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우리가 다시 이야기 하기 위해서_ 이야기에 참여하며  
병장 최도현   2008-11-04 17:08:04, 조회: 250, 추천:1 

Dan은 현재 네덜란드 레이든 왕립대학에서 에너지 정책 박사과정 중에 있습니다. 그는 이번 가을 영국 코번트리에 위치한 워릭 대학교에서 개최하는 국제관계학회 세션Ⅰ의 프레젠테이션에 초대되었습니다. 총회가 끝난 후 저널은 학회의 권한으로 내년 1월 중순에 출판될 예정입니다. Dan은 이번 발표를 위해 지난 6개월 간 독일의 세계재생에너지위원회에서 자료 수집요원으로 활동하며 헤르만 셰어와 교류하였습니다. 셰어는 유럽태양에너지학회 회장이며 독일 하원의원으로 활동한, ‘에너지 전환’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학자이자 정치인입니다. 셰어와 같은 저명한 작가들은 개개인마다 에이전시, 쉽게 말해 소속사에 속해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출판하고자 할 때, 출판사의 편집자와 직접적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계약에 관한 건을 에이전시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에이전시는 출판사와 저자 사이에서 법적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출판하고자 하는 서적이 해외 도서일지라도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해외출판사는 해외 에이전시를 통해 거기에 소속되어 있는 저자의 작품을 출판합니다. 국내출판사 역시 그 저자의 책을 번역하여 국내에서 출판하고자 하는데, 이때 국내출판사는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해 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저작권 소유절차입니다. 해외출판사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내출판사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어야 국내에서 번역본을 출간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해외출판사의 법적인 권리문제는 해외 에이전시가 담당하고 있으므로 국내출판사는 해외 에이전시와 계약을 해야 하는데, 바로 국내 에이전시가 국내출판사를 대신하여 해외 에이전시와 계약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국내출판사는 국내 에이전시를 통해 번역본을 위한 저작권을 소유하게 되며, 대부분 해외출판사와 독점계약으로 이루어집니다. 

두 번째는 출판하려는 서적의 번역을 위한 전문가 선별작업 입니다. 국내출판사는 번역자와 직접 계약하게 되며, 번역자의 번역에 대한 충실도와 완결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원서(原書)의 저자에 대한 친분도와 역자의 전문성, 사회적 경력과 인지도, 역자의 저작물에 대한 이해도, 대중의 선호도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본 후에 결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절차 등을 통해 번역본의 첫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명시되어집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댄 에이전시(국내 에이전시)를 통한 Oxford University Press(해외출판사)와의 독점계약으로 대니얼 출판사(국내출판사)가 소유합니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Dan의 에이전시는 레이든 대학이며, 출판사는 국제관계학회저널 입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Dan이 에이전시를 통해 출판사에 저작물을 투고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직접 저널을 선택해 출판을 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는 물론 에이전시의 권위가 Dan의 원고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긴 하였지만, 주목할 점은 학계에서는 아직까지 출판사의 권위가 에이전시의 그것 위에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일반 출판업계에서는 출판사와 에이전시의 구도가 역전되었습니다. 저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어떤 출판사를 통해 출판하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구도를 결정하는 최종적인 요소는 경제성에 따라 얼마나 더 효율성 있게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경제성이 권위나 명예 등 다른 가치들을 지배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다른 요소들의 의미를 부정하고 형이상학적인 요소를 제거하면서 결과적으로 인간적인 요소들을 상실하였습니다. 학술회의는 근본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데 그 목적을 두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상호 협력적이며 관계 중심적이고, 독립적 관계가 아닌 종속적 관계입니다. 그들은 성과물이나 결과물 등을 제일(第一)의 목적으로 두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공동의 주제를 내려놓을 수 있는 토론의 장(場)이며, 그것을 주워 담을 수 있는 합의(合意)의 바구니인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선 그들만의 울타리를 치는 일을 지양하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자세가 암묵적으로 내재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한 역사학자가 다른 분야의 많은 학자들이 모인 가운데서 역사학적 방법론(어떤 과정을 통해 역사학 논문이 만들어지는가?)을 설명하였을 때, 그것을 듣고 있던 사회학자와 정치학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다음과 같은 불만을 터뜨립니다. “당신이 설명하고 있는 방법은 하나의 학문으로 설명하기에 불충분한 논리를 수반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는 종속 변수와 독립 변수를 구분할 수 없으며, 각각의 요소들을 하나의 원리로 환원시키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 모임의 한 구석에서 사회학자와 정치학자의 말을 모두 듣고 있던 자연과학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청중들에게 전합니다. “역사학자님이 설명해주신 역사학적 방법론이 바로 제가 자연과학을 하고 있는 방법론입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20:12:49 

