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고양이영토 後.  
병장 전승원   2008-09-10 09:40:49, 조회: 157, 추천:0 


  깡똥꼬리 녀석이 요즘 보이질 않는다. 평소에 누워자던 그 자리에도 없다. 날이 좀 쌀쌀해졌다고 벌써 어디로 들어가 버린건가? 라는 생각에 녀석을 찾아보려 건물 주변과 산 일대까지 봤지만, 녀석은 보이질 않는다. 어디로 간걸까?

  어제 밤에 이 건물 주변에 올 일이 생겨 찾아왔었다. 마침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난 튼튼한 깡똥꼬리 녀석이 울음을 낸거라 생각하고 녀석을 찾아보았다. 맙소사- 녀석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녀석의 덩치와 맞지 않는 작은 울음소리라 찾기도 더 힘들다. 깡똥꼬리가 크게 다친거일까 생각해 찾아봤지만, 녀석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제 포기하고, 쉼터로 내려가려는 순간. 작년 이 건물의 주인인 [ 황갈색 줄무늬 모녀 ]가 다시 돌아와 있던 것이다. 어린 녀석도 이제는 다 커서 성인-고양이였다. 이제는 [ 황갈색 줄무늬 듀오 ]가 된거였다. 녀석들이 돌아왔다는 말은, 깡똥꼬리가 자리를 빼았겼다는 소리였다. 아- 아찔하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차디찬 겨울 속에서 자신을 단련하던 깡똥꼬리가 머릿 수에서 밀렸나보다. 아무리 강하다 한들, 두마리가 영역을 꾸준히 침범해 온다면 관리가 불가능 했나보다. 나는 더이상 볼 수 없게된 깡똥꼬리에 대한 애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울음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다친 깡똥꼬리가 아닐까 자세히 봤다. 맙소사- 한 고양이가 있었다. 검은색 줄무늬에 영락없는 깡똥꼬리였다. 하지만 그 크기는 이제 막 눈을 뜬 어린 녀석의 크기였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게 틀렸다. 깡똥꼬리는 황갈색 듀오를 i아내지도, 해치지도 않았다. 녀석이 겨울동안 얼어붙은 산에서 수련을 한건 건물의 소유권을 빼앗기 위함이 아니였다. 녀석은 남자가 되길 위해 그렇게 눈 속에서 자신을 단련한 것이다. 고양이 영토 규정으로 따진다면, 깡똥꼬리와 황갈색 듀오는 다른 대륙의 고양이였다. 하지만 깡똥꼬리가 성년이 되고, 황갈색 듀오에게 남자로서 정식으로 찾아온 것이였다. 그리고 녀석은 황갈색 듀오가 새끼를 낳아 어느정도 클 동안까지 자신의 영역과 황갈색 듀오의 영역을 순찰하며, 다른 고양으로부터 두 대륙과 영토를 지켜낸 것이였다. 밤잠까지 줄여가며, 낮잠의 위험성도 무릅쓰고 녀석은 자신의 아내와, 장모, 새끼들을 위해서 일 한 것이였다. 녀석의 졸린 눈에 담겨진 피로는 그 때문이였을까?

  지금의 깡똥꼬리는 자신이 몇개월 동안 살았던 곳보다 못한, 자신의 대륙과 영토로 돌아갔다. 황갈색 듀오는 자신을 쏙 닮은 황갈색 두마리와 깡똥꼬리를 닮은 검은색 한마리를 키우고 있다. 아마 다음 해, 이 건물의 주인이 될 녀석들이겠지. 녀석들이 아버지인 깡똥꼬리의 두둑한 배짱을 닮아, 당돌하기까지 멋스러운 녀석들이 되었으면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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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발 : 고양이영토에 관련된 글을 쓰기 전에 깡똥꼬리가 사라진 적이 있습니다. 평소와 순찰 경로를 다르게 해서 다니는가 생각했는데, 평소에 낮잠을 즐기는 장소에도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제 깡똥꼬리가 사라진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고양이영토]란 글을 쓰자마자 발견하게 될 줄이야. 이제는 다시 못볼 깡똥꼬리와 그 자식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7
14:36:53 

 

병장 이동석 
  살아있군요. 허허. 2008-09-10
10:12:51
 

 

병장 전승원 
  네, 아주 건강하더군요. 사나이 깡똥꼬리가 잘 지켜줬나봐요. 2008-09-10
10:13:18
  

 

병장 이재민 
  저희도 '토리'라는 촌스러운 이름의 고양이를 키웠었는데 
생긴건 가필든데 성격이 지 주인 닮아 순하니 아주 귀여웠죠 
디룩디룩 살찐게 귀찮게 굴어도 야옹 소리 한번에 반항도 안하고 

너무 디룩디룩 살쪄서 딴데로 팔려가더니 
부대안에 고양이가 없는 터라, 반강제로 자신의 아버지와 맺어지는 상간의 고통을 겪고 가출했더군요 
자기닮은 줄무늬 짬타들만 남기고 2008-09-10
13:54:08
  

 

병장 이동석 
  인간으로 치면 끔찍한 일입니다만, 

새장속의 십자매가 개체수를 그렇게 징그럽게 늘릴수 있는건 
음, 아무리 저라도 좀 부끄럽긴 하지만, 
부모고 형제고, 조부모고 자식이고 후손이고 뭐고 닥치는데로 교미를 하는데에서 기인하더군요. 청교도적이신 어무니께선 차마 그 참상을 보고 계실수 없어 격리를 시켜보았지만, 이미 삼촌이면서 오빠이지만 이젠 남편인 십자매들의 관계를 어찌 판단할수 있었겠어요. 허허. 2008-09-10
14:09:17
 

 

병장 이태형 
  그 사내놈 멋있네. 
..근데 같이 살면 안되는건가요? 
고양이 영토엔 친척 따위는 필요없는건가. 
그렇다면, 모녀지간에도?? 2008-09-10
16:4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