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지구영웅전설 가라사대 삼미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회원은 카스테라를 먹으며 핑퐁을 친다  
병장 이동석  [Homepage]  2008-07-08 21:55:58, 조회: 510, 추천:0 

지구영웅전설 가라사대 삼미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회원은 카스테라를 먹으며 핑퐁을 친다.

-1-

요새 책마을에 가장 흔히 볼수 있는 댓글은 물론
반갑습니다.
다.

그것은 맨 헛소리만 달아대는 이동슥 병장의 설레발이 한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게 아니니까, 설레발은 이제 그만 암연속으로 꺼지기로 하자.

요새 책마을에 횡행하는것이라면, ‘박민규를 연상시키는 글’이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던데? 같은 냉담한 반응도 기대하고 있다. 물론 무플도 기대하고 있다.

‘요새’라는 말의 범주는 그야말로 이동슥의 정체성만큼이나 애매모호한것이지만, 이 문장의 요새라는 단어는, 명예의 전당으로 까지 확인할수 있는 시기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가리킨다. 사실 책마을이라는 말도 일상적인 글쓰기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넓게 해석하셔도 무방하다. 그리고 사바넷에 이 글을 올릴땐 책마을이란 이름만 슬쩍 도려내고 새 간판을 달고 올릴것이기에 혹여 아고라도 없는 네이놈 검색중에 이 글을 또 보게 되더라도 노하거나 슬퍼하지 않기를 바란다.

요즘의 좋은 글들을 보노라면, 어김없이 ‘박민규를 연상시키는 글’이라는 평가가 달려있다. 이동슥은 그 댓글을 보며 추억에 아니 잠길수 없었는데, 이 정처 없는 글의 시제는 그가 방귀를 신나게 뀌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그의 글쓰기는 이미 입학식때 사복을 입고 교실로 들어와 정적을 자아냈던 ‘면상 연식’만큼이나 조숙해있었다. (부연하자면 선생님인가 학부모인가 혹여 복학생인가를 판가름하려고 스카우터를 들이대었다가 과부하로 폭발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정적이었다.) 오히려 요새 깝치는 이동슥은 부족한 필력을 감추려는 광대짓이라고 여겨질만큼 그는 힘 좀 모으면 상이라는 상은 척척 받아댈정도로 요란한 녀석이었는데 그 냄새가 여간 역겨웠는지 소싯적에 시와 평론으로 이름 좀 날렸다는 모교 국어선생님이 다짜고짜 턱을 잡고 싸다구를 날리는거였다. 넌 임마, 박민규도 모르고 박민규를 따라하고 있어. 이동슥은 그 선생의 시를 네이놈에서 찾아보며 이것도 시라고 쓰냐는 역겨운 생각을 장착하고 있는 그는, 기고만장해 빠졌었다가 선생이 곽재구와 시우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사평역에서 톱밥을 태우며 아주 초조해졌다. 박민규가 뭔데 그러지? 먹는건가?

