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점점 더 추월당하는 것에 대한 억울함.
병장 윤영돈 2008-08-05 13:53:12, 조회: 421, 추천:2
그러니까 그건 내가 고1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의 나는 남자라면 모름지기'원펀치에 쓰리강냉이'라는 기본스킬을 함양하고 있어야 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고 열심히 단련을 했다. 혼자 하는 것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스승을 찾아 체육관을 찾아 헤맸고 어쩌다 보니 정말 무식할 정도의 강도의 훈련을 시키는 체육관에 들어갔다. 높은 강도와 비안전적 방식으로 인해 한달을 버티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 오질게 버티는 사람들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내가 거기서 3년을 버텼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분명히 그렇게 운영한다면 체육관이 유지되기 힘들텐데 사부께서는 그것에 개념치 아니하시고 신나게 우리를 굴려주셨다.
어쨌든 그게 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대련이었다. 글러브 하나 끼워주고 아, 사타구니 보호대(이거 중요하다. 아주. ever)를 착용시켜 주시고 대련을 시켰는데 모든 대련은 1:1이 아닌 1:다수의 대련이었다. 오질게 버틴 사람이 1인일 경우 다수인 오질게 버틴 사람들은 오질게 때려주었고 온 몸에 멍과 근육통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뭐, 이것도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단련이 끝나고 자의적인 개인단련 시간때였다. 나는 오질게 버틴 청년 A군에게 1:1로 대련을 신청했다.
결과? 참혹하게 깨졌다. 힘의 차원이 틀렸다. 그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체격의 차이라는 것을 강렬히 깨달았다. 나는 체격이 크지 않다. 어깨도 작은 편이고 뼈조차 금이 갔을 때 갔던 병원에서 너는 여자애처럼 뼈가 얇구나 라고 했을만큼 부실하다. 근육이야 운동을 했으니 있었지만 타고난 근골을 바꾸지는 못했다. 반면에 청년 A는 한창 절정을 육체의 절정을 달리는 나이의 24살로 체격또한 남들보다 건장하고 근육또한 골고루 잘 발달했었다.
억울했다. 정말로. 청년A가 나에게 이권을 날렸을 때 나는 정말 온 힘을 다해서 그것만 막고 후속타는 생각하지 말자는 심정으로 전력으로 무게까지 실어서 막았다. 정확하게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힘을 가진 청년A의 이권은 내 가드를 비웃기라도 하는듯 가볍게 뚫고 내 몸을 강타했다.
화가났다. 청년A는 이미 내가 힘에서 상대가 안된다는 걸 알고 동작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전력을 다해서 이권을 때린 것이고, 나또한 눈에 뻔히 보이는 공격을 맞아줄만큼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었기에 전력을 다해서 막았는데 가볍게 GG. 그 외에도 청년A는 막으려고 별짓을 다하는 내가 재밌는지 동작이 크지만 힘이 크게 들어가는 공격을 해댔고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마치 지나가는 개미를 붙잡고 다리하나하나 떼는 듯한 기분이랄까. 물론 내가 개미. 다리를 뜯기고 온 힘을 다해 상대방의 손가락을 물고 있는. 손가락은 간지러울 뿐이다. 어쩌면 느낌도 없을지도.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는 힘의 차이. 어떻게든 저 우월감에 취한 기분을 잡쳐주고 목을 꺽어버리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그 대련으로 나는 그것을 뼈져리게 느꼈고, 어떤 것이든 최고가 되고 싶어했다. 명백한 힘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념. 내가 원하는 것에서 만큼은 다른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는 강한 열망. 나는 그만하자는 내 자신에게 오기를 부리고 고집을 부렸다. 우월감에 취한 사람이 나를 가지고 노는 것 만큼은 참을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에 나는 고집스럽게 집착한다.
그래, 이게 내 문제점. 아니, 장점. 아니 문제점? 아니, 장점이야.
