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옮긴글) 모든 게 궁 때문일까
병장 이동석 [Homepage] 2008-09-09 19:36:46, 조회: 466, 추천:0
히스 레저가 표지를 장식했지만, 막상 기사는 한 페이지만 나와 어이가 없었던, 지큐 8월호의 기사입니다. 비슷한 주제의 글을 써보려 했으나 이 글에 넉다운 당한뒤로 결국 포기했습니다. 사실, 댓글만 달기에도 버거운 시간들이기도 하구요. 뭐랄까, 김태희 정도 난이도의 작업중이거든요.
애초에 글 내용이 의문형인데다, 내용도 온건한 편이며, 담론 수준에서 그닥 벗어나지 않는 정도의 언급이기에 본문을 그대로 옮겨놓습니다. 이미 보신분들이 태반이겠지만, 제게는 실마리를 제공했던 글이기에 함께 해보고자 감히 올립니다. 사실, 뭔가 끄적여보고 싶었지만, 요새 상태도 안좋고 해서 몸풀기 삼아 신나게 타이핑이나 해봤습니다. 뭔가 문제가 될것 같으면 제가 끌어안고 자폭이라도 할테니 걱정마세요. (바로 지우겠다는 말입니다. 피아노는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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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군대 때문일까
-정말 군대 때문일까?
한국 문화판이 지지부진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군대 때문이다’라는 답이 빠지는 일은 없다. 한창 감수성을 키워야 할 시점에 ‘인생의 블랙홀’에 빠저들어 내무반에서 자고 식판으로 먹고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고 나오니까 ‘아티스트’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학문의 발전이 없는 이유도 군대 때문이라고 한다. 머리가 한창 예민하게 돌아가는 시점에 군대에 처박혀서, 삽 들고 땅 파고 욕 먹고 나오면 이미 세계의 예비 석학들은 논문을 두세 편씩 쓰고 있다. 노벨 문학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노벨 물리학상을 못타는 이유도 군대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장 폴 사르트르는 18개월간 군복무를 정상적으로 마친 이우 활발한 지적 활동을 이어갔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오스트리아 군대에 포병 장교로 자원입대했고, 무공 훈장을 받을 정도로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논리철학논고>를 작성한다. 요즘 가장 유명한 철학자인 슬라보예 지젝도 짧지 않은 군 생활을 했다. 슬로베니아에는 한국처럼 아직도 징병제가 있기 때문이다. 학문적 성취와 군 입대가 무슨 상관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적어도 군대 제도 때문에 훌륭한 학자, 소설가 등이 나올 수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군대에 다녀오는 정도를 넘어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후 거제도 수용소에 갇혔다가 탈출한 경험을 자기 문학의 자양분으로 삼았던 사람도 있다. 김수영의 문학적 자의식의 이면에서 거제도 수용소의 체험을 닦아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네이버 블로그에 <개밥바라기 별>을 연재하고 있는 황석영에게도 남부럽지 않은 군 생활의 체험이 있다. 그가 현재 집필중인 성장소설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소설가 등단한 후 정처 없이 방랑하다가 월남전에 참전하게 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사례를 더 찾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지만, ‘군대가 한국 남자들은 이 모양 이 꼴로 만드는 주범’이라고 확신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남자들의 군대타령은 언제까지나 제대 후 정신적으로 폭삭 늙어버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레퍼토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특히 군대 갔다 온 자신을 탓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으면 흥분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GQ> 독자 중에도 그런 이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으니 이쯤에서 논지를 정리해 보도록 하자. 군대에 갔다온 당신이 문학의 꿈을, 학문의 꿈을, 예술의 꿈을 접었다고 해도 그것을 비난할 생각이 없다. 분명 2년간의, 혹은 그보다 더 긴 군복무는 젊은이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간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단어는 너무 거창하고, 최소한의 품위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들이 가장 먼저 사라진다. 병역 비리가 발각되어 눈물을 뿌리며 현역 입대한 연예인 A에 대한 풍문 한 자락. 