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불량소년에서 시대의 대변자로-  
병장 홍석기  [Homepage]  2009-07-15 165025, 조회 140, 추천0 

불량 소년에서 시대의 대변자로- Green Day, 21th century breakdown 앨범에 바치는 찬가.



1. Dookie

고등학교 시절, 밴드 활동을 하던 놈들과 레코딩 작업을 같이 하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저도 알고 보면 천재 엔지니어-였을 리는 없고, 순전히 친분과 운빨()로 이곳 저곳을 동행했을 뿐이지만. 그렇다. 악기 하나 못 다루는 소(小) 擅鰥 불과했던 나의 실상은 가끔 스튜디오에서 ‘맥키’ 같은 걸 요리 조리 굴려 데모 테입을 찍어주거나, 녹음실 뒤켠에서 마냥 좋구나-하며 실실 쳐웃고 있거나, 이동할 때 이빨의 힘()을 보태주는 것이 다였다. 음음, 사실은.... 힘을 보태 줬다, 기 보다 안 그래도 장시간에 걸친 녹음으로 피곤한 애들을 데리고 시시콜콜한 음악적 취향을 추궁하는 빠심 과다 표출-을 통해 더욱더 피곤하게 함으로써 적절한 수면을 취하도록 돕는 일종의 로드매니저 역할에 가까웠다고 하겠다. 그렇다. ‘보이 밴드’의, ‘로드 매니저’. 마치 예전의 내가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보며 품어왔던 꿈의 실현. 보이 밴드는 해봤으니, 다음엔 장르와 젠더를 건너 ‘소녀 아이돌 그룹’ 정도면 좋겠구나....(급작스런 심박수 상승)...아아, 감상은 여기까지 하고, 그만 본론으로 들어가자.

여느 때처럼, 그날도 그랬다. 비틀즈가 최고일까 스톤즈가 최고일까, 백스트릿 보이즈와 엔싱크 둘 중 하나를 락밴드로 만들려면 누구를 택할까, 와 같은 유치찬란 고전적 떡밥을 보다못해 분노 게이지가 차오른 그들은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드스탁에서의 지미 헨드릭스는 머리 속에 감춰진 코카인 빨이었다느니, 로버트 존슨은 미시시피 십자로에서 악마한테 영혼을 팔았다면서 노래에 쏘울이 흘러 넘친 다느니 하며 조금씩 조금씩 ‘누가 짱이냐’ 논란에 빠져들더니만 온갖 흑백논리를 앞세워 너바나와 RATM을 묻어버리고 열받은 보컬이 8옥타브 괴성을 힘차게 뿜어내려던 찰나, 보다 못한 누군가가 다소 뜬금없는 긴급 중재안을 던졌다.

근데, 처음 샀던 앨범은 뭐였어  하고.

재밌게도, 우리는 (본인 제외) 모두 똑같은 앨범을 샀고, 그걸로 토론은 끝났다.
그 앨범은 바로 그린 데이(Green Day)의 첫 앨범인, Dookie 였다.


