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담배와 멋 사이에서
상병 김무준 2008-10-07 04:36:14, 조회: 366, 추천:0
우선, 타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렸던 글임을 알립니다. 고로, A/S 하나도 없습니다.
요즘 담배가 부쩍 늘었습니다. 기껏해야 두어달에 한 대 정도 피던 담배가 7월 부터 확 늘더니 요즘은 일주일에 두세갑 정도 피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담배가 말보로 레드라는 사실. 군디스 하루 한갑 피는 만큼 몸에 안좋을거라 계산하고 있지만 일단은 피고 봅니다.
주위에서는 한 번 끈었던 담배인지라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지 않느냐고, 끊어버리라 말하는 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군대 오기 전에 담배를 끊었다 올 4,5월 쯤 부터 다시 피고 있습니다. 하암.
요즘에는 담배의 실루엣만 봐도 그게 참 섹시해 보이니 외로운건지, 담배에 미친건지 모르겠습니다.
시작합니다.
-제목만 그럴싸 하지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담배를 피기 시작하는 게 언제부터 일까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학생 때가 제일 많지 않을까요. 또래의 친구들이 담배를 피기 시작하는 때도 딱 그 시점부터죠. 글쟁이 역시 중학교 때 담배를 배웠고, 시간이 흐른 지금도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담배라는 게 참 끊기 힘든 녀석입니다. 잊었다 싶으면 손에 들려있고 나도 모르게 불을 붙일 때가 많습니다.
누가 뭐라 핑계를 댄들 청소년 시절 피는 담배의 70%는 호기심이요, 30%는 멋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 사랑에서 오는 스트레스, 자신을 둘러 싼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를 배웠다고 툴툴거려도 따지고 보면 호기심 탓일 겁니다. ‘이거라도 피우면 좀 괜찮아질까? 다들 그렇다던데.’, ‘그 작은 작대기가 뭐 그리 대단하기에 술만큼 자주 찾는 걸까.’ 근데 막상 배우고 나면 이 작은 녀석이 주는 효과가 굉장하죠.
중학생 때부터 담배를 폈습니다. 바람 잘날 없던 질풍노도의 시기였던지라, 담배를 펴야할 이유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라고 생각하지만 제 동생 놈이 만약에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복날 개 패듯이 패줄 생각입니다.) 고교시절까지 이어졌지만 날로 조여 오는 스승님들의 압박에 끊어버렸습니다. 나무젓가락, 페트병, 볼펜몸통, 로션, 가글 다 써봤지만 소용이 없더군요.
많은 애연가들이 주장합니다. “담배를 피우는 남자의 손만큼 섹시한 건 없다.” 실제로 의외라 생각할 만큼 적지 않은 여인네들이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제 남자친구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죽을 만큼 싫어하면서, 그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곤 합니다. 왜일까요? 담배를 태우는 남자의 모습이 멋져서는 아닐 겁니다. 연기를 내 뱉으며 무언가 고민에 찬 표정으로. 고독을 씹으면서 말없이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이 멋져서겠죠. 안개와 연기만큼 신비한 매력을 가진 것도 없으니까요. 조금씩 타들어가는 담배에는 왠지 모를 씁쓸한 아름다움이 담겨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이지만.
<은제 지포 라이터를 갖고 있어서 멋져 보이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부는 속에서도 담배에 불을 붙일 수 있기에 멋져 보이는 것이다.> 바람 속에서 담배를 태울 수 있기에 멋지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오는 걸까요. 이 말에는 흡연이라는 행위가 멋지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담배라는 놈을 떠올려 보면 양반들이 점잖게 앉아 곰방대를 물고 있는 게 그려집니다. 어떻게 보면 담배는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Cigarette 이란 단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쿠바산 시가’에서 유래된 건지 아니면 담배 자체를 시가(Cigarette)라 불러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도 궐련이라 하면 담배를 정말 좋아하는 상류층 영감들이 피는 거라고 생각하죠.
