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이렇게라도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 1
일병 송기화 [Homepage] 2008-11-19 12:29:16, 조회: 211, 추천:0
그러니까 이건 작년 초인가 재작년 말인가 어떤 겨울날 꿨던 꿈에 살을 붙인 이야기이다.
한 사람이 잠에서 깨어난다. 그곳은 정글. 하지만 맙소사 남자는 정글에서 살던 사람이 아니다. 뭐지? 하고 있는 사이 풀숲을 부스럭거리며 무엇인가 튀어나온다. 난생 처음보는 괴물. 공격. 띠- 당신은 사망하셨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니 이번엔 동굴 안인 것 같다. 모닥불이 피워져있고, 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하나같이 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이다. 모여있던 사람들은 남자에게 설명을 해준다. 이곳은 게임 속 세상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곳에 있었어요. XX동에 사시죠? 우리 모두 거기에 살았어요.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구요? 사실 저희끼리도 마주친 적 없어요. 하지만 뭐 그럴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어쨌건 우리는 계속 대화를 해왔거든요. ㅁㅁㅁ아세요? 역시 아시는군요. 우리도 모두 그를 알아요. 사실 우리들이 겹치는 기억은 그 사람 하나 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그가 우리를 이곳에 집어넣은 범인이라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나가는 방법은 하나 뿐이에요. 게임을 Clear하는거죠. 이 밀림 한가운데에는 탑이 하나 있는데 그 탑 꼭대기로 올라가면 Clear에요. 하지만 이 밀림에는 너무나도 많은 괴물들이 있고 우리는 괴물들에게 대항할 수가 없어요. 이곳에서 나가면 괴물에게 금방 죽어요. 죽는 게 아픈 건 아니지만 죽고 나면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게 돼요. 하지만 어쨌건 이곳에서 탈출해야죠.
모두는 조금씩 밀림을 전진한다.
모두는 조금씩 발전한다.
모두는 성격이 제각각이었다. 서로 대립할때도 많았지만 비록 불협화음일지라도 서로 화음을 이루며 헤쳐나간다.
물론 괴물들에게는 속수무책으로 사망판정만을 받았지만 가끔 무사히 동굴로 돌아올 때 그들은 나무막대기 하나, 뾰족한 돌 하나라도 챙겨서 돌아왔다. 어설프지만 무기가 생겼고, 대항할 힘이 생겼다.
-업데이트 1. 부활에 걸리는 시간이 사망 후 3시간으로 조정되었습니다.
-업데이트 2. '고통'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제 부상 및 사망시 리얼한 고통을 겪게됩니다.
-업데이트 3. Clear제한 시간이 추가되었습니다. 일주일 후에 이 게임은 폐쇄됩니다. 그 이후에는 탈출할 방법이 없습니다.
-업데이트 4. 부활제한이 추가되었습니다. 앞으로 10회 사망 이후에는 부활되지 않습니다.
그들을 이 게임속에 집어넣은 관리자는 업데이트라는 관리자만의 권리를 이용하여 그들을 방해한다. 하지만 그들은 탈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움직인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겪고, 쉬지않고 다가오는 일주일이라는 제한 속에 전진한다. 결국 10번의 부활기회를 모두 사용하고 죽는 자가 생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그들은 전진한다.
결국 탑꼭대기까지 도달한 것은 그 혼자였다. 나머지는 모두 10번의 기회를 모두 사용하고야 말았다. 사실 마지막 동료는 그가 살기위해 방패로 사용해버리고 말았다. 자신에게 혐오감이 들었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탑 꼭대기에는 제단으로 보이는 구조물이 있었다. 그 위에 올라선다. 머리 위에 CLEAR라는 글자가 뜬다. 그는 성공했다. 이제 이 밀림에서 탈출할 수 있다. 그의 앞에 화면이 떠오른다. 처음보는 남자의 얼굴이 비친다. 그 남자가 말한다.
"아, 역시 네가 살아남는구나?"
누구시오?
"나? 음, 창조주라고 할 수 있지."
이 게임을 만든 자요?
"아니, 너희를 만든 창조주."
무슨 말이오?
"아니, 너희는 사실 NPC야. 내가 만들었지."
믿을 수 없소.
"사실 자기가 인공지능이라는 걸 모르게 하려고 좀 고생했어. 너희 얼굴은 잡지나 TV에서 나오는 모델들을 보고 만들었고. 그리고 너희가 나라고 생각했던 ㅁㅁㅁ는 사실 내 고등학교때 담임이야. 악역으로는 제격이거든."
도대체 왜 이런짓을?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인격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지 실험해 본 거야."
그렇다면 이곳에서 탈출시켜준 다는 것은?
"아, 걱정하지 마. 이 CD보여? 널 이곳에 백업시켜줄게. 탈출 맞지?"
이 이야기를 여자친구에게 들려줬을 때 그녀의 표정은 미묘했다. 어쨌건 난 이것을 만화로 그려보려다가 포기했고, 글로 써보려다가도 포기했다. 어쨌건 난 작명능력이 극악이었고, 여러 사람을 각자의 개성에 맞게 표현하는 능력 또한 바닥이었다. 그래도 이 이야기는 1년이 넘도록 내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이렇게라도 써보았다. 내가 능력이 좀 좋았더라면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가 됐을텐데, 아쉽고도 아쉬운 이야기다.
덧.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2 도 있을껄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59:22
병장 이동석
와우, 그 중간과정이 참 흥미로울듯 하지만, 일단 발상만으로도 훈훈해질수밖에 없군요. 흐흐. 2008-11-19
12:33:51
일병 송기화
참 흥미로운 꿈이었지요.(먼산)
긴 이야기를 못 쓴다는 것도 포기한 이유중에 하나였답니다. 2008-11-19
12:59:44
일병 배지훈
꿈에서 까지 반전을 일으키다니 기화님 시놉시스력은 대단하신듯 합니다 흐흐 2008-11-19
13:00:00
상병 이우중
와우.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2가 궁금한데요? 허허.. 2008-11-19
13:58:01
상병 홍석기
으음. 잘 엮어내시기만 한다면 대단한 이야기가 될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러셔도 동석님께 판권을 뺏기시지 않을까 심히 염려가 됩니다만.
매트릭스와 간츠가 떠오르는 군요. 둘 다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죠. 2008-11-19
14:22:49
병장 정병훈
크헤헤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 2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재밌어요. 역시 기화님의 글은 잘 읽히고 재밌습니다.
간츠를 본사람이 있다니, 좋죠 좋아. 2008-11-19
14:30:12
상병 김지웅
저역시 이야기2를 기다리고 있을께요 크크크.
근데 저도 간츠를 읽어서 그런지 간츠를 순간 연상하였네요 크크크. 2008-11-19
19:29:23
병장 김낙현
간츠가 떠올랐습니다.... 2008-11-19
21: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