평소 성생활의 갈증을 느꼈을 리 만무한 그런 미남도, PX에서 사타구니를 긁으며 ‘아, 여자 먹고 싶다’고 읊조렸다는 일화가 있다. 군대에서 ‘군인 아저씨’가 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그걸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제대한 다음이다. 실미도에서 훈련받은 다음 북한에 다녀온 것도 아닐테고, 월남에서 고엽제를 뒤집어쓴 것도 아닐진대, 한국 남자들의 ‘제대 후 외상 증후군’은 지독하리만큼 오래간다. 제대한 남자들에게 악몽이란 십중팔구, 귀신 나오는 꿈이 아니라 군대에 다시 들어가는 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이런 꿈을 꾼다는 이유로 대한민국의 징병제가 얼마나 젊은이들의 영혼을 피폐하게 하는가에 대해 논한다. 하지만 이걸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군대에 다녀온 이후,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군대에 들어가는 꿈을 꾼다면, 그것은 어쩌면 ‘나는 군대로 도피하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다. 꿈은 우리의 욕망을 뒤틀린 형태로 보여주는 환상의 스크린이기 때문이다. 군대에 들어가는 악몽을 꾸는 나는,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진정한 악몽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것이다.
혹은 그 사회에서 적응하고 있는 자신을 부정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생각해 보자. 왕년에는 여자 후배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토론할 수 있었던 페미니스트가, 군대에 갔다 오더니 치마만 두르면 다 좋다고 껄떡거리는 껄떡쇠로 바뀌어 있다. 포티쉐드 3집을 기다리다가 입대하더니, 원더걸스가 호피무늬 의상을 입은 채 V라인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환호한다. “타자는 지옥이다”라고 사르트르가 말했지만, 우리가 진정 외면하고픈 진짜 지옥은 우리 자신이다. 군대 가는 악몽의 내용을 다시 한 번 복기해 보자. 적어도 그 꿈속에 등장하는 ‘나’는, 군대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나’이다. 그런 악몽을 꿈으로써 우리는 군대에 갔다 온 후 타락해버린 자신이 아닌, 군대에 가지 않았던 그때로 돌아간다. 이것은 자기 부정이면서 동시에 자기 긍정이다.
‘내가 군대만 가지 않았더라도’ 라는 말의 위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저열한 성적 의식, 조잡한 취향, 밥이건 여물이건 먹으면 장땡이라는 식의 미각, 색맹은 아니지만 색상에는 무신경한 미감, 결정적으로 어쨌거나 나는 내 식대로 살겠다는 저돌적인 자의식 등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자기 부정이면서 동시에 자기 긍정이다. 그 어중간한 절충점이야말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군대 때문에 발전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한다. 군대에 가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취향도 소중하지만, 군대 다녀온 다음 ‘찌질해진’ 나 자신도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을 바꾸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너도 군대 갔다 오면 알아” 라는 말을 내뱉으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다. 군대에서 아이비 노래 들었다고 해서 사회에서도 그러라는 법 있나? 하지만 놀랍게도, 수많은 한국 남자들이 입대를 전후하여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취향들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음반도 안 사고 소설도 안 읽고, 그저 ‘사람 구실’ 하려고 허덕거린다. 대중문화건 고급문화건, 최소한의 시장이 형성될 여지가 없다.
군대가 위대한 작가들을 짓밟는 것이 아니다. 군대에 다녀온 후 스스로의 취향을 방치해버리는 수많은 남자들이, 위대한 작가로 성장해야 할 이들을 키워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혐오를 빙자한 자기 연민이다. “이미 난 틀렸어” 라는 말 뒤에는, ‘틀려버린 나’를 버리고 새로운 자신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영화 제목이 참 영리하다고 본다. 이른바 관심사병의 이야기를 다루는 그 작품은 사실 전혀 불편하지 않은 영화다. 그건 이미 제목에서부터 드러난다.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말은 작품 내 ‘관심사병’을 지칭하지만, 동시에 그 영화를 보는 예비역 남성 자신을 향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용서받지 못한 자, 그러니 내가 아무리 추하고 못나도 나를 탓하지 마시길. 이것은 극단적인 자기 혐오가 사실 그만큼의 자기 연민을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노골적인 사례이다.