담배를 배우기 시작하는 이유도 굉장히 비슷하겠죠. 예전에만 해도 담배는 잘나가는 녀석 (이라 쓰고 양아치라 읽습니다.)들의 전유물이었고 글쟁이 역시 청춘의 암흑기인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지라 담배를 배우고야 말았습니다. 음. 이제껏 글쟁이가 대학을 안간 원인은 술이라고 생각했는데 학생시절 피워대던 담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술 마시고 담배 필 시간에 공부를 했다면 여자 친구가 바뀌어도 수십은 바뀌었을 텐데.
담배를 피우면 이런저런 요인으로 수분이 부족해지고, 피부가 마르면서 노화가 빨라진답니다. 기미, 주근깨, 여드름 등의 각종 트러블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구취, 치석 등도 생긴다죠. 손에는 니코틴이 껴서 옷이고 몸이고 냄새가 배고. 글쟁이는 담배냄새가 싫어서 담배를 끊어버렸습니다. 옷이고 몸이고 자꾸 담배냄새가 배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담배를 끊지 않으면 우리 사이를 끝내기 전에 네 손가락부터 끊어버리겠다던 여자친구분의 협박도 있었고. 그렇게 한 3년 가까이 담배를 끊었습니다. 근데 상병 쯤 되고나니까 다시 피게 되더군요.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군디스는 죽어도 안 피기에 자주 피지는 않습니다만.
솔직히 이야기하면 담배를 끊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달을 보며 운동장 담벼락에 앉아 유재석을 닮았던 그 친구 녀석과 담배를 피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신다고 해서 지금 내가 처한 이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럴 시간에 차라리 내 문제를 해결해야지, 이렇게 연기나 내뿜는다고 변하는 건 없다.> 지금도 습관처럼 담배를 피지는 않습니다. 잊어버리고 싶은 씁쓸한 기억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때 잠깐하고 말아버립니다.
고독에 찬 모습이니 우수에 젖은 모습이니 하는 건 짬호랑이한테 다 줘버리고 후딱 끊어버려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매일 돛대를 필 때 마다 중얼거립니다. 이걸로 마지막이야. 이걸로 마지막이야. 며칠이 지나면 이젠 첫 담배가 손에 들립니다. 또 중얼거립니다. 이번 갑이 마지막이라고.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7
13:55:49
병장 고은호
저는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제 절친한 동기는 자칭 애연가 입니다.
끊으라고, 끊으라고 주변에서 압박을 그리 넣는데도,
결국은 숨어서라도 피우더군요.
결국 포기했습니다.
'밥 사먹을 돈은 없어도, 담배 살 돈은 있다.' 라는데
뭐라고 하겠습니까...
이미 담배는 그 녀석의 일부인 모양입니다. (쓴웃음) 2008-10-07
07:18:56
병장 어영조
아, 지금 금연중인데 정말 힘드네요..(울음) 2008-10-07
09:18:45
상병 최광준
태어나서 한번도 그 녀석을 물어보지 않아서 그런 진 몰라도
담배피우는 모습이 멋져 보일 때가 있긴 있습니다. 2008-10-07
10:39:20
병장 이동석
미필적 고의에 의한 금연, 일주일쨉니다. 아침 공기가 참 맑군요. 허허허. 2008-10-07
11:02:52
상병 김무준
에쎄는 정말 입맛에 안맞는군요. 택배로 오기로 한 말보로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중... 2008-10-07
15:03:48
병장 김태형
지금은 없는 여기있던 한 친구는 하루에 한갑은 갈아 치운 것 같습니다.
각종 담배로... 비흡연자 입장에 서면 냄새를 좋든 싫든 맡게 되는데 한번에 두세대씩 피우고 오니까 '불냄새'가 나더군요. 하하하 무슨 파이어뱃인가 했어요.
냄새 배는게 너무 싫은 저는, 담배 하나를 제대로 피워보곤 바로 입에서 떼었습니다.
그 뒤론 안펴요. '탈수' 증세와 '담뱃내'는 제겐 치명적인 네거티브였거든요.
흥흥, 하지만 몸에 맞는다고 생각하면 피워도 좋아요. 좋다구요~ 2008-10-07
17:31:42
병장 윤夏
2일째 금연중...
60일만 금연 할려는데 ...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듯... 2008-10-08
16:2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