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이렇게라도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 2  
일병 송기화  [Homepage]  2008-11-21 14:05:06, 조회: 190, 추천:1 

이렇게라도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 2

사람들이 그리도 열심히 노력해서 수백년을 지리지리 끌었으나 결국 극지방의 얼음들이 다 녹아버려 대부분의 육지가 침수당해버린 시대. 그래도 수백년의 시간동안 준비해 온 것이 있어 무리없이 해저시대로 돌입할 수 있었고, 침수되지 않은 몇 안되는 땅에는 산소를 위해서 숲을 조성하는것이 중요해진 시대이다. 그렇게 숲이 필수적이 됐기에 숲을 파괴하는 일은 마치 인류를 위협하는 테러와 같은 것으로 취급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기는 점점 나빠졌고 사람들은 원인이 무엇인지 찾게되었다. 조사의 결과 뜻밖에도 나무로 만드는 종이의 이미지가 극도로 나빠지게 되었다. 제지소들은 연쇄적으로 망해나갔고 출판사나 신문사는 종이에서 벗어나 디지털매체를 이용하는 것을 서둘러 추진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가장 커다란 피해를 본 것은 도서관이다. 시대에 흐름에 따르지 않고 역시 책은 넘겨가며 읽어야 제 맛이라며 종이로 된 책만 들여놓던 커다란 사립도서관의 관장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사실 종이의 이미지가 나쁘게 된 것은 공장주 단체에서 여론을 몰아갔기 때문이다. 공장들은 그것이 육지에 있던지 바닷속에 있던지 굴뚝으로 매연을 뿜어내야 했으며 그 매연은 결국 공기를 오염시켰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기를 위해 공장을 정지시킬 수도 없고, 또 가동시간을 줄이면 손해가 너무 큰 것이었다. 그렇기에 혼란을 염려하던 윗쪽에서 공기가 오염되는 것에는 종이제작을 위한 숲파괴가 큰 원인이 되고있다며 종이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몰아간 것이었다. 
도서관의 관장은 어차피 책들은 이미 만들어진 것이니 시간이 지나면 도서관에 대한 비난이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서관에서 혼자 조용히 살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제지회사들이 모조리 망해버린 상황에도 여전히 대기오염이 심화되고 있었기에 여론을 조종하는 사람들은 비난의 화살을 책으로 돌렸으며 모든 책을 디지털화하고 인쇄된 책들은 파기해버려여 한다는 주장을 흘리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종이에 대한 비난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결국 정부에서는 각 도서관에 도서의 파기를 명령하는 공문을 내렸고 각 관장들은 난감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대기오염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가장 쉬운 방법인 소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관장은 어떻게 해야 이 수많은 책들을 없앨 수 있을 지 고민에 빠졌다.


허망하게도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다. 사실 본래 이야기는 이 관장이 어떻게 하면 책을 없앨 수 있을 지 하루종일 고민하며 종일 책을 보고, 만지고, 찢고, 넘겨보며 책과 씨름하다가 무언가를 읽게되고, 곧 도서관에는 불이나며 끝이난다.

이 이야기는 내가 꾸미던 또 다른 연재글이 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 연재글의 1편은 눈물받이였다. 눈물받이만 따로 독립시키려고 이것 저것 많이 잘라내어 버리기는 했지만 눈물받이에서 울던 여자가 이 도서관에 불을 지른 사람이고, 관장은 좀 큰 비밀을 읽어버려서 제거되었다는 설정이다. 이것들과 세 가지 정도의 이야기가 더해져서 조금 큰 이야기가 될 뻔 했으나, 이야기가 여기 저기 허술해지는 바람에 접었다. 지금은, 언젠가 다시 도전할 날을 벼르며 이야기를 다듬고 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59:36 

 

상병 이우중 
  조금 더 큰 이야기로 꾸리셔도 좋을 것 같은데요? 

언젠가 다시 도전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허허. 2008-11-21
14:13:15
  

 

병장 이동석 
  무시무시한 기화님, 올리시는 습작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겠습니다. 허허. 2008-11-21
14:41:42
 

 

병장 김낙현 
  이거 마치,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에 낙서하는 장면인가요. 
기화님 머리 속에는 엄청 큰 [이것 + 저것]들이 들어 있는 것 같가요. 2008-11-21
17:06:52
  

 

병장 정병훈 
  이글 역시 참 '기화스럽다.' 라는 말이 어울리는군요. 더군다나, 눈물받이와 이 글과 또 다른 글이 모여서 큰 그림이 이뤄질뻔 했다는 이야기가 더욱 소름 돋습니다. 

다시 도전하면 저에게도 한편 보내주실꺼죠? 2008-11-21
20:4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