2. Pop, Rocks and Coke

나는, 알지 못한다. 갓 출시된 Dookie앨범을 사기 위해 돼지 저금통을 깨고 가게로 달려갈 때의 그 두근거림과, CD를 품고 집으로 돌아갈 땐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는 그 기분을. 나는 2003년이 되어서야 그린 데이를 처음 접했으니까. 하지만 처음으로 Basket Case를 들었을 때의 그 느낌- 어법을 뒤집어놓은 화끈한 가사, 반은 소년같고 반은 약쟁이 같은 빌리 조의 목소리, 쾌활한 멜로디(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막말로 유명한 오아시스가 그린 데이를 ‘고등학교 밴드’라고 한 게 이해가 될 법도 하다)를 떠올려 볼 때, 그것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Dookie의 성공은, 샌프란시스코의 후미진 식당에서 걸레질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을 베벌리 힐스로 모셔다 놓고, 세계를 가로지르며 펼쳐졌던 투어에서는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부터 도쿄의 부도칸까지 매진을 기록하고, ‘쓰리 코드’ 펑크 락이라는 (정말로 코드가 3개뿐인기도, 기존의 ‘클래쉬’나 ‘섹스 피스톨즈’와 같이 분류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커트 코베인 사후 주춤했던 미국 얼터너티브 시장에 다시 불을 붙이며 유사 성향의 ‘Blink 182'나 ’SUM 41', 그리고 미래에 ‘New Found Glory'라든가 ’All-American Rejects‘ (속칭 AAR) 같은 ’아메리칸 팝 밴드‘ 등장의 초석이 되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빠돌이가 된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는 자기 합리화가 가능할 정도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일종의 신드롬 이었다. 좀 오바해서 말하면, 6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 비틀즈를 듣고 밴드를 시작했다면, 80년대에 태어난 사람은 그린데이를 듣고 밴드를 시작했다고 얘기할 수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그것 만으로는 오아시스의 말마따나 ‘고등학교 밴드’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그렇다. 더군다나, 후속 앨범인 Shenanigans와 Walking Contradiction에서는 Dookie의 ‘Basket Case'라든가 ’Minority'같은 곡에서 나타났던 그린데이의 전매 특허- 발랄하게 웃으며 날리는 세상에 대한 힘찬 빠큐- 조차 미미해져서 그저 신나는 팝 밴드가 되어 버린 듯한 실망스런 행보가 이어졌다. 이런 게 쓰리코드의 한계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신나는 노래를 듣고 싶다면 브리트니를 찾는게 귀도 즐겁고 눈도 즐겁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의 불량 소년 그린데이를 돌려달라! 돌려달라! 외치기에, 이미 멤버들은 삽십대가 꺾여 버렸다. 이제 그린 데이도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가......결국, 소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2004년, Dookie이래로 십 년 만에, 그들은 새 앨범 American Idiot과 함께 돌아온다. 
그리고 마치 앨범 자켓에 그려진 심장 모양의 수류탄이 터지듯, 폭발적인 반응도 같이.

3. American Idiot

소년은 잊지 않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American Idiot앨범에서 그린 데이는 팝 밴드의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 현실의 실상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그들 주변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처참한 현실이며 그들 자신의 과거이기도 했던, 궁핍한 도시 빈민의 삶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그들은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시대의 대변자’ 위치에 올라선 소년들은 그 사회적 책무를 기꺼이 떠맡으며 폭압적인 과거-현실을 철저히 까발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몇 몇 곡을 할애한 정도가 아니라, 앨범 전체를 헌정해서.

American Idiot은 일종의 극적 구성 방식을 차용하였다. 경쾌한 비트의 오프닝곡 ‘American Idiot'을 시작으로 무대(현실)의 막이 오르고, 후속 곡들은 총 3장으로 나누어 발단- 전개- 절정 형식으로 진행되며 ’Jesus of Surburbia', 'St. Jimmy', 'Whatsername'이라는- 도시 빈민을 대표하는 각각의 사람들- 세 명의 주인공이 연이어 자신의 스토리를 알리는 노래들이 이어진다. 이렇게 청자는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고, 이러한 극적 구성을 통해 노래는 현실감을 부여받는다.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이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철저히 외면받는 세 사람의 잔혹한 인생사가 앨범 전반에 펼쳐지며 끊임없이 현실속의 삶을 비추는 이 앨범을 들으며, 청자는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여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져 버린 채 감았던 눈을 떠 현실을 보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그린 데이는 변했는데, 그렇다면 결과는 결과 역시 대박이었다. Dookie를 뛰어넘는 세기의 명작, 이라는 평론가의 호평과, 간만에 기록적인 앨범 판매량, 이라는 대중의 호평을 모두 끌어안고, 아마도 2004년 그래미를 몽땅 쓸어버린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그린 데이는 또다시 월드 투어를-연일 매진을 기록한- 뛸 수밖에 없었고, 어느덧 삽십대 후반에 들어선 그들이기에 투어 막판에 가선 쉰 목소리를 남발하는 바람에 ‘이제 그린 데이도 늙었다!’는 한탄을 지어냈다는 이야기도 있고, 다음 앨범 21th century breakdown의 발매가 1년 늦춰져 2008년에야 발매된 것도 체력 회복하느라 그랬다는 소문도 있는데, 뭐, 믿거나 말거나.

