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시오오 나나미, 혹은 우아한 냉혹?  
일병 이석재   2008-12-16 12:23:38, 조회: 160, 추천:0 

미리 얘기했던대로, 역사부분에 관해서 몇 줄 써내려 가고자 합니다. 

처음에 얘기할 부분은, 역사의 한 순간순간이 아닌, 시오오 나나미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시오오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서부터 시작된 로마팬, 베네치아팬으로서의 시오오나나미는 저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일단 로마라는 역사에 대해 입문서로써 로마인이야기는 무지 괜찮은 책이니까요.

사실 에드워드 기번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라던가, 그 작품에서 감명을 얻었다고 볼 수 있는 시오오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설명시점이 좀 다릅니다. 로마제국 쇠망사는 로마제국이 점차 쇠퇴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철인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비잔티움제국의 멸망까지를 다루는 반면, 시오오 나나미는 로마제국의 건국부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때까지를 다루지요. 사실 겹치는 부분은 5현제 말기 때부터 서로마제국의 멸망정도까지가 겹친다고 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기번이 바라보는 로마와 시오오 나나미의 로마는 조금 다릅니다. 기번은 로마제국의 후기를 다루면서 고대가 끝나고 중세가 들어가는 과도기로서, 그 멸망이 문명의 발전에 필수적인 코스이며 로마제국은 그 코스를 그대로 밟아가는 과정으로서 로마제국을 설명한데 반해, 시오오 나나미의 로마는 고대의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로마의 멸망을 슬퍼하는 느낌으로 책을 써내려가고 있지요. 

그런 시오오 나나미의 필체는, 제 입장에서는 조금 불만이긴 합니다. 흔히 비평가들이 시오오 나나미를 평가하는 말들중에 하나는 그녀가 역사학자가 아닌 아마추어 역사소설가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그렇게까지 신랄하게 비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녀가 역사소설가처럼 책을 쓰는건 사실이긴 합니다.

물론 그 필체가 입문자들에게는 좋겠지만, ‘소설’의 문제점은 가끔씩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기도 합니다. 나관중의 ‘삼국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르실 듯 싶습니다. 진수의 ‘삼국지’랑은 좀 차이가 있지요. 예를들어 나관중의 작품에서는 관우가 5개 관문의 장수들을 베어 넘겼다는 오관참장에 대한 얘기가 나와있지만 진수의 삼국지에서는 그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제갈량의 북벌 묘사에 관해서도 좀 다른 묘사를 보여주고 있지요. 작가간의 생각 차이[촉한정통론이냐 아니냐]에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삼국시대의 역사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은 소설쪽에 속하는 나관중에 삼국지가 아닌, 정사라고 불리는 진수의 삼국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촉나라쪽에 조금 편협한 시선을 보여주긴 하지만요.

다시 시오오 나나미로 넘어가서, 그녀는 로마의 역사를 다루면서 사실고증을 확실히 했습니다. 재료 자체는 괜찮았던 셈이죠. 하지만 그녀가 사용했던 조미료가 조금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요. 그녀는 로마 멸망의 이유를 로마인 내부의 문제보다는 수많은 이민족들의 범람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 필체 자체는 딱딱한 역사라는 것에 대해서 더 재밌게 풀어나갔지만, 그녀는 로마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시야를 조금 얇게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로마인이야기는 그래도 고증을 통한 새로운 사실, 그리고 자신이 유추해 낸 사실을 적절하게 섞긴 했습니다. 하지만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은 제가 본 작품 치고는 그렇게 좋은 점수를 주기가 힘들군요. 그녀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옹호자일지는 몰라도, 보르자를 너무 옹호한 측면이 너무 강했습니다.

