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역사론  
일병 이석재   2008-12-27 13:57:45, 조회: 171, 추천:1 

세상을 살다보면, 수많은 사실들에 치여 살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개미투자자들은 주식 폭락에 대해 망연자실에 하기도 하고, 궁인들은 저 윗동네 누구를 보며 욕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은, 솔로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으면서 집안에서 열심히 타자를 두드리기도 하지요.

그런 수많은 사실들 중에서, 책에 기록되고, 구전되고, 어디엔가 새겨져서 지금까지 우리 기억속에 남아있는 중요한 사실들, 그런 것들을 뭉뚱그려서 '역사'라고 표현합니다.

사실 역사의 시작은 인류의 시작에 비해 얼마 되지 않습니다. 문자로서 자신들의 생활상을 기록해 놓은 것이 시초였으니까요. 인류는 구석기 시대부터 '우가우가'하면서 돌을 갈고, 토기를 굽고, 고기를 먹으면서 생활해왔지만 수많은 시간동안 인류는 자신이 했던 일을 벽화로 기록하는 수준으로밖에 그치지 못했습니다. 그 중 최초의 문자라고 불리는 것은 수메르 인들의 쐐기(설형)문자입니다.

그때서부터 수많은 문자들, 페니키아인들의 알파벳이라던가, 이집트인들의 상형문자들이 고대에서 지금까지 그대로 기록되어 왔습니다. 물론 이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라진 것들도 많았고, 남아있긴 하지만 해석할 수 없는 원본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말 그대로 '사라진 역사'인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지금이야 사실들을 기록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이 책마을의 게시글 하나서부터, 사람들이 심심하면 땅에 묻는 타임캡슐에까지요. 그렇게 과거의 역사는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왔고, 우리의 역사또한 미래로 넘어갈 것이 확실할 것입니다.

Side and SIde라는 연재물을 새롭게 내기 시작한 이유는[그렇다고 이 글이 얼개글이라던가, 광고글 이런게 아니에요. 오해하지 맙시다!] 여러분들에게 역사에 대한 새로운 길을 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돈과 물질적인 것이 중요한 이 사회에서, 우리의 과거를 잊어버리면 우리의 미래또한 없다는 것이 제 지론이기 때문이지요. 과거는 현재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을 보여주는 철길이다. 라고 말한 누군가가 기억나는군요. 그런 철길을 현대사회에서는 '과거에 있던, 쓸모없던 사실들'이라는 식으로 넘어가는것이 안타깝습니다. 순수과학부분이 점차 사람들에게서 비추천으로 흘러가는 것도 이런 이유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지금의 고등학생들이 '세계사' 과목을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 하는걸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고는 합니다. 그 2천년 전체의 세계사 교육을 단지 한권의 책으로 끝내야 한다는것, 그것이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역사를 어렵게 생각하게 만들지 않았나. 라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비잔틴제국이 동방에서 이슬람 제국을 막아낸 것은? 단지 유스티니아누스의 이탈리아 수복만이 세계사 책에 2장정도로 나올 뿐입니다. 남아공에서 일어났던 아파르트헤이트는? 단지 주석정도로만 나올 뿐입니다. 미국에서 일어났던 흑인 폭동은? 사람들은 미래를 수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을 어렵다는 이유로 흘려보내고는 합니다. 

제가 맨 처음 세계사에 빠져들었을때가 기억나는군요. 저는 온갖 새로운 '사실'들을 깨우쳐 간다는게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비스마르크가 나폴레옹 3세를 낚기 위해 벌인 '엠스전보사건' 같은걸 보면서 희열을 느꼈다고나 할까요[주1] 1800년대 강국들의 세력권을 나타내는 지도를 보면서, 아 이 세상은 이랬구나 라고 새롭게 알아가는 것 또한 재미있었습니다. [주2] 물론 모든 사람들의 취향이 있고 좋아하는 과목이 있습니다. 저도 과학부분은 잼병이라 과학부분 책은 최대한 안읽거든요. 저도 편식같은거 다 합니다. 쩝쩝

