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발자크, 살림지식총서, 새로산책..  
이병 홍명교   2008-07-14 02:43:17, 조회: 320, 추천:1 

여긴 왜 이등병이 저만 있을까요? 역시 원래 이등병은 이런거 할시간이 없는 신세인건지, 뭔지. 글쓰는 분들의 계급을 보다가 갑자기 제 상황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요즘엔 시간이 좀 부족해서 이렇게 새벽 한밤중에 상황근무를 서다가 글을 쓸 수 밖에요. 이렇게 온도파악과 지휘관순찰말고는 아무 상황이 없고, 당직사령이 편하게 누워서 자는 밤이면 무심코 책마을에 올 수 밖에 없습니다. 히히.
제 컴퓨터에 독서후기 결산을 열심히 모아서 쓰고 있는데 시간이 별로 없어져서 그런지 점점 쓸시간이 없네요. 그게 아니면, 아무래도 저는 출력보다 입력을 즐기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어요. 몇년전까지는 한동안 무언가를 출력하는 일에만 몰두하며 살았는데, 언젠가부터는 입력하는 것만이 즐겁네요. 

오노레 드 발자크
요즘은 발자크의 '인간희극'중 <골짜기의 백합>을 읽고 있습니다. 자신이 불우하게 자랐으며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고 있음을 직감한 나머지 지나치게 강한 자의식을 갖고 있는 귀족 집안의 한 젊은 남자가 한 백작부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느끼는 풍부한 감정들이 가득한 소설입니다. 발자크 소설을 몇권정도밖에 읽지 않았지만, 당분간은 못읽을 것 같으니 이 마지막 책이 참 아깝게 느껴져요. (프랑스어 배우고 나머지들을 읽고 싶어요) '인간희극'에는 90여개의 크고작은 소설들이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된 소설은 몇 없거든요. 여하튼 발자크의 풍부한 묘사와 인간에 대한 탐구, 감정표현들은 그 묘사력 자체로 당시에 살았던, 살았을것만 같은, 사람들의 삶과 공기를 표현하기에 충분하게 느껴집니다. 
일전에 영화감독 박찬욱에게 한 영화감독 지망생이 "영화 시나리오를 잘 쓰려면 무엇을 연습하고 공부해야하나요?"라는 질문을 했을때, 박찬욱씨가 말했다죠. "발자크를 읽"으라고. 누벨바그리언의 누군가는 이미 했음직한 그 대답이 기억 속에 두고두고 남았더랬습니다. 대체 발자크가 뭐길래? 걔가 그렇게 대단해? (프랑소와 트뤼포나 장 뤽 고다르, 자끄 리베뜨 등의 영화를 보면 무수하게 많이 발자크의 소설들이 인용되거나 출연하는걸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장 노골적인 등장은 끌로드 샤브롤의 영화들과 프랑소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에서 였죠.) 
저는 발자크를 신격화시키려는 시도는 그리 마뜩찮긴하지만, (왜냐하면 어떤 예술작품이 신격화되는 순간 제거되는 작품 고유의 아우라와 부질없이 생겨나는 껍데기가 있기 때문에...) 그 영화감독 지망생이 일정하고 견고한 세계관을 지닌 사람이라면 발자크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관문 중 하나라는 생각은 듭니다. 시각적 상상력을 무한하게 넓혀주는 소설같아요.

살림지식총서
괜히 책 광고해주는 꼴인데, 살림지식총서에는 꽤 괜찮은 책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건빵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여서 갖고 다니기도 좋구요. (웃음) 공부나 독서의 방향을 어느 정도 제시해주는 느낌도 있어서 틈틈히 하나하나 읽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르트르 소설을 한두권 읽고는 살림지식총서 <사르트르 - 타자와 시선>을 읽고, 다시 다른 사르트르 소설을 읽음으로 인해, 시야도 넓어지고, 책도 수월하게 읽히고... 그런것 같습니다. 한 5권정도 보게 되었는데, 어제 오후에 인터넷으로 찾아서 골라봤더니 15만원어치는 되더라구요. 웁. 한권에 2640원(대부분의 인터넷서점에서 원가3300원에서 20퍼센트 할인)이니까 60권은 넘는 듯합니다. (현재까지 300권 넘게 출간되었습니다.)