여튼 이러한 표면적인 성공은 제쳐두고라도, 팝 밴드의 한계와 나이의 한계- 그래서 정체된 듯한 느낌마저 주었던-를 뛰어 넘어 ‘유명세’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스타일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또 그것이 다른 수많은 팝 밴드들에게도 좋은 선례가 되었다는 점에서 American Idiot의 성공은 대단, 을 뛰어넘어 상징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의 성공 뒤에는 간만에 미쿡 전역을 흔들어놓은 이라크전이나, 부쉬맨의 등장, 04년 대선 등등의 시기가 앨범의 문제의식과 맞아 떨어진 덕도 있었거니와, 특이한 앨범의 구성 덕도 톡톡히 보았고, 또한 이번 앨범에서 워낙 끔찍할 정도로 현실을 묘사해 놓았기에 다음 번에는 기껏 얘기해 봤자 동어반복이 되어 버릴 수도 있는-American Idiot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과 함께- 탓에, 과연 다음 번에도 이 스타일을 고수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American Idiot에서의 대만족, 으로 인해 리스너들의 기대치가 버즈 두바이 타워 꼭대기까지 올라간 이 상황에서, 자 과연 그린 데이의 어떤 앨범을 들고 나타날 것인가.

4. Born in the USA

잠깐 이야기를 돌리기 위해,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보겠다. 엄청난 인력 풀과 빠워를 소지한 미쿡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몸짓 하나하나 마저 이슈가 되는 브리트니 전설로 남은 투팍 살아있는 화석 밥 딜런 물론 음악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기준’ 자체도 애매하거니와 상당수의 이견이 따를 테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는 능력, 즉 가장 넓은 팬층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면 의견차가 많이 좁혀지며, 이 사람을 뽑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아저씨 같이 생겼고, 그닥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자랑하는 편도 아니지만 대표적 국민 가수인 이 사람, 브루스 스프링스틴. 중산층 이하 거의 모든 미쿡 가정에서 이 사람의 시디 한 장 쯤은 심심찮게 발견되며, ‘좋아하는 가수’를 묻는 데에 이 사람의 이름이 언급 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냥저냥 수수한 록을 구사하는 이 사람이, 어떻게 전 국민적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을까.

스프링스틴은 전형적인- 아니 어떻게 보면 빈곤한- 노동자 집안 출신이다. 즉, 아버지와 삼촌들은 2차 대전에 참전하고, 형제들은 베트남에 갔다와 GM 공장에 취직할 법한, 어릴 때 도시 외곽 슬럼가에서 껌 좀 씹다가 두들겨 맞은 경험이 있고,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그런 사람인 것이다. 이 글은 그린 데이 특집이지 스프링스틴 특집이 아니므로 자세한 내용은 각설하고 핵심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이러한 스프링스틴의 스타일은 별 게 아니라 ‘가난’ 이란 것을 한 번 쯤은 접해보고 ‘평범’을 꿈꾸며 살아온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주변 사람들에게 닥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노래 Born in the USA에 나타난 것처럼, 현실과 역사의 부침 속에서 평범한 ‘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덤덤하게 노래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들으며 팍팍한 삶 속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었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스프링스틴의 노래는 시민들의 반전 운동과 정치 활동 참여를 독려하였고 90년대에 이르러 스프링스틴은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렇게, 히로시마와 JFK, GM과 베트남, 레이건과 베를린 장벽을 거쳐온 한 세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말해줄 ‘대변자’를 갖게 된 것이고 말이다.

자, 그럼 우리는 어떨까. 신자유주의와 비정규직, 청년실업과 의료보험, 서브 프라임 사태와 이라크전을 경험한 우리의 대변자는 있을까.