우야든둥, 그는 박민규 가슴속 삼천원에 새겨두고 이곳 저곳 장난칠만한 곳은 죄다 들쑤시며 만나는 여자마다 마종기의 <겨울약속>을 베낀 시를 바치고 다녔다. 사실 그는 마종기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은희경의 소설에 나온 한 구절을 베껴 내것인양 꾸미고 다닌것이었다. 그 촌구석엔 마종기는 커녕 은희경이 누군지도, 소설책이라곤 퇴마록이나 귀여니밖에 모르는 녀석들 투성이었기에 그는 졸지에 빌어먹을 매력을 가진 사내가 될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박민규를 먹는것으로만 알고 있으면서도 뻔뻔하게 “겨울 밤의 정적속으로, 매해 참아오던 폭설처럼, 당신을 덮겠다.”면서 암내를 풍기고 한이불을 덮게 해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그는 소녀의 감수성을 짙은 화장으로 가린 여상 누나들의 한밤을 벗겼다. 그리고 돌이킬수 없는 냄새를 묻히고 술냄새를 풍기며 기숙사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그는 더 이상 해낼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선생의 따귀를 갈기며 담배라도 피우지 않는 이상 장학금은 대학때까지 나올것이고 그가 쟁여놓은 상들은 동네 대학의 초대장 같은 것인데다 성적도 촌구석에서는 좋은 편이었다. 쓸데없이 담배를 피우고 만만한 녀석들을 잡아 족쳤다. 선생들도 어지간하면 건들지 않으니까, 인근에 깝치는 녀석들과 친하게만 지내면 세상에, 
무서울게 없는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이 박민규가 도대체 뭔지. 알게 뭐란 말인가. 왜 그 선생은 내게 박민규를 베낀다고 생질알일까 질알이. 정액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방에서 담배를 뿜어대며 실습 나간다는 누나를 재워놓고 박민규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었다. 그는 왠 밤중에 전화질이냐고 전화를 받아쥐며 소리를 질렀는데 그건 누나의 핸드폰이었고 여섯시를 알리는 알람이었다. 그는 크로아티아로 족구유학 가듯이 옷을 껴입고 허겁지겁 학교로 뛰어갔다. 누나는 고등학생이라도 지각있는 스물둘이라 박민규를 찢거나 낙서를 하진 않았지만 라면받침으로 썼다. 그는 그동안 적립해두었던 곗돈을 버리는 심정으로 누나에게 욕을 싸질렀다. 물론 마지막으로 한번 자고 난 뒤였다.
모든 것이 끝나있었다. 그깟 책 한권에 그는 허물어져서 글도 못 쓰고 기숙사 담을 넘지도 않고 비열한 짓을 하지도 않았다는건 순전히
뻥이다.
그러나 단지 
간신히 담을 넘어 자는척 하던 기숙사에서 유유히 걸어나와 간 화장실에서 처음으로 오줌이나 정액 아닌 것이 요도를 통해 나왔다고 누나를 욕하진 않았을꺼란건 확실하다. 그는 처음으로 누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교무실을 찾아갔다. 선생은 교무실이 아니라 도서관에 있다는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선생은 박민규는 읽어봤냐고 물어봤고 그는 이제 읽으려고 왔다고 했다. 그러자 선생은 라면국물이 튄, 눌은 자국이 있는 책을 내밀었다. 지구영웅전설. 무슨 제목이 이래.

다행히 성병은 아니었다. 가끔 간지럽긴 했지만. 피부염 약만 받고 돌아오는 길에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제가 쓴거 다 베낀거에요. 
선생은 말이 없었다.
선생님, 저 사실 시험도 다 베낀거에요.
선생은 원체 말이 없었다.

그리고 피부염약을 들고 누나 집으로 가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태까지 다 개 뻥이었다고, 니네들이 아는 이동슥은 다 구라라고.
했으면 좋겠지만, 그는 단번에 개과천선할만큼 좋은놈은 못되었다. 그는 박민규를 최대한 따라하지 않으려고 글을 썼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아니 도대체가 그가 써온 글들은 모두다 박민규로부터 시작된것도 아닌데도 아무것도 쓸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기숙사의 침대로 파고들었다. 곰팡내가 나는 그의 글을 더 이상 볼수 없었더라면 인류의 진보이자 세계 평화의 전초라고 까지 할만한 것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거나 최소한 쓰레기는 줄었을것이지만
그는 끊임없이 또 쓰레기를 내뿜어대고 있다. 카악 투웨. 가래침을 재떨이에 뱉으면서 팔리아멘트 라이트 아니면 안 핀다는 투정에도 굳이 디스만 사오는 누나를 야리면서 누나가 군인이냐? 왜 만날 디스냐고 지껄이면서 발을 달달 떨면서 책도 읽지 않으면서 쥐뿔 아는것도 없으면서 쓰레기를 뱉고 있다. 그건 박민규 때문에 잠시 봉인 해두었던 ‘제멋대로 글쓰기’의 반대급부 때문도, 정대만이나 하면 멋있지 보통은 부질없는 멋대로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후회 때문도 아니었다. 