만약, 보르자가 없었다면? 교황권이 추락했을까요. 어떤 한 역사학자는 체사레 보르자 시절 전후의 6명의 교황을 기독교 세계 최악의 교황 6명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알렉산데르 2세는 자신의 아들인 체사레 보르자를 이용하여 교황권을 넓히고, 이탈리아의 통일을 꾀했겠지만 프랑스, 에스파냐는 체사레 보르자가 오히려 교황을 이용하는 듯한 인상을 남기게 만들었지요. 새로운 무기인 ‘교황권’이 체사레 보르자에 의해 새롭게 대두하는 순간이였습니다. 이 이후로 아비뇽에 교황을 유폐시키는 일부터 대립교황까지, 교황을 무기화하게 되는 사건의 시발점을 체사레 보르자가 만들게 된 셈이지요. 하지만 그녀는 이런 점은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에드워드 기번의 입장에서 역사를 접근하기엔, 초보자에겐 너무 무리일 수 있습니다. 시오오 나나미의 입장에서 역사를 접근하자면, 사실에 접근하기엔 쉽겠지만, 그 목적지가 오히려 잘못된 곳일 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 두 사람간의 장단점은 얄팍한 지식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저로서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역사를 접근함에 있어서 조금 더 생각하고 접근해본다면, 오히려 자신이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30:10 

 

병장 양 현 
  시오오 나나미는 누굴까요, 어떤 사람인거죠? 역사학자인가요. 소설가일까요. 혹시 베네치아, 뭐 이런류로. 뭐더라. 진중문고인가요. 그런것들 사이에 있는 이인걸까요. 
일단 나부터 알아야겠어요. 그래야 이해하지, 그렇겠죠? 2008-12-16
12:37:12
  

 

상병 김무준 
  <바다도시 이야기>,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르네상스의 여인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등을 쓰신 일본계 할머니죠. 음. 역사학자와 소설가 중간 쯤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할머니가 쓰신 <바다도시 이야기>는 유년시절 제게 베네치아에 대한 환상을 품게 만들었죠. 꼭 한 번 가서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깽깽이가 자주 이야기하는 <남자들에게>도 쓰셨죠. 

집에 있는 책이나 좀 가져와서 봐야겠습니다. 군주론 따위에 관심은 없지만서도. 2008-12-16
13:42:09
  

 

상병 이찬휘 
  "바다의 도시 이야기" 

경영학원론 책으로 썼던 기억이 나는군요. 

교수님 왈 / 널리고 널린 경영학 원론보다는, 이 소설이 백만배 낫다! 

라고 하시면서 상하권을 다 사서 그 학기 내내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베네치아만큼 완벽한 도시(기업)은 없을거다! 라는 말을 하셨던 분이셨죠. 2008-12-16
16:22:28
  

 

병장 양홍석 
  어린시절 많은 책을 접했다고 생각한 저엿지만, 하나도 모르겠군요. 
그래도 석재씨글은 재밌게 잘 읽엇어요. 
보르자에 대한 상반된 평가! 제가 보르자에대해서 조금만더 알고 있었더라고 조금의 이야기는 더 나눠볼수 있엇을텐데 많이 아쉽네요! 2008-12-16
17:01:59
  

 

일병 이석재 
  흠. 앞으로 글을 쓸데는 조금 더 자세하게 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되는군요. 2008-12-16
21:34:56
  

 

일병 박현우 
  그녀의 책은 중학교때의 제 독서리스트였죠-(웃음) 
처음 접했던게 전쟁 3부작인가? 그거였는데. 
아무튼 '체사레 보르자, 혹은-'을 나름 재밌게 읽어서 소장 중인데- 
역시 역사를 제대로 알지 않고 봐서 그런지 책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지 못했나 보군요. 
조금 알아보고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2008-12-17
00:40:45
  

 

병장 한지환 
  체사레 보르자를 좀 다른 측면에서 보고 싶으시면. 

소설 The family - 마리오 푸조 - 

를 읽어보시는것도.. 

The godfather 작가가 죽기 직전까지 쓴건데 

자칫 판단력이 흐린 중고생이 읽는다면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수도 있는게 아쉽지만 

그만큼 재미있습니다. 2009-01-22
01:10:50
  

 

병장 한지환 
  알렉산드로스 6세의 가족과 그 악행을 써논건데 

사실 그 시대에는 보르지아 가문 뿐만 아니라 다른 가문에서도 

흔하게 자행되었는데.. 단지 보르지아 가문이 스페인 출신 가문이라 

후대 이탈리아사람들이 자기 조상들의 비행은 은폐하고 보르지아 가문의 악행만 

부각시켰다는 말이 많습니다. 2009-01-22
01:1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