5. 21st century breakdown

1년의 발매 연기를 거쳐 2008년 5월 출시된 그린 데이의 신보 21st century breakdown은 이러한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앨범이다. 앨범 발매 전 떠돌던 루머대로 이 앨범은 American Idiot의 극적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여 비장한 무드의 오프닝곡 Song of the century이후 앨범 전체가 1,2,3장으로 나뉘어 각 장마다 노래가 특정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크리스챤’과 ‘글로리아’ 란 한 커플을 중심으로 둘의 사랑이 사회의 시스템 속에 갇힌 채 파멸해 나가는 과정이 앨범 전체의 줄거리. 3번 트랙 ‘Viva la Gloria' 라던가 크리스챤이 글로리아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 5번 트랙 (제목은 기억이 안나는군요)을 제외한다면, 이번 앨범, 초반부터 빡세게 나간다. 사실상의 오프닝 트랙인 2번 트랙 21th century breakdown 에서부터 “1969년의 망나니들에게 키워진 우리들”은 또한 “위선자들”로부터 키워진 “Zero Generation (아무 것도 없는 세대)” 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마무리 후렴구에서는 “Dream, America, Dream과 ”Scream, America, Scream을 대구시키며 모든 꿈이 깨어진 절망의 세계를 그려낸다. 이러한 시대상은 한 세대의 파멸이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16번 트랙 21 Guns에 이르러, ’지켜내야만 할 무엇‘ ’죽음마저 각오할 수 있는 무엇‘ 조차 그 숨통이 끊어진 채, “모든 것은 지속되도록 만들어 졌지만”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 속에 서 있는 “Zero Generation의 현실을 폭로한다. 이전 앨범 American Idiot에서 미쿡 사회에서 도시 빈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줬다면, 21th century breakdown은 한 시대상을 조명하며 ’사랑‘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가치마저 지탱할 수 없게 된, 근본적인 사회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명반’ 이란 그때 그대의 시대상을 정확히 짚어 내고 있는 특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롤링 스톤즈의 Beggars Banquet이 60년대의 스포츠-히피-냉전-근로의 문제를 촘촘히 묶어 내었고, RATM의 Killing in the Name of가 침략 전쟁을 비판하였고, 너바나의 Nevermind가 병적이고 허무한 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냈듯 말이다. 이러한 면에서 나는 이 앨범에게 ‘명반’ 칭호를 주기가 아깝지 않다. 특히나 롤링스톤즈도, RATM도, 너바나도 경험하지 못했던 ‘MTV 시대’ 에 이르러 모두가 그저 이목을 끌기에 급급한 지금, ‘중견 밴드’ 가 되어버린 그린 데이가 ‘21세기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도 만으로도 너무나 고맙기 때문이다. 스프링스틴을 뛰어 넘어, 이제는 우리도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말해 줄 수 있는 든든한 대변자를 맞이한 셈이다.

앨범의 빡센 내용이 부담되어 살짝 거부감이 드는 당신! 사실 이번 앨범은 완성도 자체로만 평가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American Idiot에서 ‘American idiot', ‘Boulevard of Broken Dreams', 'Holiday',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같은 곡들이 '딱 봐도 요게 타이틀곡이고 이거 이거가 후속곡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조금 두드러진 탓에 그 외의 곡들이 하나의 ‘단막극’ 수준으로 위축되어 약간 밸런스가 어긋났다는 단점이 있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곡 하나 하나에 각각 고유의 파트가 배정된 느낌이다. 또한 멜로디는, 여전히 그린데이다. 조낸 경쾌하다. 게다가 빌리 조의 소년틱한 목소리도, 다행히, 아직은 죽지 않았으니. 망설이는 그대, 후회없이 이 앨범을 지르시라.


6. 2009년의 우리들

사실상의 소개글은 위에서 끝나고, 조금 보론을 붙여 보자. 어쨌거나 저건 미쿡 밴드의 이야기니까. 토익의 압박, 나오지 않는다.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로 시작하는 교실 이데아 라는 곡 하나를 발표했다는 이유 만으로 0교시 문제와 공교육 전반에 대한 개혁이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뿐인가. Come Back Home이 발표되고 나서 수천명의 가출 청소년이 집으로 복귀했다는 발표가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90년대 초에는, 서태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엔 그래, 하나 더 있었다. IMF 한파가 몰아 닥치며 대량 실업 위기에 쳐했던 90년대 말 학번 들은 ‘막~~~ 다~~~른 골목으로 질주해 보리라’ 라고 고함을 지를 수 있었다. ‘청춘 구십팔’ 이 있었고 노브레인이 있었다. 말 달리자를 발표하며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욕을 남발할 수 있게 해준 크라잉넛이 있었고, 라디오를 틀면-특히나 ‘영스’ 같은 곳에서는 더욱 더-여고생들이 부르는 파애와 낙화를 들을 수 있었던, 청소년들의 문제를 이야기했던 자우림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없다. 빌딩 부자 정현철씨는 청담동의 빌딩에 은둔 중이고, 노브레인은 차승우의 탈퇴 후 정말 ‘고등학생 밴드’가 되어 버렸다. 혹시나 하고 들어봤던 이번 앨범 역시, 그저 해피, 해피 일색일 뿐.