군대와서 대학 동기들의 쑥쑥 커가는 실력을 보면서 다시 한번 참을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대학다닐때만 해도 분명하게 차이가 날만큼 실력이 명백했는데. 촬영은 물론이고 이론부터 연출력까지. 동기들이 이젠 내 위에 있다. 동기의 성장을 축하해요~ 짝짝짝. 이딴 소린 집어치우자. 난 지는 것을 싫어한다. 병적으로. 그래 정신병이라 치자. 원래 병걸린 애한테 논리적으로 따져선 안된다.
아침에 동기들의 Psy를 보면서 그들의 촬영실력이 월등히 상승했음을 느꼈다. 착잡한 기분. 원래 혼잣말 주저리주저리 잘하지만 보면서 아무런 말도 못했다. 군대에 와서도 전공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았던건 아니다. 나름 열심히 했고 시놉시스 또한 꾸준히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차이나는 촬영실력. 내건 이론상으로만 정립된 허상된 촬영뿐, 클리어하게 표현된 연출력, 내건 이번에도 허상뿐인 연출력, 젠장.
이기는 것에 심취하진 않는다. 단지 난 지는게 싫을 뿐이다. 이겨서 우월감에 빠져 패자들을 밑으로 내려보는 일따윈 하고 싶지 않다. 져서 우월감에 자아도취한 머저리에게 날 쳐다보게 하고 싶지 않은것이다. 물론 이겨서 척척척을 하고 승리자의 고유권한인 애처로운 동정의 눈빛이나 보내는 사람들만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이겨놓고 우월감에 빠지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게 이곳이다. 그러니 하나하나 척척 밟고 일어서는게 내가 싫어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차선책.
지는게 싫어해서 집착하고 있지만 그걸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정. 나도 어릴 때부터 남을 밟고 일어서는 일은 나쁜거라고 배웠으니까. 하지만 도덕책에서 하는 남을 배려하고 억지같은 자기만족에 빠진채 살라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만큼 난 선하지도 배려심이 강하지도 않다. 하지만 비난하는 사람들에겐 손수 글러브를 끼워줄 수 있는 배려정도는 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나와 맞붙고 싶으면 내 꼬라지가 볼썽사납더라도, 2차대전을 막 마치고 온 피로에 가득한 병사의 상황에서라도 맞붙어줄 용의가 있다. 나의 적이 되어준다면 나도 최선을 다해 싸워주마.
감정에 치우치며 글을 써서 자꾸 이야기가 이상한데로 빠진다. 어쨌건 나는 지는게 싫다. 그리고 지금 여기있어서 점점 차이가 나는 동기들을 보며 나는 다시 또 억울한 심정이 들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순 없다. 누군가 나에게 머리가 포맷됐구나 라는 소리를 지껄이기 전에 나는 그들의 목을 꺽을 능력을 키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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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감정에 치우쳐서 글을 썼군요.
네 그래요, 지금은 억울할 뿐입니다.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20:05:42
병장 어영조
저도 지는게 싫어요. 패배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승자의 모멸찬 시선이 싫어요.
'너는 안돼' 하는 자만에 가득찬 눈빛도 싫구요.
승자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쳐줄 용의는 있지만, 그런 오만함에는
백태클이라도 날리고 싶어져요.
그래서 승자에게 승자의 합당한 예우를 바라기 보다는,
제가 승자가 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한가봐요.(이긴적은 몇번 없어요. 울음) 2008-08-05
14:08:02
병장 이재민
제 친한 후임도 사진병인데
군대사진이랑 밖의사진 촬영기법이랑 너무 달라서
느는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2008-08-05
14:17:23
병장 윤영돈
재민 /
그렇죠. 저희 부대도 사진병이 없어서 저를 대부분 쓰는데 너무 틀립니다.
이러다가 이런거에 익숙해져 버리면 어쩌나 걱정할 만큼 틀려서 왠만해선
잘 안찍으려고 하죠.
