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빨리 먹는 세상에 활명수를 요구하다
상병 홍석기 2008-11-19 12:46:42, 조회: 242, 추천:1
점심시간. 배는 고픈데 메뉴는 악명높은 자장덮밥(을 가장한 춘장희석덮밥)이 등장한 바람에, 분노한 선임은 선부님을 꼬셨더란다. 그렇게 나는 어부지리로 싸제밥(?) 을 먹었다. 물론 내 돈 내고-사실 돈을 빌렸지만, 어쨌든 갚아야 하니까- 먹었지만, 여튼 나 같은 쿠닌에게는 경사스런 일이었다. 운명이었는지 그 곳에서조차 자장덮밥을 먹게 되었지만, 그것도 볶음밥에 자장소스가 얹어진 럭셔리한 놈이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먹었다. 사실 메뉴따윈 뭐였든 상관 없었을 것이다. 얹혔으니까. 캐비아든 푸아그라든 소 혓바닥이든 얹히면 기분이 더럽다. 기분이 더러운 차에 원인 제공을 한 그놈을 좀 시원하게 까보기로 하자. 내 위장도 좀 시원해지길 바라면서. 제대로 얹혔는지 담배를 뻑뻑 피워대도 꺼지질 않아요. 아, 혹시나 말하는데 나는 멜라민이나 O-157이나 공업용 무 말랭이, 또는 바퀴벌레 스프에 관한 이야기를 할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음식 성분에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난 그 놈의 생각이 들기 전까지 5분간은 무념무상으로 꾸역꾸역 자장을 입 속으로 쳐넣고 있었고, 얹힌 것 외에는 어떠한 애프터 이펙트도 없다. 아직 좀 이른 것일 수도 있지만.
자. 여튼, 자장소스를 얹은 베지터블 푸라이드 라이스에, 종종 탕수육에 딸려나와 살짝 짜증을 유발하는 그 놈의 양배추 샐러드까지 식판에 꽉꽉 퍼담아 한참 먹고 있던 차였다. 나는 조금-어쩌면 상당히- 느리게 먹는 편이다. 게다가 배도 좀 마이 고팠기에 남들의 1.5배를 덜어놓고 먹고 있으니, 자연스레 다른사람들의 속도는 4배속 빨리감기가 되어버린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꾸역꾸역 밀어 넣어봤자, 히밤, 어느새
첫 번째 선임이 숟가락을 놓고 있소.
두 번째 선임이 숟가락을 놓으오.
그걸 보고 눈치깐 세 번째 후임 녀석이 숟가락을 내려놓으오.
믿었던 선부마자 식판을 싹싹 긁고 있오.
나는 그 중 밑에서 두 번째 짬이었오.
아니나 다를까, 공기의 흐름이 살짝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오가는 무언의 메시지들. 한참 (약 0.7초) 그렇게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묵묵히 짜라짜짜짠 짜-장을 밀어 넣으려 들었던 숟가락을 내려놓을까 말까 고민을 하자니, 옛 기억이 11월의 아침바람처럼 옆구리를 후벼파고 들어온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시추에이션 아닌가.
막 꼬꼬마 학교를 졸업하고 이곳 파이브마운틴으로 왔던 첫날, 나를 인솔하던 주임원사실 병이랑 놈은 데카르트적 신념으로 철저히 무장한 놈이었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나’가 없으면 이 빠진 병아리 놈들도 인지되지 않는 주제에, 어찌하여 요 놈들은 내가 숟가락을 내려 놓으시는데 같이 내려놓지 않는가. 하지만 꼬꼬마 학교에서 ‘타불라 로사’ 가 되어 온 우리는 데카르트를 알 턱이 없었고 그래서 ‘교육’을 받았다. 계몽주의여 영원하라. 그리고 그 위대한 효과 덕택에 우리는 다음부터 그 놈의 페이스를 똑같이 맞춰 먹어야 했다. 근데 그 놈은 빛의 속도로 먹는 주제에 또 밥은 조낸 조금 먹어요. 느리게 먹는 나는 덕분에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모더니티를 파괴하고 위버멘쉬가 되라는 신의 계시였는지, 아님 단순히 살 좀 더 빼라는 거였는지는 모르겠다만, 나란 놈은 외식을 자주 하는 사무실에 갔다. 선임들과 식사를 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나는 그중 막내였다. 캘리포니아에 근무하는 특성상 아메리칸 정크 푸드에서 이탈리안에, 멕시칸에, 별다방까지 딜리셔스하고 앙띠끄 하면서도 글로발한 메뉴를 즐기며 된장남의 하루가 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만, 역시 글로발한 만큼 만인의 눈치를 보아야했다. 뻔하다. 선임 1이 다 먹어간다 선임 2도 다 먹어간다 선임 3은 아직 여유가 있네 어 근데 갑자기 포크를 그릇에 토스하다니 배가 부르다는거야 제기랄 그 사이 선임 2는 마지막 스파게티 가락을 넣으려 하네 제기랄 빨리빨리 허겁지겁. 결국 내가 먹는 족족 음식은 위장에 얹혀 날 괴롭혔다. 아무리 배부르면 뭐하나. 돈이 많으면 뭐하나.세상은 그 줄거움을 느릴 틈도 주지 않고 계속 뛰게 한다- 아 결론은 아직 이르다.
