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내 꿈이 있는 별로 향할 로켓은 내가 직접 설계한다.
병장 오영석 2008-10-26 11:09:11, 조회: 159, 추천:0
//대학내일에 수능특집호 원고를 공모한다는 글을 보고 전공선택 이라는 주제로 제 이야기를 한번 써봤습니다. 수험생들이 본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는데 정작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대학내일에 실린다는 기대는 없지만... 여튼 오랜만에 길게 글을 한번 써봐서 올려봅니다. 누가 보겠지 하고 쓴글인데 저혼자 보기엔 민망해져서 말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에 다녀 온 이후 우주인이 꿈이라고 말하는 어린이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우주과학이란 전공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06년도 내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우주에 관한 일반인의 관심은 그저 그런 상황이었다. 친구들은 우주과학과라는 곳에서는 뭘 배우는 거냐고, 전망이 좋아서 밥벌어먹고 살수는 있느냐고 물어보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그럼 이제 부터 내가 우주과학과라는 학과를 어떻게 택하게 되었는지 나의 대학 지원기를 한번 소개하려고 한다.
-. 나의 꿈은 배치표 000점 대학?
나의 고등학교 시절 과학반활동과 학생회 활동으로 나름 활발하게 학교생활을 했지만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진학이라는 문제에 대해선 4년제 대학 어딘가 가면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컸다. 그러던 중 고2 겨울 선배들이 수능을 끝마치고였다. 내가알던 한 선배는 좋은 수능 점수를 가지고도 도대체 어떤 학과를 가야하는지 배치표를 보며 고심하고 있었다. 졸업할 때까지 내가 무엇을 했으면 좋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단 것이었다. 결국 선배는 점수를 좀 더 높여 더 좋은 학교를 가겠다며 재수학원을 등록했고,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우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찾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곤 나의 어린 시절 꿈이 생각났다.
초등학교 시절이었을 것이다. 미국 NASA에서 패스파인더호를 통해 화성으로 보낸 소저너가 화성 영상을 보냈고 이는 곧 전 세계 TV를 통해 전달되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통화 하는 것도 신기할 따름인데, 지구가 아닌 깜깜한 하늘 위 우주저편에서 도착한 사진은 단숨에 어린 시절 나의 꿈을 NASA의 우주탐사로봇 연구원으로 만들었다.
-. 우주탐사로봇을 만들려면 어디로 가야하지?
우주탐사로봇을 만들려면 NASA에 가면 되는데 대학은 어디로 가고 무슨 전공을 해야 하는지 도대체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찾은 것이 한국의 NASA인 항공우주연구원(KARI)이었다. 항우연의 홈페이지를 통해 항공, 위성, 추진체등의 분야로 나뉘어 많은 관련부서로 이루어진 이곳에서는 전자, 기계, 항공, 천문, 물리, 수학 등 많은 전공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연구원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연구를 하고 로켓, 인공위성 등을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KARI스쿨이라고 청소년을 위해 따로 만들어져 있는 페이지를 통해 우주와 로켓, 인공위성과 같은 주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내가 일하고 싶은 곳, 되고 싶은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공계열 대학 중 전자공학이나 천문, 물리학과 같은 관련 학과에서 공부하고 석사 이상의 학위를 따야 되겠단 생각이 어렴풋이 자리를 잡아갈 수 있었다.
-. 대학 입학원서 쓰기
이렇게 대략적으로 내가 갈 분야에 대해 틀이 잡혀 나가니 현실적으로 내가 진학 할 수 있는 학교와 학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고려해야 할 사항은 두 가지로 압축되었다. 한 가지는 내가 가진 실력의 평가였고, 다른 한 가지는 내가 지원할 학교를 찾는 것이었다.
우선 나에 대해 파악해 보았다. 당시 나의 내신 성적은 상위권에 속했지만 모의고사 점수는 기대이하의 성적이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는 학생회장활동을 한 것과 과학반활동을 활발히 했다는 것이 나의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었다. 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수능보다는 수시모집에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시모집 지원을 전략으로 삼았다. 그리고 나정도의 내신점수와 모의고사를 가진 선배들이 합격했던 대학들을 파악해 보았다.
학교선택은 각 학교의 홈페이지의 학과소개를 참고했다. 모든 대학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학과별 홈페이지가 있다. 그리고 그곳을 살펴보게 되면 학교, 학과의 연혁과 졸업생들의 진로, 앞으로 학교에 다니면 어떤 과목의 수업들을 배우고 공부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잘 나와 있다. 더불어 선생님․선배들이 경험한 생생한 현장조언을 더해 가고 싶은 대학의 목록을 이유와 함께 적어 보았다. 그리곤 지원하고 싶은 학교의 목록을 5~6개로 압축했다.
