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쓸 것 없을때 올리는 나중에 잰채할때 써먹을 만한 감독열전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어떤 시덥잡은 놈이 저질러놓은 시리즈1
병장 윤영돈 [Homepage] 2008-09-30 16:48:36, 조회: 241, 추천:0
쓸 것 없을때 올리는 나중에 잰채할때 써먹을 만한 감독열전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어떤 시덥잡은 놈이 저질러놓은 시리즈1
1.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명색이 영화전공인데 영화에 대한 글을 한번밖에 올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무한한 쑥스러움을 느끼며 이번 글의 주제는 천재라고 불리며 올그라운드 플레이어인 로드리게즈로 정했다. 사실 영화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어서 이런 유명한 감독들에 대한 일화를 풀어내는 것 말고는 할게 없기에 이런 글밖엔 못올린다.
로드르게즈는 사람들에게 천재로 불린다. 또는 괴짜. 그렇게 불리게 된 연유는 별다른 영화에 대한 교육을 받아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생활을 하던 중 재밌을 것 같아서 만든(사실 미국 비디오가게에 팔아서 몇백달러 벌어보자는 이유도 있었다.) 저예산 영화 '마리아치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다. 근데 그 마리아치 시리즈가 큰 히트를 치면서 큰 배급사에 속하는 감독이 되었다.
이 정도로 천재라고? 그냥 운좋게 올라온 낙하산정도 아니야? 하고 물음을 지으실 분들이 있겠지만 그는 올그라운드 플레이어라는데 있어서 커다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장르도 불문하고 각 장르의 분위기에 맞는 영화를 만들 수 있으며 제작, 음향, 조명, 촬영, 편집, 각본까지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모든 분야에 수준급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영화를 만드는 것 대부분이 이슈가 되었고, 장르를 불문한다는 점에서 대중성을 얻었고, 할리우드 특유의 제작비 쏟아붓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환영하는 작업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올그라운드 플레이어의 대표적 주자가 히치콕이다.(장르불문 제외)
근데 이 천재가 조금 독특하다. 역사적으로 천재라고 불린 사람들이 가진 '똘끼'라고 불리는 특이한 성향을 이 천재도 가지고 있는지 자기가 마음에 든다 싶으면 무조건 만들고 본다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예산을 줄이는 그의 제작방식을 좋아라 하지만 냅다 지르는 성격인 그를 탐탁치 않아한다. 하지만 그가 만든 영화는 흥행성에 실패하더라도 이슈거리가 되고 무엇보다 영화를 잘 만들기 때문에 그가 하는걸 막지 못한다.(막으려다 피봤다는 제작자도 있었더랬지.) 말하자면 힘있는 감독의 특권이라고 해야할까.
내가 이 천재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영화를 잘 만든다는데 있는건 아니다. 영화 잘만들기로만 따진다면 가장 좋아하해야 할 사람은 스티븐 스필버그일 것이다. 거미줄이라고 하기보단 잘 짜여진 직물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완벽한 씬처리는 영화를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토하게 만든다. '쉰들러 리스트'는 씬들을 단 하나도 헛되지 않게 사용하고, 처음부터 완벽하게 계획된 영화제작으로 기름기를 쫙 뺀 영화이다. 나는 그런 완벽함이 싫고 무엇보다 스필버그의 모든 영화에 전반적으로 사용되는 서정적 감수성이 싫다.
사설이 길었다. 내가 이 천재를 좋아하는 이유는 순수한 표현력 때문이다. 이것 저것 잴 것없이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거다 싶으면 거침없이 질러버리는 그 표현력은 보통 다른 외부의 요인 때문에 좌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천재는 이게 없다. 외부의 요인이라 함은 제작자의 압박이나 금전적인 여유등이 있기도 하겠지만 주된 요인은 이건 원칙에 벗어나는데, 좀 유치해 보이지 않나?, 대중성을 추구하자면..., 하는 등의 외부의 환경을 너무 생각한 자기 자신의 갈등에 의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 천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곧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거침없이 지른다. 이 순수한 표현력은 정형화된 영화원리, 원칙들에 반하는 것들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어쩌면 이게 B급 영화들이라 불리는 매니아적 영화들이 살아남는 하나의 이유일 수도 있겠다.
