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사랑하는 '그'를 위하여  
상병 이우중  [Homepage]  2008-12-11 18:34:43, 조회: 217, 추천:0 

실은 얼개를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얼개가 아닌 거에요.
허허. 어떡하죠 이거.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사육신 이야기에 생각이 미쳐 臣을 巨로 쓴 것처럼 [얼개]를 [얼걔]라고 쓰고 어쨌든 얼개는 아니지 않느냐-고 발뺌할까도 생각해 보았는데요, 아직 쓰지도 않은 글에 '뭐하는 거냐 병X아' '왜? 차라리 [얄개]라 그러지' 같은 댓글들이 달리는 환상을 보고는 마음을 접었답니다.

굳이 따지자면 이 글도 얼개의 일부여요. 앞으로 제가 칼럼을 쓴다면 주로 2001년에서 2005년까지의 기억들이 주가 될 거에요. 물론 전문성따윈 제로입니다만. 아, 어쩌면 칼럼을 못 쓸수도 있겠네요.
아마 이 글 뒤에 이어지는 내용이 [얼개]가 될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은 거기 있으니까요ㅡ 허허.

사실,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뛰어넘어도 되지 않나 싶기도 했구요. 정말이지 스트립쇼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이 다음 이야기는 그래도 조금 흥미있는 부분이 있을 거에요. 하지만 기대는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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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는, 아주 똑똑한 아이었(을지도 모른)다.
네 살 때 (지금은 제대로 읽지도 못할 것 같은) 천자문을 줄줄 외웠으며 만 두돌을 넘기고부터는 일기도 썼다고 하니 말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20년 전의 일기장과 지금 인터넷 다이어리에 찌끄리는 글의 수준에 대체 왜 큰 차이가 없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지만.
그는 그런 이유로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초등학교를 5년만에 졸업했고 중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학생회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엄마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한 그는 말 그대로 모범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불량학생으로 지목되어 소위 ‘위험한 아이’로 분류되었으나 위험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어른스러웠던 친구가 어깨를 부여잡고 탈구된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본 그는 대수롭지 않게 그냥 지나가는 말로 “탈골이겠지.”라고 말했다. 친구는 그를 한 번 쓱 올려다보더니 역시나 대수롭지 않게 “네가 알고 있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마”라며 다시 어깨를 만지작거렸다.
그 사소한 대화가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그 즈음부터 그의 생각과 행동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엄마가 사다 주는 옷을 입지 않고 친구를 대동하여 직접 옷을 고른다든가, 굳이 필요없는 학원에 등록해 다른 학교의 또래들과 교류의 장을 펼친다든가 하는 때늦은 사춘기적 징후 말고도, 때로는 멍하니 혼자 바다를 보고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으며, 세계문학전집 혹은 동주와 소월의 명시名詩에 국한되었던 독서세계가 조금은 확장되었다.(일례로, 이 시기에 처음 접한 김지하의 ‘오적’은 그에게 있어 정말이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그는 미숙한 상태로, 호기심만 가득 안은 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학교는 타지에 있어서 집을 나와 생활해야 했으며, 그로 인해 그에게는 제2의 삶이라도 불러도 좋을 듯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분명 그보다 한 살이 많지만 행동이나 생김생김이 최소 세 살은 많아 보이는 친구들과 틈만 나면 술판을 벌이곤 하는 것들이 그에게는 그대로 신세계이자 해방구였던 것이다.
그러던 그 해 11월, 그의 생일에 학교 근처 술집에서 불콰해진 얼굴로 소주잔을 만지작거리던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7
15:48:12 

 

병장 문두환 
  와우. 

아, 

다음에 무슨 말이 이어질지 정말 궁금하군요. 

이건 혹시 얼개에 대한 사전선전효과를 노리는 글인가요? 
보다 정밀한 분석은 밑에 분이 해 주시길. 2008-12-11
18:49:29
  

 

병장 이동석 
  아- 
가 전부가 아닐까요? 그는 도를 도라고 하면 그것은 도가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얄개- 기대할께요. 낄낄. 2008-12-11
19:02:22
 

 

병장 문두환 
  오오- 그런건가요? 

