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사랑한다는 그 말. 내겐 그렇게 쉽지않은 말.  
상병 이석재   2009-01-22 23:46:40, 조회: 139, 추천:1 

1.아주 멀고 먼 옛날, 어느 특별했던 한 정자와 난자가 만나기도 한참전에, 한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지, 그 두사람은 너무나 사랑했고 둘은 결혼했어. 남자는 가난했지만, 여자도 부유하진 않았지만 그 둘은 사랑했다지. 남자는 이제 책임감이 생겼어, 여자도 먹여살려야 했고, 자신이 언젠가 낳을 자식새끼도 교육 잘시켜서 더 이상 자기 같이 어렵게 어렵게, 입에 풀칠하게 살고 싶어하진 않았거든.


그래서, 그는 어느 한 회사에 들어갔어, 말단 사원에서 죽어라 일만했지. 마치 일개미처럼, 여자는 그런 남자를 따라서 열심히 일했어,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집에 돌아올땐 버스비 몇푼이 아까워 터덜터덜 걸어오던지, 아니면 백화점 셔틀버스를 이용하고는 했지, 무릎이 많이 아팠을꺼야?


그렇게 그 둘은 첫 아기를 낳았어. 대는 이으라고 하늘에서 한건지 아들이더군. 둘은 너무나 좋아했어, 하지만 경제적인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지. 입이 하나 더 늘었으니까, 그래도 그 둘은 열심히 일했어. 이제 남자도 말단사원에서 점점 자리가 올라가서 이젠 회사에서도 꼭 붙잡고 있는 중요한 사람이 되었지. 하지만 남자는 그런데서 만족하지 않았어. 어차피 회사에서 잘리면 끝장이였으니까. 


결국 남자는, 회사를 박차고 나왔어. 회사는 물론 그를 잡았지만 그는 미련이 없었지. 여자는 삶이 더 어려워질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쩌겠어, 미래는 더 밝을것이라는 희미한 희망 아래서 또다시 남자와 같이 길을 따라갔지. 남자는 회사를 세웠고, 그 전에 있던 곳에서 알던 것들을 다시 써먹을 수 있었어, 물론 써먹는 것만으로는 모두다 해결하진 못했지만. 점차 점차 나아지긴 했지. 물론 그런 삶에 여자가 도움을 줬다는건 부인할 수 없겠지?


이제 둘째 아들도 낳았고, 자기 집도 샀고, 둘 다 고등학교까진 보낼 수 있을만한 사정이 되었어. 그들이 맨 처음 결혼했을 때보단 더 좋아진 상황이였지. 옛날 첫째아들 키울땐 새우깡을 하루에 하나씩 먹이면서 한달 끌곤 했었으니까. 그런 과자를 좋다고 먹었던 아들을 보면서 사랑을 느꼈을꺼야.


그들은 점점 많은 것을 배워갔고, 그것을 써먹었으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그 둘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지. 이제 그들은 두 아들이 점차 커가면서 재롱도 부리고, 그러면서 남자와 여자를 행복하게 해 주었어. 그러나 그게 끝이였을까?


남자는, 이제 그 상황에 만족하지 않았어. 지금 먹고살만 하지만 나중엔? 자신이 없어지면? 가족을 위해서 일했던거야. 그들이 좀 살만해질 때까지도, 하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았지. 이제 살만한데 무엇하러 일에 그렇게 빠져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 남자는 가족을 위해서 라는 미명하에 일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는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위해서 일했어. 왜였을까, 그는 왜 그랬을까?


여자는 여전히 남자와 같이 걷고 있었지만, 그 걸음은 이제 완벽한 하모니가 아닌 불완전한 불협화음이 되버렸어. 이제 주위의 풍경을 보면서 끊임없이 걷던 남자가 아닌,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깃발을 향해서만 달리는 한대의 차가 되었던 거야. 혹시 그 시 알고있니? 젊은 손수운전자에게, 라는 시 말이야. 시속 60km로 달리면서 주위의 풍경을 보지 못한다고 했지. 그 남자가 바로 그랬어. 여자는 안중에도 없게 되어버렸지.


누가 더 잘한것일까?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평화를 포기한 남자? 가족이 못살더라도 평화를 원했던 여자? 


이제 두 아들은, 불협화음을 내며 걷고 있는 두 사람을 봐야만 했어, 이제 그 둘도 머리가 굵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그 불협화음은 너무 길어져 이미 그 아들들이 막기에는 너무 먼 거리까지 왔지. 이미 티끌들이 너무 많이 모였던 것일지도 몰라.