촛불시위의 사수대 역할을 자처한 이들이 입고 나온 옷이 하필이면 예비군복이었다는 것은, 한국 남성들이 군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물론 처음에는 나름대로 조직을 갖춰서 행동했지만, 예비군 지도부는 곧 와해되었고 나중에는 알아서 군복을 입고 나왔다. 예비군 아저씨들은 대체 왜 군복을 꺼내 입고 거리에 나왔을까? 군인 정신으로 재무장하고 전경과 맞서기 위해 군복을 입은 숭고한 전사들을 논외로 한다면, 그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예비군 파이팅! 오빠 멋있어!”라고 외치는 여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줌의 관심을 받기 위해 패션을 포기하고 개성을 내던지고 ‘군바리’로 돌아가버린 그들을 보면, ‘한국 남자들의 옷 입는 센스는 왜 이 모양일까?’라는 질문은 차라리 사치처럼 느껴진다.
한국 문화의 발전에 군대가 끼치고 있는 해악을 논하고 싶다면, 군대의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주목해봐야 한다. 군대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취향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둔 채 자신을 학대하는 이들,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자신의 몰취향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는 이들, 그런 악순환을 꾸준히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야말로 군대가 끼치는 해악의 본질이다. 예비군들이 군복 꺼내 입을 사건을 저지르신 ‘그 분’에 대한 비판은 이 지면에서 할게 아니므로 자제하도록 하자. 그렇다면 문제는 결국 취향과 매너다. 자기 취향을 구축할 것, 그리고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 것. 두 가지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한국 남자들은 진정으로 제대 할수 있을것이다.
노정태 <Foreign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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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막심보다 비싸고 덜 야하고 노골적이지도 못한데다 한겨레나 씨네리 보다 가볍고 소비지향적인 이 잡지를 보는 이유는 사실 원더걸스 인터뷰가 실려 있어서이기도 하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가장 트렌디한 글쓰기와 담론이 곁가지나마 다뤄지고 있는걸 구경하려는 심산이자, 어두워져가는 심미안을 좀 긁어보려는 하찮은 시도이기도 합니다.
궁 타령 부르면서 처박아두었던 걸 하나둘 꺼내봐야겠습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48:45
상병 양순호
그래서 생겨난 말이 있잖아요, '모든건 다 ㅇㅇㅇ 탓이다'. 2008-09-09
19:57:04
상병 박문희
으음..당근 때 몰려드는 졸음을 달랠 양으로 읽었다가 효과 과잉으로 밤새 분노의 독자엽서를 끄적케했던 그 글이군요. 하고픈 말들은 속안에 가득히 맴돌지만 꺼내어 보려 찾아보면 나오지 않는, 또 애써 꺼내는대에 성공하더라도 그것들을 가공하는데 익숙치 않은 저의 필력을 탓하면서 제 목표잃은 분노는 애꿎은 쓰레기통을 타겟으로 잡았더라죠.
현직 궁인으로서 뭐든 삐뚤게 받아들이는 제 심보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이 글, 미워요(울음) 2008-09-09
20:24:53
병장 황인준
왜이리 요점이 머리에 쏙 안 들어올까요(울음).
무엇을 말하려 하는 지 잘 감이 안 잡히네요.
괜찮은 글인 것 같긴 한데, 멍 하네요. 흑. 2008-09-10
08:28:10
병장 이태형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군대에 들어가는 꿈을 꾼다면, 그것은 어쩌면 ‘나는 군대로 도피하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다.
