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사회적 기업 고안하기: PC방
병장 정영목 2008-07-16 14:06:17, 조회: 327, 추천:2
사회적 PC방이란 개념은 개인 창업 아이템으로서 실제로 꽤 고심했던 모델이다. 간략히 그 내용을 소개하자면, 예를 들어, 6시간을 이용한 사람이 6000원을 낼 것인지 할인 요금을 적용한 5400원을 낼 것인지 결정하게 하고, 6000원을 낸 사람에게는 그 600원을 원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며, PC방 사업자는 그 기부금에 이르는 600원을 더 보태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는 600원을 내고 1200원을 기부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사실 매칭 펀드 개념이다. 매칭 펀드란 기부금만큼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재단 운영 방식 중의 하나이다. 재단 입장에서는 지원 부담을 절반이나 줄여서 좋고 기부자 입장에서는 기부금을 두 배나 늘릴 수 있어서 좋다. 한국에는 『아름다운재단』과 CJ그룹의 모 재단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게임 업계는 사회적 활동에 대한 인식이 극히 미미하다. 상황이 열악한 탓도 있고 업계가 아직 초창기인 탓도 있을 것이나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 이젠 작은 변화를 시도할 때도 됐다.
사회적 PC방은 그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의 놀이 문화를 좀 더 의미있는 것과 연결하는 것이다. 물론 PC방 사업은 어렵고, 현재 과다 경쟁으로 인해 월 수익이 하루하루 벌어 먹는 수준이다. 허나 사회적 브랜드는 강력한 무기다. 그 선함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게임 컨텐츠 제공자와 월 요금을 할인 받는 계약을 할 수도 있고, 완전 금연을 하는 대신 학교 근처 같은 좋은 입지를 정부에게 요구할 수도 있다.
불가능할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사회적 기여는 ‘보랏빛 소’가 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리마커블’ 하기 위해 수십 억을 쏟아 붓는 기업도 있는데, 소액의 정기적인 기부 활동으로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꽤 좋은 방법 아니겠는가?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쉬운 일이라고는 말 안했다. 그리고 좋은 일은 쉬워서 하는 게 아니다. 그것이 옳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덧붙여, 사회적 PC방은 뉴패러다임 식의 일자리 나누기, 4조 2교대 방식을 채택한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9:32:59
일병 이동열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시니 지금까지 아리송했던게 조금이나 해소된 것같습니다(웃음)
그리고 4조 2교대 방식에 대해서도 부연설명 부탁드려도 될지요?
(왜 뉴패러다임식의 일자리 나누기인지... 꾸벅) 2008-07-16
14:21:23
상병 박문희
'보랏빛 소'에 대해서도 부탁드려도 될런지요. 2008-07-16
14:38:39
병장 정영목
4일 동안 12시간 일하고 4일은 완전히 쉬는 업무 방식을 말합니다. 유한킴벌리가 제일 먼저했고, 그 전파에 있어서도 현재 선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평생 학습과 지속가능 경영, 일자리 나누기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24시간 근무가 필요한 곳에 효과적이지요. 1주 단위로 환산해보면 주당 35-40시간 일하는 셈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50-60시간 일하는 곳도 허다하니, 뭔가 꿈나라 이야기 같지만, 유럽연합의 대부분 국가는 35-45시간 수준이라는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PC방에 이 모델을 적용하면 수준 높은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그로 인해 서비스 질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비스업에서 서비스 질이 상승하면 말 다한 거지요. 조만간 뉴패러다임도 따로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2008-07-16
14:46:44
병장 정영목
"광고는 죽었다"라고 과감히 외친 세스 고딘의 역작입니다.
일단, 여기선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당신은 차를 타고 어느 한적한 초원 지대를 지나가고 있다. 처음엔 자연의 장대함과 평화로움에 넋을 뺏겼다. 가끔씩 농장에서 여물을 먹는 소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것마저 신기하다. 그러나 한시간 두시간 비슷한 광경만 보게 되자 이내 지루해졌다. 그깟 누런 소 따위!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당신에게 보라색 소가 눈에 띈다면?"
『보랏빛 소가 온다』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Remarkable(주목할만함)에 관한 책이죠. 2008-07-16
15:03:13
상병 박문희
답변 감사합니다! 이놈이 무지란.(긁적)
오늘 많은걸 배워가네요.
뉴패러다임에 관한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2008-07-16
15:34:54
병장 이동석
구체적으로, 익숙한 피시방을 예로 설명해주시니 더 와닿는것 같습니다.
뭔가 좀 더 댓글을 달고 싶은데 손이 반깁스 상태라서요. (땀)
독수리 타법으로 이어보자면.
유한킴벌리의 그 4인 2교대 방식의 주요한 기능 중에 하나가 교육 아니었나요?
한겨레에서 작년 즈음에 소개한 기사 보고 정말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단순히 피상적으로 알고 감탄만 하는것과 본질적인것을 체화하고 직접 응용하여 적용해보는 것은 차원이 다르군요. (웃음)
물론 알바의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유지되는 피시방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비를 정착시키는게 간단한 일은 아니겠지만 지지부진한 개싸움식의 피시방 시장 판도에는 정말 신선한 바람일듯 합니다.
(동업하고 싶을정도입니다. 껄껄) 2008-07-16
15:37:12
상병 박찬걸
음 상당히 좋은데요
그간 정체되어 있던 게임업계에 새로운 혁신적 바람이 불지도 모르겠네요.
거기에 더해서 4조 2교대 업무 방식도 굉장히 좋고요. 2008-07-16
15:38:28
병장 이태형
전혀 생각도 못한 방법이 있다니! 2008-07-16
16:58:50
병장 정영목
4조 2교대 방식은 PC방 뿐만이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매칭 펀드 개념은 거의 전 영역에서 가능하구요.
실제로 4일 일하고 4일 쉬는 방식의 회사에 다니면 삶이 정말 살맛납니다.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만 보는 이들은 그런 회사는 인간을 나태하게 만들거라고 호언장담하겠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거.
일자리 나누기는 우리의 살길이라고 할만큼 중요한 사회적 이슈입니다. 실업, 교육, 보건, 행복, 번영 등 관련되지 않은 영역이 없을 정도죠. 2008-07-17
07:38:34
상병 홍석기
영목씨는 한번 글을 쓰실 때마다 한가지 아이디어를 던져주고 가시는 것 같아요.
다음에도 좋은 아이디어 기대하겠습니다. 2008-07-17
16:3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