 

병장 정병훈 
  발췌하신건가요? 아니면 직접 작성하신...? 

왠지 어디서 본 문장들이 많이 있는거 같아서요. 흐흐.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에게 필요한건 
---------------------------------------------------------------------------------------------- 
학술회의는 근본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데 그 목적을 두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상호 협력적이며 관계 중심적이고, 독립적 관계가 아닌 종속적 관계입니다. 그들은 성과물이나 결과물 등을 제일(第一)의 목적으로 두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공동의 주제를 내려놓을 수 있는 토론의 장(場)이며, 그것을 주워 담을 수 있는 합의(合意)의 바구니인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선 그들만의 울타리를 치는 일을 지양하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자세가 암묵적으로 내재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 
이 부분인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마지막 부분도 의미 있긴합니다. 흐흐 
이정도로 밖에 이해를 못하겠네요. 이 몹쓸 독해실력. 2008-11-04
17:41:19
  

 

병장 이동석 
  우왓- 이 글 없었으면 서운할뻔했군요. 
괜한 오독으로 아는척하는건 아닌가하여, 질문도 조금 신중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도현님 영어 이름이 대니얼이신건...?(웃음) 2008-11-04
18:41:54
 

 

병장 정병훈 
  정말 도현님이 대니얼이면..............................(두근) 2008-11-04
19:32:10
  

 

병장 이동석 
  음- 댄의 일화와 저작권에 대한 내용이 단순한 예시나 논거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발언자에게 정답이나 대안을 요구하는 무례를 범하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다른 분들에게 여쭙는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어떤 노래가 저작권을 인정받는건, 해당 저작권 협회(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에 소정의 비용을 내고, 등록을 할때부터 효력이 발생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출판 저작물의 경우엔 출판사가 소유하는것이라는것을 이 글을 통해 유추해볼수 있겠는데,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 인터넷 상의 게시물의 경우 저작권을 보호받을수 있는방법은 무엇일까요. 


- 
도현님의 이야기에 부쳐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도현님은 책마을의 성격을 일종의 학술회의-라고 정의하신것으로 보겠습니다. 

저는 이 곳 책마을을 바깥으로 옮길경우, 참가의 수고로움때문에 상당수의 주민들이 이탈할것으로 봅니다. 나가서까지 책마을에 참가하는것보다 더 흥미롭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체 가능한 것들이 개인에 따라 많을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이를테면 업무중이나 당근중일때 소일거리를 찾을 필요가 없어질뿐더러, 소통이나 소속감을 찾으려면 개인의 미니홈피나 관심가는 카페나 클럽을 가입하면 되니까요. 거기다 소소한 공감을 얻고 싶어한다면, 네이버 붐-이나 네이트 통-이런게시판을 이용하면 될일입니다. 자신의 글을 뽑낼 곳도 꼭 책마을이 아니어도 되겠지요. 이 곳 책마을의 위상은 영內의 굶주린이들이 모이는 마을이지만, 밖에서의 위상은 약간 독특한 친목모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겁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시즌2>에 대해 논하는것부터가 어쩌면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당수는 관심도 없다는데 벌써부터 '구별짓기' (브루디외의 그 개념 맞습니다)를 시도하며 진입장벽을 만드려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거지요. 이를테면 들어올 생각도 없는 손님을 물관리 하려던 호객꾼의 겸연쩍음이랄까요. 