그런 이유로, 내가 이병때 가장 싫었던 것은 아침청소도, 사역도, 침묵을 강요당하는 자의 슬픔도 아닌 밥 먹는 시간이었다. 이거, 굳이 나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천천히 먹는 자에게는 이런 스트레스가 또 없다. ‘늦게 먹으면 괴롭다’는 명제는 사실 꼬꼬마 학교 때부터 현실로 다가온다. 개인행동이 금지되어 한 줄이 모두 식사를 마쳐야만 이동할 수 있었던 그 곳에서, 늦게 먹는 자에게는 공포감과 짜증이 뒤섞인 시선이 날아든다. 바보야 서둘러서 이 곳을 탈출해야해, 미사일이 날아오는 마당에 저 멀리서 뛰어오는 병사에게 독촉하듯, 그렇게. 자대에 와서 ‘짬’을 먹는 경우. 압박은 표면으로 올라온다. 눈치없이 늦게 먹다가 선임 ‘님’을 기다리게 하기라도 했다간 굴다리 밑으로 튀어가서 먼지나게 털리는 상황이 연출되거나, 최소한 귀가 마이 가려울 만한 일이 좀 생긴다. 난 그래서 항상 밥을 적게 먹거나 남기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여기서 잠깐.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야이 찌질한 놈아, 그거 신병이면 누구나 하는 당연한 건데 뭐 그런 걸 가지고 궁시렁 대냐, 너 같은 놈은 유쿅훈련 좀 다녀와서 정신 재무장부터 해야겠다. 그런거 다 각오하고 입궁한 거 아니냐. 역시 하늘이는 빠졌다 등등등. 그런데, 나의 정신 재무장은 둘째 치더라도, 정말 이것은 ‘궁’이라는 조직, 그리고 ‘짬’문화 에 국한된 것일까. 다음의 경우에 대해 생각해보자.
나는 이제 나름 짬이 찼다. 1주일 후면 병장인 진정한 상말이다. 나보다 3개월 먼저 온 내 맞선임은 이제 더 이상 내가 느리게 먹는 걸 가지고 크게 뭐라고 하지 않고, 본인은 식사를 끝냈는데 내가 아직 먹고 있다면, ‘천천히 먹고 갈 거야?’ 라고 물은 후 먼저 가곤 한다. 이쯤되면 꽤나 ‘자유’를 얻은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천천히 먹고 갈 거야?’ 문장 전 후,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눈빛에는 여전히 무언의 메시지가 어렴풋이 남아있다. 가끔은 억양에 짜증이 묻어나오는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 이 문제는 선임이 없다고, 궁이 아니라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사바세계라고 해도, 이야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런거 신경 안써, 천천히 먹어 하며 쿨한 척을 하다가도, 이야기 할 만한 가십거리가 다 떨어지고 핸드폰 똑딱질도 지겨워져 멍좀 때리고 난 후에는 지루한 표정을 강렬히 내보이며 서서히 무언의 압박을 넣고, 기어이 짜증을 내며, ‘다 먹었냐?’ ‘다 먹었냐?’ 등등 독촉을 하거나, 아이스 크림/붕어빵/모카 프라푸치노 등등을 사줄테니 그만 가자, 등으로 귀결된다. (이 상황은 특히 남녀간의 데이트에서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은 서로 다른 페이스가 문제고, 그런 의미에서 데카르트적 관념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만 그러다간 적용 범위가 넓어지므로 패스한다) 결국 ‘느림’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느리다.’ 이 말은 상당히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다. 그리고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그것을 경험한다. ‘빨리’달리고, ‘빨리’깨우치고, ‘빨리’자라는 놈에게 모든 칭찬과 영예가 주어진다. 