“예비군 파이팅! 오빠 멋있어!”라고 외치는 여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줌의 관심을 받기 위해 패션을 포기하고 개성을 내던지고 ‘군바리’로 돌아가버린 그들을 보면, ‘한국 남자들의 옷 입는 센스는 왜 이 모양일까?’라는 질문은 차라리 사치처럼 느껴진다.
저도 '모든 게 궁 때문이다' 라는 논지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저 위의 글들을 포함하는 추측성 주장은 전혀 근거없는 헛소리라고 혹평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 글은 사설이고 그렇기에 그 정도는 당연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일수도 있다' 라는, 확고하게 주장하지 못하고 '틀려도 이건 내 생각이니까 상관없다'는 식의 자신없고 책임회피적인 단어에 집착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전 저런 글이 싫어요, 저런 추측성 글들이, 게다가 별로 신빙성도 낮은 글들을.
언젠가 '상식의 오류사전1을 독서후기로 쓴다면 형편없는 책이다 라고 결론짓고 싶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뭐...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2008-09-10
08:44:39
상병 최광준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난 뭐지. 2008-09-10
08:56:41
병장 이동석
음.. 뭐 이 글을 굳이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사실 한참 변호하다가 댓글 날려먹었지만)
이 글이 신빙성을 가늠할 글인지는 조금 의문이군요? 정보를 다루는 글도 아닌데요? 2008-09-10
10:18:58
상병 김동민
남성 잡지 수준에 딱 어울릴 만한 글이네요. 2008-09-10
11:42:14
병장 이동석
글쎄요, 이글이 뭐가 어떻다는건지 모르겠군요.
(모르기도 할만한것이 그냥 마음에 안든다만 있지, 뭐가 어떻게 왜 마음에 안든다가 없으니까요)
이 글의 몇몇 단어만 슬쩍 바꾸면
한겨레나 씨네리에 실리는 칼럼과 다를께 뭐가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지큐 칼럼은 읽어보셨습니까? 전 지큐에 별 관심없긴 합니다만, 거기에 실린 칼럼들만은 남성잡지가 그렇지 뭐, 이럴 수준의 칼럼은 아니던데요? 2008-09-10
12:28:57
상병 고동기
지큐는 일반 남성잡지라기 보단 교양잡지와 비슷합니다.
개개인마다 교양의 의미가 다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회 될 때마다 꼬박꼬박 사보고 있고요.
허지웅 기자님이 프리미어로 가신 이후에는 조금 허전한 면이 있는데,
한국문학에 관심이 많은 이우성님 덕분에 매달 유익하게 보고있습니다.
실제로도 지큐를 통해서 한국문학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요. 2008-09-10
12:56:22
병장 김태형
이거 글이 좀 뜨끈한데 냉랭한 면이 있네요.
객관적으로 보자 이거죠. 한 면만 보고 다른 면을 못 본다는건 안타까운 겁니다.
대한민국 군인들도 세련될 수 있습니다.. 암요. 2008-09-10
13:00:06
병장 이재민
GQ 칼럼이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나,
읽어볼만한 수준은 됩니다
이 사설이 한국 특유의 징병제 시스템과 이로 인한 한국남성문화의 폐해를 명쾌하게 꽤뚫진 못해도
이런 측면도 있다~ 정도의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하는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적으로
제 주위 사람들도
문화적 취향의 다양성을 궁을 통해 잃어버린 듯한 경우가 왕왕 있어요
문화적 소양이란 건 초기의 관심과 지속적 노력이 있어야 '쌓이'는 후천적 성질의 것인데
궁집일하는 2년여의 기간동안 지속적 노력을 기울일 만한 여건이 안된다는 거죠.
제 생각엔
이런 글에 발끈하고 지적하기 보다는
(어차피 남성잡지 글이란 편견이 저에게도 있긴 합니다)
혹시 나도 이런것이 아닐까 정도가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퍼오지 못할만큼 나쁜글은 아닌 듯 한데요 2008-09-10
13:30:37
병장 김준호
이 글 수준 좋은데요. 자기 부정인 동시에 자기 긍정이다. 이 말이 수준이 낮다니...