나에 대한 파악과 지원하고 싶은 학과의 선택이 끝나니 원서를 쓰면 되었다. 관심 있는 학교는 많았지만 학교별로 지원요건과 합격 가능성이 달랐으니 가장 가능성 있는 학교 3곳을 선택하기로 했다.
① K대 전자공학부 : 오랜 학교역사와 기업의 후원이 많은 학교로 실력 있는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 내 실력 보다는 조금 높은 지원이지만 논술시험을 보니 가능성 있음.
② S대 공학계열 : 공학계열로 들어가 1학년 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 이후 학과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음. 성적과 자기소개서로 2배수 우선선발 뒤 토론면접으로 자기소개서에 강점을 보일 수 있고, 나와 비슷한 성적대의 선배들이 진학했음.
③ 경희대 우주과학과 : 천문학을 주로 배우는 학과로 같은 단과대학에 전자공학과가 있어 복수전공이 유리할 것으로 보임. 항공우주연구소등 우주관련분야로 진로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전자공학만을 전공하는 다른 학교보다 장점이 많음. 특기적성 시험이 있고, 구술면접이 있으며 리더쉽 전형으로 장점을 살릴 수 있어 합격이 안정적임.
이렇게 3개의 학교 중 한곳은 상향지원을 나머지 두 곳은 안정 지원으로 택했다. 선생님․친구들과 그 자리에서 성적에 맞춰 배치표를 보고 내가 다닐 학교를 택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조언을 충분히 듣고 내가 직접 결정한 사항이어서 합격 여부를 떠나 후회는 없었다.
-. 대학입학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
그렇게 지원이 끝나고 05년도 여름방학은 논술․면접과 함께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개학 뒤 난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에 합격 했고, 2006년도 3월 꿈에 그리던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후 나와 비슷하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온 동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꿈을 가지고 시작한 대학생활은 그러나 1년 정도 지나니 많은 고민을 던져주었다. 쉽게 주어진 자유에 술에 몸을 맡기기가 일수였고, 금방이라도 직접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종착점이라 생각했지만 시야가 넓어지고 전문분야에 대해서 알아가다 보니 이곳이 바로 출발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이 많아질 때쯤 난 잠시 군대로 도피할 수가 있었다.
-. 내 꿈이 있는 별로 향할 로켓은 내가 직접 설계한다.
최근 미국엔 인공위성 사진을 이용한 구글어스 지도서비스와 함께 지붕광고 시장이란 것이 생겨났다고 한다. 또 GPS기술을 이용한 네비게이션과 핸드폰이 보급되고 발전하는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체기술로 유인우주선을 만드는데 성공했고, 일본은 국제우주정거장에 일본만의 모듈을 쏘아 올리며 우주 공간에도 국경의 개념을 도입해야 된다는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디어 우주인이 탄생했고, 나로 우주센터가 완공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이 내가 군대에서 보낸 2년이라는 시간동안에 새롭게 나타난 결과란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앞으로 우주관련 분야는 누가 어떻게 생각하고 설계하여 길을 만드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09년도 이글을 읽고 있을 수험생들과 함께 나 역시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될 것이다. 물론 상큼한 신입생과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다는 복학생의 입장으로 만나게 될 테지만(울음) 공통분모는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하고 만들어나갈 대학생이 된다는 것이다.
우주로 나갈 로켓의 설계도를 그리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의 꿈을 향한 로켓의 설계도를 그려나간다면 언젠가 꿈이란 별에 도착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수능특집호를 보는 수험생들은 이미 그 설계도의 첫 장을 시작했다고 본다. 모두의 건승을 빌며 나의 이야기를 마친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44:58
상병 양순호
맞아요. 세상이란 지금 이 순간에서도 바뀌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바뀌고 바뀌다 보면은 본래 프레임만 남아있고 살덩어리는 전혀 다른걸로 바뀌고 있겠죠.
결국엔 수능이죠. 점수죠. 뭐 있나요. 허허. 2008-10-26
12:09:10
병장 이동석
전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을 못해봐서 절대 못 쓸 글입니다.
전 꿈에도 그릴만한게 없는 모양.
그런데 대학내일, 학교가면 복도에 깔아놓은 그 신문말인가요? 수험생들도 보는모양이네요? 2008-10-27
00:32:12
병장 정병훈
어익후. 저도 응모같은거 한번 해보고 싶네요. 낄낄 잘 봤어요.
그나저나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 휴- 2008-10-27
20:2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