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결코 해묵지 않은 화두 끌어내기  
병장 이동석  [Homepage]  2008-06-20 20:00:09, 조회: 295, 추천:0 

이 글은 

<명예의 전당> '김동환(예)- 왜 역사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 그 글에 달린 강성주님과 다른 분들의 논쟁
-><자유게시판> 민경석님의 '명예의 전당에 있는 "왜 역사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일종의 첨언'
->그 글에 달린 민경석님과 김우상님의 댓글 토론
-><자유게시판> 김우상님의 비판에 대한 답변 

을 보고 쓰였습니다.

책마을에서 화두라할만한 것이 등장한지가 오래되어 어설프게나마 화두를 제시하고자 먼지를 뒤집어쓰며 예전 화두들을 뒤적였고, 그나마 가장 최근에 다시 언급되었던 내용이 뭘까하니 민경석님과 김우상님이 논의하다가 뭔가 아쉽게 끝났던 이 소재였습니다.

애초에 김동환님은 시대적 상황에서 입장에서 역사를 다시 말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 했지요.
그 이야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동아시아의 근현대사적 이슈, 민족주의와 영토문제도 물론 언급하셨구요. 이에 다소 감정적인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를테면 간도를 분쟁지역으로 삼아 되찾아야 한다거나 삭제된듯 보이는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댓글이지요. 이에 강성주님은 다소 엄숙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이글의 작성자이신 김동환님 역시 강도높게 대응하시면서 논쟁이 시작되었지요. 물론, 김동환님이 본문을 챙길건 챙겨야 한다고 맺으시며 일정부분 자처하신바도 적잖아보입니다. 

그 당시 논의는 더 진행되었을것으로 보이나 아쉽게도 저는 찾지 못했고, 민경석님은 그 논쟁이 좀 더 격앙되게 촉발된 원인으로 속국이라는 단어로 보신듯 합니다. 민경석님은 속국이라는 단어는 그 시대적 상황과 그 상황에 맞는 담론에 적합한 언어이고, 현재에는 새로운 상황이 도래하였고 새로운 담론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규정하신듯 합니다. 이에 김우상님은 민경석님의 논지에 '민주나 자주로 위장되고 순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유효'하다고 의문을 제기하셨지요.

김우상님과는 이 뒤로 어떤 논의가 이뤄지셨는지 찾아봤지만, 게시판상으로는 흔적이 없는듯 합니다.

그러나
민경석님의 대응은 김우상님의 맥락을 조금은 읽지 못하셨는지 논리의 완결성을 위해 임의적으로 분절한 인식에서 온것인지 김우상님의 언어적 실수나 일부의 오독에만 천착하는것 같아 보여 아쉽습니다.

김우상님은 결국 속국이라는 개념이 현재의 담론에도 유효한 개념이라고 말하고 싶으셨을겁니다. 
김우상님의 댓글중 '민주나 자주로 위장되고 순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유효한 개념'이라는 대목을 놓치셨는지 의도적으로 배제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김우상님의 논의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이 부분을 빼고 무슨 답변을 하신다는건지는 이해가 안갑니다. (그러나 민경석님은 저녁밥드시고 나가셨음)

속국이라는 개념이, 조공국 백성이다가 식민지 백성에서 약소국 백성으로 이어졌던 민족적 기억을 감안하면은 상당히 선동적인 정치적 프로파간다(주장을 선전하는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될듯합니다) 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이를테면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다." 
라는 명제가 있다고 합시다. (가정입니다. 가정)
이 명제를 선전하는 것 만큼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말이 있을까요? 
누구도 이런 명제를 주장하거나 선전하지는 않지만, 이를 전제로 한 정치적 구호는 흔하게 들을수 있지 않습니까? 
"대미종속관계 탈피하여 자주외교 달성하자"라는 말의 전제는 뭐겠습니까?

게다가 속국이라는 말은 일면 민주적인 국제질서에 의해 흘러간 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우삼님의 말처럼 현재의 상황에도 속국이라는 개념은 유효하고 담론의 장에서도 유용한 개념입니다. 