한반도의 남쪽에 갇혀 버린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줄 ‘대변자’는 있을까 글쎄, 현재까지는 상당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혹자는 ‘싸구려 커피’,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 같은 곡으로 이 세대의 패배주의와 룸펜들을 대변한다니 뭐니 하는 평론가의 칭찬을 받았던 장기하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이분은 아직까지는 마이 스타일, 그 이상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무엇보다 아직 갈길이 멀다. 개인적으로는 소녀시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역시, 갈 길이 아직 까마득 하고.

하지만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무엇보다 시기가 좋다. 각각 2004년에 새 앨범을 발표한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그린 데이가 앨범 발표에 지대한 영향을 준 요인으로 부쉬맨을 지목했다고 진술한 바 있듯이, 지나치게 빡센 사회에서는 뭐가 나와도 나오는 법이 아닐까. 마침 이번에 드렁큰 타이거 8집을 발표하며, Tiger JK는 실제로 이런 말을 했다. 원래 CD 1장으로 낼려고 했는데, 요즘 세상이 세상이다 보니 할 말이 더 있어서 2장 짜리로 냈다고, 말이다.

그래,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흐름의 도래를 눈 앞에 둔 채, 위태로이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론 그린데이 이번 앨범 좀 짱임.

20090715
이번에 구매한 소시 미니 앨범 괜히 반입했다 쿠닌들 손때 묻을까 두려워 놓고 온 탓에 그린데이 신보에 일주일 째 빠져버린 말년 병장 씀.





덧1. 내가 샀던 첫 앨범은, ‘Gimme Gimme'가 수록되어 있던, 컨츄리 꼬꼬의 모 앨범이었다. 지금은, 아쉽게도 소실되어 행방불명이라는 슬픈 전설이.


덧 2. 자료를 구하기 어려운 탓에, American Idiot과 Born in the USA를 소개하며 가사 중심으로 풀어나가지 못하고 개인적인 감상으로 도배해 놓은 것이 좀 아쉽다. 흑. 


덧3. 소시-방과후-2NE1-소시 크리 탓에 그린 데이 신보가 좀 묻힌 듯 하다. 왠만한 음악채널에서도 잘 다뤄주지 않고, ㅎ뮤직 싸이트에서는 6월 말까지 신상품으로 분류되어 있었으니. 나 자신도 ‘드디어 나왔구나’! 하고 샀는데 알고 보니 5월 중순에 발매된 앨범이었다. 허허. 하기야 에미넴도 묻힌 느낌인데, 그린데이야 뭐. 무엇보다, 본인 역시 말뇬 나가서 집에 소시 포스터 걸어놓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 같아...’ 같은 말을 중얼거리곤 했으니..... 뭐 딱히 할 말은 없다 하겠다. 보고만 있어도 훈훈한데 어떡해. 참고로 지인에 따르면 본인은 ‘소빠’ 증후군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7-20
083602 

 

상병 김예찬 
  드디어 석기님이 소빠의 길로! 보람이 느껴집니다.. 

그린데이 신보는 저도 아직 못들어봤네요. 극찬은 자자합니다만.. 2009-07-15
165427
  

 

병장 양동훈 
  아악. 쉬팜. 
누가 뭐라고 하던, 
여기는 In da soul도 Quiet riot도 아닌 책마을이라고 하던, 
누가 이 글의 내용에 어떤 이야기를 하건, 
'나는 음악에는 관심없어요.' 라고 하건, 
다 필요없고. 

싸지릅니다. 
가지로- 

읽으면서 미쳐버릴 듯 한 이 느낌은 처음이네요. 갑자기 불타오르는 이 열정의 정체는 뭐죠. 으악. 2009-07-15
165724
  

 

병장 홍석기 
  예찬 이게 다 예찬씨 때문이에요....흑.... 하필 민간인 되기 직전에 이럴 수가. 
하지만 소시 열풍은 밖이 더 심하더군요. 안에서는 그래도 투애니원과 현아도 나름 비중이 있다는. 2009-07-15
165825
  

 

상병 김예찬 
  그렇다면 좀 보람()이 느껴지는군요. 아메리칸 이디엇은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찬양할 수 밖에 없던 - 그리고 실제로도 '죽여주는' 앨범이였다고 생각하지만 - 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린데이의 신보가 더 기대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현실은 소녀시대.. 2009-07-15
170345
  

 

상병 윤정기 
  요즘 음악(특히 본인이 좋아하는)에 관한 글들이 많이 올라와서 정말 기쁩니다. 히히. 