영조 /
백번 동의. 승자가 되는게 가장 편하죠. 2008-08-05
14:23:52
병장 강호준
영원한 승자란 없죠. 최후의 승자가 진정한 승자라지만 그 최후가 되기까지 무수히 많이 질 수도 있고. 지는게 좋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지기 싫어해서 승리만을 고집하며 끊임없이 싸우고 싸우며 또 싸우는 것은,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요? 여기서 우리는. 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 없는 싸움 중에서 잠시 빠져서 재충전 하는 것이라고(뭐 자의로 빠진건 아니겠지만) 좋게 좋게 생각해 보자구요. 2008-08-05
14:27:51
병장 전승주
이기고 지고 따위엔 관심 없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럼에도 경쟁해야만 하는 것이 안쓰럽기 그지 없습니다. 2008-08-05
14:36:48
상병 강수식
지는건 싫지만, 남보다 우위에 서서 너그러운 혹은 여유만만한 웃음을 띄고
팔짱을 낀 채 밑을 내려다보는건 좋아했죠.
물론 그런 분야가 있는 만큼, 비참하리만치 밑바닥을 기며
내 위에서 유만만한 웃음 띄고있는
사람을 이를 악 문채로 바라봐야하는 분야도 있지만요.
자신있는 분야에서는 절대로 지지 말자라는 생각입니다.
올라서서 웃음짓는 걸 좋아하는 새디스틱하면서도 폭력적인 무언가가
제 안에 숨어 있는 듯(하하)
근데 대학동기를 보니 분명 쯧, 너는 안돼 임마. 아무리 해도 넌 아니야.
라고 생각했던 동기들이 하나, 둘 자리 잡고 자기 일을 해가고
나와는 다르게 몇억광년을 떠나서 저 멀리 가고 있네요.
저녁만찬후 두고보자. 요새 이런 생각으로 버팁니다.
그래도 뭔가 좀 허전하고 억울하고 답답하고 왜 하필 이래야되는거야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지만요. 히히. 2008-08-05
14:46:07
병장 윤영돈
저도 호준님 말씀처럼 좋게좋게 생각하자는 생각을 가지자고는 하지만
점점 더 발전해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울컥하는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 없네요. 2008-08-05
14:46:17
병장 정영목
낭중지추 그리고,
세옹지마.
이 두 단어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008-08-05
15:03:25
일병 김세현
휴가 나갈 때마다 느끼죠..
그래서 당장 나는 무얼 할 수 있나?..
그냥 닥치고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나긋나긋 저녁을 준비해가자.
악바리찬 열등생 모드는 나의 과거에도 그랬었고 앞으로도 내 추진력보다는 스트레스 지수에만 일조할테니까. 나한테는.
이미지들과의 칼부림에서 벗어나 나에게 좀 더 충실하자. 전 이런 맘이랍니다 히히. 2008-08-05
15:29:18
병장 박종석
저는 출궁할 때 기타 들고 모 TV개그 프로의 프로그램 흉내내면서
남은 분들에게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니야 이 사람아"
하고 노래 불러줄 생각인데
정작 제 자신에 대해서는 그렇게 느긋하기가 때때로 어렵기도 하더군요. 2008-08-05
15:32:45
병장 윤영돈
에, 대답하려고 하니 댓글을 지우셨네요. 이름을 자세히 못봐서(흐음)
반대되는 의견 제시하신거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없습니다.
사람은 많고 각각의 생각또한 틀리니까요.
그리고 저도 반쯤 동의합니다. 저는 말씀하신 사람들이 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에 심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네요. 저도 게임같은걸 하면 이기는 것보단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재밌으니까요,
꼭 지지 않아야만 하는 경우는 제 자신에 관련된 사항에서 원하는 분야에서 뿐이죠.
축구를 해도 이기는 것에 별 관심이 없기때문에 거의 몸개그 수준밖에 안됩니다.
