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보랏빛을 띄어야 하는 이유  
병장 정영목   2008-07-20 16:58:42, 조회: 228, 추천:0 

일반적인 마케팅 이론은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하는 저렴한 상품을 생산한 다음 대대적인 광고와 유통망을 동원하여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분명 어느 정도 입증된 방법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옳은 해결책은 아니다. 우선, 첫 단추부터가 헐겁다. 철저한 시장 조사, 고객의 욕구 충족? 기억하라. 고객은 종종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를 때가 있다. 쉬운 예로, 시장 조사를 통해 나타난 고객의 요구만 맞추려 했다면 자동차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시대 사람들은 더 빠른 마차를 원했으니까.

대대적인 광고라는 요소에도 문제가 있다. 마케팅이란 것이 소비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리는 것이라면, 그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즉 마케팅을 한답시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돈을 덕지덕지 바르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한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상품 자체가 남다르지 않고, 고객에게 주는 이득이 분명치 않은데, 그것을 마케팅 부서가 머리 돌린다고 다른 결과가 나올까? 아마도 몇몇 극단적인 일반론 마케터들은 “예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제 광고를 잘 믿지 않으며 과거처럼 재미있게 보지도 않는다. 고로 광고는 그저 돈을 뿌리며 제 혼자 돌아갈 뿐이다. 게다가 그들은 필요한 물건은 이미 다 가지고 있고, 원하는 제품도 별로 없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시간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든 상품을 비교하고는 결국 당신의 상품을 선택할 것이라 자신하는 건 그저 오만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마커블한 상품을 만들어 그것을 열망하는 소수를 공략하라. 대중을 끌어들이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그러려면 사소하게 다른 누런 소가 아니라 획기적인 보랏빛 소가 되어야 한다. 당신에게, 평범함을 적극적으로 거부할 만한 배짱이 있다면, 당신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엄청난 수준의 시간과 수단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9:33:18 

 

병장 이동석 
  강수지가 부릅니다. 보랏빛 향기(?) 

정말 어쩜 이리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시는지 부러울 따름입니다. 
천자 모드로 올려주신글이 일종의 시리즈라 
회를 거듭할수록 넓어지고 튼튼해지는것 같군요. 

그건 그렇고, 저녁드시고 동업이나... (퍽) 2008-07-20
21:54:42
 

 

병장 정영목 
  칭찬 감사합니다. 

전 이 PC방 사업은 "5년 이내에 유가가 배럴당 230달러를 넘지 않으면"이란 
전제 조건을 달고 있습니다. 

일단 동업보다는... 와우부터 같이 합시다. (퍼퍽..) 말퓨 얼랍니다. 2008-07-21
02:12:05
  

 

병장 이동석 
  전제조건이 무시무시 합니다. (땀) 

일단 와우하면서 팀웍을 닦아봐야죠. (웃음) 2008-07-21
08:35:35
 

 

병장 전승원 
  사나이라면 호드이거늘... 2008-07-21
08:36:30
  

 

병장 이재민 
  '보랏빛 소가 온다'야 워낙 내용이 대중적으로 잘 씌어지고 사실상 그다지 깊은(?!) 깊이는 아니어서 많이 팔렸지만(마케팅의 성공이죠) 
이보단 크리스텐슨 교수의 역작들(innovator's dilemma 등등.. 사실 지금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이 네트워크 경제에 초점을 맞추어 좀 더 정교한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2008-07-21
10:24:10
  

 

병장 이재민 
  그리고 1000자 내로 글쓰기가 생각보다 많이 어렵던데... 짧은 내용 속에서 도입과 전개를 짜아내는 영목씨 내공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2008-07-21
10:25:40
  

 

일병 이동열 
  연재물 마냥 영목님의 글을 기다립니다(웃음)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꾸벅) 2008-07-21
10:39:15
  

 

병장 정영목 
  크리스텐슨 교수의 저작은 읽지 못했지만, 보랏빛 소와 유사한 논지의 책은 따로 본적이 있습니다. 톰 피터스의 'Re-imagine'인데, 두꺼운 양과 화려한 일러스트에도 불구하고 다소 실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똑같은 소릴 왜 이렇게 길게 하나... 라는 기분이었다 랄까요? 

사실, 보랏빛 소 전략 또한 (표면상으로는) 한국에서 멋지게 실패한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강금실 전법무부 장관의 서울 시장 도전이었지요. 참모 중에서 보랏빛 소를 본 사람이 있었는지 그에 맞는 행보를 보여주었지만, 결국 실패. 제겐 꽤 흥미로운 경우였습니다. 2008-07-23
08:18:19
  

 

병장 이재민 
  영목// 개인적으로 톰 피터스 류의 컨설턴트가 쓴 책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단 들어도 먼소린지 잘 모르겠단 얘기지요(공병호씨도..) 

현장에서 현업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저작들을 보며 무릎을 치지만, 그러한 경험과 고민이 없는 꼬꼬마 공군병장은 봐도 글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대신 크리스텐슨 같은 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론', 즉 '그래프'와 '정의'를 제공하지요. 크리스텐슨의 저작은 꼭 학문적으로만 아니라 실무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들입니다.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2008-07-25
13:27:34
  

 

병장 정영목 
  이재민 님// 넵 책 주문했습니다. 하하. 2008-08-02
13:12:26
  

 

병장 이재민 
  정영목 님// 엇. 감사합니다. 미천한 지식으로 밀어붙인 책인데,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부끄) 2008-08-05
13:5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