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고놈의 소재주의  
병장 이동석  [Homepage]  2008-08-12 22:19:57, 조회: 290, 추천:1 

고놈의 소재주의




제 고향별 유행어중에 '고놈의 ~~주의'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만 벌리면 고놈의 인종주의, 고놈의 전체주의, 고놈의 마초이즘, 고놈의 학벌주의라고 씨부리면서 일상적인 이야기만 해도 무안 주는 저를 빗대어 만든 유행어인 모양인데, 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이를테면, 
요새 쿠닌들 너무 빠졌으니까 일과 끝나면 완전군장하고 굴다리 밑으로 달려온다.
-마이너 싱하-마이너 싱하횽

이런 명령에 고놈의 싱하주의라거나 고놈의 군기주의, 고놈의 군장주의라고 툴툴대면 됩니다. 싱하횽께서 '너 이 색기 뭐라고 했어?' 라고 다시 겁을 주시면, 살짝 귀엽게 웃으시면서, 고놈의 욕설주의, 고놈의 색기주의라고 말해주면 피아노치는걸로 안끝나겠군요. 

<일주일동안 죽을정도로 피아노 치는 방법 中>, (로리타 콤플렉스 리더, 이동슥) (Fire on 출판)


제 컴퓨터엔 쓰다만 이런 글들이 침대밑에서 썩어가는 정액묻은 휴지만큼이나 널려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퀘퀘한 냄새만 풍깁니다. 오래된 글에 걸린 패스워드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별로 아쉽지도 않습니다. 기껏 길어야 한장, 보통은 서너줄인 생각나는대로 써버린 글을 다시 주어드는건, 화장실에서 휴지가 없을때 휴지통을 뒤지는 짓과 다를께 없습니다.

글을 쓸때마다 그때 마음에 품은 여자와 연관된 패스워드를 걸어둡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여자와 연관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름이 뭐였는지, 전화번호가 어떻게 됐는지, 생일이 언제였는지 하고 되네어봐야 불친절한 워드는 그때 그 여자를 데리고 오지 않는 이상 절대로 글은 보여줄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여자를 생각하며 그 여자와 관련된 패스워드를 걸고 새 글을 써내려갑니다. 키보드를 잡았을땐 일주일만에 죽이는 소설 하나라도 뚝딱 써내려갈것 같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시시해집니다. 모든 자위행위들처럼 허망하게 악취만 남기고 끝났습니다. 결국엔 쉽게 쓰여지는대로 싸갈기고 맙니다. 그렇게 되면 '어머, 사정하면 연애는 안하는데' 라고 말하고 매몰차게 나가버리는 안마방 누님처럼 제가 그 소재를 생각해내며 꿈꾸었던 이상향은 붙잡아봐야 싸대기만 맞을뿐이지요. 저와 제 이상적인 글의 붕가붕가는 합일은 멀고 머언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하나 싸갈깁니다. 제가 댓글을 그리 달아대는건 사실 시간이 많은것도, (많긴 합니다) 책마을을 위해서도, 인간적인 소통을 위해서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저 끊임없이 용두질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소재가 중요한게 아니었습니다. 번뜩이는 소재를 찾아 구천을 떠돌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것입니다. 그건 마치 프루나 가득 쌓인 야동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의 야동을 찾는것이나 마찬가지인 행위 일뿐이었습니다. 나이트에서 부킹을 하든, 길에서 헌팅을 하든, 룸살롱을 가든, 안마방을 가든, 노래방 도우미를 부르든, 초이스에 김태희가 들어오든, 전지현이 들어오든 그런것은 종국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었든, 싸갈기고 나면 그만이니까요. 과정이 어떻든, 상대가 누구든 그건 허망함이 언제 오느냐의 차이일뿐인데 그것에만 사로잡혀 모든걸 털어버렸습니다. 결국 한번 써먹으면 그만일뿐인 소재에 천착하느라 그녀를 잊어버린겁니다.