새로 산 책
저희 부대는 도서관이 무지하게 부실해서요. 도서관에서 골라놓은 볼만한 책은 이미 다 봐서 사서 볼 수 밖에 없답니다. 테릭 이글턴? 맞나요? 문화연구 서적들에서 이름만 많이 들었던 그의 책 <문학이론 입문>을 샀습니다. 문학이론에 대해 겉핥기식 지식만 있는지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밖에 <문체론>, <사르트르의 참여문학론>을 샀구요. 아주 오래전에 읽긴 했지만 <문장강화>도 샀습니다. 
이 책들로 사실주의 이후의 소설읽기 방향을 대충 잡고 제임스 조이스, 도스토예프스키, 고리끼, 등등 순서대로 읽어보려구요. 그리고 빨리 다 읽고 창비에서 나온 한국현대문학 전집(모두 50권. (땀))이랑 SF같은 장르문학도 읽고 싶어요. 제대할때쯤 다 읽을까요? (웃음) 그러고보니 사회과학책은 읽을 생각을 안하네요. 그래서 주제 하나 정해서 몇권 더 질렀습니다. <연안문예이론강화>(마오), <문화대혁명>(백승욱).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7
14:39:17 

 

병장 이동석 
  우와, 폭 넓은 독서계획이 부럽습니다. 
나가실때 결산하려면 페이지가 부족하겠어요. (웃음) 

살림지식총서, 좀 꺼려졌었는데 한번 저도 봐야겠군요. 

<문학이론 입문>, <문장강화> 저도 사러갑니다. 
(저희는 도서관은 커녕 진중문고도 없어요. 눈물) 2008-07-14
06:21:57
 

 

병장 박준연 
  백승욱 교수님의 압박 (....) 저도 '일병'때부터 이곳에서 활동했었는데, 그 당시 눈에 띄는 일병은 저 밖에 없더라구요.(웃음) 2008-07-14
08:29:49
  

 

상병 허학종 
  살림지식총서... 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책싸게 파는 자리가 열리면, 열심히 책 고르다가 이제 집에 가기 10분정도 전부터는 살림지식총서 쪽을 한번 쭈욱 훑어보았던 기억이 있네요..(웃음) 2008-07-14
08:33:26
  

 

상병 고동기 
  살림지식총서 추천! 
이제부터 출타때마다 하나씩 사서 계속 모으려구요. 
사상의 배경이나 인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뒤에 본론으로 들어가니까 읽기 좋은 것 같아요. 
여태까지 사르트르<존재와 무>랑 시몬느 드 보부아르<제2의성>밖에 못봤는데,<타자와 시선>도 사봐야겠네요. 
<문학이란 무엇인가> 도 사려고 했다가, 어려워 보이기도 하고 돈도 모자라서 안샀는데.. 
홍명교님 글 보니까 다음번에 꼭 사야겠어요. 
앞으로 문학관련된 글 기대하겠습니다. 2008-07-14
08:45:05
  

 

병장 이태형 
  이 글을 읽고 떠오르는 답변은 고작 하나. 
일병 말때쯤부터 책마을 다녔습니다. 2008-07-14
09:13:35
  

 

병장 장윤호 
  살림지식총서 시리즈와 비슷한, 책세상 문고판 시리즈를 사모으던 적이 있었지요. 통학길이 한시간이 넘다보니, 문고판을 주머니에 넣고 틈날때마다 봤었습니다. 내용도 알차고, 왠지모를 보람도 느끼고, 좋던데요(웃음) 

<문화이론 입문>은 아마 테리 이글턴이지요? 예술사회학 수업에서 들은 기억이 나네요. 2008-07-14
09:13:37
  

 

일병 이동열 
  아앗, 글을 읽다보니 책 사고 싶다는 욕구가 마구마구 솟습니다(울음) 2008-07-14
09:46:01
  

 

일병 김세현 
  와우 발자크라는 사람에 대해 아시는게 많은 것 같아요..하나한 들려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전 로댕의 조각상밖에 모르겠네요 히히 2008-07-14
10:22:43
  

 