다소 생뚱맞은 인용이지만, 아도르노는 '인류사에서 진보는 없고 변한것이 있다면 투석기가 핵무기로 변한것뿐' 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대하면, 대다수는 가장 어두운 지성에게 반발하며 
민권이 확대되고 인권이 존중되며 생산력도 증가되고... 인류 진보의 증거를 여럿댑니다. 
그런데 이 증거들로 인류의 진보를 말하자니 조금 서글퍼지지 않으십니까?
저 같은 경우에도 그 대목을 누군가에게 전해듣고는 흥분해서 인류 진보의 증거를 나열해보았지만, 
정말로 민권이 확대되었는지, 인권이 존중되기는 하는건지, 생산력이 증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인류중 더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사실인데 정말 인류가 진보하긴 한것일까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엔이 생기고, 영향력있는 국제기구가 만들어지고, 국제적 협력도 이뤄지는것이 사실입니다만,
여전히 국제관계는 힘의 논리에서 자유로울수 없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을 침공하거나 종속적인 관계로 묶어놓거나 불평등한 조약을 체결하기도 합니다.

민경석님은 속국이라는 개념은 18세기, 19세기의 시대적 상황에서의 담론의 장에서나 유효하다고 말했지만, 지금의 상황이 그 시대에 견주어 뭐가 달라졌는지 묻고 싶습니다만, 저녁밥먹고 가셨군요.

민경석님의 흘러가버린 과거, 지금 유효한 현재를 구분하는 인식에도 의문이 드는데,
현재와 과거, 심지어는 미래까지 결코 단절된 것이 아닙니다. 그건 상징적인 의미도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 뭐라는 역사학자의 논지를 따온것도 아닙니다. 

과거, 현재, 미래 즉 시간은 실재하는것이 아니라 실재의 존재 형식일뿐입니다. 

'나'라는 실재를 예로 들때, 십년전의 '나'와 십년후의 '나'는 단절된 존재도, 별개의 존재도 아닙니다. 
다만 '나'라는 존재의 존재형식이 바뀌었을뿐이지요. '나'를 '역사'나 '시대'로 바꾼다면 이해가 가시겠지요.

논거가 다소 빈약합니다만, 좀 더 허술해보여야 책마을 주민들의 거침없는 발언을 더 많이 이끌어낼것 같아서(뻥) 여기까지 하겠습니다.(웃음)

화두를 끌어내는것이 얼마나 어려운일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군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46:30 

 

병장 정연홍 
  흠. 공부 좀 하고 올께요. (글적글적) 2008-06-20
23:05:01
  

 

상병 이태형 
  길게 덧글 썼는데 miner가 쳐들어오는 바람에 알트에프사 신공을 썼습니다. 
간단히 요약해서 이 논쟁에 끼어들기는 커녕 이해조차 못하는 자신의 서글픔을 개탄하는 글이었습니다. 긁적긁적. 2008-06-21
10:08:02
  

 

병장 이동석 
  음, 두분이 그러시면 저는 부끄러워집니다. 
저는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감히 떠들어보자고 한건데요. 

사실 저는 이런 역사 이야기 보다 
소녀시대가 왜 이렇게 예뻐지는건지 
원더걸스는 왜 화장을 꼬따구로 한건지 
전에 설탕먹을때 만난 여자는 왜 전화는 안받으면서 편지는 보내는지 
에 관심이 많은건 사실입니다만,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결코 지식인연한 사람들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담론에 참가할수 있는 라이센스같은게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누구나 완벽히 옳지도 못하며, 완전히 알지도 못하니까요. 
우리가 아는 한도내에서 최대한 이야기하는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물론 다른 사람들의 귀를 기울이는 자세도 필요하겠지만요. 

