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칼 폴라니, [거대한 변환] 읽기 (2) - 完  
일병 김예찬   2008-11-28 16:15:54, 조회: 63, 추천:3 

3. 사회의 자기방어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시장에 의해 '내팽개쳐진' 인간들에 대해 사회는 그냥 침묵하고만 있었을까요? 폴라니에 의하면 19세기의 서구 문명은 두 가지 상충된 조직원리에 의해 움직였다고 합니다. 하나는 '경제적 자유주의의 원리'로, 마치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자들처럼 자기조정적 시장의 확립과 그 꾸준한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상공업계층의 지지를 받아 자유방임과 자유무역을 주요 정책수단으로 내세웁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자기조정적 시장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가고, 점점 더 많은 것들을 상품화시키게 됩니다.(이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문화와 예술이 팔려나가기 시작합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입장에 반대되는 조직원리인 '사회방어의 원리'가 등장하게됩니다. 자유주의에 대항하여 시장의 무자비한 확대를 저지하고, 시장으로부터 사회를 방어하려는 운동이 이러한 입장에서 벌어지게 됩니다. 주로 시장 확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노동자 계급, 그리고 신흥상공업계층의 무서운 레벨업으로 위기감을 느끼게 된 전통적 지주계급이 주역이었습니다. 이들은 보호입법, 압력단체와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정책을 지지했습니다.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부조와 구호원의 설치 등을 명문화한 스피남랜드 법이 이들이 이뤄낸 성과였습니다. 두 세력의 대립한 대표적인 예가 경제史에서 나름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곡물법 논쟁'입니다.

영국의 곡물법 철폐 논쟁은 쉽게 말해서 수입곡물에 매겨지는 관세를 철폐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시장파'는 수입곡물의 관세 철폐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어있었는데, 아무래도 공장들이 너무 많다보니 농토가 부족하고 곡물의 생산이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따라서 수입곡물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공장주 등이 많이 소속되어 있던 '시장파'는 수입곡물의 관세 철폐를 통해 좀 더 싸게 곡물을 들여와,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줄 밥 값을 줄이려고 했습니다. '사회파', 특히 지주 계급들은 대부분 곡물의 국내 판매자 입장이었기 때문에 수입곡물의 관세가 철폐되면 당장 가격경쟁에 돌입해야했습니다. 당연히 이들은 수입곡물에 관세를 매기는 곡물법을 지켜내려고 했습니다. 마치 오늘날 한미FTA 논란과 유사한 전개였죠. 결국 1846년 '반 곡물법안'이 통과됨으로 '시장파'가 승리를 거둡니다. 그 뿐만 아니라 빈민에게 주어지는 임금부조금 제도를 철폐하는 '수정 구빈법', 화폐를 찍어내는 것을 시장의 흐름에 맞긴다는 '필 은행 조례' 등 '시장파'가 내세운 정책들이 줄줄이 시행되게 됩니다.

'시장파'들의 세 가지 교리는 경쟁적 노동시장, 자동적 금본위제, 국제적 자유무역이었습니다. 시장파는 각각 '수정 구빈법', '필 은행 조례', '반 곡물법안'의 통과로 자신들의 세 가지 교리를 모두 실천해냈습니다. 이는 각각 노동, 화폐, 토지라는 허구적 상품들의 등장과 대응되는 것입니다. 폴라니에 따르면 이 시점부터 사회적 파국의 징조가 드러나게 됩니다. 자기조정적 시장은 비록 경제적 풍요는 증진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한 개인이 가진 지위, 공동체 속에서 보장되는 안정성, 사회적 유대와 통합처럼 인간에게 중요한 일차적 가치들을 급속히 무너뜨린 것입니다. 고동기님의 [검은 꽃]에 대한 독서 후기는 이러한 '붕괴'의 좋은 예입니다. (http://26.1.1.40:2007/bbs/zboard.php?id=02191&page=1&sn1=&divpage=1&category=5&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989)


"몰락한 양반가문, 도시의 부랑자, 파계한 신부, 박수무당, 내시, 농민, 상인, 군인 등…. 그곳에는 더 이상 계급도, 예의와 범절도, 삼강과 오륜도 없었다. 일포드 호의 승객들은 짐짝처럼 취급되었다. 그나마도 적정인원을 세배나 초과하는 바람에 그들은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지켜야만 했다."

