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응답  
일병 송기화  [Homepage]  2008-11-07 10:48:16, 조회: 227, 추천:0 

-장소: 위대한 존재들이 있는 곳
그 시간은 위대한 존재들의 역할교대가 있는 시간이었다. 오랜시간 인간종족을 담당했고, 그 결과 인간종족의 본질을 완전히 이해한 한 존재가 더욱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 그 역할을 다른 존재가 맡게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한 위대한 존재는 자신의 후임자에게 자신이 오랜 시간 인간을 관찰하며 깨달은, 인간을 대하는 데 필요한 위대한 진리를 전수한다. 물론 그것은 언어적인 표현이 아니라 위대한 의미 그 자체의 표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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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임명된 위대한 존재는 그 의미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새로 그 자리를 맡게 된 존재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자신이 쉽게 인간을 이해해서 지금까지 앞서 이 역할을 해왔던 존재들보다 더욱 빠른 시간내에 역할을 완수하고 더욱 위대한 존재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보기에 인간이란 그들보다 위대한 자신이 보살펴야 할 존재였다. 그 존재는 그렇다면 인간을 위해 자신이 최초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장소: 지구
한 남자가 하늘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소리치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들어줄 건지 안 들어줄건지라도 알려주던가! 기대라도 안하면 좀 낫잖아! 이게 뭐야!"

-장소: 위대한 존재들이 있는 곳
자신이 맡은 수많은-정말로 수많은-인간들을 대충-천만명단위로-훑어보던 중 위대한 존재는 그 남자가 하늘을 향해 소리치는 광경을 보았다. 위대한 존재는 혼자 의미를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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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인간들의 혼잣말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것을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거 괜찮겠는데?"
위대한 존재는 역시 위대하지만 자신보다는 조금 덜 위대한 존재들을 모아 인간들이 사무실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각자 역할을 부여해주고 할 일을 설명해주었다. 곧 첫 업무를 개시했다. 이런 저런 준비를 하는 동안 약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인간들의 시간으로는 찰나였을 것이다.

-장소: 지구
"들어줄 건지 안 들어줄건지 말이나 하라고! 기대라도 안하면 좀 낫잖아! 이게 뭐야!"
순간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던 남자의 머릿속에 듣는 것 만으로도 무법자가 독실한 신앙을 갖게 될 것만 같은 성스러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띠링, 기도가 채택되었습니다.
그 순간 이후로, 인간은 기도하는 순간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질 것인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인지 알게되었다. 인간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신적 존재 스스로의 존재증명이었다.
인간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신이 직접 존재를 드러낸 이상 무신론자는 사라져야만 했다. 각 종교는 서로 저 신이 바로 자신들이 믿는 신이라며 거의 전쟁 직전의 모습을 보여줬다. 무교라는 단어 자체가 사전에서 사라질 지경에 놓였으며 어쨌건 세상은 절대자의 존재아래 따사로울 것만 같았다.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실로 만드는 것에 더 이상 믿음이 필요하지 않게 된 이 상황에서 마음대로 나쁜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장소: 위대한 존재들이 있는 곳
인간들을 바라보며 위대한 존재는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것 만으로도 인간들은 순식간에 평화를 확립했고 바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문득 위대한 존재는 궁금함을 갖게 되었다. 자신보다 더욱 위대한 자신의 선임자들이 이런 간단한 일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위대한 존재는 자신들의 선임자가 남긴 정신적인 기록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기로 했다. 그 결과 공통적인 점이 있었다. 자신보다 더욱 위대한 선임자들 또한 지금의 자신과 같은 일을 행했었다. 물론 자신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그들 또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행동을 했었다. 하지만 또한 공통적으로 그들은 존재를 드러낸 기간이 길지 않았다. 모두들 길어봐야 몇십년-인간세상 기준으로-정도만 존재를 보였다가 다시 감추었다. 또한 이것은 주기적이었다. 인간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감추었다가, 그들이 잊을만 할 즈음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위대한 존재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또다른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장소: 지구
인간들은 오래지 않아 결국 불만에 가득 차게 되었다. 기도가 이루어질 지 이루어지지 않을 지는 알게 되었지만, 이루어지는 기도의 양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누구의 기도는 이루어지고 누구의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는 이런 상황에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대다수의 인간들은 결국 불만을 갖게 되었다. 이전에도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하늘을 원망한 인간들은 많았지만 지금은 그때와 경우가 다르다. 원망의 대상은 구체적으로 신을 향해 집중되었다. 그 어느때보다 거대해진 종교단체들이 술렁거렸다. 신을 향한 비난의 여론이 높아졌다. 무신론자들이 아닌 반(反)신론자들이 등장했다. 세상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런 와중에도 신이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방법은 변하지 않았다.
-띠링, 기도가 채택되었습니다.
-띠링, 기도가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인간들의 불평은 극에 달했다.

-장소: 위대한 존재들이 있는 곳
위대한 존재는 생각지도 못한 부장용에 약간의 당황을 느꼈다. 인간이란 종족은 그리 단순한 종족이 아니었던 듯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적극개입? 방치? 무관심? 위대한 존재는 자신이 가진 무한한 시간동안 차근차근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대응방식을 발견하리라 마음먹었다.
인간의 기준으로도, 그리고 위대한 존재들의 기준으로도 까마득한 시간이 흘러 위대한 존재는 결국 인간의 본질을 이해해냈다. 자신의 앞에 있던 존재들보다 오래 걸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빠른 것도 아니었다. 인간을 이해한 위대한 존재는 더욱 높은 존재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이제부터 자신이 해온 역할을 맡게 될 자신의 후임자에게 그동안 쌓아왔던 진리를 알려줄 때가 된 것이다. 자신의 전대가 그랬고, 또 그 전대가 그랬듯이 그가 후임자에게 알려줄 것은 한가지 뿐이었다. 위대한 진리의 표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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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런 말이었다.
"신비주의가 최고야."


덧. 그냥 재밌자고 써봤어요. 히히. 좋은 주말 되세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57:54 

 

병장 윤한철 
  하하 . 
예전에 봤던 영화가 생각나네요 2008-11-07
11:18:43
  

 

병장 김우열 
  호오... 
마지막 반전이 재밌네요.(웃음) 2008-11-07
11:26:13
  

 

병장 이동석 
  하하하하하 
아아, 진정 기화님이 최곱니다. 2008-11-07
11:32:30
 

 

일병 송기화 
  한철님/헤에, 무슨 영화지요? 
우열님/반전...은 아니고 그냥... 농담인데요(웃음) 
동석님/하하하하하, 예, 계속 꾸준하겠습니다.(이랴이랴) 2008-11-07
14:08:28
  

 

병장 정병훈 
  낄낄낄. 

신비주의라는 단어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정말 기화님은... 
아이디어 뱅크! 2008-11-07
16:12:33
  

 

병장 고은호 
  결국 결론은 신비주의 이군요. (웃음) 

하긴 형체도, 모습도, 존재 유무조차도 모르면 
불평을 하려고 해도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 지 모르는 법이죠. 

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항상 기발하고 좋은 글 감사해요. 2008-11-07
16:34:22
  

 

상병 양순호 
  마치, 한편의 단편 영화같네요. 2008-11-08
08: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