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르고 있는 씁쓸한 건강망토 
 
 
 
 
천하통일에 성공한 진시황의 마지막 관심사는 불로장생이었다. 늙지않고 오래오래. 
마차 안에서 국물을 줄줄 흘리며 썩어 문드러져 갈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 했던 진시황. 그의 사인은 수은 중독이었을 거라고 들 한다. 수은 한 스푼, 비소 한 소끔 넣고 요리조리 비빈 비약 영약 약약약으로 끊임없이 식후땡을 대신했으니, 어디 토룡선생을 스파게티처럼 잡수시는 부기맨이라도 한해를 견딜 수 있을까 싶다. 여하튼, 그렇게 건강에 부단한 관심을 가지던 진시황은 결국 가시는 그날까지 웰빙하다가 뿅 가셨다. 사요나라 -

예나 지금이나 건강하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요걸 붙이면 정력에 좋다더라, 무얼 먹으면 냉한 기운에 좋다더라, 무얼 하면 기가 세진다더라. 건강에 대한 관심은 인류가 불을 밝히던 그때부터 꺼진 적이 없다. 

헌데, 요즘처럼 그 불길이 전 지구적으로 타오르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Well-Being의 열풍 역시 사그러들줄 모르고, 더 사람답게 더 웰빙한 상품을 위해 많은 이들이 기를 쓰고 달려들고있다. 왠만한 사람들도 칼로리 정도는 계산하고, 발린, 라이신, 이소말토올리고당, 올레인산 등등. 더 효율적이고 더 좋은 영양소를 얻기 위해 정보를 찾아해맨다. 허브농장 매출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으며, 헬스클럽은 문전성시에, 다 건강을 위해, 모두의 웰빙을 위해서이다. 하지만, 웰빙파도를 타고 뛰어오르는 건강에 대한 관심은 몇가지 편협한 구석이 있다. 이 점이 참 석연찮다.

먼저, 지나치게 육체적 외면적 건강에 치중해있다는 점이다. 몸짱열풍도 건강에 대한 관심의 한 장르일 뿐이다. 이젠 그냥 다이어트가 아닌 ‘체지방률’과의 배틀이 도처 헬스클럽을 무대로 이 밤을 불사르고 있다. 활활활! 미스터리로만 치부되던 인간 자연발화가 이루어지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타올라라 지방이여! 
Six Pack을 위한 복근단련과 이두 삼두근의 균형있는 발달, 그를 위해 헬스보충제를 꿀꺽꿀꺽. 달걀은 하루에 5개정도만, 닭가슴살도 400g먹어주세요. 30개씩 3세트로, 조깅을 시작한지 20분이 지나면 체지방이 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2주만 하면 라인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굳이 설명서로 꽝꽝 찍어낼 필요가 없다. 상식이다 상식.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터인데,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가 쉬울까? 솔직하게 말해서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몸은 그닥 상관관계가 없는 것 같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맨날 밖에서 뛰어놀다보니 머릿속도 근육으로 가득 차올라 속을 한번 갈라보니 신경섬유 씨가 마르고 근섬유만 있더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바 없지만, 가까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몸 좋은 연예인들이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더라.

<여기서 잠깐, ‘건강한 정신’이란게 누구 기준인지 뭐가 건강하고 자시곤지 판단의 공공선을 구축하기는 매우 힘들다.>

상식의 오류사전이란 책에서 그러길,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었으면 참 좋겠는데...’ 이런 구절을 해석을 잘못해서 그렇게 퍼졌다고 한다. 굳이 책에 기반하지 않더라도, 생각해보자. 힘은 자기가 가진게 아니라, 남이 가졌다고 믿는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요즘은 사람들이 멋진 몸, 건강한 신체를 부러워들 한다. 또 그렇게 조장하고 있다. 따라서 멋진몸과 건강한 신체를 ‘가진 자’은 ‘갖지 못한 자’들에 의해 힘을 얻게 된다. 스스로도 조장된 사회 분위기에 의해서 은근한 우월감을 지니게 됨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러한 우월감에서 비롯되는 자신감으로 그의 언행은 어떠한 권위를 가지게 되고, 마치 ‘건강한 정신’을 가진 것처럼 비약될 가능성이 있다.