한국 사회의 일반적 궁 담론 수준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 글은 참 적절하네요.
자기 부정인 동시에 자기 긍정을 하고, 그것을 통해 몹쓸 연대까지 구축하는 사회니까요. 2008-09-10
14:00:24
병장 이동석
음, 사실 이글에 달려고 추잡한 댓글을 준비했으나 다른 분들이 대신해주셨으니
따로국밥으로 올렸습니다. 2008-09-10
14:02:50
병장 이동석
음, 말해놓고 보니 다른 분들 댓글이 추잡하다는것처럼 말해버렸는데,
제가 달 댓글이 추잡했다는 거여요. (흑) 2008-09-10
14:10:17
이병 장봉수
뭐,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궁 안에도 맡은 자리가 있으니 그 자리에 따라 취향을 버려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하하
아닌 분들도 있고 하시긴 하겠습니다만.. 2008-09-10
14:17:55
병장 이동석
글쎄, 전 이 글이 외려 궁인들에게 옹호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반응은 좀 의외로군요) 2008-09-10
14:21:03
병장 이태형
음?
제 덧글 때문에 분노하신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덧글에 분노를 하신건가.
(그 덧글은 삭제되었나요?)
제 덧글 때문이라면 좀 의외인데요(웃음)
아니라고 믿습니다(도망)
전 그저 '~일 것이다' 라는 확실하지도 않은 추측성 주장이 싫다는 것 뿐이니까요(땀) 2008-09-10
14:27:47
병장 김태형
뭐랄까 부정이나 부정이 아닌 글이랄까요. 아쉬움에 대한 토로인가..? 2008-09-10
14:29:01
병장 이동석
아, 전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수준 운운하시길래 그냥 가만히 있으면 더 이상해지겠다 싶어서요.
그리고 그 추잡한 댓글중 하나는 날라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나머지 하나를 책마을 내글 내생각으로 올리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올리고 나니 지울생각, 누나생각. 2008-09-10
14:34:19
병장 주해성
잡지에서도 읽었었지만 전 이 글이 별로입니다. 마지막 결론부분이 아니라면 무슨말 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아요 (두어번 분석해야만 하죠.) 전역자들의 "자기 부정인 동시에 자기 긍정"의 발생원인은 궁 떄문일탠데 그것을 개인적인 문제들로 치부시키는것은 아이러니합니다.
대학1~2학년때 가지고 있던 그런 가치들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 느끼게 된것은 애당초 그것들의 수준이 너무 떨어졌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것을 궁때문이라 하는것은 궁에있을만큼의 시간도 견뎌내지 못할 우리사회의 문화수준(우리가 가지고 놀았던 소비지향문화) 때문이라 하는 것과 동치 일것 같습니다. 2008-09-10
15:05:31
병장 이태형
-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군대에 들어가는 꿈을 꾼다면, 그것은 어쩌면 ‘나는 군대로 도피하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다.
도피하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죠. 차라리 "도피한다는 뜻이다" 라고 확정지어버린다면 부가설명이 없어도 '저렇게 주장할만한 근거나 자료가 있겠지' 수긍하며 글쓴이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지요. 하지만 둘 중에 어떤 것이 옳은지도 확신하지 못하면서 한쪽 방향으로만 치우친 이야기를 말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적절한 예는 안될 것 같지만 이해라는 측면을 위해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군대에 들어가는 꿈을 꾼다면, 그것은 어쩌면 ‘나는 총을 쏘고 싶다(아니면 전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도 괜찮겠군요)’는 뜻일 수도 있다. (중략) 이것은 살인자 심리 어쩌구... 후자라면 미치광이 심리 어쩌구...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나간다면? 제가 독자라면 다시 한 번 비평을 가할 겁니다.