책마을 시즌 2가 가야할길은 역시 본연의 지적-소통이나 표현에 있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야 시즌 2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과 도현님이 말씀하신 논지-이러한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선 그들만의 울타리를 치는 일을 지양하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자세가 암묵적으로 내재되어야한다-에 깊은 공감을 이어나가는 의미에서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글바에, 또 광장은 못 될바에 울타리는 만들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혹여 파리가 들끊는다고 해도, 광장을 청결하게 유지한다면, 그네들은 별 재미를 못느끼고 다른곳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드는거지요. 모두 알다시피 밖에선 좋은곳도 많으니까요. 
- 


제가 도현님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미끄러지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허허. 좀 더 이야기 해주실수 있겠습니까? 2008-11-05
07:12:22
 

 

책마을 
  글이 계속 밀리는 것 같아서, 조금 앞으로 당겨놓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 글은 공지로서의 생명도 다한것 같군요. 흐흐 2008-11-05
07:15:44
  

 

병장 최도현 
  발췌한 글에 대해선 되도록이면 구체적으로 주석을 다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합니다. 하하. 

저와 친분이 있는 분 중에 "에릭양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시는 분이 있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예전에 들었었습니다. 가지고 계신 책들 앞표지를 살펴보시면 은근히 에릭양 에이전시를 통한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번 찾아보세요. 

이동석 님이 '구별짓기'라는 개념까지 포함해주셔서 제가 비유했던 점이 더욱 분명해진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영어이름으로 대니얼 맞고, 애칭으로 댄이라 부른답니다. 하하 2008-11-05
08:55:13
  

 

병장 고동기 
  그들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공동의 주제를 내려놓을 수 있는 토론의 장(場)이며, 그것을 주워 담을 수 있는 합의(合意)의 바구니인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선 그들만의 울타리를 치는 일을 지양하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자세가 암묵적으로 내재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도현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은 이 부분에 모두 나타나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두번 세번 곱씹어서 읽고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어떤 의미인지 파악이 잘 안되네요. 
책마을 시즌2에 대한, 그리고 문집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로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이야기에 참여하신 만큼 조금만 더 이야기 해주시면 안될까요? 2008-11-05
08:57:11
  

 

병장 이동석 
  허허, 저도 에이젼시하면 '에릭양'밖에 떠오르지 않을정도로 책 첫장에서 많이 본듯합니다. 

통신저작물에 대한 권리- 뭐 이런 법에 의해 어쩌고- 하던 기사를 본적있는것 같은데, 담주에 잠시 나가면 찾아보고 오겠습니다. 지금 책마을에 글 올리시는 분들에게도 안전망이 필요하겠죠? (인트라넷은 그 법규와는 별개이려나) 

그렇다면, 에너지 정책 박사과정 중에 계신것도 왠지 도현님의 이야기같군요? 허허- 2008-11-05
09:05:12
 

 

병장 이동석 
  마지막 문단은 스스로를 위한 문단 같다고 느꼈습니다만, 
역사학적 방법론과 자연과학적 방법론이 상통한다는게 저로서는 이채롭군요. 

어쨌거나 저로서는 마지막 문단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2008-11-05
09:11:08
 

 

병장 정영목 
  글은 쓰는 그 순간부터 저작권이 인정됩니다. 
특히나 저작권을 명시한다면 말이죠. 

예를 들어, Creative Commons License를 명시하기만 해도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 
흔히들 쓰는 All right reserved도 마찬가지구요. 

책마을 사람들은 그냥 CCL을 쓰면 만사오케이일 것입니다. 2008-11-05
12:45:47
  

 

병장 이동석 
  오- 그걸 단지 명시만 해도 법적인 효력이 있는건가요. 허허. 

사이트 내의 모든 글의 저작권은 작성자에게 있다- 이런걸 대문이나 회칙에 명시해놓는방법이 있겠군요. 확실히 하기 위해서. 

일단 검색 엔진으로 게시물은 검색되지 않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겠어요. 책마을 자체를 검색하는거 말고- 

정보 감사합니다. 흐- 2008-11-05
12:5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