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전체를 위한 낙원은 없다.  
병장 윤영돈  [Homepage]  2008-09-17 15:08:52, 조회: 224, 추천:0 

전체를 위한 낙원은 없다.

마더 테레사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받고, 더 나아가 모두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그녀의 뜻을 받들어(사실 이웃끼리 좀 더 사랑하며 살자고 말했던 어떤 이의 뜻)많은 사람들은, 아니 그녀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사랑이 가득하고 행복이 넘쳐흐르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즐거운 곳. 이게 사전에 명시된 낙원의 뜻이다. 모두가 사랑받고 행복하다면 그게 바로 전체의 낙원이다. 그러면 전체를 위한 낙원이 존재할까? 물론 이 물음에 '있다'고 대답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니 물음을 바꾸어 전체를 위한 낙원이 만들어 질 수 있을까?로 바꿔보자면 내 대답은 No다. 이건 위대한 선지자가 등장하건, 신이 나타나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꿈일 뿐이다. 인간이라는 명칭을 달기 이전 덜 진화된 호모 사피엔스가 돌을 집기 시작한 때부터, 신이 인간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기 시작할 때부터 인간은 이미 전체를 위한 낙원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버렸다.

인간이 서로 싸우고 경쟁하면서 사랑을 걷어차버리는 이유가 한정된 자원이라고 가설을 잡아보자. 거시적으로 국가들은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땅과 바다를 가르고, 그것도 모자라 빈 공간인 하늘까지 갈라먹고 서로 어떻게든 저녀석의 자원을 갈취해보자는 긴장감을 팽배하고, 미시적으로 개인은 서로 경쟁하며 누군가의 말마따나 내 피와, 네 피를 섞어마셔 성장하는 것이라면 좋으련만 상대방의 피를 마시기기 위해 애쓰는 경쟁이 더 많다.


그럼, 인간을 무한히 사랑하는 신께서 한정된 자원에 서로 싸우는 것을 마음아프게 여기샤 전체의 낙원을 만들기 위해 창조력을 무궁무진하게 사용하셔서 원하는 모든 자원을 준다고 한다면?


신을 믿지는 않지만 만약에 신이 있다면 인간에게 한정된 자원을 준 그 놀라운 지혜에 지대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인간이 원하는 모든것이 갖춰져있다. 한 개인은 뼈빠지게 일하고 경제신문을 뚫어져라 노려보며 주식값에 대한 인간계산기가 될 필요없이 개인요트에 누워 대서양을 횡단하고, 개인용 보잉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며 마티니나 한잔 걸치면서 내일은 뭐하면서 하루를 즐길까?라는 생각을 가진다. 국가는 사라지고 인간은 의식주부터 시작해서 자잘한 시계까지 모두 자신이 원하면 가질 수 있다. 신이 모든걸 창조해 주시니 인간은 그저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일하는 건 신뿐이고 인간은 행복하다. 신의 희생정신으로 이루어진 이게 바로 전체를 위한 낙원. 와- ...일까?

부유해진 인간은 이제 삶을 즐기기 위해 창조활동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글, 그림, 음악, 기타등등 자신이 전신전력을 다한 작품이 만들어졌다. 이건 희대의 역작이다! 하는데 옆집에 사는 순이가 심심타파를 위해 끄적인 글이 사람들에게 더 인정을 받았다. 아니 저년이!하며 더 격한 감정을 담아 스펙타클한 호러소설을 썼는데 옆동네 스티븐이 만든 벌건 옥수수밭이 더 호평을 받았다. 아, 젠장, 그 옛날 영국의 한 촌놈이 말했던 '천재는 불친절한 이웃이다'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는군. 저녀석들은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은데 왜 이렇게 잘 쓰는거지? 빌어먹을 세상. 술이나 퍼마셔야겠다.

