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한국 대중음악에 대해 나름대로 답해보기
병장 이현승 2008-08-15 19:32:17, 조회: 259, 추천:0
한국 대중음악에 대해 나름대로 답해보기
7080세대의 음악감상실, 추억의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하나의 그림작품이라 해도 좋을 LP판 등은 음악이 주인공이었던 공간과 매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개인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으로 이용되거나,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수백 개의 ‘파일’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한 특성은 결과적으로 '가벼운 음악' 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그래서 요즘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백그라운드용 뮤직ㅡ라운지뮤직이나 이지리스닝계열ㅡ이 유행을 한다. 그러나 보다 결정적으로 무겁지 않은 음악을 팔기 위해서는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매체’들을 이용해 상품의 수요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UCC 라고 볼 수 있는데, 테크토닉이나 텔미춤 등은 음악보다도 오히려 수용자들 사이에서 창작된 UCC가 논의를 촉발시키고(소비를 권장하는 생산) 음악의 소비를 부추긴다. 유명 TV프로그램 또한 음악을 소비시킬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되어, ‘우리결혼했어요’에서 알렉스가 부른 ‘화분’은 자기의 노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끌었고, 경쟁 프로그램인 ‘1박2일’ 은 가수가 4명이나 있는 바람에(?) 앨범이 나올 때 마다 차례로 프로그램에 삽입 되어 동반효과를 기대하는 걸 볼 수 있다. O.S.T 붐이나 기획음반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특정 영화가 성공했을 때 그 영화의 삽입곡(미녀는 괴로워의 ‘마리아’) 이나 추성훈의 ‘하나의 사랑’ 같은 경우 다른 가수의 정규앨범보다도 많은 앨범 판매량을 자랑하고, 수익을 내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하여, 사실상 음반의 시대는 끝이 났다고 볼 수 있다. 음악은 이제 메인디쉬가 아니라 주메뉴에 가볍게 곁들여 먹는 셀러드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미 음반 만으로는 먹고 살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고, 결국은 다른 효과(UCC나 인기프로그램)에 편승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만큼 본질적인 의미에서 음악의 감동은 LP판 표지그림에서, CD케이스만큼 줄어들었다가, 이제는 조그만 LCD창안의 ‘앨범아트’ 정도의 크기가 된 꼴이다.
하지만 문화란 것이 어느 한 쪽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긍정적인 의미의 발전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간접적인 수단인 음반의 시대가 끝났다면, 역설적이게도 더욱 직접적인 음악 전파 방법인 공연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08년은 유례없이 많은 음악 페스티벌과 내한이 있었던 한해였다. 펜타포트, ETP등의 각종 페스티벌부터 알리샤키스, 제임스블런트, NE-YO 까지 일일이 대기도 힘들 만큼 많은 아티스트들이 국내를 찾고 또 찾을 것이다. 이는 분명 공연 기획자들이 열정이 전부인 바보가 아니라면, 국내에 공연 수요가 있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는 주5일제등과 문화를 장려하는 분위기 같은 많은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큰 요인은 음악의 간접적 청취에 머물렀던 관객들이 좀 더 적극적인 의미로 ‘보고 듣는’ 수용자로 나섰다는 것이 요인이다. 그들이 이렇게 나서게 된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던 다른 요인에 이끌린 음악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진짜 음악을 하는 것은 보고 듣고 싶어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옛날 라디오와 TV 같은 매체가 발달하기 전에 음악을 눈으로 생생하게접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연 문화의 발달은 소수 인디 아티스트들이 자기를 알릴 수 있는 소규모형태의 공연 역시 더욱 늘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동시에 공연을 통한 수익 창출과 인디레이블에 대한 저변 확대, 음반 판매와 같은 부수적인 효과도 노릴 수가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인터넷도 인디 아티스트를 알리는 데 일조를 한다. 요즘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갈수록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 남들과 다른 음악을 내세우고 싶어한다. 최근 어느 블로그에 들어가든지 같은 음악은 찾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네티즌들은 다양한 음악에 목말라한다. 신선한 음악에 대한 논의가 촉발 될수록 이 ‘입소문’ 은 블로그를 타고 무섭게 퍼져가기 마련이고, 이것은 다시 호기심과 소비를 자극한다. 한 예를 들자면 펜타포트에 나왔던 ‘브로콜리 너마저’라는 밴드를 들 수 있겠다. 이 인디 밴드는 방송출연 한번 한적 없지만 오직 입소문만으로 음반을 팔고, 공연 때 수많은 사람들의 떼창(밴드공연에서 모든 사람들이 밴드의 음악을 따라 부르는 것, 밴드공연에서 때창이 나온다면, 노래를 거의 외울 정도로 많이 들었다는 이야기이다)을 유도해 냈던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음악시장은 열악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다양한 음악의 저변확대는 둘째치고라도, 오직 이미지와 가쉽거리들로 승부하려는 가수들이 음악의 본질을 흐트러트리는 현실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각종 공연과 인디가수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늘어나고 있다. MP3 무료다운이 일상화된 현실이지만 동시에 CD와 LP 수백장을 모으는 콜렉터들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냉정하고도 적극적인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갖가지 효과와 눈속임으로 떡칠이 된 음악을 선택 할 것이 아니라, 음악을 음악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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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슨 시리즈물도 아니고 지민씨가 잘 답해주시고 있는 데 저는 이런 떡밥에는 참을 수가 없네요.
빨리 쓰던 글이나 쓰러 가야겠습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4:00:53
병장 이동석
음,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해도 해도 끝이 없는만큼, 언제나 환영입니다. 쓰던글도 기대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어디선가 현승씨 광주분이라고 들었는데요, 진짠가요? 허허. 2008-08-15
20:16:01
상병 김동민
역시나 심심할 때 나오는 대중음악 떡밥.
음원 이야기가 나오니 생각나는 건데, 저 위의 브로콜리 너마저라는 밴드, 인터넷엔 꽤 인기를 끌었지만 작년 10월에 앨범 내고 올 해 4월까지 음원 사용료로 통장에 입금된 돈은 5만원 정도였다고. 2008-08-17
16:19:50
병장 이동석
고놈의 떡밥주의,
암튼 싸이월드에서 팔린것만 해도 오백만원어치는 될텐데... 2008-08-17
22:25:52
상병 박찬걸
정말 엥간해선 떼창 나오기 힘들거든요.
떼창이 나왔다는건 일단 인지도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갔다는 얘기지만
문제는 브로콜리 너마저란 밴드의 인지도가 오른건
싸이나 블로그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그렇게 된거지
음반 자체가 많이 팔려서 그렇게 된게 아니라는게 좀 슬픈거죠. 2008-08-25
15:2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