 반란-이라거나 저희-나라같은 표현이 아쉽긴한데, 뭐 그러려니 해야죠. 

그리고 최후의 자유주의라거나 민주주의 수호-라는 표현은 엄, 그게 사실문제-라기 보단 가치판단-이 개입된 일종의 의견-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팩트를 설명하는데는 가치중립적인 용어 사용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저도 그런 용어-로 팩트를 배워왔지만요. 2008-12-21
14:17:39
 

 

일병 이석재 
  병장 이동석/ 물론 그런 '비 중립적' 용어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필체에 너무 녹아내려서인지 무분별하게 쓴 느낌이 있군요.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2008-12-21
20:41:16
  

 

병장 정현진 
  잘 읽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제목만 봤을 때는 하루키의 '우천염천'이 생각나더군요. 읽은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2008-12-22
09:38:56
  

 

병장 이동석 
  석재/ 주의를 준건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인 의견일뿐이에요. 컥. 2008-12-22
13:08:59
 

 

상병 김용준 
  현대사는 어려워요. 흑흑. 이 글 보고 머리에 쥐날뻔? 했어요. 크헉- 

아무튼 잘 보고 갑니다. 후후. 2008-12-22
14:5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