망한 나라에서 먹고 살길을 떠난 조선의 백성들은 일포드호라는 공간에서 전통적인 가치관과 규범의 해체를 강압당하게 됩니다. 이는 나라가 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느새 극동의 작은 반도까지 파고든 자본주의적 '먹고 사니즘'이 유일한 진리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검은꽃]에서 이러한 '먹고 사니즘'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인 '부랑자'와 '통역관' 역시 비도덕적 행동 양식을 보여주지만 사실 그들 역시도 전세계적 자본주의에 포섭될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의 슬픈 운명의 변주일 뿐입니다.


폴라니 역시 19세기 후반 인도에서 벌어진 대량 아사극을 예로 들며, 식민 지배자인 영국의 경제적 착취도 그 이유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자본주의의 유입으로 인한 전통적인 촌락공동체의 해체를 통해 경제적 위기에서 상호부조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졌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자기조정적 시장의 사회 파괴가 그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되자 '사회의 자기방어' 역시 세 가지 방향으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1)경쟁적 노동시장 ↔ 노동에서 사회입법의 실시(노동/인간)
(2)자동적 금본위제 ↔ 중앙은행에 의한 통화정책(화폐/생산조직,국가)
(3)국제적 자유무역 ↔ 곡물관세 추진 (토지/자연)


(1)의 방향은 영국에서는 오웬주의와 차티스트 운동이라는 노동조합 운동으로 전개됩니다. 유럽대륙, 특히 프랑스에서는 국가에 의한 제도적 입법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지요. 이러한 성향은 역사 속에서 영국과 대륙의 노동 운동의 경향 차이를 낳아, 사회주의 혁명의 전개 방향의 차이를 유발하는 재미있는 결과를 가져오긴 합니다만 여기서는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오웬주의와 차티스트 운동은 그 성격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노동 계급이 스스로 계급적 의식을 가지고, 정치경제적 권리를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가지게 해주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영국의 노동자들이 자영농에서 임금노동자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지위의 상실과 문화적 파국을 경험한 후에, 차티스트 운동 등의 투쟁을 거쳐 선거권과 노동조합의 권리를 얻은 것에 비해, 대륙의 노동자들은 농노에서 급작스럽게 공장노동자로 변화하면서 영국 노동자들이 힘들게 얻어낸 것을 자연스럽게 같이 얻어낸 측면이 있습니다. 영국 노동자들이 전통적으로 노조를 통한 계급간 단결을 중시하는 경향을 가지는 것과 대륙의 노동자들이 국가의 개입을 통해 보호 받다가 체제의 급격한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혁명을 일으키게 되는 경향을 가지는 것은 여기서 유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유럽의 노동자들은 파업이나 협상과 같은 수단을 통해서 자신들의 임금이 완전하게 시장에 의해 책정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2)의 방향은 생산과 거래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금본위제 하에서 화폐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이루어진 조치였습니다. 각 생산조직은 금본위제 하에서 화폐 유동성의 부족을 겪었고, 심지어 전통적인 시장 지지자들인 자본주의적 기업들 마저 스스로 도산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시장에 대한 간섭이 극도로 거부당했던 국가는 이제서야 중앙은행을 세우고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을 사용하게 됩니다. 통화조절은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국가의 시장 개입책으로 여겨지며 각종 경제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제학 전공자 분이 계시다면 보충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은 앞서 이야기했듯 곡물법 논쟁을 통해 나타납니다. 거기에 부가적으로 농촌이 가지는 공동체적 가치가 강조되고, 오늘날 한국에서도 이야기 되는 '어머니로서의 시골'의 기능이 이야기되어 국가의 토지 관리에 관한 각종 법안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19세기 후반의 서구 문명은 이처럼 '자기조정적 시장'과 '사회의 자기 방어'라는 상반되는 두 원리 사이의 갈등과 긴장 때문에 점차 붕괴의 위험에 빠져들게 됩니다. 특히 화폐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19세기적 질서를 붕괴시킨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 특정 국가가 자국의 화폐를 지키기 위해 금본위제를 이탈하는 사례가 생겨나자 금본위제의 전체적인 틀이 완전히 무너지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국제 경제는 큰 혼란에 빠지고, 경제 공황이 시작되었습니다. 국내 경제에는 실업이 만연하고, 그에 따라 국내 정치는 계급간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었으며, 국제 경제에서는 서로에 대한 차관의 변제와 환 문제로 상호 신뢰가 무너졌고, 국제정치에서는 국내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국주의적 대립 양상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마침내 19세기적 질서를 지탱했던 네가지 제도는 모두 무너지고 맙니다. 곧이어 시장의 영역에서 시작된 긴장은 정치적 충돌로 확대되고, 마침내 전쟁을 통한 국제 사회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게 됩니다.