일병 김상윤 
  이태형님과 비슷하군요. 
전 일병 끝나갈때쯤. 발견했죠. 
자대 오자마자, 혹은 맛본건 후반기교육부터 시작했는데 
유머, 카툰, 소설 등등만 찾다보면 이곳 찾는게 금방 되는일은 아니더군요 . 
소개받지 못했다면 아직도 몰랐을겁니다 (..) 
덧붙여서, 저희부대찌개집 도서관은 판타지소설이 넘쳐납니다. 
왠만한 도서대여점 정도는 되는것 같아요 
하지만 1권2권 2권 3권 3권 없음 4권 3권 . . . . 
이런식으로 있는 소설들을 보면 후 . .... 2008-07-14
15:16:29
  

 

병장 윤형주 
  본인도 지금 살림의 001한국의 정체성(탁석산) 006한국의 주체성(탁석산) 읽고있는데 

깊이있는 지식의 전달보다는 "?"를 제시해서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2008-07-14
17:22:48
  

 

이병 홍명교 
  김세현/ 
저도 발자크에 대해 제대로 모릅니다(웃음) 소설만 읽어보고 아는 거라서요. 제가 아는바, 발자크는 현근대소설의 모태라고 평가받는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입니다. 프랑스 귀족 집안 출신으로서, 무수한 작품을 남겼으며, 귀스타프 플로뵈르와 동시대인이기도 합니다. 둘은 당시 서로에 대해 평가하고 인정하며 서로의 문학적 양상을 발전시켜나갔다고 합니다. 작금에는 발자크는 '소설'의 전범이자 인물묘사, 풍경/전경묘사, 감정묘사의 장인으로도 평가받습니다. 게다가 인물간의 '관계'에 대한 치열한 감정선을 세세하고 연속성있게 표현해내죠. 아마도 누벨바그리언들이 그를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는 그런 점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영화란 고로 캐릭터와 캐릭터간의 관계, 캐릭터와 배경간의 관계들 속에서 미쟝센(mise-en-scèn)이라는 형식적 유형을 만들고 직조하는데, 발자크 문학의 어떤 면들이 미쟝센 전개에 많은 도움을 주는거겠죠. 그냥 영화학도로서, 발자크 소설에 매력을 느낀 한 독자로서의 제 짐작입니다. 
발자크에겐 평생 사랑했던 한 여인이 있었고, 그 여인과 결국 결혼했지만 1년만에 죽었죠. 병으로. 편한대로 생각하는거겠지만, 문학에 파묻혀서 평생을 치열하게 산 대가의 죽음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소설들중 그가 살았던 시기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 소설들의 주된 배경은 거의 대부분 그가 거쳐가거나 살았던 곳, 여행갔던 곳들입니다. 
그외에 발자크는 단테같은 중세 문학가들이나 화가들을 소설의 소재로 많이 삼곤 했는데, 이로인해 환기되는 시공간을 초월한 공기가 문학에 어떤 아우라를 부여해주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저도 그런 류의 단편을 몇몇 읽어보았는데, 확실히 다 읽고난 후의 "쨍~"하는 전율이 굉장하게 느껴졌습니다. 2008-07-15
16:16:29
  

 

일병 김세현 
  와우..발자크가 어떠한 인물인지 아주 쉽게 제 머리속에 각인되었습니다. 명교님은 상당히 감각이 뛰어나신 것 같아요. 제가 아직 많은 작품을 접해보지 못해서 그런지..한편으론 관련학문을 하시는 명교님이 부럽기도 하네요~ 오늘날 작품들의 전반적인 관계 묘사들이 발자크의 그것을 어떤식으로 품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박찬욱씨의 영화와 비교하며 보는 것도 저같은 사람에겐 상당한 재미가 될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심리묘사나 인물과 사건간의 관계를 그려내는 방식에 따라 뻔한 스토리의 작품이라도 관중에게 주는 감동은 천지자이라는 것을 깨달아 더더욱 발자크의 방식이 궁금해지는군요!! 다음 휴가 때는 꼭 발자크의 작품을 만나보겠습니다 2008-07-15
18:44:42
  

 

병장 윤형주 
  정정합니다 
<한국의정체성>,<한국의주체성>(탁석산)은 
살림이 아니라 책세상문고입니다 
두 시리즈는 항상 헷갈리는군요 2008-07-16
07: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