어디선가 본 댓글이 저를 이리로 이끌었습니다. 신영복 교수의 강의의 핵심은 “머릿 속에서 '천재'라는 개념과 그런 개념을 거론하는 너의 일부를 완전히 삭제하고, 새로 생긴 공간에 '보통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집어넣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이야기는 제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정해왔지만, 저는 어쩔수 없는 ‘천재의 노예’였습니다. 전 언제나 천재란 새로운 것, 기발한 것이며 그것을 따라잡기 위해선 그런 것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그건 결국 주위의 보통사람, 무엇보다 보통사람인 스스로를 부정하는 짓이었습니다. 상투적인 교훈을 말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김태희고 전지현이고 죽이는 소재만을 찾아 진창이고 똥통이고 드나든걸 합리화하진 않겠습니다. 저는 이제 글을 쓸것입니다. 용두질은 그만하면 됐습니다. 

아 글쎄, 지나친 자위는 발기부전과 조루증의 한 원인이 된다고 하더라니까요.






-'횽'이라는 단어의 영향으로다가 그 뒤 내용이 삭제되었더군요. 다시 복구 합니다. 2008.08.27-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48:31 

 

상병 강수식 
  음음.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읽다가 문득 이동석님이 생각나서 
책마을에 왓는데 때마침 이런 글이 있군요(웃음) 

잘 읽었습니다. 많은 것들이 휙휙 지나쳐가는데 섣불리 댓글을 달 수가 없네요. 
조금 더 생각해본 다음에 댓글을 달아야겠습니다. 
댓글로 말을 할 수 있는건 한계가 있나봐요(울음) 2008-08-12
22:40:00
  

 

병장 이태형 
  지우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2008-08-13
07:11:39
  

 

상병 유재영 
  첫글부터 용두질이냐? - 전라도 아귀 2008-08-13
08:20:40
  

 

병장 이동석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했군요. 어흑, 

한글이나 엠에스 워드, 엑셀 파일의 패스워드는 
다른 방법으로는 절대 못 푸는 겁니까? 
해제하는 프로그램도 없나요? 

아 이놈의 기억력같으니, 전 벌써 인트라넷 아이디를 오만팔천번쯤 잊어버려서 패스워드 찾으려고 제가 전화하면 담당자분이 또 너냐고 물을정돕니다. (땀) 
책마을은 매일 들어와서 그나마 안 잊는데, 
지난번 설탕 먹고 들어왔을때 은근 위기였습니다. (열 다섯번만에 로긴에 성공...) 2008-08-13
10:26:26
 

 

병장 이태형 
  해제하는 프로그램 있습니다. 
물론 현재 근무하는 곳에서 사용하면 위규지요. 2008-08-13
11:42:47
  

 

 
  아 정말 쫙쫙 뽑아내시는군요 너무 잘 보고있습니다 2008-08-14
08:58:00
  

 

병장 배민표 
  정말 감칠나게 잘 읽었습니다. 혈액형이 궁금합니다. 2008-08-14
10:33:31
  

 

상병 이동열 
  보통사람도 쉽지 않다지요(웃음) 
살아가는데 적당한 행복과 적당한 고통과 또 적당한 무엇인가를 가져야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느껴지는 나날들입니다- 2008-08-14
10:59:00
  

 

병장 이동석 
  이런 불편한 글조차 잘 읽어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전 아직은 건강한 모양입니다. 아주 그냥 휴지가 안남아나요. (농담) 그래서 머리가 슬슬 빠지는지도 모르겠어요. 

MSG 다량첨가로 혀를 속이는 듯한 음식같은 글을 쓰는 제 혈액형은 A형입니다. 

동열씨는 잘 하고 있는것 같아요. 소통 자주 합시다. (웃음) 
그럼요. 그 누구도, 무엇도 쉽지 않지만 살아봐야할것 같습니다. 2008-08-14
18:35:05
 

 

병장 이동석 
  음...? 

내용이 지워졌군요? 2008-08-17
15: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