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코포라티즘  
상병 홍명교   2009-07-15 140122, 조회 109, 추천0 

일단 여러분의 용기에 박수를. 저는 겁쟁이라서 짐짓 분석가인척 하면서 글을 써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몸이 떨립니다. (무서워서.) 며칠 전부터 입실 중인데다 최근 보름간 프리미어 영상작업을 밤낮 가리지 않고 하느라 지쳐있는 상태입니다. 역시 나이는 못 속여요. 하지만 난 동안이니까!

코포라티즘이라는 유령

몇 년 전부터 코포라티즘이라는 유령이 한국사회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각각의 지역에서 다른 모습으로 둔갑하는 변신합체로봇입니다. 그러니 용어 사용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처음에 스웨덴을 비롯한 북구유럽에서 코포라티즘적인 전략이 등장했을 때의 맥락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80년대를 경유하면서 영국과 미국, 앵글로색슨 자본주의의 중심부로 번져왔죠. 여기에는 정부권력의 이데올로그들이 그럴만한 정치적 필요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영미 코포라티즘은 또 다른 양태를 지닙니다. 그리고 다시 90년대를 경유하면서 프랑스, 독일로 번져왔으며, 90년대 후반을 경유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경제권을 강타한 IMF의 후폭풍으로 DJ정권이 코포라티즘을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노사정위원회’의 설립과 노사정대타협, 97년 겨울 노동법날치기개악, 이후의 민주노총 총파업 등이 코포라티즘의 등장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입니다. 따라서 저는, 코포라티즘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맥락에 보다 더 무게가 실려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스포츠사와 스머프주의의 오도된 경향이 한 힘을 보탰지만 그런 것은 차차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왜 스웨덴에서 그것이 가능했나

스웨덴에서 코포라티즘, 노정 대타협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떤 거대한 기계가 있는데, 그렇게 해도 그게 작동되면 그건 쇼부쳐서 할 수 있는 겁니다. 스웨덴과 북구유럽에선 그게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스웨덴의 경제가 식민경제의 착취로 가능한 선진국 경제니까요. 복지와 사회민주주의의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리는 스웨덴 체계는 실제로 그것이 남반구의 후진국들을 경제적으로 ‘착취’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곳에서 싼 값에 원료를 사올 수 있기에 가능한 체제라는 거죠. 이케아라는 초국적 가구회사에서 동남아에서 아주 싼 값에 나무를 사오기 때문에 품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착취가 가능해야 거대한 기계는 돌아갑니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는 아주 오랜 기간 이 코포라티즘의 체제를 잘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조의 대표와 정부 대표, 기업연합회의 대표가 한 테이블에 모여 최저임금이나 임금, 노동시간, 노동권 등에 대해 타협을 보는 것이죠. 이것은 베른슈타인적 뿌리에서 삐져나온 전략이기도 합니다. 점진적 개혁을 통해 좀 더 나은 체제를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이 엄연히 이데올로기 안에 기생해있었는데, 실제로 그것이 가능했던 지구상의 거의 유일한 국가였던 스웨덴 등 북구유럽에서 가장 먼저 이것을 실행한 것이죠. 이런 체제에서 실질적으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에 심대한 후퇴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치고 넘어가보죠.

신자유주의와 함께 세계화된 코포라티즘

80년대에 영국과 미국으로 코포라티즘이 넘어간 것은 노동자의 입장에서보면 울며 겨자먹기로 별 도리 없이 받아먹을 수 밖에 없는 썩은 동아줄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미 조합주의적 경향으로 심대하게 후퇴한 미국의 노조스포츠는 이미 더 이상 꺼낼 카드가 없었습니다. 레이거노믹스를 경유하며 이미 수만 명이 강제해고 당했고, 그간 강대한 노조에게 쥐어져있던 여러 혜택들은 하나둘씩 제거되어나갔습니다.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죠. 일단 테이블로 나오라고 하고, 그것만이 합법이라고 강요되기 때문에 조합주의 경향으로 몰락해가는 노조스포츠은 그곳에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곳에서 논의되는 것은 임금삭감과 인력감축안입니다. 여기에 모순이 있는거죠. 노동자의 대표들이 테이블에 나와서 노동자의 권리 폐지에 대해 논의하다니요. 여기에 근본적인 체질 전환이 없는 한은 아무것도 극복할 수 없는 함정이 있는 것입니다.

