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인디음악소비자론'에 대한 반대 의견 소개 + '노템전'에 참여하는 우리들  
상병 김예찬   2009-07-10 094343, 조회 171, 추천0 

일전에 제가 쓴 디지털 음원과 인디음악 사이의 함수 관계라는 글을 제 블로그에 올렸는데, 여기에 대하여 어느 분이 반박 리플을 달아주셨습니다. (그 글은 옆동네 인다큐알 회지용으로 쓴 글이었는데, 재미있게도 반박 의견을 달아주신 분이 몇 년 전 인다큐알에서 활동하셨던 분이더군요.) 한번 함께 논의해볼 꺼리가 있는 것 같아서 그 리플의 대략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글은 이전 글에 답글로 달아야할 것 같은데, 책가지에 있어서 답글을 달기가 좀 뭣하네요.)


먼저 글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제가 썼던 글을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1. 디지털 음원 시대가 열리면서 인디 음악은 하나의 스타일로 소비되고 있다.

2. 음악 시장의 확장을 노리는 기업 자본이 인디 음악을 새로운 시장으로 창출하기 위하여 락페 등에 투자했고, 이를 통해 지금과 같은 인디 음악의 유행이 가능했다.

3.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은 1번과 2번이 만난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왜 디지털 음원 시장을 기반으로 한 자본이 인디 음악에 투자하는 것을 경계하느냐 바로 문화적 퇴행 현상에 대한 우려와, 지금과 같은 시장 구조에서 수익은 뮤지션 보다 기업에 돌아가게 되있는 현실 때문이다.

4. 이에 대한 대응책은 소극적인 방안이긴 하나, CD 사기 + 락페 보다 소규모 공연에 관심을 더 기울이기.


제가 글을 쓰고 나서 좀 미심쩍었던 것은 4번의 방안에 대해서인데, 좀 더 적극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두번째 글로 남겨두고 일단 글을 끊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반박 의견을 소개해보도록 할게요. '인디 음악 팬'과 '인디 음악 소비자'를 딱 구분하기는 어려운데, 자의적으로 '인디 음악 소비자'라는 개념을 쓴 것에 대해 먼저 지적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백현진이나 이장혁을 듣는 인디 음악 팬(리스너)과 요조나 검정치마 등 요새 들어 블로그등을 통해 주목 받는 음악을 듣는 '인디 음악 소비자'가 따로 존재하고, 작금의 인디 음악 붐은 전자 보다 후자의 음악 소비자들이 대거 유입된 결과라고 봤죠. 그러나 반박 의견에서는 오히려 이장혁의 앨범 판매량이 검정치마 보다 높은 상황을 지적하여, '인디 음악 팬'이 있을 뿐 '인디 음악 소비자'라는 것은 대로 검증되지 않은 개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두번째로, '서태지 역할론'에 대한 지적이 있었구요. 저는 서태지를 통해 새로운 '장르 시장'이 탄생했고, 이를 통해 기존 홍대 음악 씬에도 새로운 인디 음악 소비자들이 유입되었다고 썼습니다. 여기에 대해 그 분은 인디 음악의 확장에 서태지가 준 영향력은 미비하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인디 음악 팬들은 주로 영미 팝을 통해 음악적 영향력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서태지의 역할이랄 것을 상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부분은 '팬'과 구분되는 '소비자'라는 개념이 있는가와도 연결되는 것 같은데, 과연 서태지 팬덤이 인디 음악 향유층으로 유입되었느냐의 문제겠죠. 저는 대중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대개련)에 서태지 팬덤에 존재하는 매체비평클럽이 참여한 점, 락페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TTL 콘서트'나 '버드락 콘서트' 등에 많은 서태지 팬들이 참여한 점 등을 들어 이러한 판단을 하게 되었는데, 엄밀한 통계 자료가 없다는 한계가 있네요.