1930년대 금본위제의 해체는 세력균형체제의 몰락을 낳았고, 노동/토지/화폐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자기조정적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혔습니다. 자유주의 국가는 참정권과 경제적 평등을 요구하는 노동자 계급의 거센 도전과 강제와 폭력으로 대응함으로써 스스로 자유주의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폴라니는 이러한 양상이 어떠한 외부적 요인의 작용이 아니라, 자기조정적 시장 자체에 내재하는 자기파괴적 경향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기조정적 시장'이 스스로 자율성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노동/토지/화폐를 상품화 한 것이 결정적인 붕괴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19세기 문명의 붕괴는 지역별로 새롭고 다양한 정치경제체제들을 낳습니다. 이러한 '19세기의 아이들' 중 대표적인 것으로 자유시장경제를 베이스로 하면서 국가의 개입을 통해 경제부양을 꾀한 뉴딜 정책, 분배에 초점을 맞추어 시장을 초월해 중앙집권적으로 통제되고 계획된 경제 정책을 시도한 러시아의 사회주의(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일단 '역사적으로 시도된' 이라는 전제를 달겠습니다.), 그리고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국가주의적인 세력과 결합함으로 생겨난 독일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이 있습니다.

이러한 '19세기의 아이들'이 태어난 것이 바로 폴라니가 말하는 [거대한 변환]입니다. 파시즘이 20세기의 인류에게 저지른 거대한 죄악에 대해서는 부연이 필요 없을 듯 합니다. 파시스트들은 사회적 현실 개선이라는 명목 아래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간성의 말살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2차 세계 대전이라는 거대한 유혈과 유태인과 집시들에 대한 제노사이드(학살)로 인간이 얼마나 타인 - 혹은 타인으로 여겨지는 - 의 고통에 무감각해질 수 있는지 스스로 폭로했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인간이 가야할 이상향이 무엇인지 비추어줬지만 세계적 대립 상황과 경제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그들이 사용했던 수단은 그 이상의 찬란함에 비해 너무나 비인간적인 것이었습니다. 국가의 역할을 통해 시장과 사회의 영역을 조절해 (끊임없는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단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경제 부양을 이끌어낸 뉴딜 정책의 지향은 세계 경제의 둔화에 의해 반박당하고, 새롭게 부활한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정책에 의해 묻혀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적어도 현재 세계 각국의 경제 정책에서 그 유효함을 잃지 않은 카드이기도 합니다. 폴라니가 [거대한 변환]을 쓴 1944년은 '19세기의 아이들'의 공과를 온전히 판단하기는 힘든 시점이었지만, 적어도 그의 논지를 현재 시점으로 끌고 온다면 그가 파시즘과 사회주의에 대해 계속 거리를 두었던 것은 혜안이었다고 보입니다.

폴라니는 시장경제가 정치/사회적 자유를 가져온다는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시장경제만이 자유를 획득하고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논리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는 한편으로 개인적 자유와 책임을 중시하는 정치적 제도를 지키면서 동시에 사회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파괴하지 않을 경제체제를 갖추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습니다. 사회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유는 결과적으로 사회의 계속성과 재생산성을 위협하여 사회의 파편화라는 결과를 낳게 될 뿐입니다. 진정한 자유는 시장에 모든 것을 내맡김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파시즘이나 사회주의자들처럼 완벽한 통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시장경제체제가 가져다준 '자유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요즘의 신자유주의 시대처럼 경제도, 복지도, 교육도, 문화도 모두 시장에 맡김으로 생겨나는 '나쁜 자유'를 배격하면서, 시장이 창출할 수 없는 영역의 '사회적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폴라니의 지향점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지향점을 위해 폴라니가 내놓는 '대안'은 그렇게 구체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는 어느정도 권력과 강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의 규제와 통제를 통해 복합사회의 자유를 추구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수자의 특혜가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한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와 제도라는 외적 강제 수단을 사용해야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자유와 통제는 상호배타적인 것이 아닙니다. 통제가 없는 완벽한 자유사회는 유토피아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폴라니가 말한 자유가 실현되는 사회는 시민 사회의 각 구성원이 각자의 의견을 통해 '공론'의 장을 구성하고, 이러한 '공론'의 영향을 통하여 시장에 대한 국가적, 제도적 개입의 수준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자유주의자나 사회주의자들처럼 국가와 시장을 대립적인 관계로 보지 않고, 국가를 시장과 사회의 중립적/중간적 위치에서 양자 간의 모순,긴장,갈등을 조절하는 적극적이면서도 자율적인 실체로 보는 것이 폴라니의 견해입니다.