전 사실 Radiohead빠 라서, 이런 글을 써보려고 해도, 이미 너무 많은 라됴헤드빠들이 너무 많은 좋은 글을을 풀어놓은 상태라 심히 부담되는군요. 흐흐. 

덧, 그렇다면 예찬씨는 조금 더 보람을 느끼셔도 되겠군요. 여기 소빠1人 추가요. 2009-07-16
090255
  

 

상병 권홍목 
  인다큐알에서도 보고 리플달았지만 거기선 석기님이 리플을 못보실듯하여 여기에도 리플 달아요- 
김작가의 글에 버금가는 찬사로군요. 개인적으로는 아메리칸이디엇 앨범을 더 높게 칩니다. 미국바보 앨범은 부쉬맨과 이昰活岾繭遮 적절한 서포트요소가 있었던 반면, 2009년의 미국에서라면 Violence is energy!라고 말하는, 전작의 동어반복이나 다름없는 외침이 좀 공허하게 들리는 감이 있습니다. 혹자는 대통령도 버락형이 되어 희망적인 요소가 부각되려는 시기에 좀 안맞는거 아니냐 라는 평도 하더군요(다만 전 이 말에는 반대하는게,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체질개선이 될만한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음악적인 요소에서 봐도, 한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대부분을 '달려대는' 이번 앨범보단 적절한 완급조절과 러닝타임의 전작이 더 듣기 편하고요. 뭐, 그래도 'Peacemaker'의 생경한 플레이와 'Last Of The American Girl'의 상큼함은 주목할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Last Night Of Earth' 같은 쥑이는 발라드트랙이 한곡 더 있었으면 좋았을 뻔 했어요. 
저는 이 앨범이 2009년의 미국보다 2009년의 한국에 더 어울리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메리칸이디엇이 다룬 문제들은 테러공포라든가 이昰活銓걋, 어찌보면 상당히 미국중심적인 현안(우리가 관련없을수는 없겠지만, 체감 문제라는게 있지 않습니까)을 다루기때문에 완성도를 떠나서 한국인이 느낄수 있는 공감대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번 앨범 같은 경우의, 두리뭉실하게 지칭하는 'Enemy'가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데 더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 

어쨌거나 결론은 미국바보≥21세기붕괴 

ps1. 소심하게 지적하자면, 그린데이 3, 4집은 Nimrod와 Warning으로 알고있습니다만.... Shenanigans는 B사이드앨범, Walking Contradiction은 싱글.. 

ps2. 근데 저의 락앤롤스타는 오아시스 잇힝. 아, 정기씨! 저도 라디오헤드 빠에요~ 2009-07-16
100722
  

 

병장 홍석기 
  동훈 '책마을' 이라는 이름은 사실 '책'보다는 '마을'쪽에 더 비중을 두었다는 말이 있지요. 주제가 무엇이든, 중요한건 마음이겠죠. 

네, 맞습니다. 변명입니다. 흑....사실은 제가 인다큐알 가입을 못했어요. 

예찬 현실은 소녀시대, 겠죠. 저도 집으로 돌아가 소시 앨범을 다시 듣게 된다면 변할 것 같아 두려워요. 이렇듯 소시가 끌리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회피하게 되는, 정신 분열이 이루어지는 단계가 소빠 증후군 제 2단계라고도 하던데, 주의해야 겠군요. 

정기 윽. 라됴헤드 팬이시로군요. 친구의 춧현으로 OK COMPUTER란 앨범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멘탈이 반토막 나버려서 사흘 동안 누워있었던 슬픈 기억이...역시 전 명랑소년인가 봅니다. (정모에만 안 나갔어도 이미지 굳힐 수 있었는데, 아쉽다, 아쉬워!) 

홍목 흐흐. 모종의 루트() 를 이용하여 방금 인다큐알 들어갔다 왔습니다. 예상대로 정확한 자료 조사에 기반하지 못한 추측성 구절들이 뽀록나기 시작했군요. 그나마 의외로 평이 좋다는 점에 위안을 삼아야 할 듯.....아, 그리고 그린데이 3,4집은 홍목씨 말씀대로 Nimrod와 Warning이 맞을 겁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200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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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김요셉 
  [가지로] 200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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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홍석기 
  홍목 정성스런 피드백을 이어받아, 조금 더 분발해 보겠습니다. 