DJ가 수입한 코포라티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프랑스나 독일 같은 비교적 L정치세력과 노동조합이 강한 국가에도 코포라티즘의 유령이 다가섭니다. 그러니까 코포라티즘은 신자유주의 개혁의 물결과 완전히 동시에 등장하는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의 오른팔에 들린 그의 무기 같은 것입니다. 97년 IMF 외환위기와 함께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의 조치가 시작된 한국에도 예외가 있을 수 없죠. 이를 아주 적극적으로 시도한 세력은 다른 누구도 아닌 DJ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 다음 정권인 노 정권에게 넘어가죠. 그러니까 ‘진보’가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한국사회 같은 곳에선 아리송한 넌센스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당적’만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그때 DJ는 대량 해고를 감행하면서 노동법의 개정을 시도했죠. 이것은 국회에서 극심한 야밤에 날치기로 통과되었습니다. 그날부로 한달여간 전국적으로 심대한 동요가 일었는데, 이 시기를 두고 한국노동스포츠 패퇴의 결정적 시기라거나 정치적으로 DJ 등 민ㅈ당 세력과의 완전한 결별 선언의 계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 정권 하에서도 코포라티즘은 주된 무기였습니다. 2003년 가을 그 짧은 시기에 10여명의 비정규직이주노동자들이 분신자살하는 가운데에서도 죽은 전 대통령이 주창한 프레이즈는 폭력시위 엄정처벌과 사회적 대타협이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노조의 대표들은 그걸 하고싶어했죠. 왜냐하면 책임지기 너무 어려우니까. 그러나 수개월간 그것이 대단히 어려운 상태로 지속되었는데, 그건 다분히 무수한 죽음들의 효과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도 코포라티즘의 유령은 ㅈ파세력 곳곳에 새겨져있죠. 요컨대 노회찬씨 같은 합법적 L세력의 얼굴같은 이에게도 코포라티즘적 경향은 노골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그가 TV토론회에 나와서 이야기할 때 특유의 말빨을 세워 한쪽 편에 서서 열심히 이야기하다가도 “물론, 저는 어떤 잘못된 수단을 써서 파업을 한다든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니다만은”이라는 완곡한 말놀이를 할 때, 이미 그는 코포라티즘이라는 유령을 둘러싼 쟁투에서 백기들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이데올로그들이 코포라티즘의 진정한 주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이론적으로 코포라티즘의 부정성을 인정하여 그것에 반대한다고 말하더라도, 실제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이미 자신에게도 깊게 물들은 코포라티즘적 경향을 떨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이데올로기의 무서움 아니겠습니까. 

귀족노조

정부와 우선 대화하자, 는 것이 코포라티즘을 소환하는 주문입니다. 이것은 사실상 ‘대표’가 없는 900여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무조건 항복하라는 말과 동의어입니다. 이따금 ㅎ신문의 헤드라인에 등장해서 그 신문을 구독하던 수다한 선수들을 당혹케 하는, “사회적 대타협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문구는 파시즘에 대한 약간 더 나은 ㅊㅅ의 선택이(ㅊㅇ의 선택조차!)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것 자체로 백기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회적 갈등을 치료하는 약이 될 수도 없습니다. 사회적 갈등을 보다 더 세련된 모습으로 억압하는 것에 불과한 거죠. 바로 그 코포라티즘의 완결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직업적 노조간부, “귀족노조”들의 안정된 일거리가 생기는 순간입니다. 애초에 “귀족노조”란 아래에서 조합원들에게 거짓말하고, 테이블에선 적당하고 편리하게 쇼부치는 무리들을 일컬어 생긴 말이니까요. “귀족노조”라는 말은 한 편에서는 타협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을 억압하면서, 다른 편에서는 진정한 귀족노동자를 탄생시켜주는 모순적인 도구인 것입니다. 이미 코포라티즘은 무수히 작동되고 있습니다. ㅎ신문 이데올로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코포라티즘의 신자유주의적 작동방식인데, 그들은 2,30년 전에 존재했던 북유럽식 코포라티즘을 이상향으로 그리고 있는거죠. 그런데 우리는 10여년전, 이미 스웨덴에서조차 종결을 고해가는 코포라티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 우파가 정권을 잡기 시작한 건 둘째치고, “더 이상 이런 식의 타협은 불가능하다.”는 자본과 정권의 선언이 단호하게 시작된 것이죠. 현재는 거의 이것이 무의미해졌다고 합니다. 이미 누군가가 그리던 “남반구 착취형 스웨덴식 복지모델”도 종말을 고한 것입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요

