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만담 2  
일병 송기화  [Homepage]  2009-01-14 18:42:23, 조회: 113, 추천:0 

믹스씨는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비록 펜씨에게 자고있던 막내 아들이 깜짝 놀랐다며 제발 조용히 좀 살 수 없냐고 혼나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믹스씨를 바라보았고 믹스씨는 백만 룬이 걸린 어마어마한 실험-을 하다가 전구를 깨먹었다고 말해줄 수 있었거든요. 동네 꼬마들은 믹스씨의 이야기를 우와! 그래서요? 어떻게 살았어요? 같은 추임새를 넣으며 흥미진진하게 들어주었고 음유시인인 폰씨는 오늘도 새로운 노래거리가 생겼다며 기뻐해 주었습니다. 게다가 프림 아주머니가 이야기가 재밌었다며 빵을 조금 더 주셨기에 양 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라는 행복의 한 종류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 멀리 오두막이 보였습니다. 믹스씨는 갓 구운 빵의 맛있는 향기와 따뜻한 온기를 어서 티백씨에게 전해주고 싶었어요. 믹스씨의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숑-
하는 소리는 사실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믹스씨의 귀에는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오두막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냉정을 되찾은 후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리가 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도 폭음이 없어서 치안유지대가 출동하지 않을 거라는, 그런 의미의 말을 내뱉은 믹스씨는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자신이 무언가 막장의 영역에 발을 디뎠음을 느낀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였어요. 믹스씨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집이 없어진 이유를 알려면 집을 없앤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집-이 있던 자리-에는 흰색 가운을 입은 티백씨가 멍한 표정으로 굳어있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개구리 모양의 쇳덩이, 따끈따끈오븐 2호가 들려있었어요.
"역시 그게 문제였군요?"
"아아, 믹스군. 빵은 사 왔어?"
"여기요. 아직 따뜻해요. 하지만 이렇게 계속 바깥에 두면 금방 식을걸요."
믹스씨가 가득한 빵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말했습니다.
"아, 그렇지."
티백씨가 손을 까딱이자 시간이 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븐의 개구리처럼 생긴 모습의 등부분이 열리면서 시커먼 것이 튀어나왔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가루가 뭉친것이었고 그 가루가 넓게 퍼지며 집의 모양을 이루었습니다. 마치 안개나 연기가 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잠시 후, 믹스씨와 티백씨는 치밀하게 어질러진 오두막 안에 서있을 수 있었습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믹스씨는 말을 꺼내며 발을 디딜곳을 찾아 발을 옮겼습니다. A포인트라 부르는 책과 자동차모형과 '넣으면 낚이는 낚시대'의 설계도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부분이었지요.
"아니, 너무 늦는 것 같아서 따끈따끈 2호를 실험해봤지."
"너무 늦는것과 실험이 무슨 상관인데요?"
"배가 너무 고팠어."
"집은 왜 없어진 건데요?"
"따끈따끈 2호가 필요한 열량을 얻기 위해서 주변의 것을 입자분해시켜서 빨아들여 압축한거야."
태연하게 말하는 티백씨를 보며 믹스씨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주변'의 범위가 어느정도죠?"
"반경 30m정도?"
"반경 30m정도를 입자분해해서 초토화시켜 버리는 게 고작 0.2룬으로 가능해요?"
"믹스군."
티백씨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저 포즈는 자신의 업적을 자랑스럽게 말할 때 취하는 포즈였고, 믹스씨가 가장 두려워하는 포즈였습니다. 저 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대부분 감당이 안됐거든요.
"이 작아보이는 따끈따끈 오븐 2호 안에는 말이야, 80000배짜리 룬 증폭 마법진을 숨겨뒀어."
믹스씨의 머리가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0.2X80000=? 계산은 금방 끝났습니다.
"자동차 160대를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왜 오븐에다가 집어넣은거에욧!!"
"왜 소리를 치고 그래."
"그거 제대로 정신박힌 사람이라면 무기로 쓸 물건이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뢰라는 것보다도 더 살상력이 좋잖아!"
티백씨는 실망한 표정이었습니다. 하긴 보통 그 크기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기에 왠만하면 사용되지 않는 증폭마법진을 양 손으로 들 수 있는 기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그것도 80000배라는 정신나간 효율을 가진 녀석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분명히 대단한 일입니다.
"그건 그렇고,"
티백씨의 슬픈 눈을 피하며 믹스씨가 말을 돌렸습니다.
"입자분해라면서 용케 멀쩡하시네요."
"앗차 싶어서 순간적으로 외부에서 오는 모든 물리력을 차단했거든. 내 몸을 지키는 것도 간신히였어. 한 순간만 늦었어도 골로 갈 뻔 했지. 하하."
"조금전에 저랑 같이 있을 때 실험해보자고 하지 않으셨나요오?"
믹스씨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금은 자기 몸 지키는 것도 간신히였다, 라고 말씀하신 건가요오?"
"미..믹스군? 무섭게 왜이래?"
"죽을 뻔 한거잖아요! 이번에야말로! 오늘에야말로!"
울부짖는 믹스씨의 머릿속에는 지난 몇년 간 하루가 멀다하고 겪어온 죽을 뻔 한(티백씨는 인정하지 않는)일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에이, 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러면 된거지 뭐."
티백씨는 얼렁뚱땅 화제를 돌렸습니다.
"배고파, 점심먹자."
순간적으로 충격을 너무 많이 받은 믹스씨는 정신적으로 지쳐있었습니다. 티백씨의 말을 듣고 보니 배가 고픈 것도 같았지요. 고개를 돌리니 티백씨가 이미 식사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믹스씨의 눈에는 그만 징징거리고 먹기나 하라는 것으로 보였지요.
"음, 역시 프림 아주머니네 빵이 최고야."
"오늘 하신 말씀 중에 유일하게 옳은 말 같네요."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많이 사왔어?"
"아주머니가 덤으로 몇 개 더 주셨어요."
"다 못 먹을 것 같은데?"
"뒀다가 다음에 먹으면 되죠."
"그러면 말라비틀어지겠지?"
순간, 둘 사이에 잠시 적막이 흘렀습니다.
"말씀하시는 의도가 뭔가요?"
믹스씨가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며 물었습니다.
"따끈따끈 오븐 2호 말이야, 한번만 더 실험해보면 안될까?"
"안됩니다."
대답까지는 0.1초도 채 걸리지 않았지요.
"한번만."
"안됩니다."
"한번만."
"안-됩니다."
"따아아아악 한번만."
"아아아안됩니다."