이렇게 길게 제 경험담과 뜬구름잡는 얘기를 두서없이 나열했지만, 결론은 이렇습니다. 역사는 전혀 어려운 과목이 아닙니다. 제가 현재 이렇게 글을 쓴다는 '사실'처럼 원인과 사건에 대한 결론일 뿐입니다. 제가 이 책마을에 들어와서 여러가지 역사에 관한 글을 쓰긴 하지만, 사실 저어기 먼나라의 역사겔, 뭐 이런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보다 지식 수준은 30%밖에 안될겁니다. 제가 아는 것은 이리 적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아는 것들을 최대한 늘여놓다 보다면, 저처럼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두명씩은 더 늘어날테고, 언젠가 자신의 인생이 닥쳐왔을때, 그것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사는 단지 책에 있는 글자같은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 인류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물론 승자에 의해 역사가 조작된다라는 아픈 점또한 여전히 존재하고, 앞으로도 승자에 의해 역사는 쓰여질 테지만, 그 승자가 되는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들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역사를 쓰고 있기 때문에, 그 전의 역사들도 또한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한문장이 가장 중요한 문장이겠군요.

p.s.: 역사를 쉽게 배우시려면, 위에서 말한것처럼 지도를 보시면서 상황파악을 하는게 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반적인 '어려운' 책들보다, 재밌는 제목의 책, 예를들어 지하철 3호선 상의 역사 유적들을 재밌게 풀어쓴 책같은것도 있었고, 제가 가입인사에 쓴 책처럼 대체역사(IF라던가) 이런것도 쾌감을 느끼기엔 괜찮죠. 사실을 '기억'한다고 생각하시기보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간다고 생각하시면서 역사를 접하면, 매우 괜찮은 접근방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방법또한 많겠지요.

주1-엠스전보사건: ...습관이 들어서, 보-불전쟁의 발단이 된 사건입니다. 나폴레옹은 독일 황제에게 항의의 전보를 보냈지만, 비스마르크는 그것을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바꿔서 독일 신문에 실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당신을 규탄한다" 라는 식의 문장을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의 황제를 규탄했다"라고 바꿔서 실은 것이지요. 민족주의라던가 전체주의에 사로잡힌 백성들은 그런 문장 하나에 격동하곤 하지요, 그런것들로 벌어진 두 국가간의 사이가 결국 전쟁으로 발전했습니다. 물론 비스마르크는 전쟁을 원했고, 승리했지요.

주2-지도: 중세 역사가로 유명한 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 이책이 괜찮았습니다. 300장 넘게 달하는 지도들이 저를 즐겁게 했지요. 언제나 말하는 바지만, 돈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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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 있는 '우리는 왜 역사이야기를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글을 봤습니다. 05년도 글인지라 그 분이 쓴 글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는 보기가 힘들겠군요. 참조해보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어떤 불특정 대상을 논리적으로 이기기 위해 쓰는 수단으로서의 역사를 별로 안좋아합니다. 그거말고도 재밌는것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30:25 

 

상병 윤영준 
  역사를 쉽게 배우는데 지도를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맞습니다. 
지도 한장으로 그 시대에 일어난 일을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거든요. 
저도 사회시간에는 사회책은 안펴고 항상 사회과부도를 넘기면서 놀았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나열되어 있는 글보다는 그림이 훨씬 보기가 편하니까요. 
전 참고로 세계사보다는 한국사가 더 재미있답니다. 2008-12-27
18:47:41
  

 

이병 김용태 
  한 때 국사에 심취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합리화'를 위해 찾고 배우고 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이후부터 역사는 R아보지도 않고 살고 있습니다.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무언가 하나를 알기 위해선 그와 관련된 가능한 모든 정보를 얻어야 된다 생각하는 성격 때문에 책의 내용을 다 믿을 수도 없고 믿지 않자니 의미도 없고.. 엄두가 안 나더군요. 정치적인 면에서 역사를 바라보게 되는 제 능력의 한계로 역사에 대한 관심을 끊게 됐는데.. 입궁 이후, 역시나 궁에서도 역사를 정치적 관점에서(간단하지만) 바라보고 있더군요. 역사를 재밌게 느끼기엔 쉽지만 완전히 이해하고 아는 것은.... 놀랍고도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2008-12-27
19:44:26
  

 

일병 이석재 
  상병 윤영준/ 한국사도 재미있지요. 하지만 한국사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역사임에도 고대사에 대한 자료가 너무나 적어서 아깝습니다. 