- “예비군 파이팅! 오빠 멋있어!”라고 외치는 여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줌의 관심을 받기 위해 패션을 포기하고 개성을 내던지고 ‘군바리’로 돌아가버린 그들을 보면, ‘한국 남자들의 옷 입는 센스는 왜 이 모양일까?’라는 질문은 차라리 사치처럼 느껴진다.
여자들 때문에 군복을 입는다고요? 넌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라면 그따위(패션에 신경쓰는 행위 자체를 말함이 아님) 때문에 군복입고 쇼할 생각은 없습니다. 대다수 예비역들이 저런 이유로 군복을 입는거라면 제가 독특한 것일테니 이해하고 넘어가겠습니다만, 별로 신빙성은 없어뵈요. 2008-09-10
15:17:23
병장 이태형
이 글 전체가 맘에 안들고 싫고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일부(제가 예로 든 것들) 논리를 이끌어가는 방향이 싫다는 겁니다. 저~ 위의 덧글에서 상식의 오류사전1을 들먹이며 형편없다 어쩌고 했던 것은 이것을 뜻합니다. 글 전체의 내용이나 기타 사항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편입니다. 2008-09-10
15:19:22
상병 김동민
미안해요. 반쯤은 인터넷에 리플달듯 찍 써버린 글이라... 수준 운운한 것은 정말 반성합니다.
하지만 이 글의 논리나 전개 도무지 마음에 안 들어요. 뭐라고 더 쓰고 싶지만, 지금 여건도 좀 마땅치 않고, 쓰기엔 좀 위험한 것 같기도 하고, 왠지 이 주제에 깊이 생각하기 싫은 상황이라.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이 글에 대해 더 이야기해볼게요. 2008-09-10
16:17:47
병장 임정훈
저도 이 부분은 정말 별로입니다.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군대에 들어가는 꿈을 꾼다면, 그것은 어쩌면 ‘나는 군대로 도피하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다.
무슨 근거도 없는 해석인가요. 일반적인 꿈 해석은 난 지금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어라는 쪽으로 대부분 해석하죠.(물른 이 해석이 반드시 맞는 아닙니다.) 근데 그걸 자의적으로 반대로 해석하는 것도 이해가 개인적으로 수긍이 안 갈 뿐더러 가장 황당한 부분은 이 부분이 글 흐름의 근거라는 위치를 차지한다는 거죠. 이건 자기 주장을 넘어서 오류죠. 아무리 근거도 없이 자의적 해석을 던져놓고 근거로 삼다니요.
GQ도 괜찮은 수준의 잡지지만 GQ에 실린 글이라고 괜찮다는 말 또한 오류죠.
뭐 전 저 주장에 공감도 하지만 그 중간 중간에 실린 예시는 좀 분노케 하네요. 2008-09-10
16:28:30
병장 이현세
글쎄요,,냉소적으로 이어나가긴 했습니다만
자기 혐오와 자기 연민 사이에서 자신도 모르게 방황하는 예비역들에 대한
일종의 '연민'이자, '충고'로 읽었는데요,,
논지가 확 와닿지 않는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처음엔 별 생각없이 읽었더니 중간중간 도대체 필자가
어떤 입장에서 얘기하는 건지 헷갈리더군요.
어쨌든,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글이
언젠간 퇴궁해야하는 궁인들에게도
충분히 생각해 볼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봅니다. 2008-09-10
17:30:29
병장 어영조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군대에 들어가는 꿈을 꾼다면, 그것은 어쩌면 ‘나는 군대로 도피하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다.
저두요. 다른 건 다 차치하고서라도 이부분은 정말 마음에 안드네요.
저자가 프로이트의 [꿈의해석]한 번 쓱 보고 날린 듯 느껴지네요.
그래도 글 자체는 재밌게 읽었어요.(웃음) 2008-09-10
18:02:16
병장 이동석
으음, 물론 이 글쓴이가 지큐라서인지 좀 가볍게 쓴면도 없잖아 있어뵙니다만,
(이 잡지는 진지한 내용을 속칭 '트렌디'하게 다루려고 노력하는 것 같더군요)
그러나 꿈의 해석 부분인데요,
꿈을 욕망의 현시라고 보는게 왜 무리인지 궁금하군요.
