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아직 머나먼 만남: 이슬람과 민주주의  
병장 정영목   2008-06-30 18:42:47, 조회: 205, 추천:1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니셨고 난 자동차를, 아들은 제트 비행기를 몰고 다닌다. 그러나 내 손자는 낙타를 타고 다니게 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우스갯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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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의 <수소 혁명>을 읽다가 흥미있는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자국에서는 민주주의를 적극 권장하면서도 중동에서는 독재 정권만 지원하는 미국 정부의 이중 잣대에 대해 비난하곤 한다. 그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은 걸프 지역에 민주주의가 확산될 경우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선거를 통해 집권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전제 정권을 지지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소란스런 대의 민주주의로 정치 불안을 야기하느니 차라리 전제 정권을 지지하여 비교적 평온한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이다."{1}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왜 이걸 못 봤을까요... 저도 서방이 강요하는 민주주의는 아랍에 분명 독이 될꺼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은연 중에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 의심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랍에게는 시민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좀 문제가 있더군요. 왜냐면,

"서방은 정치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와 연계시키는 반면 이슬람 세계에서 는 정부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이 국민이 아니라 신이다. 신이 아닌 국민이 정부에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신성 모독이다."{2:160}

실제로,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대중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알제리가 대표적이고, 쿠웨이트도 그렇고. 물론, 이건 그 나라 사람들의 정치적 선택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분명 도를 넘는 일이긴 합니다만, 석유라는 자원의 특성상 우리도 그 쪽 정황에 민감할 수 밖에 없겠죠. 일단 이거 하나만 알아둡시다.

빈곤에 허덕이며 사회로부터 소외된 채 이리저리 방황하는 젊은 무슬림에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지하드'라는 간단한 메시지가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 세계 석유 생산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바로 지금, 과격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의 출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 그리고 이 모든 것 전에, 이슬람이라는 종교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 (이슬람, 실제로 알고보면 꽤 세련되고 멋있는 종교입니다. 물론 제겐 종교가 그다지 필요없으니 패스).

한 마디로,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를 아랍에 그대로 적용하려고 해선 곤란하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신이 그만큼 강력한 곳이니까요. 신정 정치를 잘 모르는 우리로서는 의외로 잊기 쉬운 사실이니 조심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 그렇다고 해서 미래에도 꼭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이슬람이 변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경우에도 상대에 대한 이해부터 충만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은 변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OPEC 석유가 세계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사라지면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다. 그럴 경우 세계 경기는 걷잡을 수 없는 침체로 빠져들 것이다."{3:165}

다들 아시지요? 2008년 6월 30일 현재,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했다는 사실을. 우리, 지금 위기입니다. 천천히 구워삶기는 개구리가 되지 맙시다. 물론, 천천히 구워삶긴다는 표현이 어리석을 만큼 상황이 점점 급박하게 돌아가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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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1} 피터 월드먼, 휴 포프, 『십자군 발언으로 무슬림에 대한 테러전 우려 고조』, 월 스트리트 저널, 21, SEP., 2001.
{2} 캐런 암스트롱, 『이슬람 약사』, New York: The Modern Library, 2000.
{3} 제러미 리프킨, 『수소 혁명』, 민음사, 2003.

LIC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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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9:29:44 

 

병장 이동석 
  갑자기 저어기 나라 이야기가 문뜩하고 싶어지는데요. 
전 비겁하고, 책마을은 소중하니까 
영화 <송환>이야기로 대체하려는데 
그마저도 위험하니 그만 입을 다물어야겠어요. 

아직 머나먼 만남 : 저기와 민주주의 2008-06-30
18:52:50
 

 

상병 양순호 
  딱 대충 보고 생각하면, 언제나 다른 민족과의 만남은 
먼 옛날 석기시대때부터 이루어져 왔었죠. 그렇기에 
그런 '만남'의 문제가 아직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거구요. 

...어찌됫건, 일단 중요한건 석유란건 한정자원이란거죠. 
대체에너지 개발은 언제쯤 힘을볼지 원... 2008-06-30
19:24:26
  

 

병장 정영목 
  이동석 님// 표현 좋네요. 하하. 근데 우리도 좀 비슷한 상황일지도? 

양순호 님// 대체 에너지 개발 속도는 다소 비관적인 듯 합니다. 물론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긴 합니다만. 최악의 선택 순으로 핵분열 에너지 > 바이오 에너지 > 나노 에너지 > 수소 에너지 순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8-06-30
19:31:52
  

 

병장 이동석 
  누군가 드래곤볼을 모아 손 
오공을 부활시킨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드래곤볼 2008 : 오공의 부활 

하기는 애초에 죽지도 않았고 조용히 때를 기다린것일까요? 
공포영화의 공식대로 죽은줄 알고 안심할때 꼭 살아나는 좀비처럼? 

20년후 : 전국동면장노래자랑 2008-06-30
21:38:09
 

 

병장 이태형 
  상식의 오류 사전 1 에서는 '아직까지는 석유보다 석탄이 훨씬 중요한 자원이다, 단지 석유가 싸기 때문에 유통되는 것이다, 석탄 매장량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며 인류는 수십년(수백년이었나) 이상을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책에 대한 독서후기를 쓴다면 혹평으로 마무리 짓고 싶지만, 영목님 글에서 눈에 띄는 문단이 있어서 덧붙여봤습니다. 

주제는 석유가 아니다.. 라는 것 정도는 알지만. 

글의 맨 처음과 맨 끝의 Gaiahead 뜻이 궁금하네요. 
사우디아라비아의 우스갯소리. 
지구머리?? 2008-07-01
07:25:52
  

 

상병 양순호 
  앗. 첫 부분을 보니까 낙타 > 자동차 > 제트비행기 > 낙타 순이 있군요. 
그럼 증손자는 다시 자동차를 타고 아니겠죠? 음? 2008-07-01
08:55:08
  

 

병장 정영목 
  이태형 님// 글 맨 처음에도 Gaiahead가 있나요? 여튼, Gaiahead는 제 필명입니다. '대지여신의 마법사'란 뜻. Gaia-대지여신, head-참모장. 누구는 지구대갈이라 폄하하기도... 

석탄 다량 매장설이 혹여나 사실이라도 지구온난화는 어떻게 해결할란지 모르겠네요. 

양순호 님// 증손자들이 그럴 수 있길 바랄 뿐이죠. 2008-07-02
08:21:02
  

 

병장 박준연 
  우리 교육 과정에는 이슬람의 교리와 문화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는 교과가 없지요. '시아파' 같은 이슬람 관련 용어는 '게릴라'와, 라마단은 '테러' 등의 섬뜩한 단어와 같이 뉴스에 주로 등장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이슬람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것입니다. 2008-07-02
09:5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