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낭비적 경쟁의 부작용  
병장 정영목   2008-07-16 07:38:26, 조회: 183, 추천:0 

일반적으로,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분명 어느 정도 사실이다. 능력이 없거나 군살이 많은 이는 결국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므로, 경쟁 체제의 도입은 사회 전반적 규모에서 낭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경쟁이 과도하게 진행될 경우 오히려 더 큰 낭비가 발생한다는 점 또한 기억해야 한다. 10차선의 도로를 통해 10만대의 차량을 가능한 빨리 보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먼저 도착하는 이에게 엄청난 인센티브를 주는 신자유주의류의 경쟁 논리만으로는 최적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는커녕,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과속 운전이나 끼어들기로 인한 각종 사고, 덩치 큰 차량의 무절제한 운전으로 인해 도로는 그야말로 지옥이 될 것이다.

이것이 함의하는 바는 명확하다. 경쟁만으로는 안 된다. 경쟁은 어떤 합의, 그리고 그 합의를 믿을 수 있는 사회적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이다. 10만대의 차량을 가능한 빨리 보내기 위해서는, 최고 속도를 제한하고 끼어들기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규제를 시행해야 하며 승자 독식이 아닌 폭넓고 다양한 인센티브제 등 파국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비슷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정치 뇌물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뇌물 방지법 같은 제제 수단이 없으면 정치 권력은 결국 뇌물 경쟁에서 승리한 정치가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뛰어난 능력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이에게 정치를 맡기는 것이 최고의 정치적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일까? 분명 아니다. 정치적 힘은 청렴하고 헌신적인 인물이 획득해야 한다. 경쟁 논리만으로는 진정한 효율성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대목이다.

냉각수가 없는 엔진은 파멸할 뿐이다. 경쟁만이 효율성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근래에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논의에서 이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9:32:45 

 

병장 이동석 
  오 경쟁만능주의자들에게 응침을 날려줄수 있겠습니다. 오늘도 역시 상큼한 글 감사합니다. (웃음) 2008-07-16
08:26:07
 

 

상병 박문희 
  10차선에 십만대라~ 실제 우리사회도 그와 비슷한거 같아요.뒷차량은 보이지도 않을만치 앞에서 출발하는 차량이 월등히 우월한 등수로 완주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니까요. 뒤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든 돌아볼 필요도 없지요. 
10만차선의 출발점에서 동시에 출발해서 10차선까지 가는 도로, 가능할까요?(웃음) 2008-07-16
10:52:59
  

 

병장 이동석 
  10차선 10만대의 비유는 정말이지 나와라 가제트 만능팔 정도 느낌입니다. 2008-07-16
13:02:17
 

 

일병 이동열 
  합의가 전제된 경쟁!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꾸벅) 2008-07-16
13:25:59
  

 

병장 정영목 
  이 주제와 관련해서 하나 덧붙일 게 있다면, 

"지킬 건 지켜야죠." 라는 말보다는, 
"바꿀 건 바꿔야죠." 라는 말이 현 상황에서 더 필요하다는 것. 

지금은 경쟁룰을 지킬 때가 아니라 경쟁룰을 바꿀 때입니다. 2008-07-16
15:09:55
  

 

병장 이동석 
  바꿀건 바꿔야죠! 2008-07-16
16:26:15
 

 

병장 이태형 
  예시가 정말 멋지네요. 
아주 잘 읽었습니다. 2008-07-17
08:5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