달리기가 느리면 ‘두둔발이’‘굼벵이’소리나 듣고, 배움이 늦으면 나쁘면 지진아 소리를 듣거나 좋아 봤자 ‘대기만성형’이라며 비아냥 섞인 위로를 받는다. 성장이 늦으면, 꼬마 취급을 받게 되고, 부차적으로 얻어질 수 있는 효과로는 삥을 쉽사리 뜯기거나, 여자친구를 만들기 힘들다, 등등이 있다. 이러한 ‘느린 자’ 들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천천히 걸었다간 버스만 놓치고, 느긋하게 기다렸다간 밀리고 밀려 만원 버스에 낑겨 타거나 자리가 없어 못 탄다. 좋은 물건은 다 팔렸고 좋은 직장도 꽉 차있다. 무언의 압박 (종종 겉으로 드러나지만) 역시 계속된다. 재수를 해 본 경험이 있거나 이십대가 꺽였는데 궁에 있다거나, 하는 사람이라면 겪어봤으리라. 그러고 보니까 ‘느림’이 ‘게으름’의 동의어 였던가?
한 때, ‘느림’의 열풍이 분 적이 있다. 그래서 ‘슬로 푸드’가 화제집중이나 VJ특공대에 소개되고, ‘느림의 미학’류의 책들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곤 했다. 내가 기억하기론 적어도 3년 전부터 꾸준히 이런 흐름이 있었다. 하지만, 사회는 ‘더 높게, 더 빠르게’-나머지 하나는 까먹었다- 라는 쿠베르탱의 모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니, 그러기는 커녕 점점 더 빨리 뛸 것을 요구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중학교 선행학습을 하고, 토익을 공부하며 잠바를 부러워 한다. 히피는 더러울 뿐이고, 프로 스포츠 선수는 각종 스포츠라이트를 받는다. 그래봤자 마이너리그에 2년 이상 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묻혀버리지만. 천천히 밥 먹는 놈은 눈치보다 체하는 세상이다. 이런 신밧드. 내가 뭐 죄졌나.
느리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유치원 때 졸지 말고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만 제대로 들었어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느리다는 것은 빠른 것의 속도감과 시원함, 활발함을 가지진 못한다. 하지만 빨리 뛰는 자가 그가 달리는 풍경과 주변 세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휙휙 지나쳐 버리는 사이, 느리게 뛰는 자는 그 풍경을 세세히, 또렷하게 볼 수 있으며, 지나가는 새 소리의 아름다움에 귀를 기울이거나 밤하늘의 별자리를 바라보며 낭만적인 시 한 구절을 떠올릴 수 있다. 그래, 결국 이것은 당신들이 그렇게 말하기 좋아하는 취향의 문제다. 그런데 세상이 인정하는 것은 세상이 원하는 취향일 뿐이고, 그래서 나는 아직도 눈치를 보며 밥을 먹다 얹히는 바람에 오후가 괴로웠을 뿐이고, 그래서 열 받으니 뒤에서라도 씹을 뿐이다. 어쩌면 ‘토끼와 거북이’에서 중요한 것은 빠르건 느리건 그런건 대봐야 한다, 느린 것은 빠른 것보다 열등하지 않다 등등이 아니라, 그저 ‘근면하면 성공한다’ 일지도 모르겠다. ‘근면’과 ‘성공’은 모두의 취향이니까.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38:52
병장 이동석
적절한 BGM : 장기하와 얼굴들 - 느리게 걷자
그건 그렇고 칼럼은... 어떻게 안될까요? 혹 백업 안 해두셨으면, 거의...쿨럭- 2008-11-19
12:52:23
병장 고동기
아이구. 전 요즘도 그럽니다. 정말이지 혼자 천천히 먹고 혼자 이동하고 싶어요.
이젠 위에 눈치볼 일은 없는데, 아래 눈치 때문에 허겁지겁 먹게 되더라고요.
밥먹는 속도가 점점 상향평준화되고 있습니다. 어휴. 2008-11-19
13:03:37
병장 이재민
저는 보통속도로 먹는 주제에 또 밥은 조낸 조금 먹어요.
