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잡담3  
일병 송기화  [Homepage]  2008-12-09 07:56:58, 조회: 146, 추천:0 

잡담 3

"학교 끝난 게 언제인데 이제 오냐?"
고개를 들어보니 B가 A의 집 문에 서있다.
"뭣 좀 사먹고 왔다, 왜."
A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연다. B는 자연스럽게 따라들어온다.
"비밀번호 가르쳐줬잖아, 들어가서 기다리지 그랬어?"
"집주인이 없는데 어떻게 내가 들어가냐?"
"하긴, 그런 사람이니까 비밀번호를 가르쳐 준거야."
A와 B는 다른 학교를 다닌다. 알고 지낸지는 오래됐지만 같은 곳을 다닌 적은 없다.
"그나저나 날씨 많이 추워졌더라, 얼마나 기다렸어?"
"한 15분정도? 집에가서 옷 갈아입고 어쩌고 하고 왔거든."
그 말대로 B는 사복에 가방도 없다. B는 거실 바닥에 앉아 소파에 기댄다. 늘 앉는 자리이다.
"그나저나 오면서 개를 한 마리 봤는데, 혼자서 허공을 보면서 멍멍거리고 있더라."
"동물은 사람한테 보이지 않는 게 보인다잖아."
"유명하지, 그 말은."
"그럼 무엇을 보고 짖는걸까?"
"미안, 나는 개가 아니에요."
"뭘까나, 아, 뭐 마실래?"
"나 녹차. 손시려워."
A가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남들이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낀다면 어떤 기분일까?"
"어제 네가 본 영화가 식스센스가 아니기를 바랄게."
B가 퉁명스레 대답한다.
"음? 대답이 왜 그래? 기분 안좋은 일 있었어?"
A가 걱정스레 묻는다.
"네가 꺼낼 대화주제는 아닌 것 같아서."
"무슨 소리야?"
"아니, 아니야."
"싱거운 녀석."
"그나저나 오늘 들려줄 이야기는 '느낄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별로 들려줄 이야기는 없는데. 같이 이야기하면 재미있기는 하겠다."
"귀신이야기?"
"눈에 안보이는 게 꼭 귀신만은 아니잖아."
"호오, 그럼 예를들어?"
"뭐 바람이 보인다거나."
"연날리기의 고수가 될 수 있겠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들리다거나."
"사토라레?"
"아니, 그건 반대 아닌가. 내 생각이 남들한테 들리는거지."
"아, 그렇네. 그러면 소설보다 이상한?"
"...너 요즘 영화보고 다니니?"
"어차피 너도 다 본거잖아. 알아들으면 됐지 뭐."
"그건 그렇지만."
"그보다도 또 다른 게 뭐 있을까?"
"남은 수명이라거나."
"이번엔 데스노트야?"
"시끄러워, 식상하지만 귀신이 보인다거나."
"디 아이, 식스센스."
"연관 좀 시키지마. 아, 그거 재밌겠다."
"어떤거?"
"어떤 사람이랑 눈을 딱 마주치면 그 사람의 기분이 보이는거야."
"기분이 보인다고? 어떻게?"
"음, 행복한 사람은 몸 주위에서 핑크빛이 모락모락? 이런거?"
"그럼 넌 새카만 오오라를 뿜고 다니겠구나?"
"내가 뭐! 녹차나 드시죠."
"테이블 위에 놔줘. 가서 먹을게."
"응, 여기다가 둔다? 화나면 붉은 색?"
"그러면 슬픈 사람들은?"
"블루겠지, 이미지상."
"그런데 이건 가능할 것도 같아."
"어떻게?"
"사람 얼굴만 딱 봐도 기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눈치가 빠른 사람이 그 알아챈 기분을 시각화 시키는거지."
"그거 정신병 아니야?"
"네가 할 소리는 아니라니까, 그런 얘기."
"예, 예. 그러세요. 난 가서 옷 좀 갈아입을게. 답답해."
A가 방으로 들어간다. B는 일어나서 녹차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야, 나 간다?"
방문을 넘어 B의 목소리가 들린다.
"응? 벌써?"
"응 생각해보니까 약속이 있었지 뭐야. 다음에 보자!"
"어, 그래. 나 옷갈아입는 중이라 못나가니까 잘가."
"응, 그래."

옷을 갈아입고 나온 A가 거실을 둘러본다. B의 모습은 없다. 테이블 위에 녹차가 김을 뿜고있다.
"뭐야, 저녀석."
A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덧. 야호, 부활했군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허겁지겁 올립니다. 뭐, 창피하고 말면 되죠. 기쁜걸 어떻게 해요. 히히.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9:00:43 

 

병장 정병훈 
  그건 그렇고, 기화님의 친구분이 제 홈피를 찾아왔더군요. 
기화님의 글을 접하고 있다고 하니,여간 부러워던걸요? 흐흐흐 2008-12-09
09:23:25
  

 

일병 송기화 
  .........그거 여자친구에요(울먹) 2008-12-09
13:14:44
  

 

병장 정병훈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대반전인데요? 
제가 뭐 뭐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거라니요. 허- 그분이 맞는 표현이라 생각 되네요. 훗- 이렇게 기화님의 여자친구를 만나다니. 세상 참 재밌군요. 

절 꽤나 좋게 보고 있더군요. 이참에 다시 연락해서 다른 이쁜분 다리좀 놔달라고...(울먹) 2008-12-09
14:41:42
  

 

병장 양 현 
  무하하하하!!!! 그렇게 되어버린겁니까. 근데 이거 이야기도 참 재밋네요. 이것저것 생각하게 하고 있어요! 2008-12-10
00:04:46
  

 

병장 고은호 
  으음.. B는 귀신인가? 아닌가? 를 두고 고민하다가... 
저는 추리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했습니다. (웃음) 2008-12-10
17:57:18
  

 

병장 이동석 
  저 이거 재밌게 봤는데, 요새 댓글 다는걸 깜빡깜빡하는건지, 뭔지 어쨌거나 

다음편이 너무너무 기대되는군요. 

나중에 A와 B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 되겠지만, 어쨌거나 마무리 되고 나서 한번 설명을 해주시면, 허허. 2008-12-11
18:5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