한 사람의 술주정뱅이가 탄생하고 있는 순간 다른 한쪽에선 한 여인에 대해 연모의 감정을 품은 한 남정네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저 여인이 내 사랑을 받아들여줄까? 멋진 외모가 필요할까? 성형외과의 불러! 다들 지중해 한가운데 요트를 타고 있어요. 수술은? 안한데요. 젠장, 그냥 정면돌파다! 내 비록 외모는 딸려도 당신을 향한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멋지도다. 부디 내 사랑을 받아주오. 네? 안되요? 왜요? 못생겼다고요? 그 순간 개인 트레일러가 열리며 화려한 조명빨을 받으며 피아노를 치는 훈남이 나타나 사랑의 세레나데를 감미롭게 부르시니, 그 여인은 훈남에게 달려들어 찐한 딥키스를 날려주시니, 남정네는 축처진 어깨를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눈물로 밤을 지세운 뒤 벌건 눈으로 소총을 하나 구해 연놈들에게 갈겨주시니, 그 연놈들을 사모하던 수많은 다른 연놈그룹들은 게릴라를 조직하여 남정네를 사냥하고 다니시니, 여기저기 깽판을 놓고 뒤이어 연놈그룹을 때려잡기 위한 군대가 출동하시니 여기가 바로 지상 낙원.


신이 이를 마음아프게 여기샤 사람들의 악한 감정을 소멸시켜주고 오직 선한 감정만을 심어주셨는데 이상하게도 오직 한사람만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

한사람 A는 게릴라C에게 당해 한쪽 팔에 의수를 착용한 B를 만났다. B는 한가롭게 책을 읽다가 찾아온 A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A는 물었다. 'C에게 당해서 마음이 아프겠네.' '괜찮아요. 다 용서했어요.' '그걸 어떻게 용서할 수 있지?' '마음이 용서하라고 했어요.' '아무런 고민없이?' '네.' A는 머리가 아파졌다. B에게 계속 따졌지만 헛수고였다. 지끈한 머리를 감싸며 걷고 있는데 개인화랑전이 보여 아무런 생각없이 들어갔다. 작품들은 단조로웠다. 다른 화랑에 갔다. 아름다웠다. 하지만 역시 단조로웠다. 이 화랑전에 대한 비평이 궁금해 신문을 읽었다. 예의바르고 올바른 말만 쓰인 신문. 이상하게 여겨 책을 읽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뿐. 하지만 사람들은 웃고있다 하하,호호

A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이게 뭐냐고. 왜 이렇게 세상이 소극적이고 단조로워 졌나고. 그러자 사람들이 말한다. '다 이해해요.' 이해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느냐고, 이런 획일화된 삶에 만족하냐고 발전이 없는 이런 정적인 세상이 마음에 드냐고 내 말 이해하냐고. 사람들이 말한다. '다 이해해요.' 아, 이런 A는 차라리 권총을 들고 자기머리를 쏴버리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간 전체를 위한 낙원은 없다. 인간은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비물리적인 것도 갈구하기 때문에 신이 그 비물리적인 것을 해주는 도리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인간의 자유의지를 조종하는 가장 구속적인 삶 아닐까? 전체를 위한 낙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낙원도 유한성이 존재하고 그 누구도 낙원에 영원히 머물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발전하고 창조적일 수 밖에 없다.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한다. 경쟁을 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고 새로운 제도를 악용하고, 또 그에 따른 보완된 그 무엇인가가 생긴다. 하지만 그 보완된 기술, 제도가 완전한 것일 수는 없다.

인간의 감정은 불안정하다. 악이라고 규정되어진 보편적인 성향을 가질 수도 있고, 선이라고 규정되어진 것을 가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이분법에 의한 흑백으로 정의될 수 없는 또 다른 색을 가진 무궁무진한 감정들이 인간안에 살아 숨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스스로 행복에 빠지게도 할 수 있고 슬픔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감정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대한 예술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고 발전과 변화를 얻을 수 있다.