소식의 즐거움을 누리며 살고 있답니다
캘리포니아 피자는 2쪽이면 족해요! 2008-11-19
13:05:12
상병 강수식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예전에만 해도 밥을 빨리 먹어치우는 것 만이
음식에 대한 예의인줄 알았는데,
여기에 와서 그렇게 먹다보니 참 그게 서럽더라구요.
그래서 요새는 후임프들 밖에서 벌벌 떨며 기다리고 있어도
느긋하게 밥먹으려 합니다.
생각보다 느긋하게 밥먹는게 큰 즐거움이더라구요(웃음) 2008-11-19
13:08:49
일병 송기화
매운 것도 못먹고 뜨거운 것도 못먹는 저에게는 정말 큰 고민이었습니다.
특히 김치+김치국+돼지고기김치볶음+무생채 뭐 이런날은....(울먹) 2008-11-19
13:16:08
병장 정병훈
후임프들이 무슨 죈가요. 흐흐흐
저도 동기님처럼 눈치보며 먹게 되는데, 이게 눈치 볼 필요없이 먹어도 되는데 습관이 되다 보니 몸에서 빠져 나갈 생각을 않는군요. 문제는 제 후임프들은 느긋~하게 먹는다는 겁니다. 휴- 거꾸로~ 거꾸로~ 2008-11-19
13:17:54
상병 홍석기
동석// 그거 날라가서 타이핑의 압박이....(흑) 타이핑이 끝나는 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내용이 너무 허접해서 이건 뭐, 올리기 민망한 수준이더군요. 애초에 [칼럼]으로 올린 것도 신비의 영역인 칼럼을 한번 뚫어보자 라는 의도에 불과했고, 글의 성격을 [내글내생각]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이거 고민중입니다.
그건 그렇고, 장기하와 얼굴들 한번 들어보고 싶군요.
동기// 저도 아래 애들이랑 먹다 보면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 퀴퀴한 사병식당에 계속 남겨두는 건 고문이란 생각도 들고. 그래서 왠만하면 먼저 가라곤 하는데, 조금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더군요. 제 맞후임놈 같은 경우는 완전 제 페이스에 맞춰먹어서 먹기 싫은거 깨작거리고 있거나 다 먹지도 않았는데 국물에 덤핑시키는 등 더 미안하게 만드는 행위를 하곤 합니다 (이거 보고 있는건 아니겠지? 일 좀 해라). 혼자 먹고 있는 모습이 왠지 불쌍하게 느껴진다는 선입견이 아직까지 안 무너진 탓인지, 모두 같이 가기를 원하고, 근데 밥 먹는 속도는 상향평준화 시켜버리면 뭐 어떻게 쫓아 가라는 건지. 아, 역시 저에게 단체생활은 힘듭니다.
재민//그 사이 배고픈 이병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 쥐며 또 다른 노동을 하러 가겠군요. (웃음) 저도 피자는 2쪽. 저희는 같이 배달이 되는 지하철을 추가해서 먹기 때문에, 더 먹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근데 이것도 먹다 보면 어느새 사람들은 다 먹어치우고 막내들은 슬슬 치워야 되나 말아야 하나 제 눈치를 슥슥 보는데, 그럴수록 안 그래도 두꺼운 빵이 목을 턱턱 막히게 하더군요. 그래서 왠만하면 지하철은 따로 남겨놨다 먹고 있어요 (울음).
p.s: 뽀빠이들에서 추수감사절용 칠면조를 판매한다는 이야기가 있네요. 한번 시도할까 고민중. 2008-11-19
13:22:57
병장 이찬선
느림의 미학에 대해 결코 부정하지는 않지만, 소위 '짬'이라는 이곳 밥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경험상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오네요~
빨리 먹어치워야 참을 수 있는, 생존하기 위한 곤혹스러움이랄까?? 뭐... 그렇습니다. 워낙 맛이 없는게 문제겠지요~
제가 이곳에 와서 어른들 말씀 중 이건 아니다 라고 생각한게 뭐냐면..
"시장이 반찬이다" 에요...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긴 할 터인데... 도무지 이 놈의 혀는 발악을 하고..
결국 최대한 꿀떡꿀떡 재빨리 삼켜버리는 것으로 타협을 보고 있죠.