한가지 또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 - 운동 - 으로 풀어버림으로써, 스트레스도가 낮은 그런 밝은 영혼을 가짐으로써, 그렇게 건강한 정신을 가졌다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문제다. 과연?

두 번째는, 인간중심적인 느낌 - 새로운 르네상스 - 이다.
간신히 환경문제에 신경쓰게된 우리의 관심이 그야말로 이번기회에 완벽하게 인간 그 자체로만 고정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지워버릴 수 가 없다. 인간 그 자체에 이전에 비해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그 시점이 굳어버리고, 너도나도 피부와 근육과 먹거리와 생활용품에 신경쓰고, 더 편하고 더 참신한 것을 찾다보니, 그야말로 기가 막힐 정도로 인간만 신경쓰는 인간중심의 새로운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 같다. 

사람이 자기애 없이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만은, 요즘은 전반적으로 자기사랑에 투자하는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위해 물심양면으로 용쓰는거 같다. 각종 남성잡지들도 매체를 접하기에 그 제한이 많은 군인에게 그런 이미지를 한껏 심어준다. 나역시 분명 나에게 이것저것 투자하고 있고, 관심도 어느정도 있지만.

인간중심으로 바라보는게 나쁜걸까? 이번 르네상스는 분명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던 신에서부터 인간으로와 같은 시점변동이 아니다. 모든 시선과 관심이 인간으로만 집중되고있다. 나르시시즘에 대한 동경이 전반적으로 번져가고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건 인간중심이 아니라 인간만 바라보는거고, 그래서 문제다. 한창 회자되던 환경문제도 쑥하니 들어가서 도통 보이지도 않는다. 입만 벙끗하면 환경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유수와 같이 이야기하던 나의 초등학교 과학독후감같은 시절은 가고, 몸매가꾸기와 재태크와 문화 식도락같은 이야기로만 줄줄 새어넘친다. 단순하게 환경만 말하는건 아니다. 모든 화제가 나와 관계가 없다면, 이젠 어떤 반응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거다. 그렇게 우린 드은 호수에 빙 둘러앉아 호수에 비친 자기얼굴만 바라보도록 조장되고있고, 살아가고있다. 그러다 빠져죽겠지.

따지고 보면, 건강한 것도 결국 나란 인간 하나만 바라보고 하는 이야기다. 시야가 날로 자기에게만 한정되고 있고, 자기안에서 깊어지고만 있다. 이게 정말 건강한걸까. 

  
 
 
 
병장 박준응 (2006/06/05 11:23:48)

좋은 글이어요. 
그나저나 다른 것보다 상식의 오류사전이라는 책이 제일 가슴에 와닿는데, 
어디서 구할 수 있죠?    
 
 
 병장 노지훈 (2006/06/05 18:27:15)

성진님 댓글 이모티콘 사용으로 삭제 되었습니다. 흐윽...    
 
 
상병 조주현 (2006/06/05 22:15:56)

준응 // 병영도서관에서라고 하면 기억했다가 나중에 때리시겠죠?    
 
 
 병장 박진우 (2006/06/06 15:24:39)

몸은 이제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떠올랐죠. 
그런 시류에 발맞춰 몇주전 잡지에서 언뜻 스쳐본 몸철학을 좀 공부할까해요. 
철저한 자기인식에 따른 자기관리가 결국 웰빙으로 연결된듯한데... 

음, 어제 본 김경욱씨의 단편이 생각나네요.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남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인색해진다고. 
그래서 더 이뻐지려고 노력하고, 수술까지 해가며 노력하지만, 결국 매력이 사라지는 일이라며. 상대는 떠나버리죠. 

세상과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인색하여 스스로의 매력을 지우고 있지만, 
세상은 당췌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우리의 잃어버린 매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제가 댓글로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지...허허.