순수한 표현력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감동적이게, 때로는 짜릿하게. 스필버그가 복잡하게 계획된 구성으로 감정의 단계를 이끌어간다고 한다면 로드리게즈는 단 한방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뒤바꿔버린다. 격식도, 원칙도 갖춰지지 않은채 삐뚤어진 걸음걸이가 왜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흔드는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잘짜여진 구성속에서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미를 그가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감독은 거의 없다.(한명 더 불자면 타란티노정도.)
그의 표현력을 사랑한다. 삐뚤삐둘한 낙서가 이렇게 사랑스러운건 기법도 기교도 섞이지 않은, 우리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닌 익숙한 그림이기에, 또 그 안에 단순하고 유쾌한 발상을 담고 있어서일 것이다.
덧 1. 요즘 글이 전혀 안써집니다.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다가 하지연님의 글을 보며 '에라 감독이야기로 울거먹어보자.'라는 생각에 써봤는데 역시나 글은 안써지는군요. 어쨌건 마침표을 찍었으니 글은 올립니다.
뱀다리 2. 글의 소재를 준 하지연님께 감사합니다.
p.s 3. 요즘 책마을이 침체된 분위기네요. 우리 매크로프로그램도 안보이시고. 다들 어디가신거죠.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20:07:25
6급 하지연
엘 마리아치 시리즈는 로드리게즈의 스타탄생이기도 했지만 셀마헤이엑의 발견이기도
했죠. 타란티노의 작품은 거칠지만 세련된 맛을 풍깁니다. 펄프픽션을 처음 봤던 충격은
거칠지만 매끈했죠. 타란티노가 세렝게티의 야성라면 로드리게즈는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을것 같은 밀림의 야성이 느껴집니다.
영화전공 이라고 하시니 무척 반갑네요.
요즘은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기가 쑥쓰럽지만 옛날에 영화를 아주 좋아 했던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분석하지는 않고 즐기는 주의라 따로 내세울 건 없군요 2008-09-30
17:03:01
병장 윤영돈
저도 하지연님과 같이 즐기자는 타입이라서 배운거 말고는 따로 말할게 없어요.
감독이야기야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거고.
찰영기법이나 조명보다는 제가 생각하는걸 표현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들어가(대부분 그러겠지만) 느낌으로 하는게 대부분이라 이론부분은 많이 취약하죠.
영화를 많이 봐야 좋아하는건 아니지 않을까요.(웃음) 배경지식도 충분하고 영화에 대한 생각도 멋지게 풀어내시니 충분히 말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히/ 2008-09-30
17:55:48
병장 이동석
매크로 돌아왔습니다. 헉헉
그러나 여자에겐 따뜻하겠죠. 2008-09-30
18:24:38
병장 배상혁
매크로님 주민회관 때문에 고생 좀 하실 듯. 2008-09-30
18:54:05
병장 윤영돈
어디갔다 이제오신건가요. 히. 2008-10-01
09:29:19
병장 이동석
영돈님, 히/
그거 밀고 계신거죠. 히/ 2008-10-01
11:42:53
상병 이우중
시리즈 2편 빨리 부탁드려요
개인적으로는 동양 감독이었으면 좋겠어요
히히히히히히 2008-10-01
17:16:18
병장 윤영돈
헛, 걸렸다 히- 2008-10-01
23:41:00
병장 이태형
영화에 대해서는 관심도, 지식도 없는 사람이, 그래도 글을 읽고 뭐라도 흔적을 남겨야겠는데 '잘 읽었습니다' 라고 쓰기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이래저래 고민을 하는 중에 이걸 다 써야 하나...라고 또 고민해서 쓸까말까쓸까말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냥 올립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덧글에 내용은 없네요. 2008-10-02
10:5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