(물론 문장 구조가 비겁하긴 합니다.)
꿈에서 붕가붕가 하는 꿈을 꾸면 붕가붕가를 하고 싶다는거지, 붕가붕가를 피하고 싶다는 것일까요? 2008-09-10
18:59:37
병장 이동석
물론, 막판의 예비군 아저씨들 어쩌고 한건,
지큐에 나온 아이템 정도 두르고 있을법한 된장 좀 처바른 일반적인 예벽들과 구별짓기를 원하는 독자들을 노리고, (혹은 글쓴이 주위의 인간들의 기호에 맞는데로) "하여튼 찌질한 소시민들. 쯧쯧." 정도의 뉘앙스가 풍기기도 하여, (이건 방향성과는 무관하게 족선일보 스타일이로군요) 불쾌한건 사실이지만요. 2008-09-10
19:02:41
병장 어영조
꿈이 욕망의 현시일수는 있습니다.
다만 꿈이라는 것이 그렇게 보편적으로 해석될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같은 의미를 함의하는 꿈들은 각각의 꿈속에서 다른 상징으로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다시 군에 입대하는 꿈을 꾼다는 것이 도피로서의 의미를 지닐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 말을 보편적인 의미로서 이야기 된다는 늬앙스를 지울수 없기 때문에
마음에 안듭니다.(문장의 문제일수도 있고, 저의 자격지심때문일수도 있습니다.)
꿈에서 붕가 하는 꿈을 꾸는 것 또한 단지 그 상황만을 보고 해석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상징을 이용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프로이트라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적극 활용, 자유연상법으로 해석했을 테고
융이라면 꿈의 텍스트에 등장하는 상징들과 그 관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했을테죠.) 2008-09-10
20:00:12
상병 이우중
동석님. 꿈은 욕망의 현시가 맞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 '꿈의 해석'에 있어서는 좀 더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붕가붕가하는 꿈은 붕가붕가를 하고 싶은 것일 수 있겠죠.
언젠가 제가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은 이런 꿈(들)을 꾼 적이 있어요.
한번은 앞에서 꿈에 그리던 이성이 나체로 있는데 제, 아니 그 사람의 몸은 어디에 묶인 듯 움직이지 못하는 적이 있었고
또 한번은 신나게 붕가붕가를 하고 있는데 다른 지인이 와서 절 마구 때리더군요. 평소 상대와 저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죠? 제가 아는 그 사람은 언제나 붕가붕가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거든요. 이건 거의 확실해요. 그런데 꿈의 내용은 꼭 그렇지만은 않네요.
그런데, 강간을 당한 여성이 그 치욕스런 경험의 꿈을 꾸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일종의 트라우마가 아닐까 하는데 군대 꿈도 비슷한 상황에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고 요즘은 자고 일어나도 꿈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요. 도와주세요. 2008-09-10
20:37:12
병장 이태형
어영조님, 이우중님이 멋진 덧글을 달아주셨네요.
저도 그 의견에 동감합니다.
꿈은 아직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지요.
보편적으로 해석하기엔 무리입니다. 2008-09-10
20:58:37
병장 이동석
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인데 제가 날림 댓글 쓰느라 이따위로 적어놨군요.
베토벤 바이러스 보고 내일 이야기 하죠. 흐흐. 2008-09-10
23:07:44
상병 양순호
여러분들 표현을 너무 직설적으로 하시는데요.
살짝살짝 좀 풀어서 썼으면 좋았으련만, 2008-09-11
06:38:58
병장 이동석
음, 뭐 이건 학술적 논의고 궁 관련 용어들은 텍스트이기때문에 원본을 써야한다고 가정하기로 하죠.
