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잡스러운 이야기  
상병 이동석  [Homepage]  2008-06-04 11:04:15, 조회: 305, 추천:0 

왠 가입인사는 엄청난 활동이라도 할것처럼 굴더니 막상 댓글 몇개만 달고는 흐지부지 사라져버려서인지는 몰라도, 휴가를 다녀오니 게시판 아이디가 삭제(?)되어있습니다. 나가라는 건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아쉬운건 저니까요. 저는 또 책마을에 구애했습니다. 책마을은 아니 간듯 다시 온 저를 어디 간지도 몰랐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맞아주었습니다. 

제 휴가는 딱 촛불집회가 거리행진으로 바뀔때 시작되었고 정부에서 재협상이야기를 꺼낼때 끝났습니다. 저는 그 현장에 있을수 없었지만, 스펀지 하우스나, 시네큐브를 가야하는 저로서는 어쩔수 없이 그곳을 지나칠수밖에 없었습니다. (설마 21세기 선진민주대한민국 국군에서 이정도가지고 절 책망하리라곤 생각하지 않기에 솔직하게 말하는겁니다.) 되도록이면 집회참가자들과 섞이지 않으려고 카메라에 비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싶어 고개를 푹 숙인체로 종종걸음을 치며 거리를 지나가는데 (사실 사복을 입고 있어서 그렇게 의식할 필요는 없었는데) 고등학생쯤 될법한 아가씨가 제게 전단지를 하나 주면서 조목조목 이야기를 시작하는겁니다. 조그마한 체구의 그 아가씨는 조근조근 자신들이 왜 거리로 나왔는지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맙소사, 그런데 전 왜 광주에선 '아임 낫 데어'가 개봉을 안해서 서울 친구집을 전전하며 굳이 이곳까지 와 영화를 보게 만드는지에 대해 짜증을 내고 있을때 그 귀여운 아가씨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것을 위해 거리에 나온것입니다. 저는 결국 영화도 안보고 다시 친구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곤 인터넷이니 티비니 없는 곳을 찾아 술을 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옆 테이블 여자들의 얼굴을 힐끔거리거나 서빙하는 여자의 다리를 평하거나 하면서 술에 취했습니다. 그리고 선배가 슬쩍 노래방이나 갈꺼냐는 소리에 못 이기는척 따라갑니다. 들어온 도우미중에 가장 가슴이 큰 사람을 은근히 잡아끌어 옆에 앉히곤 하는 수작이 몇살이세요? 어디사세요? 그런데 이 아가씨 너무 어립니다. 술에 취한 성욕만 충만한 군인도 알아볼수 있을정도로 너무 어립디다. 그 거리에서 목이 쉬게 소리치는 고등학생도 떠오르고 X신같이 숨어다니던 제 모습도 떠오르고 하는데 선배가 이럽니다. 어린게 뭘 안다고 설쳐? 

형 어려도 알건 알아. 괜히 휴가나온 후배 챙기려고 큰돈 쓰는 선배한테 된소리나 내뱉고 집에 들어와버렸습니다. 그냥 뭐 그렇고 그런 잡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전 끝내 아임 낫 데어를 못봤습니다. 다시 그곳을 지나칠 자신이 없어서 말입니다.

사족
전 노래방 도우미(를 위시한 수많은 접대노동자들)를 감정노동의 극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생각하며 어쩌고 저쩌고 씨부리려는데 이건 결국 위선입디다. 그러나 그네들을 걸레 취급하는거나 동정하는거나 둘다 반대라는건 말하고 싶습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45:54 

 

상병 신지훈 
  저 자신도 한번 돌아보게 하는 글입니다. 2008-06-04
13:07:34
  

 

병장 김별 
  으음.. 혹시 전대 사범대에 김정수 라고 있나요? 
제 친구인데 2008-06-04
13:32:53
  

 

상병 이동석 
  신지훈 님//제 글을 부끄럽게 만드는 댓글이십니다. (과찬이십니다) 

김별 님// 전대 사범대가 과도 많고 사람도 많고 거기다 전 학교를 잘 안다녀서, 죄송합니다 (웃음) 2008-06-05
06:44:35
 

 

병장 장윤호 
  본문도 본문이지만 '사족'에도 뼈가 있군요.. 
감정노동이라는 단어, 오랜만에 보네요(웃음) 2008-06-05
08:50:23
  

 

병장 임정훈 
  마지막에 고민을 던져주네요. 그럼 어떤 태도가 그나마 대처하기 올바른 태도일까요. 2008-06-05
09:50:52
  

 

상병 이동석 
  여타 다른 감정노동자들과 달리 대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네요. 
중학교때부터 
(노래방하는 친구네에서 친구와 교대로 알바하곤 했지요. 물론 나이를 속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얼굴이 무기...) 
노래방 카운터나 청소알바를 했는데 도우미의 태동과 일반화(?)과정을 볼수있었지요. 
다른 세상 사람이 아니라 그저 동네 누나, 이모, 아줌마 더이다. 2008-06-09
21:5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