국가의 개입을 거부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옹호하는 신자유주의가 세계적인 호응 속에서 화려한 경제 성장의 견인차가 된지 20여년이 지났습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화려한 성공의 그늘 아래엔 고용이 경쟁이 된 시대에 비정규직으로 밀려나, 그마저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 복지가 경쟁이 된 시대에 생활보조금이 끊긴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웃음을 팔고 몸을 팔 수 밖에 없던 아가씨들, 교육이 경쟁이 된 시대에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해외 유학을 보내며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들, 문화가 경쟁이 된 시대에 연수입 천만원을 채우지 못해 기타를 부숴버린 전업 뮤지션 등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슬픔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경고했던 것처럼 올 해 세계를 휩쓴 금융 위기 속에 신자유주의의 파티는 끝났고, 모두가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릴 때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금의 이 시점에서, 저는 2년만에 폴라니의 책을 다시 잡았습니다. 분명 폴라니의 [거대한 변환]에서 "그래서 뭘 어쩌라구?"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얻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폴라니의 분석과 문제의식은 지금 우리가 휩쓸리고 있는 역사의 물결이 이제까지 어떻게 파란의 흐름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난파하는 신자유주의호 대신 어떤 선박으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해야하는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이 책이 현재 우리의 위치와 앞으로의 항로를 알아볼 수 있는 육분의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여러분에게도. 그게, 제가 이 재미없는 장문의 글을 적은 이유입니다.



참고 문헌 

칼 폴라니, [거대한 변환]
안청시-정진영, [현대정치경제학의 주요 이론가들]   

더 읽어보면 좋을 책들

'세력균형체제'에 관하여 : 김용구, [세계외교사]의 1챕터
'국제금본위제'에 관하여 : 전봉관, [황금광시대]
'자기조정적 시장'에 관하여 : 홍기빈, [소유는 춤춘다]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11-28 23:37)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8-12-08
20:41:21 

 

병장 고동기 
  예찬님. 이 시리즈는 칼럼으로 올리셔도 될 것 같습니다. 2008-11-28
16:18:07
  

 

일병 송기화 
  장문인 건 맞지만 재미없지는 않은데요(웃음) 
간신히 간신히 따라온 건 사실이지만 새로운 세상이었어요, 재미있었구요. 2008-11-28
16:48:34
  

 

병장 이동석 
  애프터 서비스가 확실하군요. 허허. 거의 <아비정전> 마지막 장면에 양조위가 외출준비를 하며 담배 두-갑을 챙기는 것만큼이나 확실한 참고도서-서비스까지. 

전 대학에서 별 흥미를 못 느끼긴 했지만, 예찬님의 글에서나 다른 분들의 글에서처럼 학회-나 세미나-이야기를 할때마다, 괜히 어렸을때 갖고 싶었지만, 갖는게 허락되지 않았던 장난감을 보는것처럼 마음이 허-합니다. 흐흐.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끄덕-끄덕 하면서 보느라, 거기다 제가 이의를 제기하기엔 글의 구조가 이미 빽빽-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배가 고파서 다음 기회에 배 좀 채우고 하겠습니다. 정말 잘 읽었어요. 간만에 책마을다운-글이란 이런거죠- 2008-11-28
17:52:40
 

 

병장 문두환 
  사람은 이름따라 사는 것 같군요. 칼질하면서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만 여유롭게 읽을 처지는 못 되는군요. 그래서 전 프린트를 해야겠습니다. 흐흐. 2008-11-28
21:42:41
  

 

상병 김무준 
  잘 읽었습니다. 다 좋은데 저처럼 한 문장이 지나치게 긴 경우가 있어서, 내용은 알아듣기 쉬우나 해석이 어렵군요. 쩝. 이 질 좋은 떡밥을 물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그러나, 깽깽이는 할 일이 많기에 그냥 가던 길 가렵니다. 

무튼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8-11-28
21:51:46
  

 

병장 김동욱 
  '재미없는 글'이라뇨, 하트 오천만개를 보내고 싶은, 저에게 매우 재미있고 시의적절(?)한 글이었어요, 크크크. 