어떤게 진정한 사랑인지는, 모르겠어, 그들의 사랑은 아직도 진행형이니까,


2. 어느 한 여자와 남자가 있었어, 이번엔 정자와 난자가 만난 그 다음이더군. 아주 멀고 먼 옛날도 아니고, 남자는 여자를 짝사랑했어. 하지만 여자는 남자를 싫어했지. 남자가 워낙 추레했거든. 뭔가 좀 반할만한 여지가 있어야 사랑하지 않겠어?


하지만 남자는 끝까지 사랑했지, 여자가 자기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 일말의 희망을 품었지. 뭔가 자신을 발견해주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희망. 하지만 그 일말의 희망은 자신의 고백 앞에 무너졌어. 미안하다고, 남자는 물었지. 왜 미안하냐고, 여자는 말했어. 그냥 미안하다고. 남자의 모든 것은 무너졌고 이제 남자는 포기해야만 했지. 열번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옛 고사를 생각했지만 남자는 이제 추진력을 잃어버렸어. 참 추레하긴 했군.


많은 시간이 흘렀지. 이제 남자는 여자를 추억속 한켠의 책으로 남겨두었어, 여자는 남자를 기억했을지도 몰라. 그둘이 다시 만난건 대학교 캠퍼스였어. 어느날 우연히, 그 둘은 교정에서 마주쳤지. 그러고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지나쳐갔어. 남자는 잠시 멈춰서서 뒤를 돌아봤지만 여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걷고 있었어. 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표정을 보았지. 그리고 여자도 남자의 표정을 보았지. 그 둘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했어. 옛날의 그사람이구나.


그 둘은 또다시 만났을까? 만나지 않았어. 이미 그들은 자신들만의 세계가 있었지. 서로의 세계에 괜히 끼어들어서 멋쩍어지곤 싶지 않았던거야. 그 둘은 다시 그렇게 잊혀져갔고, 남자는 2년간 봉사하고자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만 했지. 여자는 잊으려고 했지만, 남자가 보이지 않는 다는 사실을 어느샌가 알아버렸어. 여자도 결국 잊지는 못한거겠지. 


여자는 남자의 편지 한통을 받을 수 있었어. 주소는 어떻게 알았냐고? 그런건 중요하지 않잖아. 중요한건 ‘편지’ 한통이지. 그 편지엔 아무것도 없었어. 단지 전화번호 10자리만 적혀있었지. 그 전화번호가 어떤 전화번호였는지 여자는 알 수 있었어. 남자는 여자에게 수많은 시간을 준거지. 그런데 생각해봐. 여자는 남자를 처음봤을 때 싫어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난 뒤에 기억이 흐릿해진 뒤에도 여자가 남자를 좋아할 수 있었을까? 남자는 그런 희망을 여전히 품고 있었지. 여자는 호기심이 동하기는 했어, 남자의 의도가 성공한거지. 하지만 결국 여자는 전화하지 않았어. 이제 그 둘은 추억속의 한 책정도로 만족한거지.


남자는 실망했어, 이제 그 둘의 세계는 더 이상 연결될 수 없는 먼 거리까지 와버렸으니까. 하지만 남자는 아직도 여자를 그리워 하고 있어. 굳이 옛날의 그 사랑기억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시간속에 조금씩 조금씩 쌓여간 그리움 한장. 한장이 남자를 잊고, 기억나고, 잊고, 기억나게 했거든. 그 남자는 언제쯤 그 사랑을 멈출 수 있을까?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31:09 

 

병장 최종수 
  흠... 고민이로군요 2009-01-23
09:20:37
  

 

병장 이우중 
  사랑 
글로 썼을 때 그 모양은 왠지 모르게 사람을 설레게 하는 맛이 있고 
입으로 뱉어졌을 때는 따뜻하면서도 수줍고, 그러면서도 몸 한 구석이 간질간질해지는. 
그런 느낌의 '사랑'을 해 보고 싶어요. 2009-01-23
09:53:07
  

 

일병 이영경 
  전 지금 후자쪽이군요.. 한참 속이 상하는 중이죠.. 2009-01-23
12:04:47
  

 

병장 이동석 
  사랑-이라는 말을 입으로 내뱉어본 기억이 없군요. (섹스나 붕가붕가-를 말한 기억은 아주 많은데, 음) 

이건 뭔가 문제가 있어요. 2009-01-23
13:28:38
 

 

병장 이동석 
  잔잔하니 좋아요, 여운도 남고. 왠지 자전적인 이야기인것 같아 내용에 대해 말하기는 좀 그렇군요. 허허. 2009-01-23
13:29:35
 

 

병장 안재현 
  왠지 눈시울이 붉어 지는데.. 이거 혹시..사랑인가요?흐흐흐 2009-01-23
14: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