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산다는 것의 의미
상병 김무준 2008-10-05 01:08:41, 조회: 221, 추천:3
가입인사 보다는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게 나을 것 같아 글을 올립니다.
사실, 여기에 올리기 위해 쓴 글이 아니라 대대장님이 독후감 한 편을 써오라 말씀하셔 쓴 잡문입니다.
독후감이라기에도 뭐해서 그냥 말머리를 [내글내생각]으로 달았습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글을 읽는 대상이 대대장병이 될 듯 해 뻔한 내용으로 글을 썼습니다. 이 역시 용서를....
졸면서 쓴 글이라 다소 글이 어지럽습니다. 역시 글쟁이의 공부가 부족한 탓입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산다는 것의 의미
탤런트 A씨가 자살했다. 이유는 몇 번의 사업 실패와, 몇 십억에 달하는 사채 때문이었다. 그는 아내를 쓸쓸히 남겨두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났다. A씨가 사채를 쓴 돈이 실은 탤런트 B씨의 돈이었다는 괴 소문이 퍼졌다. 한 증권사 여직원이 범인으로 잡히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B씨는 며칠 전 두 아이를 남겨둔 채 목을 맸다. 바닥끝까지 추락한 자신의 이미지와 영화와는 딴판인 자신의 처지가 슬펐기 때문일까. 그녀는 현실을 외면했다.
뉴스, 신문, 인터넷 등 각종 매체는 이 사건을 보도하기 바쁘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자살률이 높은 나라다. 암으로 죽는 사람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했던가. 나는 책을 잘 읽지 않는다. 그런 내가 책을 손에 든 이유다. 유명인의 죽음은 이슈가 되기도 하지만 가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니까.
‘왜 사는가?’ 삶에 대한 물음은 철학자를 포함한 수없이 많은 지식인들이 고민한 문제다. 나도 중, 고등학생 시절 많이 고민했다. 고민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살아있으니까 산다.’ 내 고민은 거기서 끝이었고 살기 위해 일했다. 좀 더 잘 살기위해 남보다 일찍 군에 입대했다. 어차피 가야할 군대라면 빨리 갔다 오자는 생각도 있었으리라. 제법 시간이 흘렀다. 군에서는 사고의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꼭 훈련이나 근무 때가 아니더라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무척이나 많다. 내 자신에 대한 물음은 왜 사는가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자기 개발서를 잘 읽지 않는다. 조금은 건방진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결국 책의 내용과 주제는 다들 아는 내용이니까.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그 내용을 실천했느냐 못했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도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다. 책은 이야기한다.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따라가면 부도 명예도 건강도 행복도 손에 넣을 수 있다.> 대학교육 이상을 받은 이들이라면 아마 누구나 알고 있는 명제일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일을 피해왔다. 싫은 일, 힘든 일, 할 수 없는 일. 돌이켜보면 그 일들을 했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나아졌을 것이고 행복해졌을 것이다. 저자는 멀리 볼 수 있는 눈을 키우라 말한다. 당장의 이익보다, 내일을 내달을 내년을 내다보는 눈을 키우라고.
이병, 일병시절 많은 일을 겪었다. 그 일중에는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든 일도 있었고, 누구나 피하려는 더러운 일도 있었다. 싫은 일이었다. 이 글을 읽는 이가 꼭 상병, 병장이 아니더라도 그런 일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차이는 알고 있으리라. 우리는 성인이니까. 요즘은 다들 알고도 하려 들지 않는다.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 그러나 지금 조금만 몸이 고생하고 힘들면 그만큼 나중에 편해진 다는 것을 안다. 어느 게 행복한 것일까? 지금의 작은 행복과 나중의 큰 행복 중 어느 것을 택하는 게 나을까.
탤런트 A씨와 B씨의 방법을 모방해 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조금씩 나타난다고 한다. 심지어는 휴가나간 병사까지 그들을 모방해 자살하고 있단다. 그렇게 생을 마감하면 우리가 A씨가 될까? B씨처럼 조명을 받을까? 빤한 물음에 빤한 답이다. 군대에는 흘려 넘길 수 없는 말이 많다. 자살이 열 번이면 살자. 죽을 용기로 살아보라. 글을 쓰는 나도 사람인지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현대인의 70%이상이 이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단다. 나는 용기가 없어 죽지 못했다. 유격장에서 헬기 레펠을 하기 전 얼마나 무서운가. 다칠지도, 혹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다. 죽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 극한의 공포를 이겨내고 죽을 수 있다면, 그 용기로 살면 되지 않을까?
