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피할 수 없는 책임에 대하여
상병 이지훈 2008-11-23 00:27:39, 조회: 120, 추천:0
명예의 전당에 책마을님(?)이 가장 최근에 올려주셨던 허원영님의 글을 읽고...느낀점입니다.
독서후기라고 보는 것이 맞겠는데...좀 모호하더라구요 그래서 내글내생각으로 갑니다.
댓글로 달기보다는 나름 정리를 좀 하고 싶어서 글로 썼는데 정리는 커녕..
어물어물 하다 끝나는 글이지만 함께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피할 수 없는 책임에 대하여
그러나 이런 주장은 틀렸다. 어느 유태인 할아버지의 말대로,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이다. 우리는 모든 타인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중략]우리가 하는 행위 하나하나는 반드시 어떤 불특정 다수/소수의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 그리고 그 영향은 다시 되돌아온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내가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이것이 윗글에서 고진이 말하는 바이다.
- 명예의전당[060126]허원영“필연성과 책임에 대하여” 中
그렇다면 '자율적인 책임'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많이 말했으니 자세한 것은 생략하자. 간략히 정리하면 이것은 어떤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모두의 책임'으로 회피해서는 안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주1).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따라서 한 개인이나 집단, 혹은 하나의 기업이나 국가의 책임만을 요구하는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문제를 '내가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의 기준으로 따지지 말고, 스스로 책임을 부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고진이 말한 '자율적인 책임'의 의미이다.
- 명예의전당[060201]허원영“자기보론 - 어떻게 할 것인가” 中
위에서 인용한 글에서처럼 인간은 사회적 총체이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일은 우리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런 관계에서 파생되는 행위와 영향에 대해 우리가 어떠한 책임과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러한 자세로부터 어떻게 책임을 행동으로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위 글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확실히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 한 수많은 연결고리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으며, 인지하고 스스로에게 책임을 부여한다고 해도 모든 책임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인간이 사회적 총체로써 가져야 하는 책임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할 뿐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연신 고개만을 끄덕이게 될 뿐,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공감한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남아있는 한 가지 의문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책임이 아니라, 특정 개인 혹은 특정 세대, 특정 사회에 직접적으로 부여받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책임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책임은 위 글에서 이미 언급한 공리주의적 도덕론이나 타율적인 도덕률과는 다르다. 피할 수 없는 책임은 역사적인 성격을 짙게 갖는다. 전 시대, 전 세대가 스스로 부여한 책임의 실천으로 해결하지 못한 책임의 무게는 고스란히 역사가 되어 현 시대, 현 세대의 책임을 요구한다. 당시에 책임의 실천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 세대, 후손에게 책임을 전가한 전 세대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짊어지게 하고자 함도 아니다. 이것은 자신 혹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책임을 요구하는 종류의 일들은 대부분 누군가 이미 그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고 책임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해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과거 책임의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그리고 그 책임에 대한 실천 또한 하고 있다. 이것은 스스로 자신에게 책임을 부여할 시간 같은, 자율성이라는 도구를 보여주지도 않고 그저 태어남과 동시에 매겨진 책임의 무게 값과 같다. 자신이 스스로에게 이 책임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책임의 실천을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책임은 마치 선천적인 것처럼 매겨져버린다.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태도로 이 피할 수 없는 책임, 매겨져버린 책임의 실천을 수행해야 하는가? 책임의 실천에 벌써 일 년 반 가까운 시간을 바쳤지만 이 책임의 무게는 도저히 덜어지지 않는다. 이 무게는 또 다른 후손,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옮겨갈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책임을 지고 있지만 책임을 질 뿐 무게를 덜 수는 없는 처지인 것이다.
나에게 부여된 피할 수 없는 책임에 대하여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피할 수 없는 책임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지금 이 시기 또한 내 삶이라는 생각으로, 인생을 허비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그야말로 버티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외부 요소에 의해 버티기만 하는 삶이 어떻게 내 삶인가. 어쩌면 그토록 경멸하는 외부 요소들이 현재 내 삶을 지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허원영님의 글은 미래의 치열할 나의 삶에 일종의 조언자의 역할을 하였지만, 현재 나의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것-나의 삶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구름같이 내 의식 속을 떠돌아다니던 불편한 의문을 비로 내리고 흐르게 하여 험상궂은 물골처럼 파고든 셈이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08
09:03:27
병장 이동석
엥? 아직도 절 모르시나요? 흐흐. 2008-11-23
01:52:20
상병 이지훈
잘 알고있지만....흐흐 뭐랄까요 그렇게 쓰고 싶었어요.. 2008-11-23
02:03:11
병장 김현민
피할수 없는 책임....
그리고 마지막에 말씀하신 현재 지훈님의 삶은 동감갑니다. 잘읽었어요. 2008-11-23
06:02:50
병장 정병훈
어찌 보면, 지금 숨을 쉬는 것 또한 책임이 따른 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8-11-23
08:03:21
일병 신민재
책임의 무게는 또다른 후손에게 옮겨갈 뿐, 책임의 무게를 덜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지금의 나는 이전의 책임을 인수받아 잠시 지고있다가 좀 더 어린 사람들에게 넘겨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부여받은 책임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고민했었습니다.
아직 결론을 지은건 아니지만, 그 책임의 무게를 저의 의지로 무겁게 또는 가볍게 만들려고 합니다. 2008-11-23
09:2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