생디칼리즘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다만 그것이 조합주의와는 조금 다른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어떤 사람들은 그걸 두고 엄동주의, L소아병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그것도 틀립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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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이석재 
  ...이런건 인쇄해서 읽는게 쓰는 이에 대한 예의겠지요 어째 제글에서부터 시작된 글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200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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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홍명교 
  석재 
아 맞아요. 거기서 시작된거죠. 환자실에서 잠시나와 쓴 글 삭제하려다가, 그 소심한 마음 접고 다시 들어갑니다. 아, 무서워. 책도 못 읽을정도로 소심한 저를, 구원해주세요. 어째 이럴까요. 쓰고싶은데 쓰지 못한 맥락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도 병입니다. 2009-07-15
154026
  

 

일병 오학준 
  북유럽의 코포라티즘과 대한민국에서의 코포라티즘은 정 반대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네요. 전자가 격심한 사회적 혼란 속에서, 노동자-사용자-정부 사이의 관계를 정초하는 의미의 합의를 통해 3자관계의 규칙을 만들어냈다면, 대한민국에서는 노동자-사용자-정부 사이의 관계가 이미 정부-사용자에 의해 강력한 '법'으로 고착화된 상태에서 노동자가 여기에 '동의'하도록 강제하는, 즉 전제된 합의를 도출하여 현재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코포라티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거든요. 두 의미의 사이에는 신자유주의라는 지난 30년간의 역사적 흐름, 노동자들의 힘이 약해지면서 노-자-정 사이의 합의가 더 이상 도출되기 어려워 진 사실이 있을 겁니다. 200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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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김태완 
  꼭 사용자와 정부의 코포라티즘 유도 및 도용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 것도 아니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위한 무분별한 시위도 귀족노조를 탄생시키고 코포라티즘이 성행화되도록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봅니다. 원래 개인의 입장을 서로 고수하기만 을 원한다면 자신들의 이익해갈의 고위치에 서기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기 마련이죠. 노동자들은 미약한 논쟁실력 및 말솜씨를 감안하여 시위를 통한 힘으로써의 이득을 쟁취하려 하였고 거기에 대응하여 기득권은 머리로 승부하려 한 것 뿐이죠. 코포라티즘의 성행화는 당연히 도출될 현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09-07-16
114248
  

 

병장 양동훈 
  푸히힛. '난 동안이니까'에서 폭소. 

명교씨. 너무 겁먹지 말아요. 전 가끔 정말 싸지르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때는, 싸지르면서 이렇게 생각하죠. 

'길어야 15일 늘어나겠지. 후훗.' 

허허허. 

여기까진 잡설이고, 코포라티즘이라는 단어 자체를 거의 처음 접해봤는데 생경한 개념은 아니더군요. 그리고, 명교씨가 왜 도입부에 저런 말을 했는지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기실, '불법적인 파업에 반대한다.'라는 것은 굳이 왼파가 아니라 오른파인 사람이라도 쉽게 던질 수 없는 말일 겁니다. 이 나라의 법이 어떤 지독한 억압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만 파악한다면요. 법대로 하면, 결국에는 시간만 끌면 사용자가 이기게 되어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지 않습니까 노동자는 그저 하부구조일 뿐... 

학준씨의 말이 가슴을 파고듭니다. 정말로. 어느 법이던 간에 물론 당연히 기득권의 논리가 보통 사람들의 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파고드는 경향이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통용되는 것은 정말 가슴아픈 일입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요. 그리고, 결국은 그 기득권으로 들어가려고 이렇게 몸부림치고 있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정말 미치도록 가슴아픕니다. 제가 제 자신을 볼 때마다요. 허허허허허허허. 2009-07-17
073149
  

 

병장 양동훈 
  근데, 코포라티즘의 개념도 착착 감기고, 스포츠사도 알겠고, ㅎ신문도 알겠고, ㅊㅅ도 알겠고 ㅊㅇ도 알겠고, 근데 스머프주의는 도저히 모르겠다는! 2009-07-17
074259
  

 

상병 이석재 
  전 스머프 주의는 알겠는데 ㅊㅅ과 ㅊㅇ를 모르겠군요 

스머프주의는. 낄낄. 한 스머프마을이 이 주의에 물들어 있다는 개그에서 나온듯 싶군요. 왜 있잖아요 그 낫과 곡괭이를 표시로 하는 나라. 2009-07-17
081123
  

 

상병 이석재 
  아. 낫과 곡괭이가 아니라 낫과 망치지. 2009-07-17
081145
  

 

일병 오학준 
  저도 ㅊㅅ과 ㅊㅇ이 이건가 싶어 때려맞추고만 있지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스머프주의... 그 파파 스머프는 각막수 선생이라는 설이 솔솔... 2009-07-17
084146
  

 

상병 진수유 
  잘 읽었습니다. 2009-07-17
112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