산다는 것의 의미. 스무 살. 우리는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삶의 의미를 논할 정도로 오래 산 것도 아니다. 나는 '삶의 의미란 무엇이다!’ 라고 단정 지어 말할 정도로 학식이 높은 것도 아니고, 수양이 높은 것도 아니다. 잘 모르겠다. 끙끙거리며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어렵다. 그렇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는 건 있다. 열심히 더 큰 행복을 쫒다 보면 삶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거라고. 내게 있어 군대는 더 큰 행복을 위한 삶의 과정이다. 힘들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다. 바깥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편하지 않냐 웃지만, 짧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다. 앞으로 더 힘들 때도 있을 것이고,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으리라.
우리는 알고 있다. 힘든 일 만큼이나 행복한 일도 많이 있을 것임을. 군 생활을 끝내고 전역하던 선임들의 얼굴에 근심이 있었던가. 적어도 내게는 그들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나도 그들과 같은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을 뿐. 그 순간이 다를 뿐이다. 모두에게 그들과 같은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고 기회가 있다. 가수 홍경민의 말처럼,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 그럼 그 흘러가는 시간동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자신 안에 있다. 나는 그 답을 찾았느냐고?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서 노력하는 중이다. 가끔 이렇게 책도 보면서. 저자가 말한다. <두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한 권의 책밖에 읽지 않은 사람을 지배한다는 말은 옳다.> 나는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픈 마음은 없지만, 지배당하고 싶은 마음 또한 없다. 그래야 더 행복할 것 같기 때문에. 책을 읽었고 책을 읽는다.
탤런트 A, B씨는 나에게 나를 돌아볼 기회를 주었고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고 연예계라는 다른 세계에 살았던 사람이지만 그들의 죽음은 결과적으로 내게 작은 계기를 준 셈이 되었다.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쓴 글은 아니지만 이렇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4:16:09
상병 선준수
안타까운 현실... 시간나서 TV보면 차라리 안 봤으면 했을 법한
삶의 의미를 잠시 망각하여 생의 마지막 실수를 범한...
왜 사람들은 살아있으니까 산다고 단순히 생각만 해도 될 것을
굳이 더 생각하다가 '죽기위해서 산다' ...이렇게 되는 걸까요...? 2008-10-05
02:36:26
상병 이우중
여기는 자기계발서 안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왜 밖에서는 그렇게 날개돋친듯 팔려나가는 걸까요... 선물용일까요?
그나저나,
“그대, 살아있는 것을 요약하지 말라. 내겐 어떤 가르침도 없다. 설령 가르칠 것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요약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광대무변하다. 삶은 광대무변하다. 요약하면 할수록 그것은 생명력을 잃고 만다. 법은 요약할 수 있으나 사랑은 요약할 수 없다. 법은 명확하지만 삶은 명확하지 않다. 요약하지 말라. 살아 있는 것을 요약하지 말라.”
-오쇼 라즈니쉬
광대무변한 삶을 억지로 찌그러트려서 요약하고 표준화시키는 과정에서 남과 비교되고 불행과 행복을 수치화해서 나타내다 보면 자괴감이 들고 왜 사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가끔씩은, 아니 종종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곤 하는 것 같아요. 삶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것 같은데 말이죠. 2008-10-05
12:55:39
상병 김무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자기 반성때문에 사게 되는 것 아닐까요.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반성하면서... 책을 읽는 다는 행위는 쉬우니까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고, 그 변화의 시작으로 책을 사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좀 더 변한 것 같으니까. 자신의 삶도 책읽기처럼 쉬워질거라는 자기위안...
결국 앎을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다람지 쳇바퀴 돌아가듯 돌아간다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요. 2008-10-05
21:55:56
병장 이동석
으음? 왜 이걸 이제봤죠?
클록킹하고 있었나, 보호색이 있었나...
앞으로 어떤 글을 쓰실지 기대됩니다. 어서 다음글을 올려주세요. 크크. 2008-10-06
17:54:37
병장 고은호
자기 개발서는...
일종의 보양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2~3 개월에 한 번씩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그런??
무수히 많은 기회가 있기에 역설적으로 무수히 많은 실패가 있는 사회에서,
거듭되는 실패로 고사되어가는 정신을 위해 맞는 스팀팩.
적어도 약빨이 받는 동안은 POWER~ UP!!! 아닐까요? 하하하~ 2008-10-07
02:4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