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버스표
상병 이기범 2009-06-15 112613, 조회 221, 추천0
버스표
영동대교
올림픽대교
천호대교
유리창이 다리를
무섭게 스치우므로
우뚝솟은 기둥은
과거로 부서졌었지
도시의 별 빛
다리 밑 구석진 거미줄
은은하게 반짝이고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산에 막혀버린 상념
그래도
한숨 푹 쉴 수 있는 건
가는 버스인가
돌아올 버스인가
그 y축과 직선사이의 거리에서
빨랫줄 처럼 걸려있던
빛 바랜 버스표 한장
얼마전에 10g짜리 설탕을 복귀하면서 고속버스 안에서 끄적인 글입니다. 저는 빈 종이에 이런식의 낙서를 끄적이는 것, 상당히 좋아하거든요. '시'라고 부를 수 있는 자격이나 조건 같은 건 각자의 입장을 통해 정립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저는 이런 글을 쓸 때 나는 지금 '시'를 쓴다고 생각하고 끄적이곤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말이죠. 크크 상당히 거만한 생각이 아닐 수 없군요..(땀)
언제나 복귀는 참 가슴 두근거리는 일입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표를 끊은 뒤 밖으로 나와 담배 한대 태울 때의 그 감정은 참,, 궁에서 먹은 밥그릇의 수와 관계 없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더군요. 언제쯤이면 짐승이 동물원을 탈출 할 수 있을지, 허허
이렇게 가다보면 언젠가는 그날이 오겠죠. 조금만 더 힘내 보렵니다.
거기도 잘 지내고 있죠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6-16 1629)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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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신재호
물론 여기도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나저나 정말로 부럽습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집중하면서 글을 어떻게 쓰실수 있으신지!! 저는 텍스트만 봐도 멀미를 하는 약골이라 [엉엉]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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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 김현우
상념을 줄이고 줄여서 다른 사람들이 이 상념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가끔 쓰는 시.(라곤 하지만 시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저도.)
하지만 역시 남의 생각을 옅보기란 쉽지 않네요. 흑흑.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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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김동혁
예 기범씨 잘 지내고 있어요..
요즘 바쁘시다면서요 쿠쿡..당근도 드신다고~
저도 곧 가요~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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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김지호
버스 안에서 책도 보고 글도 쓰는 저는 그럼 뭘까요[...]
농담이고 은근히 버스 안이 낭만에 젖기 쉽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요. 저는 버스 안에서 그 낭만 젖어 있는 걸 좋아합니다.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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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양동훈
낭만에 젖는 것도 좋지요 껄껄...
저도 재호씨처럼 글만 보면 멀미를 하는 약골이라
버스를 타면 그냥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고 귀는 귀대로 머리는 머리대로 공상에 빠지곤 하지요.
다만, 시라면 멀미를 하는 약골이라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머리를 굴려보는 거지요. 오로지 머리만으로도 쓸 수 있는 게 시입니다. 단어 몇개만 깨작깨작거려놓으면 모으면 시가 되지요. 그 시가 어떤 시인지, 시라고 하기에도 웃긴 시인지 그것은 나중에 생각해봐야겠지만(웃음).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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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이재원
버스만 타면 졸음신이 내려오는 저는..
부럽네요.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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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 심현주
이래서 필기구는 항상 챙기고 다녀야 하는것 같습니다. [웃음] 200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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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양동훈
이사왔네 낄낄..
원래 일상이야기에 있었던가요 200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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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김형태
저는 이 시가 너무 좋습니다
해가 저무는 한강대교 위를 버스창가에 앉아, 잿빛가득한 노을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200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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