선생님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저는 아직이에요. 
무슨 소리야 임마! 
자아도취에 돌아버린 자들의 영화에서 내뱉은 시덥잖은 애드리브처럼 찬장 구석에 박혀 다시는 재생되지 않을 낡은 영화 테잎처럼 피를 너무 많이 빨아 이제는 더 이상은 먹지 않겠다는 모기처럼 휴지가 가득해서 미어터지는 쓰레기 봉투에서 새나오는 밤꽃향기처럼 접지를 잘못해 십만볼트를 내뱉는 광마우스처럼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누구도 그의 글에 박민규를 연상시킨다고 하지 않는다. 그건 그의 글이 진보했거나 변화했거나 한 것이 아니라는것쯤은 이 글을 보는 누구라도 짐작할듯하지만, 
그는 아직도 세살 많은 여자와 잤다고 까불던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피임기구를 쓰는 법은 배웠다. 콘돔이었으면 좋았을뻔 했는데 구하기도 끼우기도 어려운 페미돔은 어디서 찾았는지 그거 사오라고 전화하는건 배웠다. 
살도 좀 쪘다. 좀이라고 말하기엔 그도 쑥쓰러운듯 말하면서 발을 떠는데, 온몸의 체지방이 진동하는게 보인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실은 박민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노라고. 그는 빼곡히 적힌 노트를 뒤적이며 타자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박민규 이후의 문학을 위하여라니,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그는 다시 모기를 쫓으며 방귀를 부욱 뀌며, 시뻘건 여름을 맞이 하기 위해 아령을 들었다가 만다.

기린입니까? 그렇습니다.

같이 가슴 시린 저질개그나 씨부리면서



또 그놈의 사족으로 썰풀기

이것은 그 흔한 인간극장식 다음편 예고? 
뭔가 있을 듯 다음편을 포장하지만 글쎄 다음이 있기나 할지, 일부러 일부만 올렸는데 다음편은 올리지도 못하지는 않을지, 뭐 이딴건 생각도 않고, 사실 원래 올리려던글은 안 옮기고 또 휠 받아서 즉흥적인거나 써버렸군요. 오타나 비문은 뭐 하루이틀일도 아니니까요. (땀땀)

이런 즉흥글을 매번 올리는건 쑥쓰러운데다 시간낭비일지도 모르겠는데, 일종의 고해성사랍니다. 또 죄를 지을 빌미를 만드는 것이죠. 지금 죄지으러 갑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47:46 

 

병장 서정철 
  핑퐁. 
언젠가 진중문고에서 스쳤던가, 
삼미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후임관물대 토익책에 샌드위치 당해있었던가, 

여자친구가 좋아했던 이나중탁구부라는 만화가 떠올라, 
섣불리 다가갈수가 없었지요. 
더군다가 저자소개에 박민규님이 물안경같은거 쓰고있을때 
그 다가가기 힘든 무언가가, 덜덜덜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얼마전 08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찬찬히 읽다가 
"박민규-낮잠" 이라는 단편소설을 접했습니다. 

아, 편독하게되면 이렇게 보석을 늦게 발견하는구나. 
느꼈습니다. 

나중에서에야 평을 보고 안거지만 "권여선-사랑을 믿다" 와 함께 두고 
끝까지 심사원들이 고심했다고 하더군요. 