유동적이지 않고 정적인 세상이란 얼마나 따분할까. 인간은 실패하고, 진화하고, 변화하고, 승리하고, 몰락하고, 이겨낸다. 수만가지의 일, 일상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새로움을 경험하고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큰 행복이자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감정이라는 것에서 기인한 경쟁과 욕망은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싸우고 이기적이게 만들어 기아를 발생시키고 서로간의 전쟁, 사람들의 행복을 앗아간다. 이 점에 대해서 누군가가 트집을 잡는다면 나는 그냥 당할 수 밖에 없다.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한다는 건 타의에 의한 희생이라면 어떤 명분을 달아도 말이 안되는거다.

그래서 난 그런 주장을 펼치면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다. 그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미안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해도 이런 인간의 성향이 좋다. 낙원이야말로 가장 정적인 공간일테니 어떻게 말하면 하릴없이 부진하는 공간일 것이다. 앞으로 더 나아가고, 더 도전하고 더 새로운 것을 창조함에 전율을 얻고,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면서 울고 웃는 공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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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보니 제가 쓰는 글은 대부분 쓰잘데기 없는 글이군요.
그래서 뭐? 하면 아, 뭐 그냥 그렇다고.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정도.
그래도 축구를 하려면 헛발질 하는 녀석이 있어야 경기가 더 재밌을테니까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20:07:09 

 

병장 어영조 
  열정과 결핍이 결여된 낙원은 낙원이 아니겠지요..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2008-09-17
15:23:41
  

 

병장 조인수 
  "모든 선수가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면 스코어는 0:0일 뿐이다." 

라고 말했던 프랑스 축구영웅 미셸 플라티니의 명언이 생각나네요.. 
모두가 잘할 순 없겠죠.. 2008-09-17
16:24:29
  

 

병장 정영목 
  모든 자원이 무한대라면 전 생명 그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허나 생명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그런 존재는 아니잖습니까? 우주의 입장에서 볼 때, 생명은 일종의 '악성 노화 촉진성 질병'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낙원이 필요한데 우리가 거기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보존해야 할 것은 아무래도 낙원이 아닐까요? 뭐.. 생명 입장에서야 생명의 편을 들 수도 있겠지만요. 저도 따분한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우리의 미학이 따분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2008-09-17
16:34:43
  

 

병장 박지웅 
  제 좌우명이기도 하죠. 

'모두가 행복해 지는 길은 없다.' 

윤영돈 병장님의 제목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요. 

참 슬픈 세상의 진리네요. 하지만 모두가 행복해질 수는 없을 지언정 

최대한 다수의 행복창출에 이바지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8-09-17
18:32:32
  

 

병장 이태형 
  곰곰이 생각해보니 부대끼고 사는 것을 싫어하는 저는 권총으로 머리를 쏴버릴 법한 상황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따분하겠지만, 왠지 그것도 매력있는 것 같네요, 이상한가요? 

역시 영돈님 글은 참 좋네요. 2008-09-18
07:53:20
  

 

병장 윤영돈 
  영목 / 우주의 입장에서야 필요없는게 '우리'가 되겠지만 저는 '우리'에 속하는 인간이기에 인간의 입장에 서겠죠. 따분함의 미학이라 하면 여유같은 느낌의 그런 종류의 것들을 말하는 건가요? 

태형 / 사람 취향이야 다양하니까 이상할 건 없죠. 이상한건 제글에 관대한것 정도?(웃음) 2008-09-18
11:17:36
  

 

병장 정영목 
  바쁜 일상 속의 여유라기보단 바쁜 일상, 그 자체에 대한 시큰둥함. 

노자의 화두와 유사하겠군요. 소국과민이라던지. 2008-09-18
11:55:06
  

 

병장 이동석 
  음, 영돈님 서브도 좋고 영목님 리시브도 좋고 

그러나 전 지루해도 좋으니까 
전쟁은 안 일어났으면 좋겠군요. 2008-10-03
15:3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