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뻐꾸기  
일병 송기화  [Homepage]  2008-10-31 18:12:30, 조회: 184, 추천:1 

넓은 우주엔 인류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지적존재가 살고있다. 그 중 한 존재가 태양계에 진입했다. 자신의 몸만으로 우주여행이 가능한 이 종족은 넓은 우주에 수많은 종족 중에서도 상당히 흉악한 편에 속했다. 이 종족은 타 종족의 무의식에 접속해서 그 종족들의 개념이나 정보를 사전을 보는 것처럼 알아낼 수 있다던지, 특별한 대기가 없더라도 오랜 시간 활동할 수 있다던지 하는 많은 특징이 있지만 그들의 가장 유명한 특이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한가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 특징은 그들만의 특이한 육아방식이다. 그들의 육아방식은 인간의 이해력을 상당히 뛰어넘은 것이기에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알기 쉽게 표현한다면 마치, 뻐꾸기의 그것과 같다. 그렇기에 편의상 이 존재를 '뻐꾸기'라고 부르겠다. 이 '뻐꾸기'는 진짜 뻐꾸기가 다른 새의 집에 알을 낳고 도망가듯이 다른 종족이 사는 별에 자신의 아이를 낳는다. 그 아이는 그 별의 종족과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 그 종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난다. 생명체들이 자신들의 동족을 지키고 보살피는 습성을 이용한 양육방식이었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이 지났을 때, ‘새끼뻐꾸기’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자신의 고향별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어린 '뻐꾸기'가 처음으로 별과 별을 여행하는 데에는 상당히 많은 영양소가 필요하고 그것을 위한 식사는 대체로 그 별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 '뻐꾸기'의 육아방식이 진짜 뻐꾸기의 그것과 가장 다른 점은, 이 '뻐꾸기'는 진짜 뻐꾸기와는 다르게 모성애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부모뻐꾸기’는 자신의 아이가 자라날 별에서 많은 것을 보고 안전하게 자라나서 더 강한 개체가 되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우선 자신이 정한 별에 들어와 그 별에 살고 있는 종족 중 몇 개체를 선택해서 살펴본다. 모습을 바꾸는 것이 자유롭기에 의심받지 않고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종족의 지적수준이나 생활방식이 마음에 든다면, 불행히도 그 별은 끝장나는 것이다. 이 뻐꾸기는 자신의 후손을 위해 이미 몇 군데의 별을 찾았지만 그 별에 사는 종족들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평화롭거나 자신의 후손이 쉽게 녹아들기 어려운 정신적으로 이어진 일종의 군체이거나 하는 문제점 때문에 생각보다 여행이 길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우주여행이 가능한 ‘뻐꾸기’라도 너무 장시간동안의 여행은 힘이 들었다. 그러다가, ‘뻐꾸기’는, 우주의 한 구석에서 지구를 발견했다.

우선 ‘뻐꾸기’가 보기에 지구는  마음에 들었다.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생명들이 사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소금기가 많기는 하지만 물이 흔한 별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자신보다 먼저 지구를 침략한 종족이었다. 그들은 이미 지구를 정복해서 식민지로 삼은 것 같았다. ‘뻐꾸기’는 우선 신경쓰이는 이 종족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그들과 같은 모습이 되어 그들의 사회속에 스며들었다. ‘뻐꾸기’가 이 종족의 무의식망에 접속하여 알아낸 정보로는 이들은 인간이라는 종족으로 지구를 침략한 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이미 수십, 수백 대의 세월이 흘렀는지, 정확히 언제 자신들이 이 별을 침략해 왔는지는 잊은 것 같았다. 자신들만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자신들만의 사회를 만들어 생활하고 있었다. 국가라는 개념의 대규모 집단을 만들어 같은 집단에 소속한 인간들끼리 단결하며 지내는 이 종족은 자신들이 이 별에서 태어난 종족이라고 믿고있는 것 같았지만 ‘뻐꾸기’가 보기에는 아니었다. 이들의 무계획적인 환경파괴와 우주와 다른 지적존재에 대한 관심, 그리고 자기네들끼리 내전을 벌이는 폭력성은 이들이 별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소모한 뒤 죽은 별을 뒤로하고 새 별을 찾아 침략하고 다니는 유랑종족임을 나타내는 틀림없는 증거였다. ‘뻐꾸기’는 이 별에서 자신들만의 문명을 이루고 있는 개미라는 종족이나 돌고래, 고래 같은 문화적인 종족들도 마음에 들었지만 인간이라는 종족의 폭력성에 끌렸다. 자신의 후손이 이 종족과 함께 자라나서 조금 더 강인하고 폭력적인 개체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뻐꾸기’는 마음을 굳히고 자신의 후손을 인간의 모양으로 만들어 내었다. 인간무리 속에 받아들여진 이 후손은 일정 기간동안 인간과 함께 자라면서 이들의 공격성을 배워 ‘뻐꾸기’라는 종족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이 별의 침략자를 초토화 시키고 고향별로 돌아올 것이다. ‘뻐꾸기’는 자신의 후손을 다른 인간이 데려다가 키울 수 있도록 인간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가에 내려놓고 고향별로 떠나갔다.


‘새끼뻐꾸기’는 인간이라는 종족 특유의 무관심 속에 버려진 채 생을 마감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56:49 

 

병장 윤한철 
  기화씨의 글은 생각에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웃음) 2008-10-31
18:30:00
  

 

병장 이동석 
  이건 기화님 글 중에서도, 요새 올라온 글 중에서도 단연 최곱니다. 

<가지로> 2008-11-01
02:19:15
 

 

상병 이지훈 
  읽는 내내 즐거웠지만 마지막 줄을 보니 웃을 수만은 없군요 허허 
특유의 무관심이라... 
제가 주로 선택하는 삶의 한 방법이라 뜨끔하는걸요 곰곰 2008-11-01
03:25:15
  

 

병장 고은호 
  에고고~ 마지막 반전이네요! 

으히히히.. 하고 웃으며 봤지만 
다 보고 나니까 씁쓸하기도 하네요. (끌끌)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8-11-01
10:38:15
  

 

병장 김민제 
  마지막 반전 .. 대박 2008-11-01
18:22:27
  

 

병장 김세준 
  우주전쟁의 '그것'과도 일맥 상통하는것 같다는 느낌이. 
인간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은 '우리'종족에게도 힘든일이죠.(웃음) 

그런데 어떻게 이런 유추를... 
대단하십니다... 2008-11-01
18:32:35
  

 

일병 송형근 
  짝짝짝. 2008-11-11
0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