국에 퐁당~ 해서 후르륵...
빨리 먹기가 세상의 취향이라면, 그것은 저에게 취향의 차원을 넘어서 생존을 위한
헤게모니로 작용한다?? 후후... 너무 간듯도 싶군요~
그나저나 활명수는 별 대안이 안 될듯 싶은데요? 활명수 또한 빠른 소화를 위한 촉매
역할에 지나지 않을테니까요~ 빨리 먹고 빨리 소화하고, 또 빨리 먹고... 후후~
그나저나 날도 추운데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고 싶네요 - 요건 빨리 못 먹어요~
입천장 홀라당 다 데여버릴 각오가 되어있지 않으면~ 후후~ 2008-11-19
13:26:31
병장 이재민
석기// 저는 오늘 제 제대회식으로 내무실에서 뽀빠이 만나지요. 지하철 같이 배달시켜 먹는건 꽤나 괜찮은 아이디어로군요! 가기전에 한번 시도해야되나. 피자간 배달하면서 같이 부탁하면 되는 건가요? 2008-11-19
13:26:41
병장 이동석
석기// 허접하다니,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경기도 오산입니다.
제가 그걸 봤는데요, 뭘. 허허.
그건 그렇고 경기도 오산은 참 좋은곳이군요. 전 라면이 먹기 시겨워서 맛있는것좀 먹자고 대드는 판인데. 흐흐. 2008-11-19
13:26:44
일병 이세종
뭐든지 빠른 사람이 앞서나가는것처럼 보이긴해요.
하지만 때때로 그들은 너무 빨라 모르죠.
바닥에 떨어져있는 동전들과 똥을요. 2008-11-19
13:28:47
상병 홍석기
수식// 그런 '예의'라는 게 있었군요. 생각해 보니, 천천히 먹다가 깨작깨작 먹는다는 오해를 사서 '그렇게 먹으면 복 달아난다' 라는 얘기가 기억나는군요. 천천히 먹으면 맛이 없어서 저렇게 먹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고요. 그래도 천천히 먹는 게, 절대로 아껴 먹는다거나 맛이 없다는게 아닐 수도 있는데...과연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그리고 그 (웃음) 뒤에 숨겨진 것은....
기화// 유명한 김치 3종 세트 이야기로군요. 꼬꼬마 학교 시절에 저거 3분 내에 먹느라 서러웠죠. 지금은 일명 '돼김' 에 대한 반감이 적은 편이라 저는 상관이 없지만, 먹기 싫은데 묵묵히 먹는 저를 보며 따라서 먹는 후임들의 원망이 종종 들리곤 한답니다.
병훈// 저도 느긋~한 후임프 한명 있으면 좋겠네요. 물론 갈궈도 쫄지 않는 강심장을 장착한 녀석으로. 전에 느긋~하게 먹는 선임이 있어서 같이 먹곤 했는데 집에 갔어요. (울음) 2008-11-19
13:33:43
병장 이동석
저는 느긋-하게 많이 먹습니다. 거의 만찬 수준으로다가 흐흐.
신입생때 욕 많이 먹었지만, 그래도 전 욕도 잘 먹기 때문에 와구와구 삼켰지요. 2008-11-19
13:44:28
병장 이순협
저는 원래 빨리 먹었지만 제가 다 먹고 10분이 지나도 식사를 마치지 않는
후임프 여러분들. 아직 일학년들이 더 심하다는 흐흐흐 2008-11-19
13:49:29
상병 홍석기
찬선//오호. 날카로운 지적이군요. 생존을 위한 헤게모니라. 그놈의 잠밥을 먹느니 잠을 더 자겠다라는 주장을 내세우는 제 선임 고블린 선생님과도 살짝 일치하는군요. 어쩌면 고등학교 때부터 눅눅한 튀김과 빳빳한 피자를 죽지 못해 씹어먹으며 저질 혓바닷을 가지게 된 저만의 문제로 괜히 오바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확실히 '잠밥'의 요소는 따로 처리하는 게 나을 듯 합니다. 저도 엊그제 저녁 콩나물 무침이 메인인 식단에 단식 결의를 하려다 결국 내사랑 짜파게티를 뜯으며 분노를 삼켰으니 말이죠.