손가락을 가지고 손가락이 손가락이 아님을 깨닫는 것은, 
손가락이 아닌 것을 가지고 손가락이 손가락이 아님을 깨닫는 것만 같지 못하다. 

하긴 술에 취해서 소주잔을 만지다 보면 아! 의 생각이 들기는 하죠. 2008-12-11
19:40:40
  

 

병장 정병훈 
  크흐흐. 아!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내글 내생각도 없애고, 일상이야기도 없애버리고 그냥 얼개만이 존재하는 책마을 말이죠. 

아우- 그정도 포스면, 몇분이나 글을 서슴없이 올릴까 생각도 해보지만, 그정도의 노력으로 탄생한 글을 보는 독자들에게는 사실 더없이 좋은 모습이 아닐까 말입니다. 

명예의 전당의 글은 생각보다 어려운 글들이 많더라구요. 책가지의 그것또한 그러하고, 칼럼은 한편 써본 저 또한 제가 쓴 글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일상이야기는 너무 소소하고, 요새의 내글내생각은 조금 가벼워 지고. 

그래서 무슨 말이냐구요? 얼개만한게 없더군요. 뭐- 개인차가 있는거지만 그렇더라구요. 

두환님이나, 동석님의 얼개는 볼수 없는겁니까? 올려주세요. 2008-12-11
21:06:49
  

 

병장 이동석 
  두환님 얼개는 책가지에 있습니다. (방긋) 
제 얼개는 책마을 내부 문제 정리하고 쓰렵니다. 시즌 2나 문집에 관한것도 정리해야되는데, 현실세계에서는 검사 받을 일이 너무 많고 

전 좀 까탈스러워서 정말 온전히 저 혼자일때 그나마 글을 좀 쓸수 있는데, 요새 숙제검사 받느라 좀 부산해서요. 흑. 2008-12-11
21:40:03
 

 

병장 정병훈 
  ... 
두환님의 얼개는 봤는데 못봤다고 적어놨으니, 두환님이 보시면 섭섭해 하시겠습니다. 
허허허-(땀) 
이것저것 좀 다 던져버리고 동석씨의 진지한 글좀 보고싶은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건 뭐 일이 그리 많습니까. 허- 2008-12-11
22:06:49
  

 

병장 김민규 
  "아, 
이제 나이도 찼는데 대강 때려치고 입궁이나 할까?" 

두둥- 죄송해요 2008-12-11
23:29:59
  

 

병장 김동욱 
  얄개, 

센스쟁이. 2008-12-12
01:47:11
  

 

상병 정근영 
  20년 전의 일기장과 지금 쓰는 글의 수준에 큰 차이가 없다니!! 
덜덜덜인걸요?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흐흐 2008-12-12
08:47:24
  

 

상병 이동열 
  제가 '아. 라는 생각이 든건 대학에 입학나고 나서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땀) 2008-12-12
10:51:02
  

 

병장 문두환 
  /병훈 

전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이 아니랍니다. 그냥 일기장에 좀 적을거리가 생겼을 뿐이죠. 흐흐. 2008-12-12
11:14:11
  

 

병장 정병훈 
  /두환 

오호. 영광입니다. 인상적으로 적어주세요. 키키 2008-12-12
12:42:58
  

 

일병 김예찬 
  아, 술먹고 싶습니다. 2008-12-12
15:18:19
  

 

병장 이동석 
  아, 전 맥주 피처 두개를 비우고, 소주 한병까지 떨었습니다. 배를 두들기며 잠이나 자야겠군요. 그래도 행복하진 않아요. 

어서 모여 술먹읍시다. 2008-12-13
03:36:13
 

 

병장 정병훈 
  하지만 술고래가 출동한다면... 2008-12-13
08:3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