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병장 이동석  [Homepage]  2008-10-29 02:06:28, 조회: 355, 추천:2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위대한 나라의 허망한 기획




솔직히 말해서 좀 질렸다. 악다구니를 질러봐야 꿈쩍도 안 하는 공고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스스로에게 재갈을 물려주는 방법밖에 없다. 이제 그만하면 됐으니 이쯤에서 그만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책에는 길이 없다. 여기서 책 몇 권을 읽는다고 나은 인간이 되리라고 믿는 건 콩 몇 봉지로 아프리카의 기아를 해결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책 몇 권을 읽고 글 몇 개를 쓰고, 몇몇에게 잠깐이나마 이목을 끈다고 해도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몇 마디의 감상이면, 모든 대가가 지불된다. 지불된 몇 푼어치의 관심으로 다시 세우고, 겨냥하고 당기고 발사- 차라리 사정이 낫지. 지겹다.

세계의 밖도 안도 언저리도 경계도 아닌 곳에 서있다. 다만, 거꾸로 서 있을 뿐이다. 다만 담배로 괴로움과 허무함과 슬픔과 뭐 그런 것들을 상투적으로 표현할 뿐이다.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고, 당연하게 취해 자빠지고 나고 일어나봐야 진부하게도 다음날일 뿐이다. 서기 어쩌고 저쩌고로 시작되는 시간의 좌표가 조금 움직였을 뿐 어째서 전날 술에 취했는가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냥 다음날. 결국 그 지독한 허무함을 괴롭게 토해내느라 또 술에 취한다. 하찮은 감상들이 치밀어 오르고 연민과 혐오가 교차하고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자신에겐 무엇보다도 중요한 허망한 것들이 우주에 가득 차는 기분을 느끼며 어느 우주론가의 틈입- 그것은 흡사 범람이었다.

어차피 이것밖에 안 되는걸 어쩌란 말인가. 버러지만도 못하다고 외쳤는데, 버러지가 돼버린걸 어떡하라고. 연민과 혐오는 분노와 울분으로 화하고 살기 위해 자위를 하고 또 부끄러워하고 부끄러워하는 게 역겹고, 역겨움이 가엾어지다가 분노하고 토할 길이 없는 울분이 쌓이고 다시 살기 위해 자위를 하고,

차라리 엄마가 보고 싶었더라면 나았을걸.

아무것도 없다. 알을 깨고 나왔더니 아무것도 없다. 아니, 깨진 알과 기어 나온 남루한 나뿐, 아무것도 없다. 이것이야말로 거대한 알일까. 이번 알은 무한하다. 끝을 알 수가 없다. 차라리 깨진 알로 기어들어가 몸을 웅크린다. 누가 뚜껑 좀 닫아줄 수 없겠나. 차라리 난 골아버리고 말겠다. 삼라만상이 그 부패함에 있다. 모든 것은 썩어 문드러져가고 있지 않은가. 틈입은 결정적으로 배설의 순간에만 이뤄지거나 스스로 생채기를 낼 때만 만들어진다. 소변과 대변은 변기를 통해 정화조에 산란한다. 섞이고 썩기도 전에 똥차와 하수구에 빨려가 소멸하는 나의 전언- 땀과 각질이 빨리며 하수구로 쓸려가고, 정액이 화장지에 묻힌 체로 하수구로 쓸려가고, 상념이 쓸려가고 꿈이 쓸려가고 절망도 쓸려가고 모든 것이 쓸려간다. 어떤 것도 잉태되지 않았다.

차라리 나를 겁간해주었으면, 뒤라도 댈 테니 나를 좀 찔러주었으면, 도끼로 골을 열어 썩은 순두부라도 넣어주었으면, 배때지라도 갈라 쉬어빠진 순대조각이라도 뉘어주었으면, 똥이라도 먹게 항문이라도 핥을 테니 이 세계를 좀 닫아주었으면, 차라리 그랬으면 나는 사랑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것은 미끄러져만 간다. 세상은 닫히지도 열리지도 않았다. 피안의 세계는 사실 피상으로 가득 찼기에 나는 또 알은척을 한다. 피상이라니, 그 얼마나 매혹적인 수사인가, 수많은 피상으로 수 놓인 인두겁을 쓰고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한다. 누구도 보지 못했기에 말하는 것이 아는 것이 되는 세계- 참 사색적이시네요. 실존하지 않는 것들로 이뤄진 실존적 교제-그것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웃으실 테지요.

비틀거리는 존재가 피상으로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알듯 모를 듯, 사실은 관심도 없는 그리고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체로 떠들어댄다. 쓸려 내려간 똥과 오줌과 정액과 땀과 각질들만큼의 자신을 그리워하며, 돌고 돌고 돌아 다시 똥과 오줌과 정액과 땀과 각질을 만들어내는 ‘말’이여-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차라리 아하하하 웃으며 김국환 아저씨의 타타타를 부르자. 갑자기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옛다- 관심

위대한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우주를 틈입하는 모기의 주둥이에 달려있다. 따갑고 간지러운 흡혈의 상징이 부어 오르고 허망함도 부풀어오른다. 개가 짖는다. 외계의 느닷없는 교신에 무관심과 짜증을 억누르고 잘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를 띠면서 잘 알겠다는 말 한마디면, 개소리도 ‘말’이 된다. 어차피 못 알아먹을 거 실컷 짖기나 해보자. 월월, 왈왈, 멍멍-실재하지 않는 실존을 실현하기 위하여 나는 거꾸로 서서 섹스를 한다-이 개자식이 왜 오밤중에 짓고 난리야-깨갱깽깽깽