하긴 지금 상황에선 별 이슈거리가 못되는 문제인지라 
정말로 탁상공론이나 
고담준론이라는 말의 다른뜻을 몸소 실현하는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작금의 화제가 아니라 
좀 더 엄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최대한 감정적이지 않게 이야기 할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흐흐 

제가 잘 뒤져서 좋은 화두 꼭 찾아 내겠습니다. 
누구나 한마디 할수 있는 그런! 2008-06-21
15:56:35
 

 

병장 이동석 
  제가 이 화두가 와닿았던 이유가 돌이켜보니 
중국-티베트 문제를 보며, 민족주의가 들끊는 중국인들을 보며, 
만약에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안이 터지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할까를 생각하다가 
이 글들과 논쟁을 보고 재밌게 본듯, 잊어먹고 있었네요. 

어쨌거나, 
전체주의는 언제나 무시무시하군요. 2008-06-21
20:27:08
 

 

상병 이태형 
  기준이 다르네요, 기준이.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 라는 기준이. 
으악. 
헛소리를 해서 지적받을까 두려워 아무 말도 못하는 1人이었습니다. 2008-06-22
19:45:49
  

 

병장 장재혁 
  태형//그럴때는...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하면 되는거죠. 쿨럭.. 2008-06-23
07:44:07
  

 

병장 이동석 
  태형// 누구나 헛소리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흐흐. 
저도 까일 준비하고 어금니 꽉 깨물고 들이댔는데 
아무도 안 날려 주셔서 헛소리는 대꾸도 안해주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무플이 최고의 대응이라니까요. 

재혁// 재혁님이 최곱니다. 진정으로 헛소리를 무화시키는 법을 아시는듯? 2008-06-23
10:34:29
 

 

병장 어영조 
  생물학에서 이야기하는 붉은여왕의 개념이 생각나네요. 
개체의 발전은 배경의 발전으로 인하여 결국 제자리 걸음과 마찬가지이나 
끝없이 나아가야 하는 숙명(?) 

발명은 곧 역발명을 부르는 변증법적 관계말이죠. 

동식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는데요. 
관계의 주체가 변할 수는 있었겠지만 관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어요. 

말씀 그대로 기의를 나타내는 기표가 바뀌었을 뿐이죠. 2008-06-23
14:20:14
  

 

병장 이동석 
  영조// 

'붉은 여왕의 개념' 
참 흥미로운 개념인것 같습니다. 

그 개념에 대해 조금 더 말씀해주실수 있는지요? 
혹은 그 개념을 잘 다룬 책이라도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웃음) 2008-06-23
16:04:10
 

 

병장 어영조 
  동석// 

제목이 [붉은 여왕(the red queen)]입니다.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뭐 설명을 더 드리고 싶은데, 퇴근시간이 임박하여 
내일 자세히 다시 한번.. 2008-06-23
16:51:07
  

 

병장 이동석 
  음, 
영조님 
기다리고 있어요. (울음) 2008-06-26
20:30:50
 

 

병장 오영석 
  최근에 외박나가서 읽었던 책의 내용이 생각이 납니다. 몇년전 고려대 총장이셨던 분이 쓴 책인데 제목은 확실치 않고 한국인으로 시작하는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거기에서 본 글인데 중국주변에 작은 국가로 존재하면서 독립을 유지해 왔던 것은 티베트와 한국 뿐이라고 적고 있었습니다. 이 대국에 대항하여 독립은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티베트는 자연적 환경(실제 티베트를 가게 되면 해발고도가 높아 산소부족을 호소한다고 합니다.)으로 보고 있고, 우리나라는 적절한 사대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대라는 것이 꼭 나쁜 것만으로 비춰지지많은 않았다라는것이 독특한 시각이었습니다. 이소사대 이대소사 작은나라는 큰나라에대한 예의를 갖추고, 큰나라는 작은나라에대한 예의를 갖춘다라는 시각을 알려주었고, 우리나라는 사대를 통해 굴복하는 것이아닌 적절한 속임수를 써왔다라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갑자기 이 글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났습니다. 2008-06-28
07:29:42
  

 

병장 이동석 
  사실 댓글로 달랬는데 
그 글 작성자가 저녁한터에 
그냥 글로 쓴겝니다. 부끄럽군요. 2008-06-30
15:2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