세번째로, '락 페스티벌의 계보'에 대한 지적이 있었어요. 제 글에서 광명음악밸리축제나 부산락페와 같은, 자본과 상대적으로 관계가 적은 락페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인디 음악 향유층의 확대가 펜타포트나 GMF를 통해 이루어졌다기 보다는, 광명음악밸리축제나 부산락페 같은 공연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는 점에서 이미 순서 관계를 잘못 짚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분은 2005년 제 1회  광명음악밸리축제에 20만명이 몰렸다고 쓰셨는데, 그게 정말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위와 같은 지적들이 중요한 것은, 정말로 이러한 지적들이 옳다면 현재 인디 음악 시장의 확대는 '한국 인디 음악의 보람'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인디 씬에서 활동한 많은 뮤지션들과 음악 문화를 위해 고민해온 사람들의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겠죠. 따라서 지금과 같은 인디 음악의 유행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의견에 반해, 지금 인디 음악의 유행은 내적 모순을 가지고 있고, 어떤 위기 상황의 전조라고 생각합니다. 10여년 간 진행된 인디 음악 씬의 노력을 기업자본이 도둑질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구요.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인디 음악이 BGM 스타일로 흘러가는 문화적 퇴행일 것입니다. (팬 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저는 요조나 타루에 대해 그러한 우려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인다큐알 회지에 참여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그 분의 지적을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분은 보통 자신들이 돌려보게 되는 인트라넷 음악 커뮤니티의 회지라고 해서, 글에 대한 고민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본인도 예전에 인다큐알에 참여했던 입장으로,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다면 음악에 대해서도 더욱 엄밀한 자세로 이야기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다큐알 뿐만 아니라 책마을에서도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책마을은 기본적으로 '노템전'으로 글을 쓰게 되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노템전', 그리고 궁이라는 공간의 한계가 우리가 쓰는 글의 핑계가 되서는 안되겠죠. 이 것은 그 누구보다도 제가 통감하게 되는 부분입니다만, 우리가 보통 어떤 '개념들'을 쓰거나, 접하게 되었을 때 그 개념의 오용과 오해를 쉽사리 벗어나기 힘든 것이 사실이고, 그런 부분에 대하여 '용기있게' 지적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말로 우리의 논의가 어떤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좀 더 엄밀한 개념의, 사유의 언어를 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 것이 '노템전'과 '커뮤니티성'을 핑계로 미뤄진다면, 우리에게 진전의 계기는 찾아오기 어렵겠지요. 승진님의 글에 '가지로'에 대한 제 의견을 리플로 남기기도 했지만, 우리가 '가지로'를 외치기 이전에 먼저 용기있게 묻고 비판할 때, 그 반응이 어떠하든 우리는 스스로 이해하려는 노력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결실을 얻게 될 것입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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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이재익 
  쓸데없는 댓글이지만... 

전 뭐 인디음악에 대해 잘 모르지만 부산락페스티벌에는 가봤습니다 
(부산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지금까지 마지막이었습니다) 
학교신문사 동기 형이 인디를 좀 알았거든요 
그게 2005년 여름이었을텐데 독일의 도메인인가 하는 밴드가 제일 인상깊었습니다 
그 밴드가 메인이 아니라 하드코어 락의 대표 격인 기억안나는 외국메인밴드가 있었는데 비가와서 음향상태가 뭐시기여서 저는 도메인이 제일 인상깊었습니다 
뭐 
그게 문제는 아니고 아무튼 전 부산락페스티벌를 통해 인디를 접했다는 거죠 
그때 락페스티벌 관계자가 참 돈이 없어서 더 좋은 밴드를 초청하지 못해 아쉽다고 하던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한번 또 가보고 싶어지네요 

조금 관계가 되는 내용이라면 전 그렇게 인디음악을 접하게되었고 조금 더 듣고 싶어졌지만 그 음악을 살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고 하지만 락페스티벌에서 느꼈던 특별한 느낌은 아직도 가지고 있고...그냥 그런 정도 입니다 200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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