재민//흐흐. 저도 뽀빠이 만납니다 병장 진급과 함께. 곧 자금난에 시달리는 한이 있더라도. 네. 거기 쏴장님이었던가 지배인이 같아서 지하철과 피자만 같이 올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같이 주문하시면 됩니다. 그나저나 새로 오신 영관이 형님의 규제 완화 덕택에 당분간 캘리포니아에는 활기가 넘칠 듯 하군요. 2008-11-19
13:53:07
상병 강수식
석기//아무래도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먹는게 아닌이상, 적당히 빨리 먹어주면 '아, 음식이 맛있어서 저렇게 맛있게 먹는구나' 라고 비춰질 수도 있겠죠. 하하. 천천히 먹는건 잘못된게 아니죠. 그저 맛있게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 도 있잖아요. 밥을 빨리 먹건 느리게 먹건 바라보는 사람이 삐딱한게 문제가 아니지 싶습니다. 전 뭐 빨리 먹는 사람도 좋고, 느리게 먹는 사람도 좋아요. 같이 먹을땐 상대방의 페이스에 맞춰주려 노력하구요. 밥을 먹으며 서로가 민망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관건이지 싶습니다.
그리고 웃음뒤에 숨겨진 것은(웃음)
그저 느리게 먹는 것의 즐거움을 발견한 즐거움의 미소입니다.(웃음) 2008-11-19
13:53:46
상병 홍석기
수식// '같이 먹을땐 상대방의 페이스에 맞춰주려 노력하구요. 밥을 먹으며 서로가 민망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관건이지 싶습니다.'
누구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같이 밥을 먹는 행위는 철학적인 행위이다, 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저도 여기에 동감하고, 제가 인용한 수식님의 코멘트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네요. 대화, 협상, 연애, 소통. 같은 것들도 타인과 밥을 먹을 때처럼 배려심을 가지고, 서로가 민망하지 않도록 한다는 자세를 가지고 이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같이 밥을 먹는 다는 행위는 인간 관계의 출발점, 이라고도 하더군요.
그건 그렇고, 거짓말 하면 코가 길어진다구요오오오... 2008-11-19
14:13:51
상병 홍석기
동석// 흐음. 저도 동석님 만큼의 내공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저는 제 1장 스테이지 1 첫 싸움에서 레벨 1의 꼬꼬마에 불과했기 때문에, 욕설 크리+ 막말 크리 를 맞고 고대로 게임 오버가 되어서 한동안을 NPC로 살았답니다. 2008-11-19
14:17:26
병장 정병훈
그나저나, 석기님의 글이 어느정도 인기가 있는지 짐작이 가는군요. 흐흐흐 오랫동안 작업으로 인해 많이 안보인 탓일까요? 다들 굼주린듯 석기님의 글을 먹고, 마구마구 똥쏴주는군요. 간단해보이는 주제로 맛깔나게 글을 써주니 다들 이리 호흥이 좋은가봅니다. 하하하 2008-11-19
14:51:34
상병 양 현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필시 일백퍼센트의 완벽한 연애가 가능할것입니다. (모 CF의 목소리같이) 2008-11-19
14:51:35
병장 이동석
욕을 정말 많이 먹은 날엔 잠이 안오더라구요. 얹혔나. 정말 욕-이든 죽빵이든 맞은자리만 아문다고 아무는게 아니더군요. 그래서 다음엔 더 오기로 꾸역꾸역
더 욕먹으면 더 꾸역꾸역. 밥 먹고 있노라니 콧끝이 시큰하고, 눈물도 그렁그렁한데 그래도 꾸역꾸역.
그래서 제가 쫓겨났나봅니다. (웃음-웃는게 웃는게 아니로군요) 2008-11-19
15:37:27
상병 최현수
한국의 빨리 빨리는 어쩌면 궁에서 부터 나온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많이 퍼서 늦게 먹는데 이별때는 완전 빨리 먹었죠 이제 일별되고 좀 아랫도리들도 생겨서 나았지만 그래도 무언의 압박들... 2008-11-19
19:30:08
병장 박상욱
흑흑 퍼온 밥을 항상 시간 내에 다 먹지 못했기 때문에
선임들은 저를 식탐이라며 놀렸으며 반면 저는 항상 배가 고팠던,
그 파릇파릇한 꼬꼬마 시절이 떠오르면서 분노와 배고픔이 다시한번 상기되는군요
이 글도 가지로 해도 되지요? 2008-11-20
08:2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