전작 미국바보 의 경우, 음악성이든 구성이든 주제의식이든 무엇을 보든 간에 이 앨범은 충분히 '명반'의 반열에 올릴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제 생각으로는 부쉬맨과 이昰活岾繭遮 이 두 서포트 요소를 너무 대놓고 써먹었다는 점이 좀 걸립니다.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의 뮤비는 이라크전 참전 병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Holiday'의 경우는 가사 자체가 이라크전 내용 일색이니까요. ('pulvurize the eiffel tower, kill all the fags that don't agree-라며 프랑스의 참전 반대에 대한 구절은 한때 화제이기도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어떻게 보면 이렇게 두 가지 주제에 집중한 것이 당시의 분위기에 맞물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었게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이것은 그 사회, 그 시대 전체를 포괄하지 못하고 위의 두 가지 요소, 즉 21세기 초 미국 사회의 일부에 한정되어 버릴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하겠죠. 

반면에 '21세기 붕괴' 의 경우 훨씬 더 스케일이 넓어졌다고 봅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이 앨범은 한 시대를 통찰하기를 시도합니다. 1장 'Heroes and cons'' - 2장 'Charlatans and Saints'- 3장 (뭐랑 handgranade 였는데, 기억력의 한계가...)의 구성 자체도 각 시대의 키워드를 차용하여 68-69년의 드라마() 가 어떻게 변질되며 결국 파괴적 성격을 띄게 되는지 보여줍니다. 2번 트랙 '21th century breakdown'의 경우 60년대에서 21세기로의 변화를 서사시적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고, 3번 트랙 'Know your enemy'에서의 'Enemy'라든가 5번 트랙 'East Jesus Knowhere'에서의 '광신도들' 같은 경우- 미국 바보 앨범에서 곧잘 언급되는'President'나 'Media'와 달리- 상당히 두루뭉술하게 지칭된다는 점에서 조금 더 보편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굳이 따지자면, 2장 종반- 3장 후반부에 등장하는 'System'이 이번 앨범의 주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오프닝 트랙명이 이전의 미국 바보 에서 세기의 노래 로 바뀐 것도 그린 데이의 타깃 설정이 바뀌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보구요. 

물론 앨범에 흐르는 주제 의식= 'Violence is Energy 의 관점에서 '동어 반복'의 혐의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게다가 앨범의 전체적인 구성이 전작의 구성을 그대로 차용한 점, 또 각각의 곡 구성이 잔잔한 초반부로 시작하여 중반부터 피치를 급격히 올려 끝까지 맹렬하게 달린다는 점에서 미국 바보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다만 미국 바보에서 'Jesus of Surburbia'같은 9분대의 곡과, 3분짜리 'Holiday'의 급격한 대비는 전자는 전개, 후자는 절정 부분이라는 경계가 너무나 급격하게 갈렸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밸런스가 조금 더 맞아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유사성 보다는 관점이 조금 더- 어쩌면 상당히- 넓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네요. 그래서 저의 결론은 21세기 붕괴 미국바보. 

저도 앨범은 2009년의 이곳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이게 다 버락형 문이다 라기 보다는, (사실 합법적 철권통치()를 휘두른 FDR이후 딱 아이젠하워 까지, 봐줘서 JFK 이후의 미국 대통령은 그야말로 '상징적 대통령'에 불과하다는 이론이 많이 있지요) 8년 동안의 부쉬맨의 횡포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서서히 문제 인식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말이죠. 실제로 08년 대선은 결과만 놓고 보자면 가히 혁명적이다, 라고 말할 수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홍목 씨 말씀대로 'Know your enemy' 같은 곡이나, 완벽히 무장 해제 되어 버린 우리들의 절망이 보이는 듯한 '21 Guns'같은 곡은, 듣고 있자니 지금 이곳이 생각나 섬뜩할 정도더군요. 

ps. 저도 락앤롤 스타 좋아해요. 아아악! 이번 지산 어떡해....3일 차이로 못나갑니다. 유유 200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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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 김대운 
  음 발매된지 오늘로 거의 두달째군요. 

그린데이 명반으로 뽑으라면 저는 주저없이 '두키'를 뽑겠습니다.!! 매니악층은 아니지만 펑크에 나름 관심이 있었는데 역시 입궁하고나서 그 열정이 많이 죽어버렸네요..제길 

근데 왜 나는 두키를 2집으로 알고 있었지 200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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