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동행  
일병 송기화  [Homepage]  2008-10-30 11:10:41, 조회: 181, 추천:0 

한적한 캠퍼스의 6시무렵, 강의가 끝났는지 한무리의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각자 방향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긴다. 다음 수업이 있는 건물로, 도서관으로, 식당으로, 술집으로, 노래방으로, 집으로.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한무리가 있다. 서로 다 아는 사이인듯 화기애애하게 웃고 떠들며 걷는다. 버스정류장에 다다른다. 두 명만 방향이 다른지 길을 건넌다. 길을 건너며 반대쪽에 손을 흔든다. 저쪽에서도 반갑게 맏아준다. 두 명의 이름은 수진과 지연이다. 같은과인 수진과 지연은 친한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한 학년에 40명 남짓한 작은 과에 있기때문에 서로 얼굴은 충분히 익히고 있다.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건너편에는 벌써 버스가 왔다. 친구들이 버스에 오르자 둘은 함께 손을 흔든다. 버스가 떠난다. 이쪽은 버스가 금방 오지 않는다. 1분정도 기다렸을까 수진은 차도로 몸을 내밀며 버스가 오는지 바라본다. 지연은 전화기를 꺼내어 문자를 확인한다. 마침내 버스가 왔다. 버스 내부는 한산하다. 먼저 버스에 오른 수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맨 뒷줄 창가에 앉는다. 뒤이어 오른 지연 또한 잠시 망설이다가 수진의 옆자리에 앉는다. 버스가 출발한다. 수진은 전화기를 꺼내어 통화를 한다. 지연은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버스가 계속 달린다. 두어 정거장을 지났을 무렵 지연은 멀미가 나기 시작하는지 책을 덮는다. 어느샌가 버스안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다. 수진은 여전히 통화를 하고있다. 지연은 앉아있는 승객들을 찬찬히 뜯어본다. 수진이 통화를 끝낸다. 지연은 여전히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다. 갑자기 수진이 말을 꺼낸다.
"저기, 이제 뭐 할거야?"
지연은 잠시 놀랐다는 표정을 짓는다. 덕분에 대답이 한박자 늦어진다.
"집에 가야지."
"그렇구나, 난 학원에 갈거야."
"그렇구나."
대화는 더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수진은 약간 떫더름한 표정이다. 버스는 계속 달린다. 버스 안에는 이제 서서 가는 사람들도 있다. 지연이 반쯤 일어나 벨을 누른 뒤 다시 앉는다. 수진은 지연의 얼굴을 잠깐 바라본다. 버스가 선다. 지연이 일어선다.
"잘 가. 내일 봐."
수진이 말을 한다.
"응, 그래 잘 가."
지연이 대답한다.
지연이 버스에서 내린다. 버스가 출발한다.
수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는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발끝을 까딱거린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편안한 얼굴이다.


덧. 친구가 보내준 이야기를 읽고 썼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는 어색함이 주제였습죠. 어렵네요, 이런거.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56:35 

 

일병 김예찬 
  이런 경험 많죠. 저같은 경우는 집 방향이 같은 과 선배들하고 함께 집에 돌아가는게 참 고역이었습니다. 서로 어색하게 말을 꺼내서 매번 똑같은 이야기.. 2008-10-30
11:25:23
  

 

병장 고동기 
  그러면서 시시콜콜한 연예뉴스나 이야기 하고. 2008-10-30
11:34:08
  

 

병장 황인준 
  그렇죠. 이런 경험이 많죠. 
저는 최대한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 맞닥뜨릴 때는 그래도 얘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랍니다. 
허허. 어색한 상황을 잘 그려내주셨네요. 2008-10-30
11:35:00
  

 

병장 이동석 
  크크크크- 
입으로 크크크 대면서 읽었습니다. 크크크크- 2008-10-30
11:43:07
 

 

일병 배지훈 
  대학교에서 친구를 찾는다는거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이였는듯, 3명찾았으니 전 만족합니다 크크크 2008-10-30
12:12:27
  

 

병장 고은호 
  아- 읽는 것만으로도 어색해지네요. (웃음) 2008-10-30
13:47:09
  

 

상병 이태현 
  특히 대학에선 저런 관계가 많은 듯. 동기라지만 1년반동안 얘기한번 안해본 사람도 많지요. 2008-10-30
15: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