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병영문학상  
상병 이우중  [Homepage]  2008-09-21 17:28:53, 조회: 254, 추천:0 

이제 발표가 날 때가 됐는데... 싶지만 아직 멀었나 보네요.
기대 따위야....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아주 조금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가끔씩 거기 게시판에서 보이는 수준높은 글들을 보고는 힘들겠구나 싶었죠 뭐. 하하.
제 건 그냥 부끄러운 글들이었어요. 분리수거장 '폐지'류에 쌓여 있는 날짜 지난 신문지만도 못한.

근데 말이죠, 확실히 인트라넷으로 접수를 받아서 그런지 좀 이상한 응모작들이 보이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분명 어디선가 봤던 시를 자기 이름을 떡하니 달고 내 놓질 않나...
또 누구는 랩 가사만 이것저것 베껴서 써놓질 않았나...(그리고 베껴 오려면 좀 다양하게 가지고 오지 왜 하필 Buddhababy 가사만 가지고 오는지 원)

그래서, 저도 즉흥시를 하나 응모하기로 했어요.


     어떤 참가자(들)에게

그대 생각해 보게, 누군가의 글을
따라 써서 그대로 옮긴 걸 시라 할 수 있는가
위를 향해 나아가기엔

걸리는 것이 너무나 많잖은가 그대의 가슴 속에

시작詩作이 고작
라면 끓이기보다 쉽다는 그대여
고개를 숙이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 하나도 시일 수 있다지만
. 하나가 시일 수는 없지 않은가




네, 그냥 유치한 7행시(9행시?)일 뿐이죠. 근데 워낙 응모작들이 많아서 저 시를 읽어볼 사람이 있긴 했었나 모르겠네요. 이런, 그런데 시는 세 편 이상만 응모가 가능하다더군요. 뭐 어차피 목적이야 저거니 나머지는 일종의 패러디(오마쥬를 빙자한)로 구색만 맞추기로 했습니다.


배 고픈 밤
  - 윤동주님의 ‘별 헤는 밤’에 부쳐

자정이 지나가는 새벽에는
식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상상 속의 음식들을 다 먹을 듯합니다.

머리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것을
이제 다 못 먹는 것은
쉬이 나갈 수 없는 까닭이요,
벌써 밤이 깊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복무가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치킨과
별 하나에 족발과
별 하나에 탕수육과
별 하나에 순대와
별 하나에 회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맛있는 것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고등학교 때 책상을 같이 하고 먹던 양념치킨의 맛과, 회, 굴, 게
이런 해산물의 신선함과, 벌써 소화 다돼버린 저녁식사의 메뉴와,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소주와, 닭똥집, 꼼장어, 알탕, 닭발, 파전,
캪틴 큐, 스카치 블루
이런 국산 양주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것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삼천포에 계십니다.
나는 너무나도 배고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정수기 앞에서
물로 배를 채워 보고
역겨워 뱉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뒤척이는 이등병은
비어버린 위장을 달래려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이천 구년에도 봄이 오면
연병장 둘레에 파란 잡초가 피어나듯이
내 전역증 꽂힌 지갑 속에도
자랑처럼 술값이 가득할 거외다.




그리고,
'질마재를 떠났던 늙은 娼婦의 귀향' 이라는 딱 봐도 '질마재 신화'의 '신부'에서 모티프를 얻은(이라기보다 그냥 조금 비틀어 놓은) 허접한 시를(차마 공개는 못하겠어요.) 써서 총 세 편을 제출했답니다.

소설도 하나 썼었는데 쓰다가 참 부끄러운 경험을 해서 후반부는 너무 흐트러져버렸어요.

어쨌든 이렇게 궁생활 유일의 병영문학상을 떠나보냈네요. 하하하.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7
15:45:16 

 

병장 정이연 
  언제쯤이나 발표가 날지... 2008-09-22
03:55:43
  

 

병장 이훈 
  작년 생각하면 10월 중순까지는 기다려야 할듯. 
보다 정확한 심사가 이루어지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야겠지요!(웃음) 2008-09-22
07:44:28
  

 

상병 김동민 
  어떤 문학상이든, 베낀 작품이나 그런 작품들 참 많아요. 배 고픈 밤, 오랜만에 웃게 해주었어요. 고마워요. 
병영문학상 2등에 해당되는 게 우수상인지 최우수상이었는지, 사촌이 초기에 시부문 수상하고, 또 친한 선배도 몇년전 수상했었는데. 전역하고 나서는 시와는 별 상관없는 길을 갔으니, 굳이 시를 쓰려고 하신다면 그다지 신경쓰지 마세요. 게다가 "병영"문학상이잖아요. 2008-09-22
18:43:01
  

 

상병 이우중 
  저는 그냥 잘 쓴 시를 읽고 같이 즐거워하는 정도랍니다(웃음) 

시를 쓸 수준은 되지 않아요. 가끔씩 저도 모르게 펜을 들고 쓰긴 하는데 다 쓰고 나서 읽어보면 부끄러울 따름이죠.하하하.... 2008-09-22
19:21:19
  

 

병장 이동석 
  배고픈 밤, 
침이 고이는군요. 크크 2008-09-22
19:3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