어쨋든 오리지날의 박민규스러운문체 조만간 꼭 느껴봐야겠군요. 2008-07-08
22:19:51
  

 

병장 이태형 
  그렇구나. 
무서운 꿈을 꾸었구나. 
박민규? 그게 뭐에요? 낄낄낄낄낄. 2008-07-09
07:27:41
  

 

상병 홍성기 
  박민규의 글을 읽고싶네요. 
죄를 짓고 또 고해성사를 하세요. 리플로 죄를 사해 드리겠습니다. 2008-07-09
08:12:30
  

 

상병 강수식 
  문득 눈에 띄는 시뻘건 여름. 
(웃음웃음) 

아, 잘 읽었습니다(웃음) 2008-07-09
08:26:15
  

 

병장 어영조 
  이런 글 너무 좋군요. 

많은 분들이 그럴테지만, 
저는 박민규씨가 하고픈 이야기를 위트와 유머로 쏘아대기 때문에 좋아요.(웃음) 2008-07-09
09:36:01
  

 

병장 이동석 
  최악이군요. 
비문이 너무 많네요. 비약도 심하구요. 
책마을분들도 동의하시나요? 

(...) 
근 오년간 푹 쉬어버린 해골속의 순두부를 갈아치우는 과정쯤이라 여기며 뻔뻔하게 들이대고 있습니다. 

정철// 
전 박민규의 펑크족 차림이나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언행도 좋아요. 빠돌이 맞습니다. 

태형// 
요새 맨 무서운 꿈을 꿉니다. 제가 지은 죄가 많아서요. 그런데 죄는 뭐지? 먹는건가? 

성기// 
고해성사를 부지런히 해볼겁니다. 홍성기님은 고해성사 하실거 없나요? (웃음) 

수식// 
시뻘건 여름을 위해 운동해야하는데. 요새 담배 줄였더니 입맛이 너무 좋아졌어요.(울음) 

영조// 
저도 박민규의 그런면이 좋아요. 다른면도 좋지만, 빠돌이 맞다니까요. (웃음) 2008-07-09
11:40:31
 

 

이병 홍명교 
  박민규 단편 중에 <너구리> 무지 재밌게 본 기억이 나요. 
<지구영웅전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는 그럭저럭 재밌게 봤구요. <핑퐁>을 아직 못봤네. 2008-07-09
12:47:55
  

 

병장 이동석 
  카스테라 보면서는 얘도 짤막하고 깔끔하게 끊어칠줄 아는구나 여겼는데 
핑퐁 보면서는 
얘는 콘택도 되고 힘도 되는구나 여겼지요. 
인류를 꿰뚫는 스매싱이 죽입니다. 
핑 
퐁 2008-07-09
12:52:53
 

 

상병 고동기 
  저는 아직 단편 밖에 못봤는데 <크로만,운>, <양을 만드신 그분께서 당신을 만드셨을까?> 
다른 장편소설들을 기대하게 만드네요. 
<지구영웅전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 <핑퐁>이 대충 어떤내용인지 알 수 있을까요? 
특히나 박민규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카스테라>가 제일 궁금. 2008-07-09
13:08:31
  

 

병장 김원택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스코트를 티에 인쇄해서 팔아먹으려고 하던 아는 형이 생각납니다. 
(실제로 제작도 했다는...) 

당시 홈페이지가 www.thet.co.kr 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양반은 지금 쯤 뭐하고 있을지. 2008-07-09
13:27:11
  

 

병장 이동석 
  동기// 카스테라는 단편 모음집인데요. 읽고나면 그 단편들이 하나의 카스테라가 되어 꾸울꺽 하고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겝니다. 눈물 한 방울, 아니면 땀 한 줄기 흘를라나요? 

원택// 그 사이트는 모르겠지만, 삼미슈퍼스타즈 저지라고 해야되나 레플리카라고 해야되나, 암튼 관련 상품 꽤 팔길래 저도 하나 산적이 있습니다만, 차마 입지는 못하겠더군요. 너무 색이 역동적이라서. 하하. 2008-07-09
15:39:39
 

 

상병 양순호 
  thet를 읽어보면 더티군요. 이런 더티스러운 티같으니...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갑니다. 제 머리는 지하철역인데도 불구하구요. 2008-08-31
18:2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