그래서 신병때는... (하아) 어쨌건 지지않아야 될 것과 즐겨야 될 것을
구분하는 정도의 개념은 박혀있습니다. (그렇게 꽉막히지 않았다고요. 흥.) 2008-08-05
15:33:20
병장 윤형주
세상에는 A보다 센 사람이 무수히 많을텐데요...
다만 눈앞에 보이지 않을 뿐이죠
눈에 보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해보시는건 어때요 ?
최소한 이겨놓고 허무하지는 않을겁니다 2008-08-05
15:52:19
상병 최광준
글을 읽는 내내 감정이입이 되서 그런지 저도 모르게 턱을 괸 왼손에 힘이 들어가네요.
잔인하게 들리실진 모르겠지만.. 지기 싫어하는 영돈씨의 말은
삶을 너무 승부로만 몰고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무한 '경쟁' 시대라고도 하지만서도..)
그리고 단지 지기 싫다는 말은 영돈씨가 어떠한 승부든 너무 패배만 생각하고
그 패배를 자꾸 떠올리며 자기 자신을 트라우마에 갇아두는 것 같습니다.
영돈씨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승부들중에는 패배도 있고 승리도 있겠지만
글을 보면 영돈씨는 내내 패배만 해왔거나ㅡ10번의 슈퍼세이브를 했지만 1번의 실패로
관중들에게 10번의 슈퍼세이브는 저 멀리 버림받은채 비난받는 골키퍼같다는
느낌이 들 뿐입니다.
물론 감정에 치우쳐 쓴글이라 하셔서 이해는 갑니다만
집착을 조금 버리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中庸' 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글을 읽으면서 윤영돈이라는 사람이(잘은 모르지만, 아니 거의 아는 것이 전무하지만) 의외로 참 뜨거운 사람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가슴만 뜨거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슴은 뜨겁고 머리는 차갑게'
이 말을 깊이 새기셔서 승패여부를 떠나 여유있는 웃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생각하고 글따위를 쓰는 편이 아니라 말이 안되고 주제넘는 글일 수도 있지만
그냥 하고싶었습니다. 기분나쁘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2008-08-05
15:58:13
병장 윤영돈
아니요. 옳은 말입니다. 트라우마 맞겠죠.
승자가 우월감을 가지고 나를 가지고 노는 패배.
그게 트라우마가 돼서 '패배하지 않는 것'에 집착하고 있는 것 맞습니다.
뜨거운 사람이라는 말 참 오랜만에 듣네요. 군대와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인데,
감회가 새롭네요.
아무튼 제가 하는 행동이 승리자로써 또는 선지자로써 여유를 가지는게 아닌
패배하지 않기 위한 발악에 가까운 행동이라는 것도 잘 알고있습니다.
그리고.. 안 좋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 발악적인 행동이 저를 지탱해주는 한 기둥이기도 하기에 그 기둥을 아직은 갈아치울 수는 없습니다. 기둥이 없으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니까요.
언젠가 기둥을 갈아치우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노력해 봐야죠. 2008-08-05
16:20:55
병장 이현승
저는 그렇거든요. 남을 항상 남이라고만 생각치 말고 저건 나라고.
내가 나를 못이겨서 억울하고 분한거라고. 나도 나를 이긴다면
저것쯤이야. 하고 말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야 이 생각이 '진취적인' 분노가
되더라구요. 실천은 언제나 미지수지만요. 2008-08-05
17:59:35
병장 전승원
승자가 승리를 고수하는 방법보다, 패자가 승자를 쓰러뜨리는 방법이 적어도 수천개는 더 많을 겁니다. "낭중지추" 라고들 하죠. 날카롭게 능력을 갖춘 사람은 어떠한 주머니 속에 넣어놓든 그 능력을 발하니까요. 2008-08-06
09:26:21
병장 이태형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런 열정을 가지고 있는 영돈님이 부럽습니다.
더 노력하셔서 이루고자 하는 바를 꼭 이루시길.
제가 응원할게요, 파이팅! 2008-08-07
07: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