최근에 가장 관심있게 읽은 책이 백승욱 교수의 <자본주의 역사강의>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재밌네 하면서 읽었는데, 다시 읽을 때는 처음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불쑥불쑥 드러나면서 나름의 재음미를 할수 있었는데요. 그 중 물론 매력적인 것은 아리기였지만, 그래도 계속 눈길이 간 건 폴라니 파트었습니다. '허구적 상품'이라든가 '이중운동'에 대한, 그리고 '주체의 파멸적 효과'에 대한 부분들이 눈에 콱 밟혀서- 차마 본 책을 건들일 생각은 못하고 홍기빈씨가 쓴 책세상 문고판을 주문했는데 이렇게 여기서 이런 글을 보게 되니 한층 반갑습니다. 

이야기를 삼천포로 빠지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홍기빈'씨가 새로운 번역서를 보낸다는 사실도 좋은 정보네요. 한겨레21의 마지막 페이지, <노땡큐>인가, 거기에 격주로 글을 쓰시는 것을 보고, 글 참 잘 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렇게 또 우연으로 마주치게 되니 한결 기분이 좋습니다. 

한가지, '자기조정적 시장'이 등장하는 과정에 있어 약간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as는 확실한 예찬님이기에 이렇게 질문을 드려봅니다. 통제적인 시장에서 자기조정적인 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이 노동/화폐/토지라는 허구적 상품의 등장 조건이 갖춰진 것만으로 설명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그 '이행'에 있어서 세가지의 생산요소가 상품화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면, 이 '상품화'되는 과정을 좀더 설명해주셨다면 저 같은 입문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폴라니적인 계기에 있어서 그 상품화가 꽤 중요한 것으로 이야기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당연한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생략하셨다면 낭패 흑흑) 

저의 안좋은 기억을 끄집어 내자면 백승욱 교수의 책에서는 '사회의 자기방어'운동의 일환으로, 그러니까 기존의 파괴된 공동체를 구제하려는 목적에서 위로부터 시행된 운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구빈법과 스프린햄드법(기억이..)으로 '기아의 규율화'가 가능해짐으로써 노동의 상품화 과정이 급속도로 진전했다고. 하지만 백 교수의 책이 애초에 요악본 정도밖에 될 수가 없기에 본 책에서는 어떻게 설명할까란 궁금증이 있었거든요. 

너무 잘 읽었어요, 예찬님! 2008-11-29
23:49:26
  

 

일병 김예찬 
  동욱 // 

저도 백승욱 교수의 <자본주의 역사강의>를 정말 재밌게 읽고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니는 중입니다. 반갑네요. 그 책을 통해서 폴라니를 다시 한번 재정리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구요. 

말씀하신 대로 '허구적 상품'의 등장이 폴라니가 말하는 '이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되는데, 나름 그 과정에 대해서 서술하였지만 글이 좀 난잡하게 전개된 감이 있습니다. 

다시 정리해서 적어보자면 '인클로져 운동', '곡물관세 폐지'를 통해서 농토와 공동체의 생활터전으로서의 토지가 상품화된 토지로 변화한 것입니다. 노동의 상품화는 이처럼 상품화된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들이 도시에서 임노동자가 되면서 진행되었고, 그나마 임노동자들의 열악한 생활여건을 조금이나마 부조해주던 '스피남랜드법'이 폐지되고 '수정 구빈법'이 입법됨으로써(기아의 규율화) 노동의 상품화가 급진전된 것이죠. 토지/노동/화폐라는 허구적 상품들은 따로따로 상품화의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이처럼 서로 연동되면서 상품으로 만들어진 것이죠. 

이러한 상품화의 결과로 자본주의의 동력인 자본, 공장지, 노동력이 완성된 것이고 그 이후의 전개는 맑스가 서술한 그대로 입니다. 공장을 소유한 자본가들은 자본으로 원료를 들여오고, 노동력을 통해 상품을 생산하고, 상품의 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이 때 맑스가 이야기한 노동 착취의 대표적인 예가 곡물 관세 폐지가 되겠죠. 

폴라니는 각각의 요소들이 어떻게 상품화 되는지에 대하여 각각 굉장히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있었던 영국 지식계의 논쟁들도 정리해두고 있구요. 거기까지 소개하자면 좀 내용이 길어지기에 일단 여기서 생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