이병 김용태/ 완전히 이해하고 아는 것, 놀랍고도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걸로 먹고 사는게 아닌 이상 그렇게까지는 필요가 없을거 같습니다. 역사에 대해 쉽게 접근하는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기엔 더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2008-12-27
19:56:44
  

 

상병 진성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저 유명한 랑케라는 분이 슭沮笭 말이지요 
과거가 없이는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이는 과거가 없습니다. 우리의 현재를 지탱해 주는 하나의 토대가 역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겠지요. 
하지만 역사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죠. 하나의 사건에 하나의 이유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파급효과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의 사건은 그 전의 여러가지 사건들, 사상들, 조류들이 복합적으로 연계해서 일어나는 복합체적인 사건이고 그 사건의 파급효과도 한 분야에서만 이루어지는게 아니니까요. 그런 면에서 김용태 이병의 글은 참..안타까울 뿐이죠. 사람들이 역사에 접근하다보면 쉽게 벽에 부딪치고 마는 이유가 거기에 있겠죠. 역시 문제는 역사에 어떻게 쉽게 접근하냐가 되겠네요. 
역사학도다 보니 이러저러하게 말이 많아지네요(웃음) 역시 중요한건 사관이겠죠. 어떤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느냐가 역사에 접근하는 방법에 변화를 줄테니까요. 아날학파처럼 여러가지 시간적 흐름에 따라서 역사를 바라볼 수도 있고 순환적인 시간관념에 따라 역사를 볼 수도 있고 단선적인 시간흐름에 따라 역사를 볼 수도 있고~ 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니 당연히 다른 사실에 주목하게 될거고 그러다보면 다른 역사(?)가 만들어 지겠지요. 뭐 그렇다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니 너무 압박감을 느낄 필요까지야 없겠죠(웃음) 
저는 이걸로 밥 벌어먹고 살려니까 압박이 되긴 하지만..(울음) 2008-12-27
20:09:06
  

 

상병 이지훈 
  성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라고 말한 사람은 '역사란 무엇인가'를 집필한 E.H.카 이지요. 랑케는 '역사는 과거 그 자체'라며 객관적인 역사관을 중요시한 사람으로 알고 있어요. 주로 랑케와 카가 같이 이야기되기 때문에 헷갈리신게 아닌지.... 2008-12-27
21:19:17
  

 

상병 진성제 
  그렇네요(웃음)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다 하는군요 후후 2008-12-28
08:27:51
  

 

일병 이석재 
  상병 진성제/ 사실 제가 제일 알고 싶은 부분이 바로 '사관'입니다. 조르주 뒤비 같은 경우도 아날학파중 한명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역사부분이 전공이 아닌지라 이론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잼병입니다. 앞으로 많은 지식전달 부탁드리겠습니다[허허] 2008-12-28
12:36:13
  

 

상병 김예찬 
  역사 연재글이 올라온 다는 사실에 대해 사학 전공생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는 소장용은 될 수 있겠지만 옆에 두고 계속 보는 책으로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크기가 만만치 않더군요. 2008-12-28
12:51:19
  

 

일병 이석재 
  상병 김예찬/ 하긴, 크기가 좀 만만치 않아서 책장에 안들어가더군요. 신이시여..허허 2008-12-28
13:47:49
  

 

상병 진성제 
  저도 지도로 보는 세계사 군침은 돌던데... 

도저히 그 가격은.. 하하하(땀땀) 2008-12-28
18:37:36
  

 

병장 김민규 
  덕분에 잘 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008-12-30
09:17:53
  

 

책마을 
  일병 이석재 
상병 진성제/ 저도 대학입학기념으로 선물받은거라..낄낄 

병장 김민규/ 전 이런분들때문에 고생하면서 쓰고 있답니다. (이모티콘) 2008-12-31 
08:41:30 2009-01-02
12:48:19
  

 

병장 김민규 
  놀래라, 난 또 내가 무의식중에 이모티콘 날렸나 하고... 2009-01-04
01:50:48
  

 

병장 이동석 
  저도 따지고 보면 사학전공자-로군요. 사회교육학부-라서 역사,지리,일반사회는 두루치기 해야하니까.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단순히 팩트의 나열이라 배우기 쉽다거나, 그 팩트의 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석재님만의 그 소재선정과 구성이 참 좋습니다. 다음 저작-을 기대하겠습니다. 2009-01-04
14:4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