"딱 한번만입니다?"
"마법진도 교체했으니 두 번 하면 안될까?"
"안됩니다."
두 남자는 집에서 50m쯤 떨어진 숲 속에 따끈따끈오븐 2호를 내려놓았습니다. 제발 실험해보고 싶다는 티백씨의 억지에 믹스씨는 그렇다면 마법진의 출력을 8배로 줄이고 먼 곳에서도 작동 가능하도록 만들면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티백씨는 투덜거리면서도 개조를 마쳤고 프림 아주머니가 만드셨던, 한때는 따끈따끈하고 촉촉했지만 지금은 딱딱하고 볼품없이 마른 빵을 오븐에 넣은 채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오븐에 연결된 작동선을 조심스레 풀며 멀어지는 모습은 마치 폭발물을 다루는 모습과도 비슷했습니다.
"준비됐지?"
"예."
오븐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나란히 나무뒤에 숨어있는 두 남자의 모습은 결의에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두려운 나머지 개구리의 등부분을 멀리하고 얼굴 부분을 바라본 채였죠.
"가동한다. 3, 2, 1."
카운트다운을 세는 티백씨의 얼굴은 마왕과의 결전을 다짐한 용사의 얼굴 같았습니다.
"작동."
티백씨의 손이 작동버튼을 눌렀고 작동명령은 조작장치에 연결된 선을 타고 오븐을 향해 달렸습니다. 오븐의 등이 열리고,
숑-
역시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반경 10m에 달하는 숲이 가루가 되어 빨려들어갔습니다. 바로 코앞에 있던 나무의 반이 사라져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습니다.
"스승님."
먼저 입을 연 것은 믹스씨였습니다.
"응."
"제 말 안들으셨죠."
"아냐, 줄였어."
"얼마나 줄이셨어요?"
"8000배 짜리로 바꿨는걸."
믹스씨의 머리가 다시 움직였습니다. 0.2X8000=? 사실 계산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믹스씨가 허락한 건 8배 짜리 마법진이었으니까요.
"우리 이번에야말로 죽을 뻔 한거죠?"
"아니, 아무렇지도 않잖니. 안전했어."
"저거, 제 눈앞에서 부숴주세요."
티백씨는 아까워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빨.리.요."
"하는 수 없지."
티백씨가 입맛을 다시며 발을 떼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븐의 개구리 입이 철컥 소리를 내며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연기를 모락모락 내는 빵이,
발사되었습니다.
엄청난 굉음을 내며 날아간 빵은 티백씨와 믹스씨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기 지나가며- 나무들을 뚫고 날아가 오두막에 명중했습니다. 나무들이 차례차례 쓰러지고 오두막이 작살나는 모습은 차라리 아름다웠습니다.
"믹스군."
"예."
"이번엔 좀 위험했던 것 같구나."
"예."
흙먼지가 날리고 오두막의 파편이 사방에 흩날리는 것을 보며 믹스씨는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카세트씨에게 이번엔 뭐라고 사과를 해야할까에 대한 변명의 말들이 정신없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덧. 뭐랄까, 만담은, 개그물입니다? 죄송해요(후다닥)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9:11:23 

 

상병 김형태 
  아.....어려워요... 
곱셈만 있을뿐인데 글전체가 어려워 보이는군요, 
다시한번읽어봐야겠습니다 2009-01-14
18:48:39
  

 

일병 송기화 
  에에, 하나도 안어려워요. 
그나저나 또 서버오류가 있었어요! 
이거 송기화 초능력설이 점점 신빙성을 얻어가는군요(오호-) 2009-01-14
19:16:38
  

 

일병 이상훈 
  정말 재밌네요 !! 2009-01-14
21:03:59
  

 

병장 김민규 
  서버 다운만은, 제발요(울음) 2009-01-15
02:45:04
  

 

병장 이동석 
  푸하하하, 건빵을 따끈따끈 베이커리로 만들어줄 따끈따끈 오븐이 갖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빵 한번 먹으려다가 정말이지 골로 가겠군요. 

송기화 초능력자 파문- 2009-01-15
06:25:52
 

 

상병 차종기 
  아아 - 불쌍한 믹스씨. 티백씨는 좀 더 우려야 겠는데요. 

그나저나 기화효과는 대단하군요, 2009-01-15
09: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