음, 영조님 우중님,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사실 그것과 진배 다를것이 없습니다.
지금 달린 댓글들이 주로 그 해석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데,
그 비판의 논리가 이를테면 이런 식이더군요. (도식적 접근인만큼 폭력적입니다)
1. (내가 알기로) 꿈의 해석은 그런식으로 하는게 아니라 이런식으로 하는거다.
2. 그런데 그 그런식으로 해석하는게 말이 안되는 소리를 지껄인다. (다시 궁을 가고 싶다니 말이나 되냐)
3. 고로 이 글은 쓰레기다.
물론입니다. 꿈을 보편적으로 해석할수는 없지요. 그러니까 제가 반문한겁니다. 입궁하는 꿈을 악몽으로 해석하지 않고, 욕망의 현시라고 해석하는것은 비약이며, 억지주장에 불과한가? 라고요. (물론 티비보면서 날림공사하면서 달아제끼며 날아가버린 댓글은 생각안하고 그냥 거칠게 달아버리고 티비보러 뛰어갔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는 사실 수많은 꿈을 꾸고, 대부분을 기억해내지 못하고, 극히 일부가 기억에 남았을때 꿈을 꾸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필 기억하는 꿈은 어쩌면 그저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지요. 각종 사고 작용으로 꿈이 생성되고 소멸해가는 과정에서 어느시점에 꿈을 기억하는 조건 (렘수면이라고 하던가요?)을 충족시키는건 꿈이 우리에게 뭔가를 시사하거나 표현하는것이 아니라 정말이지 우연에 불과할지도 모르지요.
그래서인지 정신분석학으로 꿈을 해석하는 행위를 자연과학 일각에선 '인문학적 상상의 산물'이라고 보기도 하더군요. 그도 일리가 있는것이 임상적 결과를 (그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지요) 임의적으로 해석해서 '학'의 이름으로 체계화 시킨것은 사실입니다. 그건 누천년간 쌓여온 경험에 근거해 쓰여진 '해몽'책 한권보다 꿈을 읽어내는데 있어선 나을게 없을지도 몰라요.
(논거가 순전히 임상학적인 실험결과와 그에 따른 문학적 해석이라면 실험결과가 더욱 많이 쌓인 '해몽'책 보다 단지 근대의 산물이며, 현재 학문으로 다뤄지고 있다고해서 신빙성을 더 부여받아야 할 이유는 없지 않나요?)
정신분석학이 인간의 무의식을 발견해내고 담론의 장으로 이끈것은 사실이지만, 어쩌면 인간의 무의식을 도식적으로 분석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들의 정신분석학'을 무력화 시켜보려는 시도를 하고 나서야 제 이야기는 끝맺을수 있겠군요. 일반적인 악몽 해석의 역발상은, 물론 근거는 있어야겠지만, 이런 '정신분석학의 신화'에 사로잡혀있느라 보지 못한 이면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 주위의 예벽들을 보면서, 궁에 있을때가 좋았다느니, 안에 있을때가 편하고, 나와봐야 별것 없다더니, 심지어는 제대한지 이십년도 넘었을 아저씨의 '정말 궁에 있었을때가 좋았더라 타령' 같은 뭐 이런 개소리(?)를 해대는 예벽들을 보면서 이 글쓴이의 역발상이 나름 일리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글쓴이는 뭐 이런 저런거 다 알지? 하면서 마구 진도를 빼는 얄미운 수학 선생님처럼 논리를 점프 시켜버려 비약으로 밖에 보이지 않게 써재끼긴 했습니다. (아 왜 자꾸 제가 이글을 변호하려드는것일까요)
잡설이 길었습니다만,
제가 이글을 왜 골랐는지에 대해선, 제 식대로 따로 이야기를 풀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문제중 하나이기도 하고, 개인적 체험이 덧입혀지기도 하여 이글의 긁어내는 부위가 아프기도 하지만, 시원하기도 하더군요. 2008-09-11
09:1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