자진방아를 울려라-







(이 글의 제목은 진이정 시인의 시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와는 연평도의 이동슥과 서울의 송혜교만큼의 관련밖에 없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49:27 

 

병장 김현민 
  연평도의 이동슥님과, 서울의 송혜교만큼이면 엄청나게 
관련있는 거아닌가요? 
책마을신문집 지난 8월호보니 스캔들나셨던데.(웃음) 
좋은글 감사합니다. 아주 잘읽고 갑니다. 
요래조래 스믈스믈 흘러가는 분위기 너무좋아요 2008-10-29
02:48:49
  

 

병장 정병훈 
  이런 느낌을 보고 

탁탁탁 찍- 

이라고 하는군요. 뭐 인생 무상이죠. 2008-10-29
09:18:45
  

 

상병 이우중 
  배설적 단어들이 싫은 것도, 껄끄러운 것도 아니지만 
온전히 글 속으로 들어가는데 어쩐지 약간 걸리는 게 사실이에요. 

누구도 본질을 보지 못했기에 내가 말하는 것이 답이 되지만 네가 말하는 것도 틀린 답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럴듯한 표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게 정답에 가까워지는 길일지도 모르죠. 흠... 

참, 그리고 콩 몇 봉지로 일단 주린 배는 채울 수 있으니까요. 아프리카의 기아는 심각한 문제라 쳐도 일단은 배고픈 자신이 먼저 살고 봐야죠. 허허. 배가 고프네요 그러고 보니. 2008-10-29
10:57:28
  

 

상병 김민규 
  담배 한 대 물 뻔 했습니다. 비록 지금의 내가 허망하고 초라하고 정체해있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알을 깨고 나왔다고 생각한 순간 무한한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그래도 생의 감각에 의존하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석님 인터뷰는, 헥헥거리면 읽는 내내 어떠한 감각인가를 제게 주었답니다. 고마워요, 쓸려내려가지 않게 해 줘서 2008-10-29
11:53:02
  

 

병장 고은호 
  꾸에에에에에엑~!!!! 
무, 무거워요. 압사해 버릴 것 같은데요... 

동석님의 글에서 지금 이 장소를 떠올리게 된다면 그건 제 오독일까요. 

한 참을 바라보다가 아련히 떠오르는 상념의 한 조각은 이 것밖에 없네요.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내가 모른다는 사실만 알게 된다." 2008-10-29
14:14:31
  

 

병장 문두환 
  동석님 글을 읽다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어요. 본명은 알고 있지만 그냥 우리는 그를 '햔'이라고 불렀죠. 햔은 어떠한 날에는 천사의 날개 옷을 입었고 어떠한 날에는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거리를 달렸어요. 거리를 달리던 그를 사람들이 쳐다보고 사람들이 쳐다보니 경찰이 달려왔죠. 그는 벌거 벗은채로 거리 위에 누웠어요.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를 쳐다보았지만, 사실은 그가 사람들을 쳐다본 것일지도 몰라요. 그는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했지만, 그것을 쉽게 알아듣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아, 이제는 조금 달라져야겠군요. 정말 동석님과 '말'을 해야겠어요. 2008-10-29
20:56:27
  

 

병장 문두환 
  아참, 그리고 잊었네요. 요즘 단기기억상실증이 온 것 같다니까요. 가지로. 2008-10-29
20:57:22
  

 

병장 이동석 
  현민/ 저희는 그냥 오빠-동생 아니지, 내가 더 어리구나- 누나-동생 사이에요. 

병훈/ 탁탁탁 사정 끝- 

우중/ '저' 세계엔 '나'만이 존재합니다. 혹은 깨진 알껍질, 

민규/ 제 소리가 '말'이 되었습니다. 

두환/ 자진방아를 돌리겠습니다. 울리는게 맞는지 돌리는게 맞는지 엄-청 헷갈립니다. 

고맙습니다. 제 개소리가 말이 되었군요- 2008-10-30
08:57:04
 

 

병장 이재민 
  이거 뭡니까? 앙? 
지금 저희에게 반항하시는 건가요? 
어기여차 목이라도 다실 건가요? 
아희 다롱디리 2008-10-31
16:22:26
  

 

병장 이동석 
  음? 반항이요? 흐흐- 무슨말인지 모르겠는데요? 2008-11-01
23:27:18
 

 

병장 김민규 
  美文만이 名文이라고 누가 이야기합니까. 적나라한 언어로 시퍼런 현실을 도려내는 그의 글에 저는 가지로를 왜 외치지 않았었는지 아직도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연평도의 이동슥과 서울의 송혜교는, 붙일래야 붙일 수 없는 사이이지만, 
그래도 가지로. 2009-01-09
18:53:19
  

 

병장 이동석 
  헉, 민규님 덕분에 제가 은호님 댓글에만 답을 안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이건 뭐지. 
은호님의 따땃한 댓글에 감사해했던거 같은데, 

어쨌거나, 이 글은 未文입니다. 이 글과 책가지의 합일이 이뤄진다면, 저와 송혜교의 관계에도 진전이 있겠군요. (뭐야 이건) 2009-01-10
03:20:04
 

 

병장 김민규 
  스스로 안티가 되기를 자청하시다니- 
헉- 2009-01-11
05:22:10
  

 

병장 이동석 
  음, 애써주신 민규님에게 뭔가 누를 끼치는 댓글인가요? 그냥 전 솔직하게, 흐흐. 2009-01-11
15:5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